은서야, 겁내지 마! 네버랜드 꾸러기 문고 30
황선미 지음, 조민경 그림 / 시공주니어 / 2009년 3월
평점 :
구판절판


01 처음 학교에 가는 날
이제 막 1학년이 된 은서. 혼자만 외진 동네에 살아서 등하교길이 조금은 외로운 아이. 학교 가는 아침엔 여간 큰 결심을 하지 않고서는 나서기가 쉽지 않다. 사납게 짖어대는 은행나무 집 개, 커다란 눈을 꿈뻑이며 아는체를 하는 황씨 할아버지네 누렁소도 무섭고, 커다란 날개를 펼치고 달려들어 쪼아대는 콩할머니네 수탉도 무섭다. 가장 무서운건 기와집 들창으로 종이 새를 날리는 바보 아저씨다. 은서에게 학교를 다니는 길은 이 난적들을 모두 이겨내야 하는 어려운 길이다. 그런 은서에게 용기가 생긴다. 낡은 로봇 가면이지만 그걸로 얼굴을 가리면 소심쟁이, 겁쟁이 은서 대신 용감한 로봇이 된다. 은행나무 집 개도, 쪼아대는 수탉도 무섭지 않다. 그래서 힘차게 동네로 나섰는데 상황이 이상해졌다. 처음으로 낸 용기에 수탉이 희생됐다. 절대 원하던 결과가 아니다. 어미 읽은 병아리들이 은서의 마음을 아프게 한다. 예민하던 누렁소도 새끼를 낳으려고 했던 거고, 날마다 새만 날리던 바보 아저씨도 마음이 아파서 그랬던러라는걸 알게 되면서 은서는 훌쩍 자란다.

02 응? 이거 내 얘기인데......
일학년 은서의 모습은 어릴적 내 모습과 같다. 시골 할머니집?간을 가지 못했던 나, 목줄 풀린 송아지를 길 한가운데서 마주치고 기절할 정도로 놀랐던 기억. 그래서 송아지 집 앞 지름길을 두고 먼 길로 돌아다녔었다. 게다가 제일 무섭고 난감했던 상황은 같은 반 친구의 삼촌을 길에서 마주쳤을 때였다. 항상 주머니에 손을 찔러넣고 구부정한 등에 첫점없는 눈으로 동네를 어슬렁 거리던 아저씨. 겁없는 친구들은 아저씨한테 돌을 던지고 달아나기도 했지만 겁많고 소심했던 내게는 이보다 더 무서운 일은 없었다. 은서의 두려움. 이건 글속의 과장이라고하기엔 무척이나 현실적이다. 겁쟁이였던 어릴적의 내 모습은 그 시기 아이들이 겪는 보편적인 일이라는 사실에서 묘하게도 위안을 받는다.

03 한번은 꼭 겪는, 겪어야만 하는 성숙의 시간
도둑님발자국, 일기감추는 날, 마당을 나온 암탉등 수많은 동화로 친숙한 황선미님의 글이다. 은서를 따라 책을 읽다보면 마을풍경이며 은서의 모습과 표정들이 영화처럼 선명하게 펼쳐진다. 조민경님의 따뜻한 그림도 한 몫 한다. 처음 엄마와 떨어져 학교라는 곳에 가는 아이의 두려움과 생경스러움 같은 마음들이 안스럽기도 하고 우습기도 하면서 차고 차곡 읽는 이의 마음에 여운을 남긴다. 가면을 쓰는 것으로 자신의 나약함을 가리고 용기를 얻는 은서를 보노라면 자신의 눈에서 보이지 않으면 세상에서 완전히 사라졌다고 믿는 어린아이들의 심리가 엿보인다. 순수한 아이의 모습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다. 어릴적엔 참 두렵고 낯설고 무섭던 것들이 시나브로 아무것도 아닌것이 됐다. 그러는 동안 훌쩍 자란다. 스스로 떨치고 일어날 수 있는 용기를 배우는 시간이다. 우리 모두가 갖고 있는 다르지만 같은, 공통의 기억과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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