니체의 인생 강의 - 낙타, 사자, 어린아이로 사는 변신의 삶
이진우 지음 / 휴머니스트 / 2015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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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픈 상황에 빠졌거나, 못된 사람을 겪었거나, 때를 잘 만나지 못했거나. 살다가 쿵 하고 넘어질 때가 있다. 나이 먹고 넘어지면 가볍게 생채기만 나고 끝나지 않는다. 뭔가가 깊게 후벼 파고 지나간 자리는 예전처럼 잘 아물지 않는다.

마음을 가까스로 추스르고 다시 일어설 때 누군가가 길잡이를 해주었으면 좋겠다. 내게는 이 구절이 이를테면 밤하늘의 북극성 같은 이정표가 되어줬다.



“인간의 위대함에 대한 내 정식(定式)은 아모르파티, 운명애다. 앞으로도, 뒤로도, 영원토록 다른 것은 갖기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 p167.


한 번 사는 인생이다. 어찌 보면 엄청난 우연과 행운으로 얻은 삶. 누구의 것도 아니고 누구의 것도 될 수 없는 나만의 삶.


어떤 일을 겪었든 그것은 이미 일어나버린 사건일 뿐. 지나간 일을 거듭 되새김질하며 시간을 아깝게 흘려보낼 것인가. 아니면 지금 이 순간에 뭐라도 해볼 것인가. 답은 정해져있다.

좋든 나쁘든 기쁘든 슬프든 내 삶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일 것. 나무가 자라나듯 물길이 넓어지듯 지금까지의 나를 뛰어넘는 내가 되기. 쓸데없이 심각해져서 어둠의 무게에 짓눌리지 않기. 춤추는 아이처럼 경쾌하게 하루하루 앞으로 내딛기. 무엇보다도, 하루하루 내 삶을 사랑하기. 다시 태어나도 지금의 삶을 또 선택할 것처럼. Amor Fati.


니체는 평생 변방을 맴돌다 외롭게 죽었다고 한다. 그가 처절하게 남긴 외침들이 마음 깊은 곳에서 고동친다. 자기 자리를 찾지 못하고 헤맸던 철학자. 그래서일까? 니체의 철학은 방향을 잃고 혼란에 빠진 사람에게 잘 어울린다.


그런데 이 책이 없었다면 니체를 만나기 힘들었을 것 같다. 권력 의지, 운명애, 영원회귀, 낙타-사자-아이의 변신까지. 니체 사상의 큰 줄기를 친절하게 짚어준다. 글쓴이의 강연을 활자로 옮긴 책이라고 한다.

7년 전이었던가. 호기롭게 “차라투스트라는 이렇게 말했다”를 펼쳤다가 너무 막막했던 기억이 난다. ‘이런 미치광이가 있나’했다. 그 뒤로 니체는 쳐다보지도 않고 있다가 우연히 이 책을 집어 들었다. 그리고는 니체에 빠져버렸다. 어렵다는 니체의 철학을 잘 씹어서 먹기 좋게 만들어놓았다. 징검다리 같은 책이랄까? 시간이 난다면 니체의 ‘원전들’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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