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학이 광우병을 말하다 - 최신 연구로 확인하는 인간광우병의 실체와 운명
유수민 지음 / 지안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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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그동안 광우병에 관한 책들이 시중에 많이 나와 있었다. 물론 광우병에 관한 관심과 불안이 한참 고조되어 있을때 외국에서 번역되어 나온 책들이다. 나 역시 [살인단백질 이야기]를 읽은 바 있어 광우병에 관한 어느정도 지식 기반은 가지고 있었다. 문제는 그로인해 광우병에 관한 정확한 지식을 가졌는가 라는 점인데 사실 광우병에 대한 불안과 걱정이 더 생기게 되었다는 점이다. 미국산 소고기를 절대 먹어서는 안된다고 생각되었다.

모르고 막연하면 불안하다

사람들이 갖는 불안과 공포에 대한 감정을 갖는 이유는 잘 모르기 때문이다. 일에 대한 불안, 미래에 대한 불안, 사람에 대한 불안등 불안은 우리가 알지 못하기 때문에 찾아오는 현상이다. 알면 불안과 두려움을 넘어서 자신감이 든다. 그 것에 대한 실체를 정확히 파악하고 있다면 자신이 맞설 수 있게 된다. 아마도 이 책의 저자도 그동안 광우병에 관한 책과 논문을 뒤져보며 다다른 결론을 이 책에 담아 놓았다. 사실 이 책은 지금껏 광우병에 관한 책들의 종합정리라고 압축할 수 있다. 저자가 말하는 결론 역시, 광우병에 대한 지나친 우려보다 낙관적인 시각을 말하고 있다.

광우병의 역사부터 광우병이 생길 수 있는 전제조건도 꼼꼼하게 추적해 나간다. 광우병에 관한 역사는 이미 다른 책에서도 많이 언급되었다. 식인풍습, 양들의 스크래피현상, 이유없이 죽어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등.  이 책이 돋보이는 부분은 광우병이 왜 영국에서 이렇게 많이 발생되었는지를 살펴보고 우리 여건과 비교해본다. 또한 광우병이 걸린 나라, 광우병 환자들의 유전적 요인도 참고하며 우리 국민들에게 치명적일 수 있느냐 하는 점도 검증해간다. 아마도 우리나라에 광우병 환자가 나타나려면 최소 20년에 한명꼴이라고 결론을 지어버린다.

근본적 대책없이는, 그래도 불안과 의구심은 계속된다

한편으로는 저자의 낙관적 시각에 안심이 되는 것도 사실이다. 광우병을 희귀병중의 하나라고 치부할 수도 있다. 그러나 우리나라에 있는 많은 희귀병 환자나 그 가족이 설마 자기에게 그런 병이 걸릴 것이라고 꿈에도 생각하지 않은 경우가 다반사다. 요즘 유행처럼 되어버린 각종 암환자나 그 가족들 역시 드라마속에서나 있었을 상황이 자신앞에 현실적으로 암과 싸우게 될 줄은 상상하지 못했다고 한다. 광우병의 위험을 안고 있는 외국 소를 들여와서 굳이 불안과 위험을 자초할 필요는 있을까. 옛부터 소머리,내장, 사골을 즐겨먹는 우리 전통 식습관을 버릴 수는 없지 않은가. 20년에 한 명 나온다는 숫자역시 우리 민족이 20년만을 사는 것은 아니질 않은가 하는 의구심도 든다.

