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신 있게 결정하라 - 불확실함에 맞서는 생각의 프로세스
칩 히스, 댄 히스 지음, 안진환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3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처음에는 이 책이 우유부단한 사람에게 힘을 주는 책인가 싶었다. 마침 요즘 이러지도 못하고 저러지도 못하는 상태에 빠져있던 터라 뭔가 도움이 되는 내용이 있을까 싶어 펼쳐보았다. ‘자신 있게 결정하라니까.

 

읽어보니 자신 있게 결정할 수 있는 법을 일러주는 책은 맞다. 그런데 결정을 쉽게 내리지 못하는 사람보다는 섣불리 판단해서 일을 그르치는 사람이 보면 좋은 책인 것 같다. 잘 판단하는 방법, 슬기롭게 살펴서 스스로 자랑스러울 만큼 훌륭한 결정을 내리는 프로세스를 다루는 책이다. 물론 나처럼 뭔가 쉽게 선택하지 못하는 사람도 힌트를 얻어갈 수 있다. 결정을 잘 내리는 방법을 습관처럼 익히면 자신 있게 뭔가를 정하는 데 도움이 될 테니까.

 

프로세스 그 자체는 우리에게 크나큰 감정적 선물, 바로 자신감을 안겨준다. 한쪽에 치우친 정보를 모으고 미래의 불확실성을 무시하는 데서 오는 오만한 과신이 아니라 자신이 최고의 결정을 했을을 아는데서 오는 자신감 말이다. p347.

 

 

뭔가 판단하고 방향 정하는 일을 지혜롭게 하는 방법을 알려주는 격언과 속담이 이미 많다. ‘나무를 보지 말고 숲을 봐라’, ‘급할수록 돌아가라’, ‘돌다리도 두들겨 보고 건너라같은 말들에는 인류의 오랜 지혜가 들어 있다. 중요한 일일수록 급하게 보지 말고 두루 살펴서 감정에 치우치지 말고 천천히 이것저것 잘 재보고 정하라는. 하지만 너무 흔하고 뻔해서일까. 그런 충고를 많이들 그냥 흘려듣는다. 그리고는 마음이 이끄는 대로’, ‘느낌이 오는 대로덜컥 뭔가 정했다가 나중에 가서 후회하곤 한다.

 

자신 있게 결정하라는 어떻게 보면 별 내용 없는 책처럼 보인다. 격언이 숱하게 다루고 속담이 골백번 이야기하던 바로 그 무언가를 또 다루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런데도 에이 뭐야 하며 덮어버리지 않고 쭉 읽게 된다. 격언과 속담 속 지혜들을 조리 있게 잘 정리해서 그럴듯하게 있어보이게 잘 포장해놓았다고 해야 할까. 심리학 연구, 의사결정 연구 사례를 꽤 많이 인용했다. 적어도 글쓴이 혼자만의 개똥철학을 무책임하게 써놓은 건 아닌 것 같아서 믿음이 간다.

 

무엇보다도 사람이 결정 내리는 과정을 여러 부분으로 나누어 각 단계마다 저지르기 쉬운 실수와 그것을 극복하는 방법을 차근차근 마음에 와 닿게 설명해주는 게 이 책의 장점이다. 결정을 잘 내리는 체계적 방법을 알려주는 책이라고 해야 할까.

 

사람이 뭔가를 정할 때는 크게 네 단계 과정을 거치게 된다. 선택에 직면하고, 선택지를 따져보고, 선택하고, 선택한 것을 밀고 나가고. 그런데 사람이라면 누구나 좁은 시야와 들쭉날쭉한 감정이라는 타고난 약점이 있어서 잘못된 결정을 내리곤 한다.

 

첫째, 선택에 직면했을 때 지나치게 좁은 선택지 안에 갇혀서 어쩔 줄을 몰라 한다. 사람 시야가 생각보다 좁아서 여러 가능성을 두루 살피지 못하기 때문이다. ‘이것 아니면 저것또는 할까 말까이상을 넘어가지 못한다. 더 많은 선택지들이 있음을 보지 못하고 좁디좁은 시야 안에 갇힌다. ‘범위 한정 성향이다. 그럴 때는 다른 것들을 볼 수 있게, 더 넓게 볼 수 있게 일부러라도 이것저것 노력해야 한다. 여러 가지 내용 가운데 나는 다음 두 가지 방법이 가장 좋았다.

