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창.통 -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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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통찰과 해법이 가득한 뷔페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이지훈 지음, 쌤앤파커스, 2010
 

일본의 한 중소기업 사장이 창업 초기 신입 사원 공채를 실시했는데, 인재가 오지 않아 고민하고 있을 때였다. 그의 장인이 지나가는 말처럼 “군대생활을 해보니 밥 빨리 먹고, 목욕 빨리하고, 용변 빨리 보는 사람이 일도 잘하더라” 하고 귀띔했다. 이 말을 들은 사장은 160명의 응시자를 대상으로 ‘밥 빨리 먹기 시험’을 진짜로 실행에 옮긴다. 떨어진 사람들은 “무슨 이런 시험이 있느냐”며 아우성쳤고, 지역 언론은 “한심한 회사”라고 보도했다. 하지만 그 뒤에도 ‘큰 소리로 말하기’, ‘화장실 청소’, ‘오래달리기’ 같은 독특한 시험은 계속됐다.

이 회사가 1973년 가정집 한 귀퉁이 창고에서 전기 모터 회사로 출발해 지금은 140여개 계열사에 13만명의 종업원과 매출 약 8조원의 그룹으로 성장해 일본판 벤처 신화로 불리는 일본전산(日本電産)이다. 일본전산에서 세계적 발명이 나오고, 세계 챔피온이 됐는데 바로 그때 밥 빨리 먹고 목소리 커서 뽑힌 사람들이 그것을 만들었다. 파격경영을 보여주는 대표적인 이 에피소드의 주인공인 나가모리 시게노부(永守重信)사장은 국내외 27개 회사를 인수합병(M&A)한 뒤 모두 경영을 정상화시켜 '기업 재생의 신(神)'으로 불린다. 그렇다고는 해도 일본전산은 일본 재계 랭킹 100위권 밖의 중견 기업에 불과하다. 그런데도 일본에서 가장 열정적인 경영자로 꼽히는 이 사람의 이야기에 많은 사람들이 열광하는 것은 그의 이야기에 통쾌한 역전이 있고, 가슴 뛰게 하는 꿈이 있기 때문이다. 나가모리 사장은 스스로를 '헨진(變人·이상한 사람)'이라고 할 정도로 괴짜 경영인이다. 그는 정형(定型)과 겸양이 미덕인 일본 사회에서 기행(奇行)과 파격(破格)을 서슴지 않는다. 벤처기업이 도쿄식(式)을 그대로 따라 해서는 도쿄의 대기업에 승산이 전혀 없었기에 그는 의도적으로 도쿄식을 거슬렀다.

 

최고의 기업을 이끄는 경영자들과 세계적 일가를 이룬 석학들의 성공비결과 공통된 키워드를 분석한『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의 한 대목이다. 조선일보 경제 섹션 ‘위클리비즈’의 편집장이자 경제학 박사인 저자는 3년간 수많은 초일류기업의 CEO, 경제경영 석학들을 심층 취재하면서, 모든 성공과 성취의 비결엔 혼(魂), 창(創), 통(通)이라는 3가지의 공통된 키워드가 있음을 발견했다고 한다.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불확실성의 시대에 모든 조직과 개인이 삶과 비즈니스에 있어 어떻게 명확하고 원대한 비전을 세울 것인가?, 어떻게 유연하고 기발한 창의성을 이끌어낼 것인가?, 어떻게 조직 안팎을 비롯해 모든 사람과 원활한 소통을 이루어낼 것인가?의 문제를 고민하고 있다. 이 책은 거기에 가장 확실하고 명쾌한 답을 제시하고 있다. 조직에 혼을 심고, 창의성이 살아 넘치게 하고, 소통하는 조직을 만들라는 것이다. 세상과 비즈니스를 움직이는 예리한 통찰과 실천적이고 종합적인 해법을 제시한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의 저자 켄 블랜차드 박사가 미국 다른 도시에서 강연하기 위해 비행기를 타러 공항에 갔는데 깜빡 잊고 신분증을 집에 두고 갔다. 집에 다시 갔다 오기엔 시간이 부족했기 때문에 궁여지책으로 공항의 서점에 들러 자신이 쓴 책을 한 권 사서 표지에 실린 자신의 사진을 항공사 직원에게 보여주며 “신분증을 깜빡 잊고 가져오지 않았는데 이것으로 대신할 수 있을까요?” 했더니, 그 직원은 “블랜차드 선생님이시군요. 제가 일등석으로 모시겠습니다” 라고 하며 동행해 보안 검색을 탈없이 통과하도록 도왔고, 터미널까지 안내했다는 것이다. 그 항공사가 서비스로 유명한 '사우스웨스트항공사' 이다. 물론 사우스웨스트 비행기엔 일등석이 없다. 그 직원은 농담을 한 것이다. 어떻게 이런 일이 가능할까? 바로 이 항공사의 창업자인 허브 캘러허가 말단 직원까지 권한을 위임해 직원 스스로 현장에서 판단하고 결정하도록 했기 때문이다. 공항에서 신분증을 요구하는 것은 탑승권에 있는 이름과 동일한 인물인지 확인하기 위해서인데, 이 직원은 이런 사실 관계를 책 표지의 사진으로 확인했으니 탑승시켜도 된다고 스스로 판단한 것이다. 반대로 갈아탈 때의 비행기는 다른 항공사였는데, 직원들이 모두 “규정상 안 됩니다. 내 상사와 상의해 보세요” 라고 해, 큰 애를 먹었다고 한다. 매뉴얼로는 결코 이런 서비스를 창조할 수 없다. 100권의 매뉴얼이 하지 못할 일을 혼을 심으면 해낼 수 있다. 그들은 자신들이 정해진 절차와 규정을 완벽하게 지키며 일하는데, 왜 기업 실적은 날로 나빠지는지 아직도 이해하지 못하고 있을 게 분명하다. 매뉴얼과 혼의 차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다.