저자의 논리를 곡해하거나 핵심을 모르는 것은 아니지만, 이 책을 읽어도 광우병에 대한 불안은 완전히 해소되지는 않는다. 저자가 위험하다는 부분과 발생가능성이라는 부분을 혼동하지 말 것을 강조하면서 낙관적 시각을 이야기 해도, 과학과 통계의 오류도 우리가 많이 목격하지 않았는지. 사실 광우병이야기만 나오면 가슴 한 곳이 답답하다. 우리 먹거리에 대한 위헙과 불안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하는지, 그리고 소를 키우는 농민들이 겪게 될 고통, 서민들은 계속 불안과 위험에 노출되는 현실이 마음 아프다. 정부 역시 보다 근본적인 대책을 세워야한다. 얼마지나면 금방 잊어버리겠지 하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국민의 건강과 생명권이 걸려있으므로 냉정하고 현실성이 있는 자세를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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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읽기의 달인, 호모 부커스 인문학 인생역전 프로젝트 5
이권우 지음 / 그린비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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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책읽기는 고통스럽다. 아이들이 더 잘 안다. 신체적으로 얼마나 뛰어놀기 좋은 나이인데, 앉아서 책을 읽으라고 하는가, 선생님도 부모도 그냥 책을 읽으라고만 한다. 막연히 훌륭한 사람이 되기 위해서란다. 요즘 아이들이 얼마나 영특한데, 이 말을 믿을 성 싶은가. 주위를 살펴봐도 책 좋아하는 사람은 가난하다. 오히려 책 보는 것보다 돈을 더 일찍 버는 것이 낫다고 생각할 지도 모른다.

기성세대들은 체계적으로 읽어오지 않았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책을 아이들에게 읽으라고만 했지, 왜 읽어야 하는지도, 어떻게 읽어야 하는지도 가르쳐주지 않았다. 기성세대들이 체계적으로 책을 읽어오지 않았기 때문이다. 그러면 지금이라도 책을 읽어야 할텐데, 습관이 안된 책 읽기가 어디 하루아침에 되겠는가, 자신이 하지 못한 책읽기를 아이들에게 강요하는 꼴 밖에 되지않는다.

우리 사회의 대표적인 '글쟁이'이자 '책읽기 전도사'이신 이권우씨는 이런 문제에 대해 진지한 성찰을 시작한다. 저자의 글속에 독서에 대한 열정이 묻어있는 만큼 책을 왜 읽어야하는지, 어떻게 읽어야하는지에 대해서도 진솔하게 고민하고 있다. 저자는 책을 단순히 읽는 수준에 머무르지 말고, 읽은 책을 직접 써보고, 나아가 토론해보는 적극적인 참여를 강조한다.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 

디지털 혁명의 시대에도 책은 읽어야 한다. 상상력을 익히고 키우기 위해서다. 그렇다면 상상력은 무엇인가. 바로 겪어보지 않아도 타인의 고통을 이해하고 공감하는 능력이다 (p84)

타자의 고통을 이해하는 상상력을 키워야 한다는 것이 우리시대에 책을 읽어야하는 대명제라고 보고 있다. 그러면 어떤 책들을 읽어야 할까? 진부하게 들릴지 모르겠지만, 고전을 읽으라고 한다. 그런데 고전 읽기가 권유해서 되는 것이 아니라고 한다. 늘 지적갈등에 허덕이고, 진지하게 성찰할 줄 아는 사람만이 고전에 다가설 수 있다고 한다. 고전은 정신적으로 한층 더 성숙하게 해주는 것이다.

고전은 한 시대 공동체 구성원들의 지적 화두를 치열하게 고민한 흔적이다.(p71)

책읽기와 글쓰기 방법론

그럼 책은 어떻게 읽을까? 저자는 속독에 반대한다. 천천히 읽기를 권유한다. 천천히 읽으며 깊이 읽고, 비슷한 주제에 관해 겹쳐 읽으라 한다.

읽기의 영토마저 속도주의자들에게 넘길 생각은 추호도 없다. 천천히 읽어야 분석이 되고, 게으르게 읽어야 상상이 되고, 느긋하게 읽어야 비판할 거리가 보이는 법이다 (p123)

과히 속독주의자에게 한방 먹이는 말이다. 최근의 히라노 게이치로의 [책을 읽는 방법]에서도 속독은 자기계발서에 불과하다고 평가절하한다. 속독의 대표적 방법인 우뇌 이미지를 이용하거나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독서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주체적 생각하고 비판적으로 바라보는 시각이 결여되어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개인적으로는 속독, 슬로이딩에 얽매이는 것보다, 꾸준한 독서를 통해 자기만의 독서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 머리속에 재미있고 관심이 있으면, 읽는 데 속도가 붙는다. 아무리 좋은 책이라도 자신과 맞지않으면 천천히 읽어도 졸음이 더 쏟아진다. 오히려 읽고자 하는 책을 내 손과 마음, 머리속에 익숙해지게 하고 친해지는 것이 먼저 아닐까.