 

기회비용을 생각한다면 훨씬 더 현명한 결정을 내릴 수 있지 않을까? 결정을 내려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을 때 이걸 선택하면 대신 무엇을 포기해야 하는가?” “똑같은 시간과 비용으로 다른 무엇을 할 수 있는가?”같은 간단한 질문을 먼저 던져보는 것이 좋지 않을까? p75.

 

일명 선택안 없애기 테스트도 범위한정성향을 극복하는 데 도움이 된다. 특정한 선택안을 전혀선택할 수가 없다고 상상하면 심리적 스포트라이트를 다른 곳으로 옮길 수밖에 없다. 그전까지는 스포트라이트의 방향을 바꿀 생각을 하지 못했음에도 말이다. p75-77.

 

 

둘째, 선택지를 따져 볼 때 자기가 보고 싶은 것만 보다가 잘못 판단한다. ‘확증 편향이다. 뭐가 가장 좋은지 찾아본 다음에 선택하는 게 아니다. 먼저 마음속으로 어느 한 쪽을 정해놓고는 그게 좋은 이유를 이리저리 끼워 맞춰서 찾는다. 이렇게 내린 선택과 결정은 엉터리일 확률이 높다. 자기 생각이 맞는지 검증해야 한다. 검증은 안에서 하는 게 힘들다. 자기 생각이 틀렸다고 스스로 말하기 어렵다. 바깥으로 나와야 한다. 자기 생각의 반대편이 되어보고, 자기 느낌에 기대지 말고 객관적 수치에 주목한다. 내 생각을 바깥세상과 만나게 해주어야 한다.

 

어떻게 해야 머릿속 가정에 대해 검증을 실시할 수 있을까? 그 첫 단계는 자신의 처음 생각과 반대되는 방향을 고려하는 습관을 기르는 것이다. p140.

 

어떤 결정을 내릴 때 내부적 관점은 우리의 스포트라이트 안에 들어온 정보에 의존한다. 즉 해당 상황에 대한 자신의 느낌과 평가에 의존한다. 반면 외부적 관점은 나름의 특별한 측면들을 무시하는 대신 보다 큰 그림을 분석한다. 외부적 관점이 더 정확하다. 특정 개인의 느낌이 아니라 다수의 직접적인 경험을 반영하기 때문이다. p167-168.

 

외부적 관점은 평균치에 눈을 돌린다. 통계학 용어를 쓰자면 해당 상황에 대한 기저율(base rates)’, 즉 유사 상황을 경험한 다른 사람들의 성과율을 나타내는 데이터에 주목하는 것이다. p168.

 

전문가에게 충고를 듣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전문가라고 만능이 아니다. 그들을 최대한 잘 써먹기 위해서는 질문을 잘 해야 한다.

 

하지만 이 점은 명심해라. 전문가에게 어떤 질문을 던질지를 신중하게 판단하라는 것 말이다. 전문가들은 예측에 서툴 때가 많다. 그 대신 기저율을 평가하는 데는 뛰어나다. p171.

 

돌다리를 건너기 전에 두들겨보는 것도 큰 도움이 된다.

 

우칭(Ooching)은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몇 차례 작은 실험을 실시해보는 것을 뜻한다. p193.

 

우칭을 실행한다는 것은 이렇게 묻는 것과 같다. ‘시험해볼 수 있는데 왜 예측하지? 확실히 알 수있는데 왜 짐작하는 거지? p214.

