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기 불전인 ˝니까야˝를 모두 모아놓은 책이다. 니까야는 우리나라의 보편적인 불교인 대승불교에서 중시하는 금강경이나 화엄경 같은 대승경전이 아니다. 대승불교에서는 한역되어 ˝아함경˝이라고 불리기도 하는데, 원래는 초기 불교와 남방 불교 계통의 불경이라고 할 수 있겠다.나는 이걸 전자책으로 읽었는데 3000페이지 가까이 되는 무시무시한 분량이다. 그나마 중복이나 무의미한 반복 부분은 빼고 간추린 게 이 정도다. 바쁜 일상 속에서 이걸 다 읽는데 두 달 정도 걸린 것 같다. 지금은 두 번째로 읽고 있는데, 처음 읽을 때처럼 끝까지 쭉 읽어보는 건 읽다가 지쳐서 사실상 포기했다. 그냥 생각날 때 조금씩 읽어보고 있는 중.무시무시한 분량이지만 읽어볼 가치는 충분히 있다. 불교에서 신화나 신비주의적인 부분을 걷어내고 심플하게 철학적이고 인식론적인 내용을 들여다보고 싶다면 이쪽으로 오면 된다. 그게 아니라 절에 가서 불경 외고 복을 빌고 싶다면 스님의 목탁 소리에 맞춰 천수경이나 소리 내어 읽으면 되겠다.이 긴 책의 내용을 한 마디로 굳이 요약하자면 ˝나와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한바탕 꿈이고 환영˝이라는 것. 부처는 그걸 알아차리고 꿈에서 깨는 방법을 살아생전 여기저기 다니며 열심히도 가르쳤고, 그 기록을 초기 형태에 가장 가깝게 모아놓은 게 ˝니까야˝다.사성제가 무엇이고 12연기가 어떻게 일어나는지, 8정도는 어떻게 닦아가는 것인지 끝없이 반복해서 알려준다. 집중력을 잃지 않고 꾸준히 읽어나갈 수만 있다면, 읽다 보면 어느새 이해하게 될 것이다. 그렇다면 불교가 말하는 것이 무엇인지 가장 기초적인 수준에서 알 수 있게 된다.나는 그 어떤 심리학이나 인지과학보다도 불교의 가르침이 인간 내면의 핵심에 깊이 다가가있다고 생각한다. 마음이 괴롭다면, 마음이 괴로운 게 괴롭다면 시간을 내서 이 책을 읽어보기를 강력히 권한다.단, 처음부터 쉬운 부분만 찾아 읽으려 하거나 하면 다 허사다. 꼭 처음에는 첫 장부터 마지막까지 꾸준히 읽어야 한다. 반복되는 이야기 같아도 계속 가야 한다. 그럼 어느새 ‘소리에 놀라지 않는 사자처럼, 그물에 걸리지 않는 바람처럼‘(숫나티파타 중) 살아가는 게 어떤 느낌인지 머릿속으로 그려볼 수 있게 된다.요즘엔 마음이 괴로울 때마다 조금씩 펴서 읽어보고 있다. 그럼 신기하게도 위로가 된다. 까맣게 잊고 있었던 사실이지만 나를 괴롭게 하는 이 모든 게 결국 환영일 뿐이라는 진실을 다시 한번 떠올려보게 되기 때문이 아닐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