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눈치보는 나, 착각하는 너 - 나보다 타인이 더 신경 쓰이는 사람들 ㅣ 심리학 3부작
박진영 지음 / 시공사 / 2013년 2월
평점 :
구판절판
사람을 즐겨 만나는 편이 아니다. 혼자 다니고 혼자 책 읽는 걸 좋아한다. 옆에 누가 있으면 좋지만 홀로 시간 보내는 쪽이 더 편하다. 칩거하거나 은둔하지는 않지만 그런 생활이 답답해 보이지 않는다. 주말은 또 어떤가. 약속이 생기면 나가지만 약속 잡지 않는 하루가 반가울 때도 많다. 피곤할 때는 그냥 누구와도 말 섞지 않고 조용히 혼자 노래나 듣다가 잠들고 싶다. 누군가 나 같은 사람에게 꼬리표를 붙였다. ‘내향적 성격’이라고. 나도 내가 그러려니 하며 살았다. 차라리 내 본성에 맞게 살자 싶었다. 혼자 있는 게 좋으면 쭉 혼자 있으면 되는 거다. 왜 다들 사람을 만나지 못해 안달인가?
그러나 글쓴이가 하는 말을 들어보니 사람 만나는 데 내향적 외향적 성격 따로 없다. 사람 좋아하고 찾는 건 사람이니까 그런 거다. 내향적 성격도 사람 만나는 걸 사실 좋아한다. 다만 외향적 성격보다 내향적 성격이 어떤 에너지, ‘사람 만나는 즐거움’을 찾는 적극적 태도가 부족할 뿐이다. 생긴 대로 살라는 게 성격이 내향적이라고 외롭게 살라는 말이 아니다. 내향적인 사람도 자기에게 맞는 방식으로 곁에 사람을 두고 함께 살아가야 한다. 왜? 사람이니까. 사람이 살아가는 힘은 사람에게서 나오니까.
사람들에게 인정받는다는 것은 우리 삶을 이끌어가는 가장 중요한 원동력 중 하나다. p14-15.
사람이 외로우면 우울하다. 게다가 몸까지 아프다. 반대로 아픈 사람은 누군가 곁에 있어주기만 해도 빨리 자리를 털고 일어날 수 있다. 사람에게 가장 큰 아픔은 곁에 있어줄 사람 하나 없다는 사실이며, 누군가 옆에 따뜻하게 있어줄 때 사람은 진심으로 행복할 수 있다.
실제로 곁에서 자신을 지지하고 격려해주는 사람들이 있는 환자들이 그렇지 않은 환자들에 비해 병을 빨리 이겨내고 생존율도 높다. … 또한 대체적으로 사회의 관계의 크기가 큰 것, 즉 단순히 친구가 많은 것보다 사람들과 깊은 관계를 맺고,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것이 환자들의 건강에 더 좋은 영향을 미친다고 한다. p119.
사람은 누군가 옆에 있어야 즐겁게 살아갈 수 있다. 속 얘기 털어놓고 허물없이 지낼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보내는 삶이야말로 정말 행복 그 자체다.
인생은 시간이다. “인생을 잘 살았는가?”라는 질문은 순간순간의 시간, 즉 일상을 얼마나 잘 보냈는지에 대한 질문이기도 하다. p98.
연구 결과 여러 가지 일상적인 활동 중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는 활동이 주로 행복과 밀접한 연관이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결국 행복한 인생은 일상의 순간순간을 행복하게 보내는 것에 달려 있다. 이러한 결과는 행복하게 사는 데에는 곁에 있는 좋은 사람들과 함께 즐거운 시간을 보내면서 맛있는 것도 먹고 종종 운동도 하는 것만 한게 없다는 걸 보여준다. p100-101.
다른 사람 마음을 알고 싶어서 심리학책을 들었다. 그런데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나를 돌아보게 된다. 내가 보편적으로 어떤 생물이고, 어떤 마음을 타고 났는지를 더 잘 알게 되어서 좋은 것 같다.
나는 나 혼자 살아갈 수 없다. 다른 사람과 함께 있어야 진짜 내가 될 수 있다. 잘 보이기 위해 깔끔하게 씻고, 옷을 차려 입고, 눈치도 봐가면서 자기를 조절한다. 그리고 옆에 누군가 있기에 마음껏 즐거워할 수도 있다. 사람이 사람답게 살 수 있는 건 다른 사람의 존재 때문이다.
글쓴이는 평범하지만 중요한 진리를 친절하게 알려준다.
“사람은 어쨌든 사람과 함께 살아야한다.”
‘흥!’하고 그냥 흘려들었던 말이다. 하지만 이런저런 실험사례와 이론을 펼쳐 보이며 설득하는 글쓴이를 도저히 당해낼 재간이 없다.
글쓴이는 한편 사람 사는 모습을 담백하게 보여주기도 한다. 때로는 그 모습이 아름답지 못하다 해도.
권력을 맛보게 되면 사람들은 공감능력(타인의 감정을 알아차리고 함께 느끼는 것)과 조망수용능력(남의 입장이 되어 생각해보는 것)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권력이 없는 사람은 권력이 있는 사람의 눈치를 보고 의중을 읽어내려고 필사적으로 노력하지만 그 반대는 잘 성립하지 않기 때문이다. p262.
슬프다. 사람이란 알고 보면 얼마나 천하고 얄팍한 존재인가. 알량한 권력일지언정 그게 자기 손 안에 있으면 신나서 천지분간 못하고 날뛰는 게 사람이다. 자리가 사람을 만든다는 말은 무척 옳은 말이다. 다만 자리가 좋은 사람을 만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우리가 주변에서 쉽게 볼 수 있는 ‘권력자’들은 어느 쪽일까? 자리에 앉을수록 훌륭해지는 편일까, 아니면 형편없어지는 편일까.
아래 내용은 더 슬프다.
모방 행동은 직장 상사 같은 권력자들 앞에서 더 활발하게 일어난다. <월 스트리트 저널>에 소개된 한 연구에 따르면, 사람들은 다른 사람들보다 권력자들이 웃을 때 미묘한 미소까지도 열심히 따라하는 모습을 보인다. p272.
어머나. 세상에. 씁쓸하지만 부정하기 어렵네. 나도 혹시 무의식적으로 저러고 있지 않았는지 돌아본다.
사람은 알수록 참 재미있다. 어떤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힘써서 스스로를 바꿔보는 일도 좋다. 하지만 때때로 ‘사람은 사실 이런 존재구나’하며 있는 그대로 자기를 받아들여볼 수 있다면, 사람을 알아가며 나도 그렇게 알아갈 수 있다면 사는 게 참 풍성해지지 않을까 생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