 

 

셋째, 중요한 선택의 순간에 감정 때문에 일을 그르친다. 감정에 휘둘려 정말 중요한 무언가를 읽지 못하고 놓친다. 특히 단기감정이 발목을 잡는다. 사람은 누구나 익숙한 것을 좋아하고 지금 가진 것을 잃기 싫어한다. 눈앞의 무언가를 상실할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에 사로잡혀 멀리 내다보지 못하고 결정을 망치곤 한다. 현명하게 결정하려면 자기감정과 여러 가지 방법으로 어느 정도 심리적 거리를 두어야 한다. 나는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같은 상황이라면 나는 뭐라고 해줄까를 생각해보라는 팁이 무척 좋았다.

 

10-10-10 기법이란 우리의 결정을 세 가지 시간적 관점에서 바라보는 것이다. 나는 10분 후에 이 선택에 대해 어떤 감정을 느낄까? 지금으로부터 10개월 후에는? 10년 후에는? 이 세 가지 시간적 관점은 결정을 할 때 거리감을 확보해준다. p225.

 

쉽사리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생각이 막혔을 때는 아래 질문만큼 효과적인 것이 없다. 만일 나와 가장 가까운 친구가 같은 상황에 처했다면 나는 뭐라고 조언할까? p241.

 

 

넷째, 선택을 했으면 어떤 결과가 나올지 잘 지켜봐야 한다. 그런데 여기서도 자주 실수한다. 사람은 자기 예측과 판단을 지나치게 믿는다. 보통 비관하기보다 낙관한다. 그러다 방향을 틀어야 할 필요가 있는데도 중요한 기회를 놓치는 일이 생긴다. 잘 될 때와 잘 안 될 때를 모두 생각해봐야 한다. 마치 책을 똑바로 잘 세우려고 양쪽에 북엔드를 받쳐놓는 것처럼 미래 예측에도 양쪽 받침대가 필요하다.

 

최상의 시나리오와 최악의 시나리오를 고려하면 가능한 결과의 예상 범위를 확장하여 현실을 보다 정확하게 인식할 수 있다. 우리 같은 보통 사람들에게 미래란 투자 종목이 아닌 인생 그 자체다. 따라서 양쪽 북엔드 사이의 그 어떤 상황에도 대비할 준비를 갖춰야 한다. 미래에 북엔드를 세워두면 최악의 상황과 최고의 상황 모두를 내다보고 계획을 세울 수 있다. p278.

 

자기 과신에 관한 연구는 앞날을 제대로 예측했다고 자신할 때도 우리가 틀릴 확률이 생각보다 높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미래는 하나의 점이 아니라 넓은 범위이기 때문이다. p278-279.

 

혹시 모를 불상사를 예방하는 매우 간단한 또 다른 방법도 있다. 자신이 과대 확신하고 있다고 가정한 뒤에 넉넉한 오차범위를 설정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많은 엔지니어들은 프로젝트를 수행할 때 안전계수를 설정한다. 안전계수는 혹시 있을지 모를 기계 결함에 대한 바람직한 불안감에서 비롯된 것이다. p288-289.

 

 

‘~() 책으로 배우나라는 말이 있다. 맞는 말이다. 사람 인생을 책만 읽어서 알기는 어렵다. 연애도 책으로 배울 수 없고 대인관계도 책만 읽어서는 뾰족한 수를 찾기 힘들다. 직접 이리저리 부딪쳐볼 수밖에 없다. 그래서 인생의 모든 해답이 여기 있소하는 식의 자기계발서는 믿기 힘들다. 하지만 모든 일을 매번 직접 겪어가며 배울 수는 없다. 그럴 때 적당한 매뉴얼이 참 절실하다. 책으로 모든 걸 알 수는 없어도 어디로 가면 똥을 피할 수 있는지 정도는 배울 수 있다.

 

선택의 기로에 섰을 때 후회하지 않을 결정을 내릴 수 있었으면 좋겠다. 선택하기 전에 제대로 따져보는 과정이 중요하다. 이 책은 그 과정을 야무지게 밟아나가면서 참고할 매뉴얼로 잘 써먹을 수 있을 수 있을 것 같다. 맨 뒤에 친절하게 요약도 달아놓았다. 여러 선택 장애 사례와 극복 방법을 볼 수 있는 클리닉부분도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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