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유의 종을 난타하라 - 우리 역사를 바꾼 말.말.말, 동학혁명에서 제2공화국까지 1894~1960
손동우. 양권모 지음 / 들녘 / 2007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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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라! 우리는 캄캄한 밤의 침묵에 자유의 종을 난타하는 타수의 일익임을 자랑한다.....
 나가자! 자유의 비밀은 용기일 뿐이다." - 서울대 문리대 4.19혁명 선언문  본문p380

글쓰기가 힘들고, 자주 막힌다? 과연 내 글쓰기가 얼마나 진솔하였던가 반성된다면, 명문을 대면하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명문은 시공을 초월해 우리 가슴에 울림을 전한다. 우리 역사의 굽이마다 얼마나 많은 명문이 있었다는 것을 알고 계시는지? 

책장에서 다시 꺼내 든 <자유의 종을 난타하라>(들녁)는 재충전의 기회를 주는 책이다. 이 책은 열강들 사이에 휩싸인 근대 조선을 시작으로, 한일합방, 8.15해방, 한국전쟁, 2공화국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그 중심에 있는 우리 선조들의 발자취를 통해 역사의 질곡을 가슴으로 느낄 수 있다. 
 
여기의 명문들은 우리 근·현대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독립운동가, 혁명가, 정치인들의 글과 연설문이다. 역사가 깃들어 있는 명문이라면 좌·우의 이념적 잣대도 배제했다고 책의 저자는 말한다. 그래서 이 책에는 여운형, 박헌영, 김일성의 연설문도 적혀있다. 또한 해당 글이 쓰이고 발표된 현장과 시대적 배경을 사실적으로 해설해 놓은 저자의 길라잡이도 돋보인다.

죽음을 두려워 하지 않았다, 오직 나라 걱정뿐

무엇을 죽음이라 이르며 무엇을 삶이라 이르는가. 죽어도 죽지 아니함이 있고 살아도 살지 아니함이 있다. 그릇되게 살면 죽느니만 못하고 제대로 죽으면 되려 영원한 삶을 얻으니.살고 죽는 것이 내게 달렸다면 모름지기 죽고 사는 것을 힘써 알지어다.- 이준 본문 p56

이준 열사의 생사관(오언율시)을 읽노라면 얼마나 비장한 마음으로 만국평화회의에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연설을 했는지 짐작이 된다. 이준 열사와 함께 밀파된 이상설, 이위종의 증언에 따라 생각해 볼 때 이준 열사는 국권강탈을 막지 못한 분통으로 병을 얻어 돌아가신 것으로 보는 게 맞을 듯싶다. 그 때 나이 49세였다.

내가 이토를 죽인 이유는 이토가 있으면 동양의 평화를 어지럽게 하고 한일 간이 멀어지기 때문에 한국의 의병 중장 자격으로 죄인을 처단한 것이다.- 본문 p65
이로움을 보거든 정의를 생각하고, 위태로움을 보거든 목숨을 주라 - 안중근 본문 p70

안중근 의사는 법정 최후 진술에서 힘차고 위엄이 넘치는 진술을 했다. 재판 과정의 불공정성을 반박하며 동양 평화를 위해 이토를 죽인 것이라고 당당하게 역설해 나갔다. 한국민으로서 그 기개가 자랑스럽다.

일제와 어떤 타협도 할 수 없다

조소앙의 '대한독립선언서'에서는 혈전(血戰)주의에 의한 무장독립투쟁을 제시하고, 삼균(三均)주의사상도 엿볼 수 있다. 이후 상해임시정부 건국강령의 기본정신으로, 제헌헌법의 골격을 이룬다. 한용운의 '조선독립의 감상에 대한 개요'는 훗날 조지훈이 높이 평가할 정도로 논리가 명쾌하고 조선독립의 근거를 현실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정의(正義)의 사(事)를 맹렬(猛烈)히 실행한다"(정의는 조선독립과 세계평화, 맹렬은 폭력투쟁을 의미)는 의렬단의 조선혁명선언을 써주시며, 무정부 투쟁하신 신채호 선생. 선생은 항상 고개를 빳빳이 든 채로 세수하는 바람에 저고리 소매, 바짓가랑이, 마루가 물투성이가 됐는데, 이 모습에서 일제와는 절대 타협하지 않으리라는 의지를 엿볼 수 있다.

조선의 미래가 청년에게 있다며 노구를 이끌며 한평생 조국의 독립과 해방을 위해 헌신한 이상재 선생님도 조선의 거인이다. 이념대립의 와중에도 양대진영으로 부터 존경받아 신간회를 이끌었던 분이 아니던가.

해방의 기쁨은 잠시뿐,  어지러운 정국

어떤 일이 현실적이냐 비현실적이냐로 행동할 것이 아니라, 正道냐 邪道냐에 따라 행동해야 한다 - 김구 본문p250

몽양 여운형 선생님은 진보적 민족주의자로 자주와 통일, 사회주의를 외치며 남북을 아우르는 웅대한 구상을 가진 인물이다. 해방과 함께 건국준비위원회을 중심으로 빠르게 정권인수작업에 착수하게 되자, 김구 선생님과 우파계열은 임시정부의 정통성을 내세워 민족단결을 주장했다. 그러나 미군정이 김구를 경계하는 상황에서, 김구는 국내정치의 인식 부족과 모스코바3상회의 결정을 반대함으로써 결정적 역할을 하지 못하게 된다.

명연설가로는 혜공 신익희 선생님을 빼놓을 수 없다. 특유의 유머와 적절한 비유, 확신에 찬 어조로 청중을 사로잡고, 사전에 준비한 원고도 없이 연설을 한다. 신익희 선생의 갑작스런 죽음으로 눈앞에 다가온 평화적 정권교체가 좌절되고 만다.

또한 이시대의 지성인인 함석헌 선생님의 씨알사상은 서민 백성이 잘 살고, 중산층이 튼실해야 나라가 바로선다고 보고, 위정자의 잘못은 어김없이 질타했다. '6.25전쟁에 대한 교훈'을 통해 한국역사에 대한 예리한 해석을 보여준다. 

조선어사전 편찬사업은 1910년 광문회를 조직, 1929년에 '조선어사전편찬회'로, 조선어학회(1931년), 한글학회(1949)로 이어진다. 주시경 선생의 주도로 이루어지나, 그 사망후에도 제자들에 의해 완결된다. 

 이렇게 이 책은 우리역사의 가장 질곡이 많았던 근현대사를 조명해가며, 그 속에서 담긴 우리 자랑스러운 위인들의 말과 행동을 검토해간다. 그 분들의 명문을 통해 글쓰는 마음가짐을 새롭게 가져본다. 다만, 요즘 우리에게는 존경해야 할 사회지도층 인사도 거의 없고, 명문도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 안타깝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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