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을 낳는 개 - 현대과학의 오류를 바로잡는 새로운 과학상식
한스 페터 베크 보른홀트 외 지음, 염정용 옮김 / 인디북(인디아이)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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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알을 낳는 개'라는 제목만이라도 이 책에 대한 호기심을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다. 그러나 책을 읽다보면 알겠지만 이 책을 읽기가 그렇게 녹녹하지 않다. 평소에 그래프나 통계에 밝고 숫자에 특별한 알레르기가 없는 사람이라면 몰라도, 읽는 독자가 꼼꼼히 확인해가며 읽기에는 여간 부담스러운 게 아니다. 솔직히 이 책이 현대과학의 오류에 관한 일침을 가하는 내용을 다뤘다는 홍보물에 비해, 책의 내용 역시 이해와 검증을 할 수 없으니, 독자로서는 고개를 끄덕일 수만은 없었다.
 
우리가 철썩같이 믿고자 하는 과학적 지식뿐만아니라 알고 있는 지식덩어리가 비논리적이고 검증안된 쓰레기 지식일 수도 있다고 저자들은 주장하고 있다. 우리가 과학적이라고 표현하는 말속에는 이미 합리성을 전제로 하고 있는데, 소위 현대과학의 지식들이 많은 오류를 내포하고 있다는 것이다. 통계학적으로 감안한 1종오류나 대상이 너무 작아 무시할 수 있는 2종오류가 대표적인 예다.
 
그런데, 우리가 오류를 쉽게 바로잡지 못하는 이유는 긍정적이고 새로운 멋진 성과에만 열광하는 사회분위기와 성공한 실험을 다시 검증해봤자 주목하지도 않고 비용도 많이 든다는 제도적 문제점을 안고 있다. 그래서 긍정적 연구결과의 중복적 인용과 자기 구미에 맞는 선별적 보고방식이 만연되어 있고, 독자들 입장에서는 균형잃은 정보을 접하게되고 올바른 판단마저 제약을 받고 있게 된다.
 
개인적으로는 언어의 해석오류나 전달오류에 대해 공감하는 부분이 많았고, 철학책에도 많이 등장하는 -두개의 대등한 가설중 더 단순한 것을 선호한다- '오컴의 면도날 이론'은 반가운 마음도 들었다. 또한 두번이나 지고도 이기는 '심슨의 모순'에서는 갑자기 세계야구선수권대회에서 일본은 우리에게 두번이나 지고도 우승하는 아이러니한 생각도 떠오르게 했다. 이외에도 요즘 회자되는 지구온난화와 북극 남극의 결빙과 해수면에 관해 독자적 반론를 내놓고 있고(p108~112), '제노바의 왕홀'에 관한 수수께끼 이야기(p263~270)도 재미있게 보았다.
 
사실 세상의 모든 오류를 바로 잡아 놓겠다고 이 책을 출간했다고 생각하지도 않는다. 사실 사물의 진실을 언어로 표현하는 것자체가 무리라고 생각하는 입장에서는 오류지적이 또다른 오류를 낳고 더욱 혼탄스럽게 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합리적일 수 없고 표현할 수 없는 것이 세상이라면 인간이 그들의 잣대로 설정해놓고 이것이 정답이네 하는 식만은 하지 않았으면 한다. 다만 이 책을 통해 우리가 등한시 해버리는 오류의 함정에 빠지지만 않을 정도의 마음가짐으로 사물을 있는 그대로 바라볼 수 있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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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
릭 게코스키 지음, 차익종 옮김 / 르네상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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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책과의 인연
 
서재에 있는 책들을 쳐다보면 그 책들과 인연이 하나씩 떠오른다. 지금은 인터넷으로 쉽게 구입할 수 있지만, 몇년전만 해도 읽고 싶은 책의 목록을 들고 서점을 기웃거리며 책을 구입했다. 여러권으로 출간된 책이면 짝을 맞추려고 발품을 팔아 헌책방을 뒤지고 뒤졌던 기억이 난다. 초창기 모은 책 앞장에는 책을 사준 지인들의 글을 담아두었고, 책의 맨 뒷장에는 회독수와 날짜까지 적어 놓았다. 그렇게 내 서재에 꽂힌 책 한권 한권은 나와의 인연을 맺어왔다.
 