책읽기는 고통스럽다. 읽을 책을 직접 써보는 것은 죽을 맛이다. 그래도 글은 자꾸 써봐야한다. 머리속에 정리되어야 글을 쓸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오히려 글을 쓰고 고치고 다듬어지는 과정에서 온전히 생각을 정리되는 경우가 많다. 한번에 완벽한 글은 나오지 않는다. 처음 쓴 글을 다시금 읽고 생각하며, 고쳐 쓰는 게 더 중요하다. 또한 쓴 글중 문맥에 어울리지 않고 불필요한 부분은 많이 버려야 하는 것도 잊지말아야 할 대목이다.

책읽는 습관이 먼저

다시 처음으로 돌아가보자. 우리가 하지 못한 책읽기, 글쓰기를 우리 아이들에게 어떻게 가르쳐줄까. 어른이나 아이들이나 책 읽는 습관이 먼저다. 책 조금 읽으면 어떻고, 글 잘 쓰지 못하면 어떤가. 책읽기가 고통스럽지 않고 재미있다는 것을 먼저 보여줘야 한다. 책 읽는 것도 재미있게 하고, 글 쓰는 것도 놀이로 하면 어떨까.

놀더라도 도서관에 놀면 좋은데, 아이들이 도서관에서 조그만 뛰기만 해도 바로 경비아저씨가 튀어나온다. 자녀교육을 그렇게 했냐고 부모에게 보내는 눈초리도 무섭다. 아이들이 뛰어놀며 책과 같이 할 수 있는 도서관이 없다면 아이들은 도서관에 가지 않을 것이고, 책과 멀리할 수 밖에 없다. 아이들이 책과 친해질 수 있는 어린이 도서관 설립이 필요하다.

독서의 필요성은 공감하면서도, 사회적인 관심이나 제반요건은 빈약하다. 교육환경도 바꿔져야 한다. 추천목록에만 의지하지 말고, 형식적인 독후감 쓰기로 아이들을 힘들게 해서는 안된다.  아이들이 책을 읽게끔 여유와 시간을 주고, 공간을 만들어 주어야 한다. 그리고 학부모, 선생님, 기성 어른들이 자발적으로 책을 읽고 글을 쓰고 토론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마지막으로 이권우씨의 [호모부커스]책속에 나와있는 책에 관한 삽화는 일품이다.책읽는 즐거움을 더해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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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강 속독법 - 성공하는 직장인을 위한 하루 10분 독서 전략 직장인을 위한 최강 시리즈 2
사이토 에이지 지음, 박선영 옮김 / 폴라북스(현대문학)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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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30분만에 책 한권을 독파하고 이해할 수 있다는 속독은 독서가에게 뿌리칠 수 없는 유혹이다. '혹시나'하면서 '역시나'로 끝날 줄 알면서 그냥 무시하지도 못한다. 그래서 이번 [최강속독법]을 통해 <속독>과 그 대치점의 <슬로리딩>을 비교해보고 더불어 개인적인 독서법을 정리하는 시간을 가져보았다. 다만, 비교 대상은 최근 발행된 히라노 게이치로의 슬로리딩[책을 읽는방법]이다.
 
[최강속독법]책은 기존의 속독법과 다른 면이 있다. 한주에도 몇 수십권의 책이 쏟아져 나오고, 책장에 읽어야 할 책들이 많은 상황에서 속독의 필요성을 저자는 강조한다. 그러나 무작정 빨리 읽어야한다는 점에는 반대하는 것 같다. 
 
