걱정 많아 걱정인 걱정 대장 호리 신나는 새싹 75
나고시 가오리 지음, 박현미 옮김 / 씨드북(주) / 2018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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걱정의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는 일에 대한 걱정이라는데...
알면서도 걱정 또 걱정
걱정했던 것보다 쉽게 해결이 되거나 내가 걱정하며 상상했던 일이 일어나지 않을 때 맥이 풀리고 헛웃음이 나오면서 "다행이다."라는 말이 나오는 경우가 있다.

예전에 어느 광고에서도 나온 '걱정인형'
한때 나의 별명이기도 했다.
하도 걱정을 많이 한다고 해서 붙여진 별명이였는데 책을 읽으면서 조금씩 상황에 대한 관점을 달리하면서 지금은 걱정을 덜하거나 걱정이 드는 순간 다른 일을 하면서 생각하지 않으려한다.

출간 전 표지 공모에서 처음 만난 「걱정 많아 걱정인 걱정 대장 호리」
몇 가지 표시 시안 중 내가 선택했던 표지로 책이 출간되니 더 정이 가고 어떤 이야기가 담겨있을지 궁금했다.

 


표지 속 친구는 올빼미일까? 부엉이일까?
아이와 시작된 질문....
정답은? 부엉이로 이름은 호리이다.
호리는 자기 마음에 드는 물건만 사용하고, 똑같은 일상을 보내면서도 하루 하루 즐겁게 지내고 있었다.
호리가 정성을 들이는 일 중 하나는 고슴도치 친구 바느리가 선물한 장미 화분에 물을 주는 것으로 장미가 꽃을 피우면 만나자 약속했기 때문이다.

 


그러던 어느 날 아침식사를 마친 후 빵빵해진 배를 문지르며 날개를 쭉 뻗는 상상을 하다 '쨍그랑!'
바느리가 준 장미 화분이 그만....

이 장면에서 아이도 소리를 치네요.
"어쩜 좋아... 호리 어떡해요..."
"그러게 어쩌지....○○라면 이런 일이 일어나면 어떨 것같니?"
저의 이 질문에 진지하게 고민을 하는 아이의 모습을 보며 점점 크고 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깨어진 화분만 생각하면서 걱정을 하는 호리는 이런 저런 방법으로 걱정과 불쾌한 기분을 없애려 노력하지만 잘 되지 않자 결국 소리를 지르면 밖으로 뛰쳐나가는데....

호리는 과연 불쾌한 기분을 없애고 다시 예전의 모습으로 돌아올 수 있을까요?

「걱정이 많아 걱정인 걱정대장 호리」는 걱정이 많아 불안하고 무섭다는 딸아이에게 읽어주고 싶은 책이라 선택하게 되었다.
일어나지 않을 일에 대해 걱정하고 혼자있으면 무섭다거나 자다깨서도 무서운 꿈을 꿨다고 옆에 꼭 붙어서 자다라는 아이에게 조금이나마 도움을 줄 수 있을까하는 마음에서....

아이의 눈높이에서, 아이의 마음에서의 '걱정'이나 '불안'이 무엇인지 이 책을 읽으며 자연스럽게 꺼내서 이야기하고 들을면서 걱정하거나 불안한 일이 꼭 나쁘게만 해결되는 것이 아님을 걱정대장 호리의 결말을 통해 보여줄 수 있었다.
그리고 불안할 때 아이가 어떻게 대처하는지도 들을 수 있어서 좋았다.

나 역시도 '걱정많은 엄마'이면서 내 아이만큼은 걱정앞에서도 담담하게 행동하고 지혜롭게 이겨내길 바라는 마음은 어쩔 수 없나보다.

「걱정이 많아 걱정인 걱정대장 호리」는 그림이 너무 이쁘고 이야기의 구성도 좋은 책이다.
실물이였다면 무서워했을 부엉이가 귀여운 모습으로 색감도 좋은 옷을 입고 있어서 아이가 좋아한 호리.
그림책을 통해 아이와 또 한번 소통의 시간을 가질 수 있어서 나에겐 감사한 책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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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 꽃님아 - 계절을 알려주는 꽃 동시집 아주 좋은 그림책 3
김종상 지음, 김란희 그림 / 아주좋은날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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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초등학생인 딸아이가 동시 숙제를 해야하는데 집에 동시집이 하나도 없음에 당황했던 적이 있네요.

