창조적 루틴 - 1등 기업의 특별한 지식 습관
노나카 이쿠지로, 김무겸 / 북스넛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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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0년대에 접어들자 기업의 경쟁 범위에 큰 변화가 일어났다. 지금 세계는 제3의 산업혁명 한가운데에 있으며 바야흐로 기업 생존을 위해 새로운 틀이 요구되고 있다. 부동산, 자본, 노동 이라는 하드 자원은 힘을 잃은 지 오래며, 이제 지식만이 가장 중요한 자원으로 대두된 지식경제 시대다. 하드 자원의 영향력이 감소하고 소프트 자원(지식)의 파워가 커진 만큼, 떠오르는 기업과 쇠락하는 기업은 극명하게 갈라질 거라고 말한다. 그러고 보니 “포춘 선정 500대 기업의 평균 수명은 40년을 넘지 않는다. 향후 25년 후에 생존할 기업은 오늘날 주요 기업의 3분의 1에 불과할 것이다” 라는 신문기사를 접했던 것이 처음이 아니다.

 

1960년대에 ‘지식노동자’ ‘지식사회’라는 용어를 처음 사용한 피터 드러커는 최근 들어 기업에서 유일하게 의미 있는 자원은 지식이라고 말했다. 드러커의 업적을 이어받아 지식이 어떻게 창조되는지를 고찰하고 조직 내 지식창조 과정을 연구한 사람이 바로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다. 그는 지식창조야말로 조직 안에 혁신을 몰아다주기 때문에 기업에서 가장 의미있는 핵심 역량이라고 주장하며, 조직 안에서 창조된 지식이 기업 경쟁우위의 주요 원천이라고 여겼다. 노나카 교수는 생전의 피터 드러커로부터 “현장을 제대로 아는 몇 안 되는 경영학자 중 한 사람”이라고 극찬을 받았고, 자신이 쓴 경영서로 전미 최고저술상을 수상하는 등 세계 경영 분야에서 가장 큰 변화를 주도한 인물로 부각되고 있다. 2008년에는 월스트리트 저널이 5년마다 한 번씩 선정하는 ‘세계에서 가장 영향력 있는 경영사상가 20인’에 동양인으로는 유일하게 선정되기도 했다. 지식창조 이론 창시자로 널리 알려진 노나카 이쿠지로 교수가 쓴 『창조적 루틴』은 지식창조 이론을 본격적으로 다루면서 지식경영의 생생한 현장을 들려준다.

 

성공한 기업들의 특별한 지식 습관을 알려주는『창조적 루틴』은 지식 시너지를 극대화할 수 있는 창조적 루틴(일상, 습관)으로 성공을 이뤄낸 기업들을 분석하고 일상화한 창조적 루틴을 심도 있게 파헤치고 있다. 저자는 인간을 설비나 부동산과 비슷한 자원으로 취급하면서 인간의 주관성을 무시하는 경영이론을 비판하며 경영은 필연적으로 미와 윤리를 수반해야 한다고 말한다. 또 지식을 확장시키고 활용하기 위해서는 단지 지식을 소유하는 것만으로는 불가능하며 사람과 사람 간의, 그리고 사람과 환경 간의 상호작용이 지식창조의 원천이라고 주장한다. 지금까지의 경영이 지식을 실체로 다루었다면 이제는 실체로서가 아니라 일상에 스며든 창조적 사고과정, 즉 ‘루틴’ 속에서 탄생하는 지식만이 자연스럽고도 강력하며 기업이 진정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는 게 노나카 교수의 지식창조 이론이다.

 

저자는 ‘지식창조 루틴’이라는 지식변환의 네 가지 모드를 제시한다. 지식을 서로 공유하는 ‘공유화’에서 시작해, 그것을 객관적 지식으로 표현하는 ‘표출화’를 거치고, 다시 좀 더 체계적인 지식으로 확립시키는 ‘조합화’ 단계를 거쳐, 모두가 그 지식을 강력한 경쟁력으로 활용할 수 있는 ‘내면화’ 단계에 도달한다는 모델이다. 이러한 창조적 루틴을 정착시키기 위해 지식비전, 구동목표, 대화, 실행, 무대, 지식 자산, 창조적 환경 등 7가지 추진인자를 보여준다. 여기에 ‘필요한 결정을 내리고 시기적절하게 행동하는 실용적 지혜’를 뜻하는 리더의 프로네시스 리더십이 필수적이라고 덧붙인다.

