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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완전한 경이로움
안드레아 데 카를로 지음, 정란기 옮김 / 본북스 / 2018년 9월
평점 :
록음악계뿐 아니라 문화 전반에는 그리 현명한 사람들이 없었다. 이 세계의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생활 습관과 근본적으로 유치한 대중들과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그리고 거래를 위한 미성숙한 태도와 언어 때문에 신중한 사고방식이 부족했다는 것이다. (38p)
록음악계에서는 좀 잘해 보려는 사람들을 공공연히 혐오하거나 미심쩍은 눈초리로 지켜보곤 하기에 삼류소설이 아닌 다른 책을 읽는 경우 잘난척한다라고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고 닉은 말한다.
고상하고 지적인 어머니로 인해 어린 시절 제대로 된 보살핌이나 사랑을 받지 못한 닉 크뤽생크.
결핍된 환경에 살아왔던 그는 록밴드의 멤버로 현실을살아오면서 사회적인 편견과 혐오에 가까운 눈초리로 받으며, 모순이 가득한 삶을 살고 있다.
정면으로 부딪히며 이겨내기보다는 돌아가는 방법이나 회피의 방법을 선택한 그의 모습을 작품 속에서 많이 볼 수 있다.
무슨 일이 일어나든 숙명이라 여기고, 예상되는 중요한 것들에도 큰 비중을 두지 않는 편이었다. (40p)
작품 속 또 다른 인물인 밀레나 미글리아리, 그녀는 요가 센터에서 만난 비비안을 따라 프랑스에 오게 되었고 '불완전한 경이로움'이라는 젤라토 가게의 주인이자 아이스크림을 직접 개발 제조하며 생활하고 있다.
갑작스런 정전으로 '비상 상황'인 그녀에게 걸려온 아이스크림 주문.
장난 전화가 아닐까하면서도 주문 받은 아이스크림을 들고 배달 장소까지 가서는 주문한 아이스크림이 왔다고 하나 집에 있던 남자들은 주문한 적이 없다는 황당한 말을 한다.
그러나 곧이어 등장하는 에일린이라는 여성이 자신이 맛보려고 주문한 거라 말하며 소란을 피워 미안하다는 사과를 하면서 황당했던 상황은 종료되게 된다.
밀레나가 아이스크림을 배달한 곳은 닉이 다른 멤버들과 작업하는 곳이였다. 하지만 그녀는 유명세를 타고 전설적인 밴드의 한 사람인 닉을 알아보지 못하고 그런 그녀가 자신을 향한 일시적인 동경이나 병적인 호기심을 보였던 이들과 다름에 묘한 느낌을 받게 된다.
한편 밀레나는 아이스크림 시즌이 한참 지난 상황에서 벌써 문을 닫아야 했다며 화를 내는 비비안의 말에도 완고한 말투지만 부드러운 목소리로 대꾸한다.
"아이스크림 시즌은 따로 없어."
"사는 사람도 없는데 대체 누구를 위해 아이스크림을 만드는지 말해 줄래?"
" 누구든 먹고 싶은 사람들을 위해 만드는 거지."
밀레나는 자신의 아이스크림을 먹고 싶어 하는 사람이 '얼마나 많은지'가 아니라, 먹고 싶어 하는 사람들이 '어딘가에 있다'는 사실 그 자체를 중요하게 생각했다.
자신이 하고 있는 일에 대한 긍지와 뚜렷한 주관을 가진 밀레나가 보여주는 행동과 말은 조금씩 그녀의 매력 속으로 빠져들게 했다.
순탄치 않은 밀레나와 비비안과의 관계, 세 번째 결혼을 앞둔 닉과 에일린의 삐걱되는 관계는 닉과 밀레나가 급속도로 사랑에 빠지게 되는 요인이 되기도 한다.
아이스크림은 서로의 곁에 다른 사람이 있음에도 닉과 밀레나를 연결하는 매개체가 되고 그들의 밀회는 계속될 수 있을지....
록밴드라는 직업에 대한 사회적 편견과 인식, 젤라토에 대한 정밀한 묘사, 인간의 심리에 대한 세밀한 표현 등 소설을 읽음에도 시각적으로 보는 듯한 느낌을 강하게 느끼게 해 준 작품인 <불완전한 경이로움>
이탈리아 소설이라는 점, 다소 철학적인 느낌의 제목으로 인해 낯설음과 어려움을 느끼게 하는 작품이 아닐까했던 나의 생각은 첫 시작부터 등장하는 제목의 실체를 알게 되면서 편견 속에 섣불리 판단을 내려던 내 자신이 부끄럽기까지 했다.
이색적인 직업과 교차적으로 진행되는 두 주인공의 생활과 심리, 주변인들과의 관계 등은 빠르고 재미있게 스토리를 전개해나가는 작가의 필력에 감탄을 하게 했다.
다소 무거운 소재가 담겨 있긴 했지만 그 역시도 많은 생각을 하게 하면서 소설을 읽어가게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