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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
이진이 지음 / 위즈덤하우스 / 2018년 11월
평점 :
오랫동안 기다려온 작가가 있다.
나의 20대를 함께 해 온 <하루 다이어리>의 작가 이진이 작가님.
그녀의 출간작 중 <하루 일기>는 20대였던 나에게 많은 공감과 위로가 되었다.
세월의 흔적이 여실히 드러나는 그녀의 책은 나의 책장 한켠에 자리잡은 상태로 색바램만이 있을 뿐 책 속의 이야기는 40대의 두 아이가 된 지금도 나의 마음에 작은 울림을 준다.
2006년에 출시된 하루 다이어리를 통해 1년내 캐릭터와 함께 하루 하루를 같이 하면서 지내던 중 다이어리와 책의 출간 소식이 사라지면서 궁금함과 기다림의 시간을 보내게 되었다.
그런 기다림의 시간이 있었기에 지금 곁에 있는 이진이작가님의 신작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는 반가움과 함께 감사함마저 들었다.
잘 지내주셔서, 작가님의 작품을 기다리는 독자를 잊지 않아주셔서....
이번에 출간된 이 작품에서는 나를 지키며 행복하게 사는 법을 이야기하고 있다.
'세상의 중심의 나'
어느 덧 하나의 트렌드가 된 이 말과 관련하여 자신을 위하는 법, 남들의 눈치를 보지 않고 살아가는 법, 나 자신을 사랑하는 법 등과 관련한 서적들이 수도 없이 쏟아져 나오는 요즘의 책들을 읽어보면 이렇게 사는 것이 좋으니 해보라식의 이야기들이 많다.
하지만 이 책은 "이래야 해, 저래야 해, 잘해야 해"가 아닌 그냥 나답게 인정하며 살면 되지 않을까라고 우리에게 물음을 던지며, 이전과 달리 그녀 자신도 조금씩 남에게 행복해 보이기 위한 삶이 아닌 자신이 행복한 삶을 살기 노력하는 모습을 담고 있었다.
늘 옷 속에 감추기만 하고 드러내기를 꺼렸던 어릴 적 화상 자국을 이제는 숨기지 않고 그대로 내 보이기도 하고, 사람들과의 관계 맺음에 있어서도 늘 실수함은 없는지 걱정하거나 연락을 했는데 답이 없는 걸까라는 초조한 기다림 등의 노력으로 이어진 관계를 억지로 끌고 가고 있는 것은 아닐까하는 물음을 통해 조금씩 끊어나가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었다.
책 속에 담긴 그녀의 생각에서 나는 많은 부분이 공감되고 때로는 내 이야기가 아닌가하는 착각을 일으키도 하는 순간이 있었다.
나보다는 남을 더 신경썼으며, 관계에 있어서도 노력이 없었다면 끊어질 관계를 억지로 끌고 오고 있었음에도 인지하지 못하고 힘들어 했다.
때로는 누군가 알려주기를 바랬다.
"그렇게 하지 않고 살아도 괜찮다. 지금도 충분히 잘하고 있다고...."
그저 상황에 따라 나를 고치려고 만했다. 나를 아는 것이 먼저이고 중요한 순서였음에도...
내가 나를 판단하기 전에 세상이 나를 먼저 판단하고
내가 내 길을 정하기 전에 세상이 내 길을 정해놓았다.
그 누구도,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싶은지 물어봐주지 않았다.
# 정해진 내 삶이 무서웠다 중에서
지금 나이에
갇혀 살 필요는 없지만
젊은 시절의 나에게도
갇혀 살 필요는 없다.
나의 베스트는 오늘이기에....
# 내 나이 받아들이기 중에서
<미안하지만, 오늘은 내 인생이 먼저예요>의 책 표지 속 문구인 '다 그렇게 산다는 말로부터 나를 지킬 수 있기를'는 첫 장을 넘기기 전부터 힘이 되고 "누구나 다 그래."라는 말의 굴레 속에 나를 가두어 상황을 합리화하며 받아들이지 않아도 괜찮은 것 아닐까라는 생각을 하게 했다.
다혈질적인 성격과 다소 소심하고 예민하고 성격의 소유자라고 자신을 소개하는 작가의 프로필과 작품 속에 묻어내고 있는 그동안의 삶의 흔적과 드러내기 쉽지 않았을 어릴 적 상처와 가정사에 대해서도 담담하게 풀어내면서 조금씩 자신을 지키면서 행복해지는 방법을 찾아나가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그리고 오래도록 작가가 그려내는 작품 속 캐릭터를 볼 수 있길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