양서(良書) 선별법
 
모든 것을 다 읽을 수 없다면 자신에게 필요한 책을 선별하는 것이 먼저다. 읽어야 할 책과 읽지 말아야 할 책을 구분한 것도 중요하다. 선별요령은 이 책에는 나와있지는 않지만, 개인적으로는 저자, 출판사, 책표지, 머리말등을 참조한다. 특히 책의 윤곽과 핵심을 잡아주는 데는 독서평론가나 기자들의 안목이 돋보이는 각 신문의 북섹션과 인터넷상 리뷰도 필히 참조한다. 물론 전적인 판단은 자신에게 달려있다. 서점이나 도서관을 방문해 책자체를 한번 확인하는 것도 필요하다. 좋은 내용이면서도 편집이나 책 크기가 별로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속독법
 
속독의 본질이 저자의 생각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한다. 이 책에서 말하는 속독의 요지는 <스키밍기법>과 <3단계 독서법>이다. 특별한 것은 없다. 짧은 시간내에 읽고자 하는 책의 개요를 파악하는 것이 <스키밍기법>이고, 이렇게 파악된 책을 아주 빠르게 읽어나가는 것이다. 스키밍을 통한 윤곽이나 핵심을 잡고 아주 빠르게 읽고 두번째는 이해를 위한 독서를 한다. 속독과 음독을 병행한다. 세번째는 필요한 부분의 정독과 숙독을 통해 학습과정이 <3단계독서법>이다. 
 
책에는 속독에 관한 이론소개가 많지만, 기존에 알려진 방법론이고 설명이 빈약해 대부분 큰 도움을 받지는 못했다. 다만 눈여겨 볼 만한 것이라면, <트레이싱>과 <도요타간판방식>이다. 관심이 있는 책을 사고 놓고도 바로 읽지 않으면 책장에 그대로 보관하는 것이 다반사다. 그래서 일단 구입한 책은 빠르게라도 일독해서 다른 책과 연결고리를 만들어 놓아야한다는 것이다. 이러한 흔적만들기가 <트레이싱>인데, 그렇게 해놓야만 다음에 참조할 수 있고, 다시 읽을 기회를 가지기 때문이다. <도요타간판방식>은 목표와 시간을 설정해놓고 책을 읽으라는 것이다. 인터넷상 동호회나 리뷰어클럽에 가입해서 정해진 기한내에 책을 읽고 서평을 써보는 것도 그 방법이라 할 수 있다.
 
슬로리딩
 
이러한 속독에 대해 비판적인 시각도 있다. [책을 읽는 방법]에서는 속독법을 자기계발서로 평가절하한다. 이성을 배제한 감성과 무의식을 바탕으로 한 독서는 한낱 허상에 불과하다고 본다. 독서의 목적인 주체적으로 생각하는 힘을 기를 수 없을 뿐만아니라 속독은 비평성을 상실했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슬로리딩>만이 올바른 독서법라고 주장한다. 일반적으로 속독이 우뇌의 이미지를 활용한 '시독'을 권한다면, 슬로리딩은 '묵독'을 주장한다. '묵독'보다 더 느린 '음독'은 생각하기를 방해할 수 있다는 이유로 반대한다.
 
그 밖에 슬로리딩의 방법론은 어떤 것이 있을까, 좀 더 살펴보자. 책을 읽을 때 개념파악을 위해 <사전찾아보기>, 작가의 의도를 파악하며 <'왜'라는 의문갖기> 책을 읽으면서 <조동사, 조사, 접속사>를 유의해서 읽기, <밑줄, 표시하기>, <같은 종류의 책을 찾아읽기> 나중에 시간을 내어 <다시 읽기>등이다.
 
