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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관에서는 모두 쉿! - 미국 ㅣ 네버랜드 Picture Books 세계의 걸작 그림책 196
돈 프리먼 글 그림, 이상희 엮음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쉬는 날이면 아이들과 도서관에 가는게 취미라고 할 수 있습니다.
네 살 된 방글이를 데리고 도서관에 처음 갔던 날, 큰 소리로 "엄마!"라고 부르던 방글이를 보고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납니다.
미리 가르치고 들어갔어도 아이들의 본성은 숨길수가 없는거잖아요.
몇번의 도서관 방문을 하면서 아이는 걸을때조차 발소리를 안내고 살그머니 내 옆으로 옵니다. 도서관 예절이 몸에 익은 거지요.
<도서관에서는 모두 쉿!>이라는 제목을 보고 '맞아'라고 말하는 아이를 보며 웃게 됩니다.


토요일 아침마다 도서관에 가는 캐리. 사서 선생님과 인사를 나누고
동물원에 관한 책을 읽은 후 상상의 나래를 펼칩니다.
"만일 내가 사서 선생님이라면……."

동물원에 관한 책을 읽어서 일까요.
캐리는 동물 친구들만 도서관에 오는 특별한 날을 정하고 동물들을 초대합니다.
카나리아, 사자, 곰, 코끼리, 공작, 거북이, 기린, 호저, 원숭이, 말, 암소가 도서관에 들어와 책을 읽습니다. 동물들이 올때마다 캐리는 자상한 사서 선생님이 되어 친절하게 안내를 해주고 편안하게 책을 읽을 수 있도록 도와줍니다.
그러다가 열어놓은 문으로 생쥐들이 들어와 소동을 피우면서 조용해야할 도서관이 소란스러워지죠. 캐리는 카나리아와 함께 시끄러운 도서관을 정리하고 동물 친구들과 헤어지면서 상상에서 깨어납니다.
모두가 함께 모이면 소란스러울것 같은 동물들이 얌전히 앉아서 책을 읽고 있는 모습은
조금은 우습기도 하면서 동물들에게는 좀처럼 어울리지 않는 고요함과 엄숙함이 오히려 진지하게 느껴집니다.

1969년에 출간된 작품이니 딱 만 30년이 된 글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림과 글 어느 곳에서도 어색함이라고는 느껴지지 않습니다.
도서관에서는 조용히 해야 한다는 불변의 매너, 신의 선물이라고 할 수 있을 순수한 아이들만의 상상력이 시대를 넘어 여전히 사랑받을 수 있게 하는 비결이라 생각됩니다.
그 오랜 시간이 지났음에도 여전히 아이들이 공감하며 읽을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아이들에게 익숙한 역할놀이가 주인공 캐리에게 녹아있기 때문입니다.
상상속에서 캐리는 좋아하는 사서 선생님이 됩니다. 어쩌면 사서 선생님은 캐리의 이상형일지도 모르지요. 사서 선생님이 되는 순간 책속의 캐리는 사서 선생님처럼 동그란 올림머리를 하고 나타납니다. 그리고 평소 눈여겨 보았을 사서 선생님의 흉내를 그럴듯 하게 냅니다.
날마다 소꿉 놀이를 통해 사랑하는 엄마나 아빠의 역할을 하는 아이들에게 이보다 더 친근하게 와닿는 부분이 또 있을까요. 한편으로 책을 읽어주는 엄마는 살짝 긴장하게 됩니다.
내 모습을 흉내낼 아이에게 나는 과연 어떤 모습으로 비쳐지고 있을까를 생각하지요.
더불어 사서 선생님이 된 캐리가 동물 친구들을 대하는 것을 보면서 아이들은 도서관에서 지켜야 할 규칙이나 매너를 스스로 깨닫습니다.
어떤 동물들이 도서관에 올까를 생각하게 만드는 기다림과 기대감으로 아이들에게 즐거움을 주는 책입니다. 책 읽는 즐거움, 도서관의 매력을 아는 아이들에게도 상상의 소재를 던져주는 책이기도 하고요.
임금님과 왕비님의 초대에 자신의 동물 친구들을 하나씩 데리고 가는 아이의 이야기입니다.다음은 어떤 동물이 등장할까 초롱초롱 눈을 빛내며 기대하는 아이들의 모습은
도서관에 올 동물들을 기다리는 모습과 같습니다. 함께 읽으면 좋을 책으로 추천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