그런데 책과의 인연이 사랑으로 변질되고마니, 도통 책으로부터 헤어나올 줄 모르게 되는게 문제다. 서재에 꽂힌 책을 보고만 있어도 좋고, 새로 한권의 책을 구입할 양이면 설레임은 이루 말할 수 없다. 이제 서재에는 헌책보다 새책의 비중이 커지고 있다. 사실 내가 새책을 좋아했던 계기는 인터넷의 등장이다. 온라인상 서점간의 가격비교를 통해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기 때문이다. 다만 사고싶은 책이 계속 늘어나고 책의 욕심은 더해만 가는 것은 어떻게 감당해야 할 지 걱정이다. 
  
2. 또 한권의 책과 인연을 만들며
 
'아주 특별한 책들의 이력서'는 저자가 그동안 희귀본거래업에서 맺어온 인연깊은 책들의 뒷이야기를 재미나게 풀어내고 있다. 스무권을 소개하고 있지만, 각 장마다 길지 않은 분량과 경험을 바탕으로 사실적으로 서술되어 있어 독자로서는 끝까지 손을 놓지 못하게 한다. 물론 저자의 전공인 19~20세기 영미 문학작품에 한정되고 있지만, 문학적으로 유명한 책들이 잉태되기까지 작가들의 진솔한 모습들을 엿볼 수 있는 점은 책을 읽는 즐거움을 더해준다.
 
도덕적 시비로 출판사마다 거부당하며 '롤리타'의 원고를 들고 낙담해하는 나보코프의 모습, 고집세고 실랄한 '파리대왕'의 저자 윌리엄 골딩, 극도로 외부와 접촉을 피하는 은둔자 샐린저에게 소송을 당할뻔한 일. '반지의 제왕'으로 유명한 돌킨이 새로운 작품구상을 위한 말년의 유유자적한 모습, 헤밍웨이의 아내 해들리가 원고를 분실한 사건, '악마의 시'의 살만 루슈디와 관련된 저자의 테러위협을 느낀 에피소드, 엘리엇의 작품을 섬세하고 세련된 책디자인과 제본을 맡아준 버지니아 울프, 그리고  그레이엄 그린의 애정행각이나 로렌스의 위험한 사랑, 오스카 와일드의 동성애, 남편의 사랑이 식어버리자 자살을 선택하는 실비아 플라스의 슬픈이야기까지..여기에 작고 앙증맞게 토끼그림을 표현한 비아트릭스의 '피터래빗'을 구입하고자 하는 충동마저 느낀다. (인터넷을 두드려보니, 피터래빗 그림책시리즈는 절판이라고..)
 
이뿐인가, 책속에는 다른 수집벽을 가진 사람들과 달리 책 수집가들이 새책과 다름없는 완벽한 책들을 좋아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순결한 상태로 획득해서 혼자만 희롱한다는 특별한 성적쾌락(p279)이라고 재미있는 해석을 붙이고 있으며, 눈에 들어오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않고 소유욕이 발산되어 강렬한 애착을 느끼는 힘, 유혹을 '책의 심리측량학'(p219)으로 표현하고 있다. 또한 희귀본의 매매과정속에서 흥정하는 모습도 흥미롭게 묘사되어 있고, 단순히 돈만을 위해 희귀본을 사고 파는 업을 넘어 한 작가의 모든 작품을 모아 연구하는 전작주의를 강조하는 부분(p198)은 눈여겨 볼 필요 있다. 그리고 로렌스의 책에 대한 명언까지(p214) 덤으로 얻을 수 있다. 소장가치 충분한 책이다...
 
3. 우리네 모습속으로
 
개인적으로 우리나라에도 고서부터 근대기 서적까지 26년간 10만권을 수집한 화봉문고의 여승구 대표나, 유럽출장중 고서점,벼룩시장을 돌아다니다 서양고서를 집중적으로 구입하며 이제는 서양고서관련 인터넷사이트를 운영하는 김준목씨를 존경한다. 그야말로 책에 미쳐 사는 사람들이다. 탐미주의자-표정훈, 전작주의자-조희봉씨의 책에 대한 애정행각은 부러울 뿐이다. 그들이 있어 책과 사람들이 아름답다.
 