학교에 다닐 때 '동시 쓰기 대회'도 하고 동시를 쓰고는 거기에 맞게 그림을 그리기도 했던 추억이 생각나면서 동시관련 도서를 아이와 함께 찾아봐야겠다는 생각을 하고 있던 중 이쁜 제목의 동시집을 만났네요.

계절을 알려주는 꽃 동시집 「안녕? 꽃님아」
제목이 참 이쁘죠?^^
"꽃님아"라니... 아이의 이름을 부르듯 친근함과 표지가 온통 꽃밭으로 보는 것만으로 행복하고 계절감도 느낄 수 있답니다.

 

 

 

 


단순한 그림으로 그려진 게 아닌 석판화로 꽃과 나무 등을 입체적으로 표현하고 있어 그냥 그려서 표현한 그림이 주는 느낌보다 좀 더 생동감이 느껴지더라구요.

봄에서 시작해서 겨울까지 계절별 꽃과 관련한 동시를 통해 사계절의 아름다움뿐 아니라 익숙한 꽃이름부터 잘 모르는 꽃이름까지 아이와 함께 알아가는 즐거움도 느낄 수 있었네요.

할미꽃

꼬부랑 고갯길에
호호백발 할미꽃

고갯길이 힘들어
꼬부라진 할미꽃


백일홍

다섯 달을 피면서도
백일이라 하네요

하얀 꽃도 있는데
붉다고만 하네요


짧은 운율로 표현된 동시라 아이들이 쉽게 읽을 수 있으면서 리듬감도 느낄 수 있어요.
딸아이는 소리를 내어 읽으면서 마음에 드는 부분에서는 "이 꽃동시 좋다."라며 자신의 감정을 솔직히 표현하는데 듣는 저도 기분이 좋더라구요.

동시는 어린이들만을 위한 것이라 여겼는데 이번 기회에 저의 그러한 생각이 틀리지 않았나 싶더라구요.
동시를 통해 어린 시절의 추억도 떠올리고 잊고 있던 동심도 자극이 되면서 아이와 함께 동시쓰기를 하며 아이의 눈에 비친 사물이나 꽃은 어떤 모습과 느낌인지 알 수 있었던 즐거운 시간이였네요.

어린이의 눈높이와 마음높이를 잊지 않고 그 감성을 가지고 글이나 그림으로 표현함이 쉽지 않음에도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이나 동시집을 읽을때면 작가님들의 작품 세계 속에 묻어있는 아이들의 위한 마음과 자신들이 꿈꾸는 세상을 느낄 수 있어서 좋은 것같아요.

「안녕? 꽃님아」를 통해 계절마다 피어나는 꽃과 나무의 아름다움과 그 속에 담긴 따뜻한 감성을 느껴보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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존스 할아버지의 낡은 여행 가방 - 인생을 바꿔 주는
앤디 앤드루스 지음, 강주헌 옮김 / 뜨인돌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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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들마다 인생을 살아감에 각자의 방식과 철학이 있다.
어디에 포인트를 두고 살아가느냐에 따라 삶의 방향도 달라지게 된다.
삶은 롤러코스터와 같아서 올라가면 내려오고 다시 올라감을 반복하는데 그 높이와 깊이의 차이는 개인에 따라 다를 것이다.


삶의 위기의 순간 누군가가 당신에게 다가와서 조언을 해준다면 당신은 어떻게 반응을 할 것인가요?

캐릭터가 독특한 할아버지를 만났다.
그를 기억하는 이들은 늘 한결같은 모습에 나이는 짐작조차하기 어려우며 반팔티셔츠에 반바지를 입고 낡은 여행 가방을 들고 다니는 '존스 할아버지'다.
사람들이 그를 '존스씨'라 부를 때면 그는 항상 '존스'라고 부르라고 말하며, 늘 패턴은 비슷하다.
위기의 순간을 겪고 있는 이의 곁으로 다가가 그들의 이름뿐 아니라 상황도 알고 있지만 그들은 존스에 대해 전혀 아는 것이 없다라는 거.
처음에는 경계태세를 취하면서 그를 대하던 이들도 그의 질문을 받고 답을 하며 이야기를 하는 동안 마음이 편안해짐을 느끼며 묘한 매력에 빠져들면서 어느 새 삶의 희망과 용기로 마음 속이 차오름을 느끼게 된다.

