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종을 난타하라 - 우리 역사를 바꾼 말.말.말, 동학혁명에서 제2공화국까지 1894~1960
손동우. 양권모 지음 / 들녘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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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 서울대 문리대 4.19혁명 선언문  본문p380

글쓰기가 힘들고, 자주 막힌다? 과연 내 글쓰기가 얼마나 진솔하였던가 반성된다면, 명문을 대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문은 시공을 초월해 우리 가슴에 울림을 전한다. 우리 역사의 굽이마다 얼마나 많은 명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책장에서 다시 꺼내 든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들녁)는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열강들 사이에 휩싸인 근대 조선을 시작으로, 한일합방, 8.15해방, 한국전쟁, 2공화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통해 역사의 질곡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의 명문들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가, 혁명가, 정치인들의 글과 연설문이다. 역사가 깃들어 있는 명문이라면 좌·우의 이념적 잣대도 배제했다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운형, 박헌영, 김일성의 연설문도 적혀있다. 또한 해당 글이 쓰이고 발표된 현장과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해설해 놓은 저자의 길라잡이도 돋보인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오직 나라 걱정뿐

무엇을 죽음이라 이르며 무엇을 삶이라 이르는가.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고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다. 그릇되게 살면 죽느니만 못하고 제대로 죽으면 되려 영원한 삶을 얻으니.살고 죽는 것이 내게 달렸다면 모름지기 죽고 사는 것을 힘써 알지어다.- 이준 본문 p56

이준 열사의 생사관(오언율시)을 읽노라면 얼마나 비장한 마음으로 만국평화회의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설을 했는지 짐작이 된다. 이준 열사와 함께 밀파된 이상설, 이위종의 증언에 따라 생각해 볼 때 이준 열사는 국권강탈을 막지 못한 분통으로 병을 얻어 돌아가신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싶다. 그 때 나이 49세였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 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본문 p65
이로움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 - 안중근 본문 p70

안중근 의사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힘차고 위엄이 넘치는 진술을 했다.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을 반박하며 동양 평화를 위해 이토를 죽인 것이라고 당당하게 역설해 나갔다. 한국민으로서 그 기개가 자랑스럽다.

일제와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

조소앙의 '대한독립선언서'에서는 혈전(血戰)주의에 의한 무장독립투쟁을 제시하고, 삼균(三均)주의사상도 엿볼 수 있다. 이후 상해임시정부 건국강령의 기본정신으로, 제헌헌법의 골격을 이룬다.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감상에 대한 개요'는 훗날 조지훈이 높이 평가할 정도로 논리가 명쾌하고 조선독립의 근거를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정의는 조선독립과 세계평화, 맹렬은 폭력투쟁을 의미)는 의렬단의 조선혁명선언을 써주시며, 무정부 투쟁하신 신채호 선생. 선생은 항상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세수하는 바람에 저고리 소매, 바짓가랑이, 마루가 물투성이가 됐는데, 이 모습에서 일제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의 미래가 청년에게 있다며 노구를 이끌며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헌신한 이상재 선생님도 조선의 거인이다. 이념대립의 와중에도 양대진영으로 부터 존경받아 신간회를 이끌었던 분이 아니던가.

해방의 기쁨은 잠시뿐,  어지러운 정국

어떤 일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正道냐 邪道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 김구 본문p250

몽양 여운형 선생님은 진보적 민족주의자로 자주와 통일, 사회주의를 외치며 남북을 아우르는 웅대한 구상을 가진 인물이다. 해방과 함께 건국준비위원회을 중심으로 빠르게 정권인수작업에 착수하게 되자, 김구 선생님과 우파계열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내세워 민족단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정이 김구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김구는 국내정치의 인식 부족과 모스코바3상회의 결정을 반대함으로써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명연설가로는 혜공 신익희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유머와 적절한 비유, 확신에 찬 어조로 청중을 사로잡고, 사전에 준비한 원고도 없이 연설을 한다. 신익희 선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눈앞에 다가온 평화적 정권교체가 좌절되고 만다.