다만, 요즘 가끔 출판사로 부터 신간에 대한 리뷰를 쓰는 경우가 있다. 그 책들은 1쇄,초판본이지만 어떤 경우는 무식하게 책윗면에 증정용이라는 스템프까지 찍어오는 것도 있는데, 독자의 입장에서는 불쾌하다. 오히려 책에 저자의 정감있는 한마디의 말이라도 적어보내면 독자의 입장에서는 얼마나 신나는 일이 될런지 출판사측은 모르는 모양이다. 어떤 출판사의 앞서가는 마케팅을 기대하며, 독자들은 훗날 그 책을 잘 보전하면 희귀본이 될 수 있지 않을까...유쾌한 상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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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서평단 알림
아이의 손을 놓지 마라
고든 뉴펠드 외 지음, 이승희 옮김 / 북섬 / 2007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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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아이를 키우면서 자식에 대한 걱정은 하루가 멀지않다. 큰 아이는 올해 유치원을 마치고 내년에 초등학교에 입학하게 되지만, 작년에 동생이 생기면서 심적인 상처를 많이 입은 것 같다. 요즘에는 소리도 지르면서 반항하기도 하고, 시켜도 못듣은척 무시하는 경우도 많아졌다. 생각해보면 그동안 집안에서 장손자라고 할아버지,할머니, 삼촌들이 워낙 예뻐해주었는데, 갑자기 큰 경쟁상대가 생겼으니, 그리고 동생한테 양보할 것도 많고, 어린 동생과  싸우는 것도 격에 맞지않아 판정패 당하는 경우는 허다하게 되었다. 그래서인지 유치원 친구들을 더 좋고 재미있어 한다. 유치원에서 집에 돌아오는 순간부터 엄마와 전쟁이 시작되고 큰 소리가 끊이질 않는 상황이다.

자녀를 키우는 부모입장에서 자녀교육만큼 중요한 것은 없다. 솔직히 남보다 잘 키우고 싶은 욕구는 버릴 수 없을만큼 집요하다. 남이 하는 것은 최소한 해주어야 하고, 더 나은 무엇이 있나 살펴보는 것도 대한민국을 사는 부모들의 모습이다. 되돌아보면 우리 어렸을때는 이렇게까지 삭막하지는 않았다. 장난감이 없어도 그냥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고 어울리고 지낸 것이 전부였다. 그런데 이번 책을 읽다보면 또래 아이들과의 접촉을 무척 경계한다. 부모의 역할이 잠식당하고 그 위치를 빼앗겨 버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언듯보면 지금의 세태 흐름과 맞지않고 또래 아이들을 통해 사회성을 키워야한다는 일반적 생각과 그 차이를 보인다.

동양권의 우리 현실과 차이가 있어 저자의 주장이 그대로 적용할 수 있는가 반문은 들지만, 점차 우리 사회가 서구화되고 핵가족화되고 갈수록 자녀교육 문제가 큰 이슈가 되는 상황에서 경청할 만한 내용도 있다. 자녀가 아직 사회화단계에 나기전인 자녀의 애착, 성숙단계에서는 부모의 역할이 절대적으로 필요함을 역설한다. 사회화 이전에 아이를 또래 아이들에게 그 자리를 내주면 큰 어려움에 봉착하게 된다고 한다. 부모가 중심이 되고 의존하며 자연의 순리대로 잘 성장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어야만 진정한 사회인이 된다는 것이다. 총 5장으로 전반부 3장은 또래지향성이 가져다 준 폐해와 그 원인들을 살펴보고 있고, 4~5장은 제대로 된 부모의 역할과 아이와 관계를 되돌리기위한 해결책이 나와 있다. 특히 자연적 훈육에 관한 일곱가지 원칙(p318~345)는 눈여겨 볼만하다. 그러나 개인적으로 아이들의 또래지향성이 나쁘다고 보지는 않는다. 오히려 부모의 애착결핍의 원인들이 더 문제이고, 어쩔수 없이 그러한 상황을 방치할 수 밖에 없는 사회환경의 탓이 더 크지는 않을까...

