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터슨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4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정은귀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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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서가 참 다르다는 생각을 하며 읽었다. 다분히 실험적인 시들이어서 아주 꼼꼼히 읽지 않으면 이해하고 느끼기가 쉽지 않다. 개인적으로는 상당히 어려웠다. 어둡고 적나라한 시들이 많다. 사실주의의 엄중함을 인간애로 감싸안는 듯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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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민음사 세계시인선 리뉴얼판 53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 지음, 정은귀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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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터슨>이라는 영화를 보고 알게 된 시인이다. 

시와 친하지 않아서 많이 읽는 편은 아니다. 하지만 시만이 갖고 있는 정제미와 고요함이 그리워질 때가 있다. 

일부러 영시를 읽어보기로 했고, 그래서 선택한 것이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다. 
시인의 시는 무척 난해했다. 


1883년에 태어나 1900년대 전반기에 주로 활동한 미국 시인의 시는 문화적으로, 시간적으로, 정서적으로, 언어적으로 너무 거리가 멀어서 시의 본질적 난해함을 더 가중시키는 것 같다. 
어쩌면 애초에 그의 시들을 완전히 이해하는 일은 포기해야 하는지도 모르겠다. 


난독증이 있는 사람이 글에 대해 더 많이 고민하고 그래서 행간의 의미를 발견하게 되어-역설적으로-글에 대한 더 깊은 이해에 도달할 수 있는 것처럼, 외국 시를 읽는 일도 이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다.  
나의 모국어가 아닌 언어로 된 시를 이해하기 위해 더 많이 생각하고 더 열심히 추측했다. 
그래서 시인의 세계 속으로 더 깊이 들어간 느낌이 든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패터슨>의 주인공처럼 미국의 소도시에서 중하층의 사람들과 어울려 살며 시를 썼던 것 같다. 
그는 낮은 곳에 있는 이들, 이민자들, 여자들, 아이들에 시선을 주었고,사회의 부조리함을 고발했다.
그는 시인이기에 앞서 정직했고 의로운 사람이었던 것 같다.
나는 좋은 사람이 좋은 시인이 된다고 믿는다.  
그리고 좋은 시를 읽는 것이 좋은 사람이 되는 것을 돕는다고 믿는다. 


그는 다분히 실험적인 시인이기도 했는데, 그의 시에 대해 이미지즘 혹은 입체파적이라는 설명을 하는 것 같다. 
전문가가 아니기 때문에 여기에 대해서는 전혀 할 말이 없지만, 그의 시는 소리 내어 읽으면서 동시에 눈으로 시의 형태를 봐야한다는 생각은 들었다.  
 

윌리엄스처럼 행과 연의 배치나 단어 선택, 이미지 같은 것들을 놓고 다양한 실험을 한 경우, 그의 시들을 다른 언어로 번역하는 일은 거의 불가능에 가깝지 않을까 싶다. 
한글은 영어와 어순이 다르고 음색도 다르고 개념화도 다르니 원 작품이 갖고 있는 운율과 소리와 이미지를 한글로 옮겨 놓을 방법이 없다. 
영한대역으로 시를 읽을 수 있게 한 이 시리즈는 번역 불가능한 이 지점을 배려한 것이라고 짐작된다. 


시를 오래 붙잡고 꼼꼼히 읽은 덕분에 시인의 머릿속을 들어갔다 나온 느낌이다.
내가 모르는 세계를 더듬거리며 살피고 다녔다. 
시인의 정서와 생각이 어떻구나, 짐작은 하겠다. 
정서적으로 그의 시를 좋아한다고 자신하기는 어렵지만, 그가 하려는 말을 진심으로 귀 기울여 들었고 그의 가치관이 귀중하다고 느꼈다. 


- 이 시집에는 장단점이 있는데, 단점을 먼저 지적하자면:

시를 읽으며 번역 오류들을 여러 군데서 발견했다.  
번역자께는 정말 죄송하나, 영시보다 번역시가 훨씬 어려웠다. 
시인이 워낙 문장과 단어를 “…비틀고… 건너뛰"기는 하지만 그래도 잘 읽으면 이해가 되었는데, 번역시는 문장이 완전히 해체되어 이해 불가한 부분들이 꽤 있었다. 