또한 이시대의 지성인인 함석헌 선생님의 씨알사상은 서민 백성이 잘 살고, 중산층이 튼실해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보고, 위정자의 잘못은 어김없이 질타했다. '6.25전쟁에 대한 교훈'을 통해 한국역사에 대한 예리한 해석을 보여준다.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은 1910년 광문회를 조직, 1929년에 '조선어사전편찬회'로, 조선어학회(1931년), 한글학회(1949)로 이어진다. 주시경 선생의 주도로 이루어지나, 그 사망후에도 제자들에 의해 완결된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역사의 가장 질곡이 많았던 근현대사를 조명해가며, 그 속에서 담긴 우리 자랑스러운 위인들의 말과 행동을 검토해간다. 그 분들의 명문을 통해 글쓰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져본다. 다만, 요즘 우리에게는 존경해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도 거의 없고, 명문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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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리셔스 샌드위치 - 서른살 경제학 유병률 기자가 뉴욕에서 보내온 컬처비즈에세이
유병률 지음 / 웅진윙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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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대졸생 100명중 네명만이 취업에 성공했다고 하니, 갈수록 일자리 구하기가 더욱 힘들어지고 있다. 이렇게 구직자가 많으니, 기업의 입장에서는 직원 선발에 고자세다. 임금도 낮을 뿐아니라 복리혜택도 대충이다. 그래도 서로 오겠다고 하니, 빈곤의 악순환이다.

문제는 구직자들이 선호하는 기업이 많지 않다는 점이다. 우리 젊은이들이 정말로 가고 싶어하는 사회적, 문화적 기업들이 거의 없다는 것이다.

[서른살의 경제학]을 쓴 유병률 기자가 신선한 주장을 하고 나섰다. [딜리셔스 샌드위치]에서 경제와 문화를 잇는 '컬쳐비즈'라는 콘텐츠를 주장한 것인데, 그동안 우리는 바쁘다는 핑계로, 먹고 살기 힘들다는 이유로 이를 애써 등한시 했던 '문화감성'을 키우자는 것이다.

앞으로 시대는 문화를 통해 돈이 모이고, 그 돈이 문화를 살찌운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개인의 문화생활이 보장된 기업만이 구성원들이 창의성을 발휘해서 살아남을 수 있고, 할인마트에도 문화와 관련된 상품을 진열해야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예로 '구글'과 '코스트코'를 들고 있다. 구글은 전 직원들에게 높은 임금과  창의적이고 자율적인 일터공간을 만들어 준다. 또한 '코스트코'에서는 일반 할인매장과 달리 양질의 인문학 도서와 천체망원경을 저렴하게 구입할 수 있어 쇼핑을 더욱 즐겁게 하고 있다.

이런 문화적 관심이 개인들의 노력만으로 하루 아침에 형성되는 것은 아니다. 국가와 사회, 기업의 유기적이고 지속적인 후원과 공감대가 필요하다. 

이번 베이징 올림픽에서 금메달등 메달 종목의 양상이 많이 바뀌고 있다. 그동안 강세였던 권투, 레스링에선 초라한 성적을 낳았고, 수영, 배드민튼, 펜싱에서 메달을 따고, 리듬체조도 부상하고 있다. 이제 배고프고 힘든 운동은 멀리하고, 건강과 레저 관련 운동에 관심을 갖는 것이다.

그러고보면, 외지에 전원생활을 하기위해 낙향하는 부모들도 한번쯤 생각할 문제가 있다. 자칫 자녀들의 문화적 혜택을 포기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약용이 귀향살이 하면서도 자녀들이 결코 서울 인근을 벗어나지 말라는 당부가 생각나는 대목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글쓰기에 대한 조언이 나온다. 앞으로의 시대에는 개인이 어떤 직종을 갖든 글을 쓰지 못하면 능력을 인정받을 수 없다고 한다. 또한 읽는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글을 통해, 자신은 항상 새로운 것을 만날 수 있고, 세대간의 소통도 이룰 수 있다고 강조한다.

기자들은 항상 중학생 입장에서 기사를 쓰도록 훈련받습니다. 중학생이 봐도 이해가 되도록, 가장 궁금한 대목을 쉽고 짧은 문자응로 설명하라는 얘깁니다.

