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레임 - 나를 바꾸는 심리학의 지혜
최인철 지음 / 21세기북스 / 2007년 6월
평점 :
구판절판


사진 찍다보면 놀란다. 분명히 보이지 않았던 무언가가 또렷하게 찍혀있다. 내 눈은 분명히 뭔가를 봤지만 실제로 보지는 않았다. 내 눈은 그저 보고 싶은 것만 본다. 세상을 받아들이는 모습도 똑같다. 세상을 들여다보는 창, 받아들일 것은 받아들이고 나머지는 지우는 기준틀. 모든 것은 ‘프레임’에 맞게 들어오거나 잘려나가거나.


영리하게 살아가는 사람은 아마도 프레임을 늘 그럴싸하게 잘 잡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한다. 제대로 보니까 잘 대처할 수 있겠지. 한치 앞도 못 보는 깜깜한 사람이 되지 않으려면 모든 일에 프레임을 잘 잡고 있는가를 되돌아봐야겠다.



어떤 문제에 봉착했을 때 그 해결점을 찾지 못하는 이유는 처음부터 문제의 본질이 무엇인지 제대로 프레임하지 않았기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프레임은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중요한 열쇠다. 작가가 작품 사진을 찍지 못하는 이유가 사진기의 성능에 있다기보다 ‘멋진 장면’을 포착하지 못한 데 있는 것과 같은 이치다. p39-40.



프레임을 어떻게 잡고 보느냐가 무척 중요하다. 세상을 어떻게 보는가가 내가 어떻게 행동하는가를 결정한다. 내가 어떤 사람이게 될지를 그려주기도 한다.



상위 수준과 하위 수준 프레임을 나누는 결정적인 차이는 무엇일까? 바로 상위 프레임에서는 ‘Why’를 묻지만 하위 프레임에서는 ‘How’를 묻는다는 점이다. 상위 프레임은 왜 이 일이 필요한지 그 이유와 의미, 목표를 묻는다. 비전을 묻고 이상을 세운다. 그러나 하위 수준의 프레임에서는 그 일을 하기가 쉬운지 어려운지, 시간은 얼마나 걸리는지, 성공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지 등 구체적인 절차부터 묻는다. 그래서 궁극적인 목표나 큰 그림을 놓치고 항상 주변머리의 이슈들을 좇느라 에너지를 허비하고 만다. p24.



인식의 한계를 다루는 부분이 이 책에서 가장 볼만하다. 사람은 모든 것을 두루 한 번에 볼 수 없기 때문에 자기가 프레임한대로만 볼 수 있을 뿐이다. 프레임은 그대로 인식할 수 있는 경계, 한계선이 된다. 프레임은 ‘자기’가 될 수도, ‘현재 시점’이 될 수도, 아니면 다른 그 무언가가 될 수도 있다. 어느 쪽이든 사람은 그 한계 때문에 어리석게 결정하고 행동한다.



미국 예일 대학교의 스턴버그 교수는 어리석음의 첫 번째 조건으로 ‘자기중심성’을 꼽고 있다. p77.


자기라는 프레임에 갇힌 우리는 우리의 의사 전달이 항상 정확하고 객관적이라고 믿는다. 그러나 우리가 전달한 말과 메모, 문자 메시지와 이메일은 오직 우리 자신의 프레임 속에서만 자명한 것 일뿐, 다른 사람의 프레임에서 보자면 지극히 애매하게 여겨지기 마련이다. p79.


나는 있는 그대로의 세상을 보고 있기 때문에, 내 주관적 경험과 객관적 현실 사이에는 어떤 왜곡도 없다고 믿는 이런 경향성을 철학과 심리학에서는 ‘소박한 실재론’이라고 한다. p80.


자기 프레임을 과도하게 쓰다보면 ‘나는 남들을 잘 알고 있는데 남들은 나를 잘 모른다’는 착각을 하게 된다. … 나는 한눈에 척 보면 너를 알지만, 너는 척 봐서 나를 모른다는 생각이 깊게 깔려 있는 것이다. … 사람들은 대부분 다른 사람의 내면이 겉으로 잘 드러난다고 믿기 때문에, 겉으로 보이는 특징적인 몇몇 행동을 보면 그 사람을 이해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 … ‘나는 너를 알지만 너는 나를 모른다’는 생각은 자기중심성이 만들어낸 착각이고 미신일 뿐이다. 정답은 ‘나도 너를 모르고 너도 나를 모른다’거나 ‘나는 네가 나를 아는 정도만 너를 안다’이다. p91-93.



이래서 공자가 “남이 나를 알아주지 않음을 근심하지 말고, 내가 남을 알지 못함을 근심하라”고 말했던 것일까? 내가 사는 모습을 되돌아보게 된다. 


사람은 현재만 살아갈 수 있기 때문일까? 생각도 그저 현재에 갇힐 뿐이다. 현재 내 모습 때문에 과거도 있는 그대로 보지 못하고 앞일도 제대로 내다보지 못한다.



우리는 현재의 모습이 과거의 자신에게도 있었다고 착각하는 경향이 있다. … 다시 말해 사람들이 회상해낸 자신의 과거 모습은 과거의 실제 모습을 닮았다기보다는 현재의 자기 모습을 더 닮는다는 것이다. … ‘우리 땐 안 그랬는데’, ‘저 나이 때 난 그러지 않았는데’라는 말이 튀어나오려고 하면 ‘정말 그랬을까?’하고 스스로에게 다시 한 번 물어보는 지혜가 필요하다. p106-109.