시에는 문외한이기 때문에 번역 자체를 평가할 수 있는 자격은 없다. 다만 너무 단순한 번역 실수들이 있어서 의아하고 놀랐다. 시 번역에서 오류는 산문 번역에서보다 더 치명적이기 때문이다.
다음 판에서는 전체적으로 손을 보면 좋을 것 같다. 내가 찾은 단순 오류들만 몇 개 적어본다.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 중에서:
p.157. white chickens - 하얀 병아리들 : 당연히 '하얀 닭들'로 번역해야 한다.
p.127. half-raised - 반쯤 자란 : 앞뒤 문맥을 봤을 때 '반쯤 고개를 든' 장미를 묘사하는 것이라고 생각된다. 
p.269. comforted - 편안하게 : 가난한 여인이 자두를 빨아 먹는 모습에서 나오는 표현인데, 자두가 여인에게 위로를 줬다는 의미다. 편안하다고 번역되려면 comfortable이 쓰여야 했다. 
p.287. daughter - 딸들 : 친구의 딸을 언급하는 부분으로, 한 명이 아닌 딸'들'로 번역된다면 친구 딸의 처지가 갖는 절실함이 전달될 수 없다. 
p.125-129 'The Rose'라는 시에 나오는 마지막 연 일부가 이 시집의 제목으로 사용되었는데,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는 'The fragility of the flower /unbruised /penetrates space'를 옮긴 것이다. 우선, 'space'는 '공간'의 뜻도 있지만 앞선 연에서 '은하수를 뚫고 들어간다'는 말이 있기 때문에 '우주'로 번역되는 편이 더 적절할 것으로 생각된다. 그리고 제목인 'The rose'를 '그 장미'로 번역할 이유가 없다. 이 시는 장미를 관념적으로 묘사하고 있지 특정 장미를 언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패터슨> 중에서:
p.31 stopped cold - 추위가 그쳤다 : 갑자기 멈췄다


그리고 우리나라의 시집에서도 종종 느끼는 점이지만, 시집 말미에 첨부되는 시 해설은 왠지 모르게 시보다 더 어렵다. 그래서 시의 세계가 더 멀어지는 느낌이다. <꽃의 연약함이 공간을 관통한다>도 마찬가지여서, 찰스 톰린슨의 시 해설도 무척 어려웠다. 그의 시 해설은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의 시 세계를 우리로부터 더 멀리 떼어 놓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좋은 시가 많은데 말이다. 톰린슨의 글이 원래 어려운 것인지 번역의 문제인지는 알 수 없지만, 번역이 원문의 난해함을 조금 친절하게 풀어주었더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있다. 


* 단점을 열거하는 일이 이 시집에 공을 들인 번역자와 편집자께 상처가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

책을 읽는 독자의 권리이자 의무 정도로 너그럽게 받아주시길 바랄 뿐이다.  



- 장점은 우리에게 낯선 시인을 소개했다는 사실 자체.

그리고 번역하기 힘든 실험적 시를 최대한 살려내려고 애쓴 노력 자체.

번역자의 번역이 없었다면 내 부족한 영어 실력으로는 시를 읽는 걸 중도에 포기했을 것이다. 

또한 번역자의 작가 설명이 매우 도움이 되었다. 

작가의 중요한 특징들, 이를 테면 그에게 있어서 '보는 행위'가 얼마나 중요한 것이었는지, 있는 그대로 사물을 보고 세상을 보는 자세를 그가 얼마나 중시했는지를 잘 지적해주셨다.

번역자에 다르면, '그는 그림을 그리는 화가의 눈처럼 시를 썼다.' 

윌리엄 칼로스 윌리엄스는 차분한 현실주의자였으며 일상적 삶을 시로 기록하는 것이 시의 중요한 본질이라고 생각했다는 것을 시를 읽어보면 알게 된다.  

번역자의 다음 말은 소아과 의사였던 시인을 가장 잘 설명해준다고 생각했다:

윌리엄스의 시를 사실적이라고 할 때, 시인의 눈은 다른 이들이 보는 것을 같이 보면서 다른 이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발견하는 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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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 가꾸는 사람의 열두 달 쏜살 문고
카렐 차페크 지음, 김선형 옮김 / 민음사 / 2021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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옛스러운 정서를 담은 책이다. 정원의 열두 달인데, 그림이나 사진 없이 오로지 글만으로 승부한다. 모르는 꽃 이름과 재담이 가득하다. 이 책만 놓고 보면 사랑스럽기만 하나 실은 매우 진지하고 사회참여적인 작가였다. 위협적 현실 속에서 일상이 얼마나 약하고 귀중한가를 생각하며 읽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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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법륜경 금구의말씀 2
활성 해설 감수.백도수 옮김 / 고요한소리 / 2023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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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전법륜경은 석가모니부처님깨서 깨달음을 얻으신 후 최초로 설하신 법문이다. 따라서 부처님 가르침의 가장 근본이자 원형이라고 하겠다. 이 책은 활성스님의 경 해설, 초전법륜경 전문, 원전 대역으로 구성되었다. 초전법륜경을 먼저 읽고, 활성스님의 경 해설을 읽으면 훨씬 이해가 쉬울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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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 영감 열린책들 세계문학 41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임희근 옮김 / 열린책들 / 200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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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리오영감>속에 등장하는 인물들은 특정 인간 유형에 대한 알레고리일 것이다. 1800년대 초의 파리에서도 인간들의 본성은 오늘날의 한국 사회와 유사하고, 고리오영감은 우리들의 일그러진 아버지다. 그의 어리석음으로 빚어지는 불행은 씁쓸하고 안타깝다. 발자크의 관찰력과 묘사력은 대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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