감동을 주라는 말은 감상적인 것과 다릅니다. 많은 경우, 가장 차분하고 논리적인 글이 가장 감동적입니다. 읽는 사람 입장에서 가장 필요한 것을, 읽는 사람의 정서에 가장 잘 와닿도록 쓰자는 것입니다. (본문 p204~5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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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의 미래 - 총.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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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국'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는 책에 대한 선입견으로 시작되었다. 딱딱한 내용으로 전문적인 용어가 섞인 책이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이것 왠걸? 솔직히 역사책보다 더 재미있었다.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역사적 사실 뿐만아니라 그 시대상을 아주 소상하고 일관성있게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말하는 제국의 흥망성쇠의 열쇠는 그 제국의 인적자원에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인적자원의 공급은 종교적 자유로부터 시작되는 관용정책에 있다고 저자는 줄기차게 주장한다. 종교적 자유, 넓게 양심과 정신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야말로 그들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경제력으로 그 나라를 제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제국'으로 불리만한 동서양의 여러 국가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먼저 제국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첫째, 동시대 경쟁국들의 권력을 능가해야 하고, 둘째, 지구상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제력과 군사력를 보유하고, 셋째, 특정지역을 넘어선 방대한 영토와 인구에 대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따라서 만만찮은 경쟁국이 있다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국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전쟁으로 인한 많은 영토를 보유하면서 병합된 민족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다스려야 하는지는 선택의 문제로 남게된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일 수도 있고, 포용과 관용정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정복민의 자발적인 복종은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종교적 관용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느슨한' 관용정책으로 인해 제국의 후반기에는 점점 제국의 멸망의 단초가 된다는 점이다. 지배자의 정치적 정체성이 없거나 병합된 민족들간의 문화를 묶는 응집력이 없으면 쉽게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아카메네스왕조, 로마, 당, 몽골들이 그 예가 된다. 
 
근대에 넘어와 네덜란드가 제국이었다는 점에 다소 의아해 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영제국 탄생의 발판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합스부르크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북부7주는 종교적 자유를 천명함으로써 주변의 많은 종교적 망명객의 보금자리로 인식된다. 그들은 기술적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았고, 단숨에 네덜란드는 유럽최강의 경제중심지로 해상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동인도, 서인도 회사를 설립해서 해외진출을 하며 상업적 확장을 더해간다. 그러나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인해 네덜란드의 빌렘3세가 영국왕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영국은 다양한 이주민과 막대한 인적 금융자본이 들어옴으로써 네덜란드는 쇠퇴로, 영국은 성장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에는 나라마다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요소를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미국 역시 종교적 관용은 베풀었어도, 인종적 불관용이 남아있고, 인디언의 예 처럼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만 관용을 베푸는 선택적 전략적 관용에 치우쳐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국, 일본은 여전히 제국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에이미추아가 정의한 '제국'에도 끼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벌써부터 힘있는 제국주의 흉내를 내는 것도 부끄럽다. 우리나라 경우, 동남아 이민자에 대한 불평등 정책과 취약한 노동현장이 그 실례다. 그동안 열강국사이에 피해의식을 많이 받아온 민족이라 '민족주의' 에 반하는 주장이나 견해는 매국노 취급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정말 촌티나지 않고 다른 나라들로 부터 존경받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열린마음과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북한과의 통일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나마 힘들면 관계개선을 통해 인적 자원적 경제적 융합이 필요하다. 제국 흉내내지 말고, 냉철하게 주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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촌놈들의 제국주의 - 한.중.일을 위한 평화경제학 우석훈 한국경제대안 3
우석훈 지음 / 개마고원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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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책을 보기 전에 때마침 [제국의 미래-에이미 추아]를 읽게 되었다. 인류 역사상 '제국'이라고 불리워지는 동,서양 여러나라의 흥망성쇠를 알 수 있었는데, 가끔은 우리 민족도 그런 강하고 힘있는 나라를 가졌으면 하는 부러움도 있었다. 이런 바램은 민족주의도 제국주의도 아닌 소박한 마음에서 비롯되었던 같다. 우석훈 교수의 [촌놈들의 제국주의]는 강대국 사이에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사회상을 폭넓게 조망해보면서, 동북아 국가들간의 평화로운 질서를 모색하고 있다.

저자는 먼저 최근 몇년간의 우리나라가 식민지 지배 경험도 없이, 어설픈 제국주의적 팽창정책을 시도함으로써, 국가간 갈등이 고조될 수 있고, 전쟁으로 인해 모두 다 공멸할 수 있다는 우려를 표시한다. 그래서 미래의 주인공들인 십대에게 전쟁아닌 평화를 선택하라는 메세지를 보낸다. 그러나 지금의 십대들도 여유로와 보이지 않는다. 앞 세대인 부모가 경제적 어려움을 겪고 있고, 대학 나와도 취직을 못하는 형, 누나를 보면서 위기의식을 느낀다. 그래서 학원이며 과외로 정신과 몸이 피폐된 지 오래다. 그들에게 인권도 없다. 죽도록 공부해서 경쟁해서 이겨야 산다고 배운다. 또한 그들이 본격적인 경제활동을 하는 시기에도 경제적 여건이 밝지만 않다. 2030년부터 시작하여 2050년이 되면 본격적인 자원부족현상으로 국가간의 극도의 긴장감이 높아지는 시기이기 때문이다.