‘현재 프레임’은 과거에 대한 회상 뿐 아니라 미래에 대한 예측 과정에도 막강한 힘을 발휘한다. … 애초에 미래에 대한 우리의 계획이 현재의 의지에 의해 지나치게 영향을 받았기 때문이다. … 미래를 예측할 때 현재 존재하는 자기 내면의 의지만 보는 우를 범하지 않으려면, 현재에는 존재하지 않지만 미래에는 존재하게 될 여러 상황 요인들을 고려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p116-120.



삶의 질은 미래 감정을 지금 어떻게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는가에 달려있다고 한다. 하지만 사람은 자기감정을 정확하게 내다보지 못한다. 자기가 미래에 뭘 좋아할지도 모른다. 그래서 이것도 아니고 저것도 아닌 어정쩡한 선택을 하고서는 왜 그랬을까 후회하곤 한다. 글쓴이의 충고는 이렇다.



이제라도 미래에 무엇을 할 것인지 선택해야 할 때는 항상 가장 좋아하는 것을 골라라. 좋아하는 것을 반복해서 선택했을 때가, 이것저것 다양하게 섞어놓은 종합선물세트를 골랐을 때보다 실제 만족도가 더 크다는 점을 기억하는 지혜가 필요하다. p123.



마음의 상처를 두려워할 필요가 없다. 내가 지금 생각하는 것보다 나는 상처를 훨씬 빨리 극복할 테니 말이다. 다른 즐거움이나 몰두할 거리를 찾아내서는 언제 그랬냐는 듯 가뿐한 모습으로 금방 다시 돌아온다. 상처가 오래오래 나를 괴롭힐 것이라는 생각도 하나의 프레임일 뿐이다.



마음에도 심리적 면역체계가 존재한다. 실제로 극심한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게 되면 이 시림 면역체계는 분주히 움직여서 우리가 기대하는 이상으로 스스로 그 상황을 극복할 수 있게 힘을 준다. 그러나 스트레스 상황에 처하지 않은 현 시점에서 미래의 스트레스 상황을 상상만 할 때는, 그런 면역체계가 작동할 것이라는 사실을 미처 고려하지 못한다. 그래서 우리는 부정적인 사건의 충격을 과대 예측하게 된다. p126.



이름을 잘 붙이는 건 중요한 일이다. 이름이 참 많은 것을 바꾼다. ‘이름 프레임’이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영역이 돈이라는 점이 재미있다.



사람들은 돈의 출처에 따라 돈에다 갖가지 이름을 붙이고는 마치 서로 다른 돈 인양 차별해서 쓰는 습관이 있다. 특히 공돈이라는 이름이 붙게 되면 그 돈은 어차피 없었던 돈이라는 프레임이 작용하게 되고 결국 돈을 쉽게 써버리고 만다. … 지혜로운 경제생활의 출발은 돈에다 이름을 붙이지 않는데서 시작된다. 특히나 공돈이라는 이름은 피하는 것이 좋다. p135-137.



이런 내용도 재미있다. 내가 나름대로 숙고해서 내린다는 결정이 실제로 어떤 것이었나를 돌아보게 된다.



연구 결과는 어떤 대안이든지 그것이 ‘현재 상태’로 주어져 있으면 사람들은 그것을 바꾸기보다는 그대로 유지하려고 한다는 점을 보여준다. 그것이 처음 접하는 대안으로 제시될 경우에는 선택하지 않을 가능성이 높음에도 말이다. 따라서 우리가 무언가를 계속 유지하고자 할 때 그 결정은 객관적으로 최선의 것이어서가 아니라 단순히 ‘현재 상태’였기 때문일 수 있음을 의미한다. p174.



한 번 고른 물건은 쉽게 바꾸지 않는다. 그게 나의 미덕이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게 그렇지가 않았다. 게다가 좋다고 거듭해서 같은 대상을 고른 게 사실은 내게 그다지 좋은 결정이 아니었을 수도 있다. 나는 그저 안이했던 것 같기도 하다.



이 책은 사람의 어리석음을 다룬다. 어리석은 사람의 잘못이 아니라 사람이라면 누구에게나 있을 어리석은 구석을 알려준다. 책을 읽다보면 누구보다도 똑똑하다고 생각했던 내가 실제로는 많은 한계를 지닌 사람이라는 사실을 돌아보는 시간을 보낼 수 있다.


빤한 내용이 종종 보이고 중언부언 반복되는 내용도 꽤 있다. 하지만 거짓 위로나 누구나 하는 말을 그럴듯하게 포장해놓은 많은 심리학책과는 다르다. 나를, 내 어리석음을 만나게 된다. 인간은 누구나 얼마만큼 어리석게 태어나지만, 어리석음에서 벗어나고 말고는 내게 달린 문제다. 출퇴근길에 가볍게 읽으며 나의 태도와 생각 습관을 정리해볼만하다.



삶의 상황들은 일방적으로 주어지지만, 그 상황에 대한 프레임은 철저하게 우리 자신이 선택해야할 몫이다. p1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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