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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의 탄생 (반양장 보급판)
윌리엄 번스타인 지음, 김현구 옮김 / 시아출판사 / 2008년 9월
평점 :
구판절판
▢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 / 윌리엄 번스타인 / 시아출판사
윌리엄 번스타인의 <부의 탄생(The Birth of Plenty)>은 우리가 언제부터, 어떻게, 왜 잘살게 된 것일까? 그리고 앞으로 얼마만큼 더 잘살게 될까? 더 잘살게 되면 우리모두가 더 행복해질까? 하는 질문에서부터 출발한다.
1부에서 저자는 1820년을 전후로 하여 그 이전에는 세계경제가 사실상 전혀 성장하지 않은 반면 19세기 초기에는 특정한 장소와 시점에서 지속적이고 강력한 성장이 일어나 근대 세계의 거대한 경제적 도약을 이룬점에 주목한다. 그리고 이 성장의 시간은 역사적으로 보면 한순간에 지나지 않아 인간의 전 역사를 하루에 비유한다면, 번영하는 현대가 점하는 시간은 10초도 안된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번영에 꼭 필요한 4가지 요소로 재산권, 과학적 합리주의, 자본시장 그리고 현대적인 수송과 통신을 든다. 그러면서 이 요소들은 물질적이기보다는 제도적인 것으로 부를 쌓기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이러한 기본적인 틀이 갖추어져야 한다고 저자는 역설한다.
그중에서도 특히 재산권에 대한 역사적 고찰은 흥미롭다.
‘1571년 그리스 서부 해안 앞바다에서 알리 파샤가 이끄는 오스만투르크민주주의 국가선단과 오스트리아의 돈 후안이 이끄는 신성동맹군 간의 역사상 가장 피비린내 나는 해전이 있었다. 이 전쟁에서 오스만투르크 측은 대패를 당했고 사령관인 알리 파샤 장군도 목숨을 잃고 말았다. 그런데 알리장군 기함의 보물상자에서 전쟁수행과 직접 관련이 없는 금붙이가 15만개나 발견되었다. 해군 사령관이 왜 그의 전 재산을 개인 막사 안에 보관했을까? 이것에 대해 애덤 스미스는 『국부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자기보다 지위가 높은 사람들의 폭력을 끊임없이 걱정해야 하는 불행한 나라에 사는 국민들은 자기 부(common stock)의 대부분을 파묻거나 숨기곤 한다. 이것은 터키와 인도뿐 아니라 아시아 모든 나라의 일반적인 관행인 것으로 생각된다.‘ 오스만 제국에서는 황제를 제외한 어느 누구-황제의 처남이었던 알리 파샤도-도 자유인이 아니었다. 사람들의 생명과 자유, 재산은 언제든지 황제의 변덕에 따라 몰수될 수 있었다. 바로 여기에 모든 전체주의 사회가 몰락한 궁극적인 원인이 있고, 자유시장 시스템의 강점이 있다. 바로 재산권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일화다.
재산권과 시민권 없이는 어떤 것도 발명가와 사업가들이 직접적인 필요 이상의 것을 창조하고 생산하도록 유인하지 못하는 법이다. 그래서 오죽하면 ‘세계 역사상 어느 누구도 빌린 차를 세차하는 사람은 없다’는 금언이 있겠는가.
제2부 부자나라, 가난한 나라에서는 가장 먼저 부를 창출한 국가로 네덜란드와 잉글랜드를 , 두 번째로 부를 창출한 국가로 프랑스, 스페인, 일본을 그리고 마지막으로 지금까지도 번영에 뒤처진 국가로 이슬람 세계와 라틴아메리카를 꼽으며 그들 국가들에 대한 경제·정치·군사·사회구조 등을 다각도로 살피면서 번영을 누리기 위해 꼭 필요한 요소들을 도출해냈다. 이 중 한 가지라도 없는 경우 부가 축적되지 않거나 외부로 빠져나가게 된다고 역설한다. 그 예중 하나가 프랑스의 불완전한 재산권을 들었다. 즉 프랑스의 재산제도는 소유권을 허용했음에도 불구하고 인센티브를 창출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하긴 자동차 의무검사에 대한 과도한 수수료, 노조의 초과고용, 최고위경영자에 대한 낭비적인 보수체계 등 이러한 ‘지대추구행위’-기업활동이나 힘든 노동에 반하여 특권을 이용해 돈을 벌려는 성향-에 대한 친숙한 예는 오늘날에도 얼마든지 있지만 말이다.
이 부분에서 만약 저자가 우리나라를 사례로 꼽았다면 우리나라를 어느 부류에 포함시켰을지 사뭇 궁금해진다.
프랜시스 후쿠야마는 ‘자유’란 개인적 권리, 특히 재산권이 국가에 의해 보호된다는 것을 뜻하고 ‘민주주의’란 일국의 지도자가 다당제 선거에서 비밀투표에 의해 모든 선거민으로부터 선출된다는 것을 뜻한다고 ‘자유민주주의’를 정의내린 바 있다. 지금 우리나라는 그 어느 정권보다도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강조하는, 그래서 그 어느때보다도 경제적 번영에 대한 기대감이 큰 새로운 정부의 출범을 눈앞에 두고 있다.
그런면에서 이책의 3부에서 다루는 번영의 결과와 부의 흐름, 그중에서도 국가의 번영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고찰은 오늘날 우리에게도 많은 정책점 시사점을 준다. 부가 더욱더 증대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반드시 더 행복해지는 것은 아니며 부국과 빈국에서 국민들이 느끼는 행복이나 만족 지수는 그리 차이가 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리고 경제적 발전이 민주주의를 낳는 것이지 그 역은 아니라는 점을 밝히며 오히려 ‘과도한’ 민주주의는 경제성장을 가로막을 수도 있다는 것을 보여준다. 오히려 부의 차이는 국가 내부에서 더욱 중요하게 작용하며 흔히 말하는 상대적 빈곤, 상대적 박탈감이 더 문제가 된다고 지적하면서 소개하는 ‘부자란 그의 동서보다 더 많이 버는 사람을 가리킨다’라는 조크는 의미심장하게 들린다.
이책은 540여쪽에 달하는 부에 관한 세계지도라 할만큼 방대한 분량만 보더라도 결코 쉽게 읽히거나 만만하게 읽을수 있는 책은 아니다. 그러나 역사적 사실과 풍부한 자료를 바탕으로 국가의 번영에 대해 새롭게 접근한 저자의 지적 궤적을 함께 따라가다 보면 자신도 모르게 경제사에 흥미를 느끼고 있는 자신을 발견할수 있을 것이다. 특히 일독한후에 목차, 머리말과 함께 밑줄치며 읽었던 부분을 다시 보면 다소 산만하게 느껴졌던 내용들이 차곡차곡 정리되는 것을 느낄수 있을 것이다.
특히 우리사회를 이끄는 리더층에서부터 먼저 보아야할 책이라는 생각이 드는데 최근 모 일간지에서 명사들이 추천하는 ‘새 대통령에게 권하는 책30선’에 이책이 빠진 것은 다소 아쉽다.-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