 

지식비전을 루틴으로 삼은 대표 기업은 혼다다. 1970년 미국에서 개정된 '맑은 공기 법령'에 준하는 CVCC엔진을 개발할 당시, 혼다 소이치로 회장은 이것이 미국의 자동차 3사를 이길 수 있는 절호의 기회라고 선언했다. 당시 미국의 자동차 3사는 새 법령에 반대하는 입장이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혼다의 기술자들은 소이치로의 동기에 동의하지 않았다. 그들은 "자신들이 진정으로 원하는 것은 유해가스를 줄인다는 자동차 회사로서의 사회적 책임에 부합하는 엔진을 개발하는 일"이라고 말했다. 그들은 "자신의 아이들을 위해 그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이 말을 들은 소이치로는 자신을 매우 부끄럽게 여긴 나머지 은퇴를 결심하기에 이른다. 또한 제품(자동차)은 혼다의 기술자들만 좋아하는 것이 되어서는 안되며 제품을 구매하는 사람뿐 아니라 제품을 판매하는 사람 역시 그 제품을 좋아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기업에게 추구해야 할 절대가치를 부여하는 일종의 공익가치이며 CEO가 바뀌어도 변하지 않는 흔들림 없는 지식비전이다. 혼다의 지식비전은 'The Power of Dream'이라는 기업 모토처럼 '공익을 위한 꿈의 실현'이라는 절대가치에 있다. 혼다는 오늘날까지도 설립자인 회장마저 뒤흔들 수 없었던 지식비전으로 정상을 지키는 기업이다.

 

연매출 20조엔이 넘는 세계 최대의 편의점 세븐일레븐은 대화와 실행이라는 타사와는 차별되는 탁월한 루틴을 실천한 대표적 사례다. 세븐일레븐의 가치는 고객이 어떤 제품을 원하는지 정확히 파악해 그 제품만을 판매해야 한다는 점이다. 아이템 바이 아이템 경영으로 주로 판매하는 제품의 70%는 1년후 판매하지 않는다. 따라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까운 미래에 잘 팔릴 대박상품을 선정하는 일이다. 이를 위해 직원들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고객의 필요와 심리를 파악하기 위해 가설수립과 시험, 그리고 검증의 사이클을 일상화한다. 계속해서 변화하는 고객의 필요를 충족시킬 수 있는 효과적인 가설을 세우기 위해 세븐일레븐 직원은 ‘고객을 위해’ 생각하기보다 ‘고객 입장에서’ 생각하도록 장려되는데 이는 벽이 없는 대화를 통해 가능하다.

 

지식창조 이론을 자세히 설명하는데 할애하다 보니 앞부분은 읽기에 다소 딱딱하고 건조하다. 그러나 ‘1등기업의 특별한 지식습관’이라는 부제가 말해 주듯이 혼다, 도요타, 에이사이제약, 구몬학습, 세븐일레븐, 무지 등 각자의 분야에서 거대한 성공을 이뤄낸 10개 기업들의 생생한 사례가 등장하는 2부는 제법 흥미롭게 읽을 수 있다. 만약 국내기업을 대상으로 이런 책을 쓰게되면 과연 어느 기업들이 어떤 사례로 등장할지 사뭇 기대되고 궁금해진다. 아침에 눈뜨는 순간부터 시작하여 밥먹고 잠자듯 지식습관을 생활화하자고 맘먹은 개인이나 기업이 있다면, 1년에 한번 사장의 새해연설에 귀 기울이기 보다는 이 책을 읽고 실천하는 것이 여러모로 유익할 것 같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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