 

기업환경이 어려운 때일수록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지게 마련이다. 통(通)하기 위한 첫 단계는 청(聽), 즉 잘 듣는 것이다. 단순히 듣는 것으로는 부족하다. '잘' 들어야 한다. 어느날 신문을 보던 남편이 아내를 불렀다. "여보, 이것 좀 봐. 여자들이 남자보다 2배나 말을 많이 한다는 통계가 실렸네! 남자는 하루 평균 1만5,000 단어를 말하는데, 여자들은 3만 단어를 말한다는 거야!" 이 말을 들은 아내가 말한다. "남자들이 여자 말을 워낙 안 들으니까, 여자들이 늘 똑같은 말을 두 번씩 하게 되잖아요. 그러니까 두 배지!" 3초 후에 남편이 아내를 향해 다시 물었다. "뭐라고?" 경청이 이루어지지 않는 상황을 희화해서 보여준 사례이다. 경청하기 어려운 가장 큰 이유는 말하고자 하는 욕구 때문이다. 우리는 상대방의 이야기를 들으면서도 속으로는 계속 자기가 할 말을 생각하는 경우가 많다. 상대방이 말을 하다가 한숨 돌리는 사이에 ‘이때다’ 하면서 말을 가로챈다. 이렇게 계속 남이 말할 때 내 이야기를 하고 싶다면? 여기 당장 실천할 수 있는 효율적인 방법이 있다. 아직 상대방이 이야기를 끝내지 않았는데 자꾸 말을 가로채고 싶어하는 내 마음속의 어떤 존재에게 ‘철수’라는 이름을 붙이고 자신도 모르게 내 안에서 뭔가 이야기를 하고 싶을 때 마음 속으로 외치는 것이다. ‘철수야, 지금은 네가 나올 때가 아니거든? 나중에 얘기하자.’ (이것만 제대로 실천해도 우리 가정, 기업, 사회가 훨씬 더 평화로워질텐데. 우리집도 얼마전부터 ‘철수’라는 새식구가 들어와 살고있다)

 

책에는 이처럼 스티브 잡스 애플 CEO, 이나모리 가즈오 교세라 명예회장, 리처드 브랜슨 버진그룹 회장, 『아웃라이어』의 저자 말콤 글래드웰, 하워드 가드너 하버드대 교수 등 수많은 대가들의 황금 같은 메시지와 살아 펄떡이는 흥미진진한 사례가 가득하다. 이 책을 다 읽을 때 쯤이면 “혼·창·통 당신은 이 셋을 가졌는가?” 라는 저자의 질문에 이 중 한가지만이라도 가질 수 있다면 소원이 없겠다는 생각이 절로 나게 된다. 꼭 경영자가 아니더라도 강력한 자기계발서로 읽기에도 손색이 없다는 뜻이다. 논어<옹야편>에 나오는 ‘知之者 不如好之者 好之者 不如樂之者’를《노자》에 나오는 구절로 잘못 소개한 부분도 있지만(68쪽), 이책에 마음이 뺏긴 독자에게는 세계적 경제경영 구루 56명의 생생한 인터뷰 육성을 들을수 있는 『위클리비즈i(조선일보 위클리비즈 팀 지음)』도 함께 읽어보길 권한다.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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