존스 할아버지, 그는 대체 누구일까?
세월이 흘러서 만나도 그 모습 그대로이며, 사교성과 언변은 어찌나 뛰어난지 이야기를 시작하게 되면 조금씩 그의 이야기에 빠져들어가는 내 모습을 보게 된다.

인생의 멘토같은 그이지만 자신은 그냥 평범한 사람에 불과하다 여기며, 그의 지론은 '관점을 바꾸면 인생이 달라진다.'이다.

"사람들이 위기를 벗어나지 못하는 것은
눈앞에 있는 것만 보기 때문이네. 주변을 넓게 보게!
제대로 숨 쉬고, 다시 삶을 시작할 수 있도록."


이 책은 한 남자가 어떠한 희망도 없이 절망감에 하루 하루를 버티며 살아가던 중 존스를 만나 새로운 삶을 살게 되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그의 이야기뿐 아니라 다른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우리에게 관점을 달리보면 삶이 달라짐을 알려주고 있다.

"사람들은 변화하는 데 오랜 시간이 걸린다고 생각하지. 하지만 그렇지 않네. 변화는 순간적으로 일어나는 거야. 즉각적이지! 변하겠다고 결심하는 데는 오랜 시간이 걸릴 수 있지만 변화는 순간적이네!"
- 181p

헨리에게 존스는 묻는다.
"갈매기 다섯 마리가 부두에 앉아 있네. 한 마리가 딴 데로 날아가겠다고 결심했네. 그럼 몇 마리가 부두에 남아 있겠나?"
"네 마리요."
"틀렸네. 아직 다섯 마리야. 날아가겠다고 결심한 것과, 실제로 날아간 것은 엄연히 다르니까..."

날개를 펄럭이며 하늘을 날아갈 때까지는 여전히 부두에 있는 것이기에 날아갈 생각을 하는 갈매기와 아닌 갈매기는 조금도 다르지 않다고 말하며, 앞으로 다르게 살아 보겠다고 생각하는 사람이나 그런 생각을 눈곱만큼도 하지 않는 사람이나 다를 바가 없다는 그의 이야기는 헨리에게뿐 아니라 내 자신에게도 큰 울림으로 다가왔다.

단지 누군가의 성공이야기나 삶의 변화에 대한 자선적인 이야기가 아닌 소설의 형식으로 이야기가 진행되기에 한 편 한 편을 읽어가는 재미와 존스 할아버지의 매력에 빠져듦과 동시에 그가 나를 만난다면 나에겐 어떠한 이야기를 해줄까 행복한 상상을 해 보기도 하였다.

관점을 달리해서 삶을 바라보고 대하는 것이 쉽지 않지만 나의 경우에는 생활감에 있어 '관점을 달리하여 보자.' 그리고 '상대의 입장에서 한 번쯤 생각해보자.'라는 입장이라 존스 할아버지의 말이 더 와닿았는지 모르겠다.

존스 할아버지와 떠나는 아주 특별한 관점 여행은 재미있었다.
존스 할아버지와의 문답식 대화를 통해 삶을 바라보며 생각하는 또 다른 방법을 배울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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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른다는 건 멋진 거야 보고 또 보는 과학 그림책
아나카 해리스 지음, 존 로 그림, 공민희 옮김 / 아름다운사람들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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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무도 아름답고 오로라가 내려앉은 듯한 느낌의 표지가 그려진 유아창작동화을 만났다.

아이와 엄마는 커다란 나무에 기대여 한 곳을 올려다보고 있는데 그건 '달'이였다.
단순한 그림책이라기보다 한 장면 한 장면이 작품같은 그림책이였다.

스티븐 핑커를 비롯한 세계적 과학자들이 추천한 과학 그림책
「모른다는 건 멋진거야」
보고 또 보는 과학책이라니 궁금하고 기대가 되었다.

일단 표지와 제목에서 이끌림을 느낄 수 있었기에 시작이 좋았다.
아이와 함께 이 책을 보며 먼저 하게된 말은 "그림이 참 좋다."였다.
울창한 숲속을 산책하는 엄마와 아이가 등장하는데 아이의 이름은 에바란다.
에바는 달을 찾아보는 걸 무척 좋아한단다.

 


이야기의 시작은 엄마가 에바에게
"왜 달이 우리를 따라다니는 걸까?"
라는 질문에 에바가 고민을 하지만 답을 찾을 수 없자 엄마가 에바에게 말한다.
"잘 모르겠다고 해도 괜찮단다."
뒤이어 나오는 엄마의 말이 내 마음에 쿵하고 와 닿았다.
"무언가를 잘 모르면, 그때가 바로 궁금해할 기회야."