책을 읽으면서 두 아이에 대한 자녀교육 문제를 진지하게 고민하는 계기 되었다. 오늘 큰 아이와  목욕탕을 같이 다녀오면서 그동안 못다 나눈 이야기도 했다. 유치원에서 있었던 이야기며 친구들과 재미있게 놀았던 일, 요즘 관심갖는 한자이야기. 사고 싶은 장난감까지, 그러면서 동생이 있어 좋은 점과 나쁜 점도 들을 수 있었다. 언제 이렇게 컸나 싶을정도로 커버린 아이의 손과 발을 만져보며 앞으로도 많이 안아주고 같이 지켜봐보고 믿음을 심어가는 노력을 하겠다는 다짐도 해본다. 자식을 포기하는 부모는 없겠지만 자식을 지나치게 사회로 내몰거나, 무관심으로 인해 자녀들이 부모가 자신들을 포기했다고 생각되게 해서는 안될 것이다는 점이 이 책이 주는 진정한 메세지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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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구의 절망을 치료하는 사람들 - 국경없는 의사회 이야기
댄 보르토로티 지음, 고은영 그림 / 한스컨텐츠(Hantz) / 2007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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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71년 프랑스 의사와 언론인 12명이 적십자 의료활동에 환멸을 느껴, 세계 최초로 비군사적 비정부적 긴급의료기구-MSF를 창립하게 된다. 2장에는 '국경없는 의사회'의 탄생과정과 초창기 멤버인 쿠슈네르와 레이몽 보렐의 대립, 그 후 말뤼레와 로니 브로만의 실용주의적 경향을 다루고 있는데, 이후에도 이념과 노선문제로 갈등이 있게 된다. 이 책의 대부분은 2002년에서 2004년사이의 MSF회원들, 학자들과의 면담과 남미 아시아 아프리카등 모든 재난지역에 의료구호활동을 사진과 함께 생생히 전하고 있다.
 
'국경없는'의미는 인간이 고통받는 곳이면 주권이나 정부들을 무시하고,고통을 돌보기 위해서라면 국경을 넘을 준비가 되어 있다는 뜻이다. MSF 헌장에는 1.인종,종교,정치적 신념에 관계없이 차별없이 돕는다 2.누구에게도 방해받지 않고 중립적인 기능을 행사한다 3.정치적,경제적,종교적 권력으로 부터 완전한 독립성유지한다 4.MSF가 제공할 수 있는 것외에 어떠한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즉, 중립성과 독립성을 기본원칙으로 삼아, MSF의 인도주의 활동은 고통의 경감과 자율성의 회복과 부당함의 진실을 목격하는 것 그리고 정치적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다. 

그러나 얼마전 아프카니스탄에서 한국인들이 선교활동을 하다가 피랍된 사건을 보더라도, 인도주의 활동이 얼마나 어려움과 딜레마가 있는지를 단적으로 보여준다, 국경없는 의사회 역시 제3세계국에 대한 인도주의 활동을 하면서도 딜레마와 비난을 받고 있는 점이 있다. 구체적으로 살펴보면, 첫째, 그들의 활동무대가 정치적으로 복잡하게 얽혀 있는 군벌지역으로 활동의 결실을 충분히 기대하기 힘들고, 오히려 이들 군벌들은 원조기구부터 오는 식량과 약품을 강탈하고, 나아가 난민들을 캠프로 몰아넣고 인간방패로 활용하고 있으며, 둘째, 원조기구들은 오히려 전쟁을 장기화시키고, 그들이 그 곳에 파견되어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곳 군벌들에게 정통성을 부여해 주고 만일 상대방이 공격하면 원조기구는 훌륭한 선전감으로 전락하고 있으며, 셋째, 정치적 목적을 가진 선진제국들로부터 받은 활동자금으로 사고와 행동의 독립성을 얼마나 유지하고 있는가.하는 점이다. 현재 MSF의 각국 본부들은 정부보조금을 줄이고 사적 기부자의 최대한 원조를 끌어내어 독자적 노선을 걷기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아직도 지구상에는 많은 인류가 가난과 질병으로 고통을 받고 있으며, 설상가상으로 그 곳에는 전쟁의 한가운데에서 무참히 희생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서방 선진국들은 자신들의 유리한 정치적 입장에 따라 원조와 봉쇄를 반복하고 있을 뿐이다.또한 거대 제약회사는 후진국에서 진정 필요한 약을 개발하는데에는 인색하고, 이익이 되는 약품에는 투자를 하고 있다는 점이다.
 