이 책의 대부분은 우리 사회속의 문제점들을 잘 짚어준다. 내부적으로는 중남미 경제구조로, 외향적으로 제국주의적인 행태를 띠고 있다고 진단한다. 국민소득 2만불에, 세계경제대국 10위권이 눈 앞에 와 있다고 하지만, 지나친 수출의존적이고 수도권에 과도하게 밀집된 경제구조나, 계층간 소득 불균형으로 인한 중산층 몰락으로 인해 내부적으로 불만이 증폭되어 있다. 국외적으로 석유나 농산물 시장의 가격 폭등으로 국내 물가도 덩달아 뛰고 있다. 솔직히 이 정도의 진단은 누구나 아는 사실이고.. 특히 눈여겨 볼 대목은 김대중정권 후반기와 노무현 정권에서 민족주의 색채를 가미한 제국주의 행태가 나타나기 시작했다는 부분이다. 소위 진보 좌파를 표방한 두 정권은 보수 우익적 성향으로 모순된 길을 걸었다고 보는 것이다. 그 예로 광개토대왕을 내세워 아메리카 대륙을 달리는 모습으로 한미 FTA를 홍보하는 모습, 생명공학의 황우석 사건, 영화 디워를 통해서 나타난 쇼비니즘 마케팅을 지적하고 있다. 나아가 북한을 원조하고 개혁 개방으로 이끌어가는 시각에서도 남한의 경제식민지를 위한 일환으로 보고 있다. 이러한 일련의 행보가 앞으로 다가오는 석유자원 부족과 자원 수송로 확보라는 문제와 맞물려 국가간 긴장감과 전쟁의 불씨가 살아있다는 것이다.

우석훈교수의 대안은 무엇인가? 평화에 대한 파토스(열정)을 갖자는 것이고, 미래 세대에게 평화에 대한 신념을 가르치자는 것이다. 그러기 위해선 교육시스템을 제대로 만들자는 것이고, 동북아 국가들과의 교류 프로그램도 활성화하자는 것이다.

사실, 우석훈 교수의 문제 인식에 대해서는 공감하는 부분은 많다. 앞서 말한대로 지금의 경제상황이나 사회 구조적인 갈등 문제는 위기단계에 온 것은 사실이다. 이번 대선에서 이명박 정부에 투표한 대다수 중산층도 경제 활성화에 대한 기대심리가 크게 작용했다. 그러나 경제 활성화가 아닌 침체가 지속되고, 그동안 일구어 온 민주주의 마저 후퇴하는 경향이 보이자, 국민의 분노는 크게 높아만 갔다. 소수이지만 일부에서는 '전쟁'운운하며 큰 변화를 바라는 말도 쏟아지기도 한다. 그러나 그들이 진정 전쟁을 바라서가 아니라 현실이 너무 답답해서 내뱉는 말이다. 개인적으로 내부의 불만이 증가하더라도, 가까운 주변국과의 갈등이 증폭되고 전쟁까지 운운하는 것은 비약이 심하지 않았나 생각한다. 한발 양보해 만에 하나라도 전쟁이라는 극단적인 사태를 예방 차원이라면 모를까.