보통 아이들에게 질문을 했을 때 모르면서도 엉뚱한 말을 하며 자신이 모른다고 말을 하지 않거나 대답하기 귀찮아 "몰라요."라고 말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 그림책에서 이야기하는 모른다는 것을 모른다고 말할 줄 아는 건 진정한 용기이자 찾아보려는 탐구심, 새로운 지식을 알아가는 즐거움을 느낄 수 있는 말이 아닐까?

모르면서도 모른다고 말하지 않고 아는 척을 함으로써 앎을 기회도 놓치고 신뢰도 잃게 되는 경우가 있다.
부모들 역시도 아이의 질문에 모르는 경우 "그것도 몰라."라고 말하기 보다는 "모르겠는데 우리같이 찾아볼까?"라며 솔직하게 말하고, 아이와 함께 탐구해가는 과정에서 아이가 하는 말에 귀를 기울리고 독특한 생각에는 칭찬을 해주는 자세가 필요한 것같다.

그러면서 에바의 엄마는 내가 배워야할 엄마의 모습이 아닐까하는 생각이 들게 했다.

 

 


달을 시작으로 중력, 세상에 존재하는 모래알의 수, 주기 등 모르는 것이 많고 궁금한 것이 많은 에바와 그런 에바곁에서 함께 도란도란 이야기를 받아주며, "모른다는 거, 꽤 멋지지?"라고 말하는 엄마의 모습은 세상 누구보다 행복하고 즐거워보였다.

"엄마도 잘 모르겠어. 그 원리를 정확히 아는 사람이 아직 없거든.
아무도 답을 모르는 무엇을 우리는 불가사의라 불러.
불가사의는 모두가 함께 궁리할 수 있는 무언가란다."
중력이 어디서 왔느냐라고 묻는 에바에게 엄마가 해 준 솔직한 대답과 설명은 내가 아이를 대하는 모습을 뒤돌아보게 하였다.

유아그림책이라지만 이 책을 통해 아이에게 모르는 걸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할 줄 아는 건 용기있는 일이며 결코 부끄러운 것이 아님을 말해줄 수 있었고 일상속에서 자연스럽게 과학에 접근해나가는 두 모녀의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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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어타운 베어타운 3부작 1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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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빛인지 눈의 결정체인지 알 수 없는 반짝이는 밤하늘이 참 아름답다.
그 밤하늘 아래 설원이 펼쳐지고 작은 마을인 듯 나무들과 집들이 그려져 있는 그림 속에 숨은 그림 찾기를 하듯 '하키'와 관련된 그림이 있는 표지가 마음에 들었다.
평온하기만 할 것같은 작은 마을 '베어타운'
책장을 열어 읽기 전까지는 그 속에 드리워진 어둠을 알지 못했다.

삼월 말의 어느 날 야밤에 한 십대 청소년이 쌍발 산탄총을 들고 숲속으로 들어가 누군가의 이마에 대고 방아쇠를 당겼다.

「오베라는 남자」와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 달랬어요」등으로 우리에게 익히 알려진 작가 프레드릭 배크만의 신작 「베어타운」의 첫장이다.
늘 우리에게 웃음과 따뜻한 감동을 주는 그였기에 "시작부터 뭐지? 미스터리 소설인가?"라는 섣부른 판단을 하였다.
하지만 모든 소설은 끝까지 읽어봐야 하는 법...

'하키'라는 스포츠, 그것이 시작이였다.
작은 마을인 '베어타운'은 하키가 전부였다.
점점 쇠락해가는 마을의 유일한 희망은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의 승리.
과정보다는 결과, 구단이 원하는 것은 승리 뿐이였고 그것을 위해서는 코치 교체도 서슴치 않는데...
이는 어디서 많이 본 장면이다. 경기에 패하는 경우에는 감독의 경질도 서슴치 않는 스포츠계의 모습이기도 했다.

우리도 한때 스포츠에 온 국민이 열광한 적이 있었다.
2002년 월드컵, 온 국민이 붉은 물결을 이루며 '꿈은 이루어진다.'라고 외치고 하나같이 승리를 외쳤던 그때의 함성과 장면을 떠올리면 아직도 가슴벅차고 떨린다.
스포츠는 그런 것이다. 흩어져있던 마음을 모으기도 하고 찰나의 순간을 위해 온 국민들이 두 손 꼭 모으고 간절히 응원하며 울고 웃는....