나만의 독서법을 찾아
 
<속독>과 <슬로리딩>에 관한 책을 보면서, 일장일단이 있음을 알 수 있다. 나만의 독서법을 찾는 방법은 꾸준한 독서를 통해 체득될 수 있다. 때로는 속독을, 때로는 슬로리딩이 필요한 경우가 있을 것이다. 속독은 너무 느러지게 읽는 것을 방지해주는 반면에, 너무 조급하고 부담을 갖지 않도록 슬로리딩을 병행하면 어떨까.
 
개인적으로 나는 책을 천천히 읽는 편이다. 목차도 천천히 읽고, 저자의 서문이나 옮긴이의 말도 꼼꼼히 살펴본다. 처음에는 오히려 그 책에 대해 머리속에 어느정도 숙성이 될때까지 천천히 읽는다. 그러다가 숙성단계를 지나면 재미와 흥미가 붙어 속독하지 말라고 해도 속독을 하게된다. 어떤 부분은 내 상상력과 맞아떨어져 건너뛰기도 한다.
 
더 중요한 것은 책을 읽고 생각하는 것이다. 읽은 것을 바탕으로 요리조리 잔머리를 굴려본다. 다시 전체적으로 꿰어 맞추어보는 것이다. 그 재미가 솔솔하다. 새로운 아이디어도 나오는 경우도 더러 있다. 또한 읽고도 모르는 부분이 있으면 그 범위를 정해 시간에 구애됨이 없이 매일 조금씩 읽어나간다. 알때까지. 덧붙여 메모와 표시도 병행한다. 참조할 책이나 다시 읽을 때 한눈에 알아 볼 수 있도록 적어두는 것이다.
 
굳이 속독과 슬로리딩을 정해놓고 읽을 필요가 있는지 의문이다. 상황에 맞게 속독과 슬로리딩의 순기능을 적용하면 된다. 다만 이번에는 책을 읽는 것에 한정해 보았지만, 어찌보면 읽은 책을 써보는 것이나 머리속에 오래남을 수 있도록 기억력 증진이 더 중요할 수 있다. 독서가 읽는 것에 머물지 않고, 세상을 비판적으로 바라볼 수 있는 눈을 키우고, 알고 있는 지식을 활용할 수 있는 생산성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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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의 기술 - 정신과 전문의 하지현 박사의
하지현 지음 / 미루나무 / 2007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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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통 불감증 사회

'소통'의 부재는 사회 곳곳에서 감지되고 있다.  집안에서도 과외니 방과학습으로 지쳐버린 아이들은 부모와 대화하길 꺼린다. 직장에서도 서로 견제하고 경쟁에 치중한 나머지 원할한 업무 협조가 이루어지지 않는다. 국가 경영과 집행과정에서도 국민의 여론 수렴을 등한시하는 것도 마찬가지다. 일방적 통행방식이다보니, 반발과 갈등이 잠재하고 있다.

정신과의사인 하지현씨는 한국인에게 자주 등장하는 <자존심>,<체면>,<우리>라는 정서에 대해 주목한다. 한국인 속성상 소통에 방해되는 유전인자라도 있는 것일까. 그에 대한 이해를 통해, 보다 우리 실정에 근접한 소통의 원칙을 살펴본다.  접근하는 방법은 매우 흥미로운 게 사실이지만 전반적으로는 기존에 우리가 알고 있는 지식수준을 넘어서지는 못하는 것 같다.( 우리가 행동을 못했을 뿐 )

한국인의 소통방해요소

소통은 감정(편도)과 이성(해마)의 적절한 상호작용속에 이루어진다고 한다.  그런데  감정이 보내는 신호를 이성적으로 순화시키지 못하면 문제가 생긴다. 감정 자체는 자신의 내면을 깨달고 적절한 행동을 하라는 단순한 신호인데도, 가치의 기준으로 좋은 감정은 훌륭하고, 나쁜 감정은 배척하는 이분적 사고에 얽매이고 있다는 것이다.

그러다보니, 자신이 감정을 드러냈을때 상대방이 어떤 말을 할지, 어떻게 반응할지 두려워하게 된다. 자신의 감정을 표현하지 못하고, 억제하고 만다. 즉 정말 두려운 것은  상대방이 보일 감정적 반응을 자신이 헤쳐나갈 수 있을까 하는 자신감 부족이고, 혹 다칠 줄 모르는 자신을 보호하려는 것, 자존심 문제로 연결된다.