후진국에서의 부패와 빈곤이 그들 국민의 고통과 생존을 악화시키고 있지만, 외부 세계의 간섭이 더욱 복잡한 구조를 만들고 있다는 점도 기억해야 한다.구호절차도 정치적 이해관계와 그 나라 법적절차를 밟다보면 치료와 구호의 시기를 놓치게 마련이다. 따라서 '국경없는 의사회'를 통해 누구라도 MSF 헌장에 나와 있는 '차별없이 신속하게' 구호활동속에 담겨있는 폭력과 맞서 사랑을 실천할 수 있는 잠재능력을  실현할 수 있고, 한편으로 구호활동을 통해 현대사회의 소외로 인한 마음의 질병을 치유하고 있는 구호자와 난민이 서로 구호하는 따뜻한 인류애도 느낄 수 있게 된다. 이번 책을 통해 인도주의 활동에 대해 다시한번 진지한 생각을 하는 계기가 되었다. 진정으로 봉사의 길을 걷고자 하는 독자라면 일독을 권하는 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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허시명의 주당천리
허시명 지음 / 예담 / 2007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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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추석에는 동생이 가져온 '민속주'큰병 하나를 집안 식구들 모두 나누어 마셨다. '앉은뱅이 술'이라며 어렵게 구해온 것이라고 했다. 찹쌀과 누룩냄새가 은은하게 감돌고 끝맛이 달콤하며 어느 정도 알코올 도수도 있었으나,다음날 머리는 아프지 않았다.아버지는 연신 즐거워하시며 드셨고, 모처럼 떠들석하게 명절냄새나는 추석이었다. 그렇게 우리 가족을 술한통이 연결해주고 있었다.
 
허시명씨의 술에 관한 책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나역시 전작인 [비주,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를 재미있게 읽었고 소장하고 있는터라, 이번 책도 관심있게 보게 되었다. 전작처럼 저자는 술이 있는 곳이면 전국 어디든지 찾아다닌다. 전작이 술을 테마로 (이강주, 산뻐지술, 백화주, 과하주, 잎새곡주, 무술주, 매실주, 짚가리술, 죽력고, 호산춘, 무비강장주등)술이야기를 하고 있다면, 이번에는 각 지방의 대표술을 테마로 (전국 팔도, 심지어 울릉도, 흑산도, 제주를 망라) 술이야기를 하고 있다. 전작의 내용과도 크게 겹치지 않고 술담을 맛스럽게 담아내고 있다.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라 인정을 마시고, 술에 취하는 것이 아니라 흥에 취하듯, 그 지방의 술이야기를 듣고 있노라면, 역사속 인물과 배경을 따라 덤으로 알게되어 술의 그 진한 맛을 더할 수 있었다.안동의 고삼주를 통해 왕건이 견훤을 물리친 배경삼아 안중의 고사를 들을 수 있고, 문경의 호산춘은 황희가문의 전통주로, 흑산도에서는 정약전의 사둔서당을, 제주에서 추사유배지를 통해 술과 문화와 역사가 함께 했음을 말해준다.
  
또한, 전작에는 '무술주' 이야기[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로 퇴계선생님이 탐독했던 '활인심방'에 나옴 p81~90], 전봉준장군과 인연이 있는 '죽력고'이야기[푸른 대를 숯불위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p139~140]가 흥미로웠는데,이번 책에는 제주의 조껍데기술, 오메기술과 이를 증류한 고소리술, 특히 달걀 참기름이 들어간 오합주가 인상적이었다.
 