또한 식민지 지배 경험이 없이 경제영토 확장의 노력이 '촌놈'이라는 말로 폄하하지만, 이제껏 제대로 힘 한번 못써 본 민족이라고 앞으로도 계속 약소국으로 살라는 법은 없다. 누구나 처음은 어설프고 부족한 감이 있다. 그렇다고 제국주의를 하자는 말은 아니다. 정정당당하게 경제적 상업적 확장을 할 수 있다면 막을 필요는 없다는 것이다. 역사상 네덜란드는 기존의 제국들과는 달리 전쟁과 영토확장이 아닌 상업적 확장이라는 경제 영토를 시도했다. 이전에 페르시아, 로마, 몽고는 제국건설을 위해 전쟁을 통한 영토확장을 시도했다. 스페인 독일 영국도 마찬가지다. 그러나 현대에서 초강대국이 아니라면 한 나라의 영토를 침범하는 전쟁을 선택하는 것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현대국가가 부국하기 위해서는 경제영토을 확보하는 것도 필요하겠지만,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세계 여러나라의 인재들을 확보하는 노력이 더 중요하다고 본다. 즉 인적자원 확보가 필요하다. 지금처럼 우리나라 교육여건으로는 외국으로 좋은 인재를 다 빼앗길 수 밖에 없고, 우리 보다 가난한 나라에 대한 문화적 경시 태도로서는 '제국' 근처에도 못간다. 역사상 '제국'이라 불리었던 나라들은 피지배자의 다양한 문화를 인정하고 포용했으며, 정신적 자유를 주면서 그들의 역량을 이끌어내는 관용 정책을 펼쳤다. 그들의 융합한 힘만이 그 나라와 민족을 강성하게 했던 것이다. 민족주의는 제국주의 침략에 대응하는 과정에서 강조된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그런 개념을 떠나서 어떻게 하면 진정으로 우리 민족과 국가가 잘 살수 있는 지을 모색하는 계기를 가져야 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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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과학 대탐험
꿈꾸는과학 글.사진, 정재승 / 궁리 / 200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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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해서 얼마나 알고있을까, 반문해본다. 요즘에도 '일본'에 관한 수많은 책들이 쏟아져 나오지만, 정작 그들을 자세하게 들여다 볼 수는 없다. 이번 [일본과학 대탐험]이라는 책도 '과학'이라는 테마로 젊은 과학도들이 일본 탐방에 나선다. 기념관, 과학관을 돌아보기도 하고, 일본인들의 생활상과 문화도 살펴보면서 과학과 연관지어 생각해 보는 기회를 가진 것이다. 

노벨과학수상자를 9명이나마 배출한 과학대국, 한해 21억권의 만화책을 출간하고 만화백화점이라는 '만다라케'를 가지고 세계의 모든 출판물이 6개월내 번역되어 나오는 출판강국, 휴먼로봇 아시모 큐리오, 그리고 강아지로봇 아이보의 로봇왕국, 어디 그뿐인가 시민천문대가 200개 이상이고, 우주항공과 광학분야에 초일류를 , 미래 차세대 자동차 기술도 선두를 달리고 있지 않은가,

또한 이 책에는 라면을 처음 발명한 일본의 과학적 탐구에 대해서도 언급하고, 일본 문화, 기모노, 성, 절, 정원에 대해서도 과학적 미학을 찾아나선다. 읽다보면 일본에 대한 부러움 투성이다. 그렇지만 이런 탐방이 수박겉핣기식일 수도 있다는 생각도 지울 수 없었다. 그것은 그들이 보여주는 것만 보고왔기 때문이다. 

다른 외국인의 눈에 비친 일본의 모습은 어떨까? 일본에 관한 대표적 고전인 미국의 인류학자 루스 베네딕트의 [국화와 칼]에서는 섬세한 미적측면(국화)과 공격적 무력숭배(칼)의 양면을 파고들었고<물론 최근 개역판(문예출판사)에서는 다른 의미로 해석한다>, 20년동안 일본 지국장을 지낸 패트릭 스미스는 [일본의 재구성]에서 일본 역시 조기교육, 사교육, 학교폭력, 관료들의 부패, 일본내 소수민족에 대한 차별등 어두운면도 짚어준다.

여기에 일본인 자신들이 바라보는 시각으로, 이케가미 에이코의 [사무라이의 나라]에서는 사무라이의 '명예'관념이 일본민족의 집단성과 개인주의 심성의 바탕이 되었다고 본다. 이유와 근거가 어떻든 일본을 바라보는 시각은 모순덩어리처럼 보이는 그들의 근성속에서도 자긍심이 넘쳐난다는 점이다.

아직도 일본 지배층은 군국주의의 망령속에서 벗어나오지 못하고 있다. 이런 이중적인 일본의 모습에, 매번 일본에 대한 적대적인 감정만을 가진다거나, 마냥 부러운 대상만으로 보기에는 부족함이 엿보인다. 감정적인 대응에 앞서, 일본의 실체를 보다 면밀히 검토하며 과학강국속에 숨어있는 의도도 살펴보아야 할 것이다. 그동안 과학자의 도덕적 책무를 벗어난 행위가 엄청난 재앙을 초래한 경험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책은 하루정도면 다 읽을 수 있을 정도로 쉽게 서술되어있다. 단순히 한번 가고싶다는 여행기정도로 끝나지말고, 미래의 우리 청소년에게 큰 동기부여가 되었으면 하는 바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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