특히나 아직도 우리나라와 같이 유교적 가치관이 만연하고, 남녀에 대한 고정관념이 가득찬 사회에서는 자신의 감정을 제대로 솔직하게 표현하는 것 자체가 인색할 수 밖에 없다.

교육적인 풍토 역시 사람간의 관계에 대한 소프트기술을 무시하고, 아카데미적인 이성위주의 교육방식이다. 이런 환경에서는 자신의 의견이나 감정을 표현하는데 어색하고 오해로 인한 상처를 주기 마련이다.

그럼 저자의 해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몇가지 소통원칙을 내놓는다. ▶드러내지 말고 체면을 세워줘라.  ▶줄때는 가장 아까운 것을 확실하게 줘라. ▶도와주면서도 보이지 않게 티를 내지 말아야 한다고 충고한다. ▶진심으로 귀기울려 경청하고, 솔직한 모습으로 대하라고 한다.

"진정한 설득은 나도 설득하려는 욕구를 버리고 , 상대방도 설복 당했다는 기분이 들지 않은 설득을 말하고, 설득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졌다면 나는 이제부터 그들에 대한 책임을 져야 한다. 이제 소통의 시작일 뿐이다" (p177,181)

우리는 가끔 가까운 사람으로부터 서운한 감정과 배신을 느끼는 경우도 있다. 알아서 해주리라는 막연한 '이심전심' 기대가 무너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그 단계에서 머무르면 인간관계가 어색해지고, 소통은 더욱 어려워진다. 

이제는 자신의 감정을 정확히 해석하고 자신의 느낌을 분명히 밝히고 표현해야 한다. 또한 상대방의 감정은 전적으로 상대방의 것임을 분명히 인식하면서 상대방이 감정과 욕구를 스스로 책임지고 조절할 수 있는 기회를 주는 것이 진정한 소통이 이르게 되는 것이 아닌지 조심스럽게 생각해 본다.

마지막으로, 이 책에는 [Let's think about it]코너에는 소통에 관련된 국내외 신문내용이 발췌되어 있고(여섯군데), [Check it]코너에는 자신의 소통지수를 확인할 수 있는 자료가 있으며(다섯군데), [소통지수 Up]코너에는 책을 읽다가 중요사항이나 현실적으로 적용할 수 있는 실천적 방법론이 메모형식으로 총 25종이 나와 있어 필요할때 마다 활용할 가치가 있다. (단 앞에 목차에는 표시가 되어있지 않아 불편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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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 인물로 보는 남북현대사
역사비평 편집위원회 엮음 / 역사비평사 / 2008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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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전에 남북간의 월드컵 최종 예선이  상해에서 열렸다. 비싼 입장료로 텅빈 관중석만큼, 지금의 남북관계 역시 싸늘하다. 어쩌면 36년간의 일제 강점기도 모자라, 분단 60년을 넘어 각자 외면한 채 살고 있는지도 모른다. 서로 인정하지 못하고 갈등양상은 계속 진행중이다.

이러한 때에 출간 된 [ 남과 북을 만든 라이벌 ]은 의미심장하다. 8개 분야별로 해방공간속에서 남과 북을 선택한 인물들을 다루고 있기 때문이다. 집필진도 전문적 지식을 가진 필자들이다. 내용에 따라 다소 전문적이고 어려운 부분도 있지만, 분석력도 돋보인다. 
 
그동안 인물한국사는 이이화선생님이 줄곧 개척한 분야였다. 한길사에서 발행한 다섯권의 책이 그것이다. 다만 현대사 부분이 미진했었는데, 이번 책이 보충해주리라 본다. '인물로 보는 남북현대사'라는 부제처럼 해방공간속의 역사상 인물들을 비교해보는 점은 북한체제나 전쟁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은 우리 세대나 후세대에게 의미있는 일이다. 