이번 책에는 이종기씨가 운영하는 '술박물관'관한 이야기와 강릉 단오때의 신주빚기행사가 나오는데, 언제 한번 다녀오고 싶은 충동을 느꼈다. 술은 크게 청주(약주), 탁주(막걸리), 소주로 나누어지는데, 금복주의 운해,안동소주와 무주의 머루주,여주의 화요를 통해 이제는 세계시장을 겨냥하여 우리 술의 도약을 짐작할 수 있다. 다만 아직도 영세함을 벗어나지 못하고 문을 닫는 누룩공장과 소규모 양조장들, 비법이라며 숨기고 교류하지 않는 우리 현실을 되돌아보며, 반면에 서로 한곳에서 밀집하여 정보와 비법을 공유하고 시스템의 과학화를 이루고 있는 일본의 술문화에 관한 저자의 언급은 눈여겨 볼 부분이다. 소장가치 충분하다..
 
이번 기회에 전작 [비주,숨겨진 우리술을 찾아서]의 내용을 간략 정리해본다. 
 
전주 이강주 : 뱃물과 생강즙이 들어간다고 하여 명칭얻음,울금,계피,꿀 포함.
    울금 덕분에 정신이 맑아지는 효과.
모주 : 약재(흑설탕,밤,생강등)를 넣고 3시간정도 끓임.
    알코올은 섭씨78도면 증발하기 때문에 모주에는 알코올 성분이 없다.
산버찌술: 야셍 벚나무를 타고 올라가 산버지를 따다 만든 술,
백화주 : 우리 술의 절창. 전북 김제의 학성마을. 김수연 옹.기호학파
    백가지 약재가  들어간 백초주, 60세가 넘으면 술을 빚지 않는 것이 관행.
    천하 3대 명주- 백화주,송화대력주,불로주(36~7)
과하주 : 전주 술박물관. 무더운 여름을 넘겼던 지헤로운 술, 비방이 총집결
잎새곡주 : 과거보기 전날에 마시는 머리 맑아지는 술
       - 앵두잎,배잎,솔잎,인진쑥잎
무술주 : 개고기(네다리만 씀)와 찹쌀로 빚은 술, 퇴계가 탐독했던 '활인심방'
황죽 매실주 : 경북 울진 주천대 - 임유후,고산서원. 대통을 넣음
짚가리술 : 일제의 탄압, 불법 밀주,법성포
죽력고 : 푸른 대를 숯불우에 얹어 뽑아낸 즙을 섞어서 곤 소주.
    죽력은 대기름, 고는 증류한 고급술, 전봉준장군과 인연, 태인
호산춘 : 여산- 호산지방에서 빚어지는 술, 천호산 .산림경제에 나옴
무비강장주 : 기력이 좋아지는 술.
 
동의보감에서 소개된 단주방(술 끊는 방법) (p199)
주신 : 디오니소스(그리스), 바쿠스(로마), 조라가망(한국), 마츠오(일본)
향음주례(p182)을 통해 옛사람들은 조심스럽게 술을 배우고 권했다.
  
조지훈(주도18등급으로 분류, p212)
 9급-불주(술못마심),8급-외주(술을 겁냄),7급-민주(취하는것을 민망해함)
 6급-은주(돈이 아까워 혼자마심),5급-상주(잇속이 있을때만 술을 냄)
 4급-색주(성생활을 위해 마심),3급-수주(잠이 안와 마심),
 2급-반주(밥맛을 돋우려고 마심),1급-학주(술의 진경을 배우는)
 1단-애주(술의 취미를 맛보는),2단-기주(술의 진미에 반한)
 3단-탐주(술의 진경을 체득),4단-폭주(주도를 수련),5단-장주(주도삼매),
 6단-석주(술을 아끼고 인정을 아끼는),7단-낙주(술과 더붕어 유유자적)
 8단-관주(술을 보고 즐거워하되 마실수없는),9단-폐주(술로 세상을 떠난)
조지훈은 학주의 소졸이나, 20년 정진에 몸은 관주의 경지에 있다고 함
조지훈이 직접 빚었던 술-삼도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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