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미래 - 총.달러 그 이후... 제국은 무엇으로 세계를 지배하는가?
에이미 추아 지음, 이순희 옮김 / 비아북 / 2008년 5월
평점 :
품절



'제국'에서 풍기는 부정적 이미지는 책에 대한 선입견으로 시작되었다. 딱딱한 내용으로 전문적인 용어가 섞인 책이 아닐지 의심스러웠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넘기면서 이것 왠걸? 솔직히 역사책보다 더 재미있었다. 자기의 주장을 뒷받침해 줄 역사적 사실 뿐만아니라 그 시대상을 아주 소상하고 일관성있게 서술하고 있지 않은가.
 
저자가 말하는 제국의 흥망성쇠의 열쇠는 그 제국의 인적자원에 있었다. 그런데 그러한 인적자원의 공급은 종교적 자유로부터 시작되는 관용정책에 있다고 저자는 줄기차게 주장한다. 종교적 자유, 넓게 양심과 정신적 자유를 보장할 수 있는 나라야말로 그들이 갖고 있는 창의력과 경제력으로 그 나라를 제국으로 이끌 수 있다는 것이다.
 
이 책에는 '제국'으로 불리만한 동서양의 여러 국가들을 살펴보고 있는데, 먼저 제국에 대한 개념 정의부터 시작하고 있다. 첫째, 동시대 경쟁국들의 권력을 능가해야 하고, 둘째, 지구상 어느나라에도 뒤지지 않는 경제력과 군사력를 보유하고, 셋째, 특정지역을 넘어선 방대한 영토와 인구에 대해 권력을 행사해야 한다. 따라서 만만찮은 경쟁국이 있다면 여기에 포함되지 않는다.
 
제국으로 가는 길은 쉽지만은 않다. 전쟁으로 인한 많은 영토를 보유하면서 병합된 민족들의 문화적 다양성을 어떻게 통제하고 다스려야 하는지는 선택의 문제로 남게된다. 강압적이고 폭력적일 수도 있고, 포용과 관용정책을 쓸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피정복민의 자발적인 복종은 그들의 문화를 인정하고 종교적 관용에서 시작된다. 그렇지만 문제는 '느슨한' 관용정책으로 인해 제국의 후반기에는 점점 제국의 멸망의 단초가 된다는 점이다. 지배자의 정치적 정체성이 없거나 병합된 민족들간의 문화를 묶는 응집력이 없으면 쉽게 무너져버리기 때문이다. 페르시아의 아카메네스왕조, 로마, 당, 몽골들이 그 예가 된다. 
 
근대에 넘어와 네덜란드가 제국이었다는 점에 다소 의아해 했다. 그러나 좀 더 자세히 살펴보면 대영제국 탄생의 발판이 되었음을 알게 된다. 합스부르크가로부터 독립을 선언한 북부7주는 종교적 자유를 천명함으로써 주변의 많은 종교적 망명객의 보금자리로 인식된다. 그들은 기술적 경제적 능력을 가진 자들이 많았고, 단숨에 네덜란드는 유럽최강의 경제중심지로 해상왕국으로 자리매김하게 된다. 동인도, 서인도 회사를 설립해서 해외진출을 하며 상업적 확장을 더해간다. 그러나 1688년 명예혁명으로 인해 네덜란드의 빌렘3세가 영국왕으로 취임함과 동시에 영국은 다양한 이주민과 막대한 인적 금융자본이 들어옴으로써 네덜란드는 쇠퇴로, 영국은 성장의 길을 걷게 된다.
 
이 책에는 나라마다 제국이 될 수 있었던 요소를 구체적으로 세심하게 접근하고 있는 점이 강점이다. 미국 역시 종교적 관용은 베풀었어도, 인종적 불관용이 남아있고, 인디언의 예 처럼 자신에게 도움이 될만한 것만 관용을 베푸는 선택적 전략적 관용에 치우쳐있다는 점도 지적하고 있다.
 
요즘 우리나라를 둘러싼 중국, 일본은 여전히 제국으로 가기 위한 몸부림을 치고 있다. 에이미추아가 정의한 '제국'에도 끼지도 못하는 나라에서 벌써부터 힘있는 제국주의 흉내를 내는 것도 부끄럽다. 우리나라 경우, 동남아 이민자에 대한 불평등 정책과 취약한 노동현장이 그 실례다. 그동안 열강국사이에 피해의식을 많이 받아온 민족이라 '민족주의' 에 반하는 주장이나 견해는 매국노 취급 당하기도 한다. 하지만 우리 민족이 정말 촌티나지 않고 다른 나라들로 부터 존경받는 국가로 거듭나기 위해서는 열린마음과 관용의 자세가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우리나라 역시 북한과의 통일이 최우선이겠지만, 그나마 힘들면 관계개선을 통해 인적 자원적 경제적 융합이 필요하다. 제국 흉내내지 말고, 냉철하게 주변국으로 인정받을 수 있는 길을 모색할 때가 아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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