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비투스 - 인간의 품격을 결정하는 7가지 자본
도리스 메르틴 지음, 배명자 옮김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20년 8월
평점 :
절판


책 제목을 보고 피에르 부르디외를 떠올렸다면 낚인 거다. 사실 나도 낚였다. 부르디외를 언급하되 부르디외와 다른 이야기를 한다. 사회를 분석하고 문제점을 찾아내는 책이 아니다. 주어진 질서와 그 안에서 각자도생하는 파편화된 개인, 그리고 남을 밟고 올라서는 법을 부르디외 이론의 파편을 빌려서 말하는 책이다. 이 책에서는 부르디외를 찾지 말고 자기 계발을 찾으세요.

그러나 꽤나 쓸만한 책이기도 하다. 모름지기 자기 계발서라면 이래야 한다는 걸 보여주는, 그쪽 업계의 모범생 같은 책이랄까? 읽다 보면 주어진 상황에 만족하지 않고 뭔가 노력해 보고 싶어진다. 사실 크게 특별한 내용은 없다. 다만 이런 이야기에 호소력과 설득력을 더했을 뿐. ‘더 큰 그릇을 품고, 더 너그럽게 굴며, 더 나은 사고와 행동을 하고, 더 좋은 관계를 맺어나가는 건 바로 이런 거야.‘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퍼질러 앉아 있던 사람을 일으켜 세우는 책이라고 말할 수 있겠다.

책에서는 시종일관 ‘잘나가고 돈 많은 사람들은 이렇게 생각하고 말하고 행동하니 너도 알아두면 좋아‘라고 말한다. 다만 어떻게 하면 나도 그렇게 돈이 많아질 수 있는지에 대한 내용은 역시나 빠져있으니 그런 건 기대하지 않는 게 좋다. 내용을 곧이곧대로 받아들여서는 곤란하며 그러기에는 그다지 쓸모없는 책이라는 말이다. 가볍게 읽으면서 취할 건 취하고, 버릴 건 버리길. 연애를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듯 삶도 책으로 배우는 게 아니에요. 다만 인상적인 부분 몇 군데를 표시해두었다가 가끔 찾아 읽어보며 지금 내가 살아가는 모습을 되돌아보고 정신 차리는 용도로 쓰면 좋겠다.

+
상류층이 스스로를 어떻게 타자와 구분 짓는지, 그리고 상류층의 그러한 행태를 그보다 아랫사람들이 어떻게 수식해 주는지를 엿보고 싶다면 이 책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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