다만 때로는 혼란했던 시기에 남과 북을 선택한 두 사람을 비교하는 것은 피상적인 수준에 그칠 수도 있다. 아무리 정교하게 비교한다고 해도 각각의 삶을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는 없다. 그동안 북한인물을 다루는 것이 금기시 되어왔고, 자료부족으로 그들의 심리와 행동의 원인을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았기 때문이다.

이념만으로 택한 것이 아니다

이념적 대립양상이 심각한 상황에서 북한을 택한 인물들이 모두 이념을 택한 것이 아니라는 점이 주목된다. 특히 과학분야의 이태규와 리승기는 황무지와 같은 조국의 과학분야에서 기초과학의 뿌리를 내리려했지만, 실패하고 이태규는 미국으로, 리승기는 북을 선택한다. 이념보다 오직 과학발전을 위한 선택했다는 것이다. 무용분야의 최승희역시 일본 스승 이시이 바쿠로부터 근대 무용을 전수받고, 이념이 아닌 춤을 위해 북한을 선택한다. 

또한 염상섭과 한설야로 대표되는 문학분야는 다른 어떤 분야보다도 이념적 대결이 심각했다. 그러나 염상섭은 북의 민주기지론을 비판하면서도 남의 분단 촉구에 반대했다. 한설야는 북쪽에 있으면서도 계급주의에 치우치지 않고 민족문제에 앞장섰다. 특히 그동안 읽지못했던 이들의 많은 작품들이 소개되어 있어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언어분야의 최현배와 김두봉은 모두 주시경의 제자로 분단 조국에서도 언어의 동질성을 크게 훼손되지 않도록 노력한 인물들이다. 한글가로풀어쓰기를 주창했지만, 그들의 말년은 그렇게 행복한 것은 아니었다. 최현배는 서울대학파에 밀리고, 김두봉은 김일성파에 의해 숙청된다.

김일성이 박정희의 복권과 남한 발전 토대를 제공했다

반면에 정치분야의 박정희와 김일성은 '만주'라는 체험 공간을 통해서 각각 최고의 지도자에 오른 인물이다. 그러나 결과적으로 한쪽은 경제성장을, 다른 한쪽은 빈곤의 길을 걷고 있다. 왜 그랬을까? 박정희는 좌익에서 반공으로 변신을 거듭하며, 세계정세에도 잘 적응한 반면에 김일성은 6.25전쟁으로 박정희의 복권과 남한 발전의 토대를 제공한 셈이 되었고, 중국과 소련의 갈등사이에 폐쇄적 자주노선과 유일독재체제로 이행으로 북한 근대화에 실패했다.

역사분야의 이병도와 김석형은 실증사학과 주체사학으로 대변된다. 하지만 일제의 철저한 청산없이 일정부분 수용한 측면이나, 김일성의 주체사상에 의해 역사를 왜곡한 측면은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국가 근간을 다룬 헌법및 법제정 분야에서의 최용달은 자신의 소신에 의해 북에 투신했지만, 유진오는 나약한 지식인을 보는 것 같았다. 영화부분에서는 전설의 문예봉이 친일, 친북활동 이야기도 다루어지고 있다.

지구상 유일상 분단국가, 남과 북은 통일된 조국을 가질 수 있는 기회를 놓치고 , 한 민족간에 씻을 수 없는 전쟁도 했다. 그 혼란한 격동의 시대에 그들은 나름의 방식대로 남과 북을 선택했다. 그 선택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도덕적 윤리적 책임감이 따르기 때문에 쉽게 내릴 수도 없다. 다만 이번 책을 통해 그들 선택이 이념만이 아니라는 점과 이제는 남과 북을 모두 이해할 수 있는 폭넓은 시각이 절실히 필요하다는 점이다. 각자의 분야에서 좀 더 많은 인물들을 발굴하고, 남북을 이해할 수 있는 작업을 지금부터라도 시작해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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