하지만 그 이면에는 살아남는자와 살아남지 못하는자, 승자와 패자만이 존재할 뿐 중간은 없다.
실력을 인정받고 부각이 되면 스타덤에 올라서 부유한 생활을 하고 그렇지 못한 경우 이름조차 모르고 묻히게 되는 것.

하키는 반복의 보상이 따르는 종목이다. 골수에 새겨진 본능적인 반응이 될 때까지 똑같은 훈련, 똑같은 동작을 반복한다. (중략) 빙판 위에서는 방향과 생각을 누구보다 빨리 변경할 수 있는 능력에 따라 최고의 선수와 그 나머지라 분리된다.
- 56p

페테르는 묻는다.
"그럼 우리가 그 아이들한테 바라는 게 뭘까요? 그 스포츠가 우리에게 줄 수 있는 게 뭘까요? 거기에 평생을 바쳐서 얻을 수 있는 게 기껏해야 뭘까요? 찰나의 순간들....몇 번의 승리, 우리가 실제보다 더 위대해 보이는 몇 초의 시간, 우리가 불멸의 존재가 된 것처럼 상상할 수 있는 몇 번의 기회....그리고 그건 거짓말이에요. 사실 중요한 건 그게 아니에요."

정적을 깨고 라오나는 말한다.
"스포츠가 우리에게 주는 건 찰나의 순간들뿐이지. 하지만 페테르, 그런 순간들이 없으면 인생이 도대체 무슨 의미가 있겠나?"

과정보다는 오로지 결과 즉 승리만을 강조하는 구단, 하지만 강적을 상대로 싸워야하는 하키 청소년팀을 생각하면 고뇌가 많은 페테르, 하키가 주는 의미가 무엇일까? 더 나아가 스포츠를 통해 얻을 수 있는 것이 무엇일까?에 대한 답은 승리만이 아닌 인생의 즐거움이 아니겠는가?
사실 나는 이때까지만 해도 뒤에 일어날 사건을 예상하지 못했다.

베어타운에는 청소년 아이스하키팀이 있다. 팀의 에이스이자 천재적인 자질을 가진 케빈을 중심으로 아이들은 구단과 마을 사람들의 염원대로 승리만을 위해 노력하고 강자를 상대로 치룬 경기에서 예상치 못한 승리를 하면서 마을은 축제분위기로 아이들도 축하 파티를 가진다.
하지만 이 축하 파티장소에서 베어타운 하키단 단장인 페테르의 딸 마야가 케빈에게 성폭행을 당하는 일이 일어나고 이 일은 한 아이의 인생뿐 아니라 하키만을 위해서라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는 베어타운에 위기를 가져오는데...

그들은 죽을 때까지 자책에서 벗어날 수 없을 것이다.
"당신 잘못이 아니야. 페테르, 하키 때문이 아니야. 사람들이 뭐라고 하더라....'한 아이를 키우려면 온 마을이 필요하다'고 하던가?"
그녀는 속삭인다.
"어쩌면 그게 문제일지 몰라. 우리가 마을을 잘못 고른 걸지 몰라."
그가 대답한다.

정말 그들은 삶의 터전이라 여기며 온 베어타운이라는 공동체를 잘못 선택한 것일까?
마을의 명성을 위해서라면 물불 안가리며 숨기기에 급급하고 옳은 일이 아닌 줄 알면서도 잘못된 선택에 동조하는 공동체라는 이름하에 이루어지는 범죄행위와도 같은 일들...
이 문제는 비단 베어타운에서만이 아닌 우리 사회의 어딘가에서 일어나는 일이기도 하다는 생각에 씁쓸함이 들었다.

상당한 두께의 소설이였음에도 프레드릭 배크만의 특유의 스토리 전개 방식 덕분인지 "언제 이 책을 다 읽지?"에서 시작한 것이 "벌써 끝났네"라고 말할 정도로 중반을 넘어서면서 몰입하며 읽어나갔다.

사건 이후에 전개되는 스토리에서는 분노하기도 하고 인간의 본성에 대해 생각해보게 했다.
그리고 프레드릭 배크만 특유의 문체와 명대사들 덕분에 빠른 속도로 읽어나갔으며, 소설이 끝났음에도 여운이 오래갔다.
이 소설은 나에게 「오베라는 남자」이후 좋아하게 될 또 하나의 작품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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