삶은 사실 끝도 없이 허무한 것이다. 노화와 외로움, 어찌할 수 없는 고독, 그리고 언젠가 누구나 맞이할 무덤 속의 죽음 같은 것이 누군가 등에 몰래 붙여놓은 포스트잇처럼 나를 따라다닌다. 그러나 그 본질을 굳이 보고 싶지 않아 애써 외면한다. 그러고 사는 게 이른바 삶이다.그러나 만약 그 텁텁함과 적막함을 가끔이라도 마주 볼 수 있다면. 그리하여 삶의 위대함이란 미래와 계획 같은 것에 있지 않고 지금 살고 있는 이 순간의 반짝임에 있다는 것을 문득문득 알아차린다면. 그렇다면 습관처럼 흘리고 다니던 소중한 무언가를 찾을 수 있을지도. 낯선 여행지에서 그동안 나를 둘러싸고 있던 모든 관습과 관계를 내려놓고 보면 놀랄 정도로 스스로가 별 볼일 없고 외톨이처럼 느껴지다가도 그제야 비로소 눈앞의 공기와 소리, 분위기에 빠져들며 아름다움을 느낄 수 있는 것처럼. 아마도 우리는 삶에 대한 사랑을 그렇게 회복할 수 있을지도 모르겠다.-알베르 카뮈의 초기작을 모아 놓은 책이다. 읽으면서 가끔 속에서 신물이 올라오는 기분이 들 정도로 뭐랄까, 신랄한 책이었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속이 뻥 뚫리는 기분이다. 이 책은 그런 책이다. 오랜만에 무척 소중한 책을 만났다.(묵호의 어느 서점에서 이 책을 가져다준 아내에게 고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