캐비닛 - 제12회 문학동네소설상 수상작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06년 1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1. 들어가기 전에
 
오랜만에 시간가는 줄 모르고 재미있게 읽어본 책이다.
짧막하게 구성되어진 내용들, 하나하나가 때로는 입가에
미소를 때로는 진지한 생각을 갖게 했다.
요즘 출판시장에 일본소설이 강세를 이루고 있는 가운데
젊은 신예작가의 등장은 독자의 입장에서 매우 반가운 일이다.
 
2.우리소설도 재미있어요!
 
최근 일본소설이 출판가를 점령하다시피하며 봇물을 쏟아내는
이유는 뭘까, 나 역시 일본의 톡톡튀는 작가들이 이렇게 많은 줄은
몰랐다. 오쿠다히데오,미야베미유키,이사카고타로,가네시로카즈키등
하루키,바나나만 알고 있던 나에게 놀라움을 안겨 주었다.
또한, 일본소설은 가볍고 날렵한 문체를 구사하면서도,문제의식은
가볍지 않게, 무게감을 잃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왜, 갑자기 일본소설타령이냐고? 그동안 우리 소설은 너무 이념적이고
무거운 문제의식속에 내용이나 문체가 지루하다는 평이 있었다.
물론, 김영하,성석제,박민규씨 작품들은 냉철한 비판의식과 희극적
요소도 가미하여 일정한 독자군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그래서
이번에 김언수씨의 [캐비닛]역시 독자의 입장에서 기대가 크다.
 
3.[캐비닛] 읽기
 
사시공부하다가 2차시험에 계속 낙방한 공덕진은 살인적인 경쟁률을
뚫고 직장생활을 시작한다. 연구소라서 특별한 할일없이 세월을 보내다가
우연히 읽게된 캐비닛속의 파일. 그속에는 40년동안 권박사가 연구한
'심토머'에 대한 기록들로 가득 차있다.
 
은행나무인간, 토포러,메모리 모자이커,키메라, 타임스키퍼,다중소속자,
네오 헤르마프로지토스,외계인 무선통신모임,삼쌈둥이, 공포증환자들.
그들은 세상의 아웃사이더들이다.그들만의 독특한 삶의 방식이 존재한다.
올리버색스의 소설속에 나오는 신경계통의 환자들처럼, 그들은 미친 것이
아니며,그들 나름대로 주어진 조건과 환경에 적응하며 살고 있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저자는 이러한 심토머들을 설명해주는 방식으로 서술하지 않고,
환경과 조건만 설정해주고 그들의 움직임들을 뒤쫓아 갈 뿐이다.
 
여기에는 작가의 고도의 계산이 깔려있다.
심토머들은 자기멋대로을 살면서, 세상의 주류에게 실랄한 비판을 가한다.
세상의 주어진 잣대와 기준에 부합해야만 적응하면서 살 수 있도록 한 틀에
못살게다며 아우성치는 또다른 우리들의 모습을 볼 수 있다.
권박사의 말대로 미래에는 보다 이타적이고 따뜻하고 박애적인 인간의
종이 출현했으면 하는 바램의 메세지를 담고 있다.
 
박민규 소설이 무생물,동물,우주계의 관점에서 , 지금의 힘든 현실이
아무것도 아니다며 애써 자기 위안을 삼는 것과 다르게 [캐비닛]은
거대 권력의 힘에 의해 이러저리 잘린 자신의 몸둥아리를 가지고
또다른 우리의 별종인 심토머를 통해 화산폭발후 유일한 생존자인
루저 실바리스처럼 세상을 다시 아름답게 그리고 싶은 것이다.
 
4. 소장가치
 
내용이 단편적이어서 흐름이 원할하지 않고,마지막 비약적인 엉성한 구성으로
끝을 맺지만, 작가의 유머스러운 상황묘사와 상상력의 힘은 읽는 내내
즐거움을 주었다. 일본소설에 못지않게 재미있고, 문제의식이 깃든 작품이라고
생각된다. 앞으로 우리도 두터운 작가층이 형성되어 독자들에게 많은
즐거움을 주었으면 한다. 독자들 역시 우리소설에 관심을 ...소장도 하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