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자들의 음모 - 부자 아빠 기요사키가 말하는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 흐름출판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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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자들의 음모속에서 살아남기 

『부자아빠 기요사키가 말하는 부자들의 음모』

로버트 기요사키 지음, 윤영삼 옮김, 흐름출판, 2010
 
부동산이나 주식투자로 수십억, 수백억 원을 벌었다는 사람들의 얘기를 들으면 귀가 솔깃해진다. 떠도는 소문과 남들 얘기만 믿다가 낭패를 당했거나, 우왕좌왕하다 번번히 막차를 타는 바람에 기회를 놓쳤던 사람이라면 부럽기가 이만저만이 아니다. 그럴때면 그동안 사서 읽었던 재테크 서적이 과연 무슨 소용이 있었나 하는 자괴감마저 든다. 처음에는『부자아빠 기요사키가 말하는 부자들의 음모』도 또 그저 그런 류의 재테크 책이려니 하고 별로 기대하지 않았다. 지금까지 비슷한 종류의 책만 10여권을 낸 저자의 이력을 아는데다 전작인 《부자 아빠 가난한 아빠》의 성공 투자 사례에 대한 미심쩍음도 남아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책을 읽어나가면서 돈의 새로운 규칙을 제시하는 그의 주장에 고개가 절로 끄덕여졌고,부자들의 음모에 대한 역사적 고찰 또한 흥미로웠다. 이 책은 두 부분으로 나뉘어 있다. 1부는 음모의 역사를 다룬다. 거대 갑부들이 돈 공급량을 조절하여 세계경제와 정치 시스템을 어떻게 통제하고 있는지 설명한다. 2부에서는 이러한 부자들의 음모 속에서 우리 돈을 지키는 방법에 대해 이야기한다. 부자들이 만든 부자들만의 게임에 더 이상 이용당하지 않고, 그들의 음모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전략을 제시한다. 이 책은 ‘부자 아빠 시리즈’ 중에서도 독자들과 온라인으로 상호교류하면서 쓴 첫 번째 책이다. 저자는 지난 2009년 1월 '부자들의 음모'라는 웹사이트(www.conspiracyoftherich.com)를 열고 원고를 쓰면서 온라인으로 독자들과 의견을 주고 받았다. 본문 중간 중간에 실려져 있는 인상적인 ‘독자 코멘트’와 ‘스페셜 보너스 Q&A’가 그 결과물이다.

"좋은 학교에 들어가서 열심히 공부하라. 좋은 직장을 잡아 열심히 일하라. 버는 한도 내에서 아껴 쓰고 저축하라. 그렇게 모은 돈으로 집을 사라." 부자들이 끊임없이 우리에게 속삭이는 말이다. 우리는 그동안 학교에서도 이렇게 배웠고 정부도 공공연하게 이런 말을 퍼뜨리는데 앞장서고 있다. 그런데 불변의 진리로 통하는 이 말은 사실 부자들이 자신들의 주머니를 더 많이 채우기 위한 속임수이며, 열심히 돈 벌어서 세금을 많이 내라고 부추기는 말에 불과하다. 부자들은 이미 오래 전에 '돈의 규칙'을 바꿨고 자기들끼리만 그 규칙을 공유해왔다. 그런데도 그들의 말만 믿고 따른다면 금융 노예로 전락하는건 시간문제다. 2007년 12월 시작된 미국의 경기침체가 33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2차 세계대전 이후 최장기 침체다. 집값은 4년새 반토막이 났고 팔아도 대출금을 못갚는 ‘깡통주택’(집값이 모기지 상환액에 미치지 못하는 주택)이 속출하고 있다. 한국 역시 이번 경제위기때 지옥과 천당을 오가며 충격을 줄이기 위해 안간힘을 썼고 여전히 안전벨트를 풀지 못할 상황이다. 더 이상 정부나 금융기관을 믿고 살 수 없는 시대다. 기요사키는 은행・정부・시장을 지배해 온 금융의 역사를 되돌아보고 결론을 내린다. “당신이 가난한 이유는 부자들의 음모를 몰랐기 때문이다.” 그러면서 부자들에게 이용당하지 않으려면 다음에 제시하는 '돈의 새로운 8가지 법칙'을 배워야 한다고 말한다. 1. 돈은 지식이다 2. 빚을 이용하는 법을 배워라 3. 현금흐름을 통제하는 법을 배워라 4. 힘든시기를 대비하라 5.지금 필요한 건 스피드 6. 돈의 언어를 배워라 7. 삶은 팀 경기다 8. 돈의 가치가 떨어질수록 자신의 돈을 찍어내는 법을 배워라

많은 사람들이 빚을 지는 것은 무조건 나쁘다고 말한다. 하지만 좋은 빚도 있고 나쁜 빚도 있다. 좋은 빚과 나쁜 빚을 구분하는 것은 간단하다. 나쁜 빚은 우리 주머니에서 돈을 빼내가지만, 좋은 빚은 우리 주머니에 돈을 넣어준다. 신용카드는 나쁜 빚이지만 임대료를 받을 수 있는 건물을 구입하기 위해 돈을 빌리는 것은 좋은 빚이다. 분산투자 역시 사람들이 많이 오해하는 개념중에 하나다. 흔히들 금융설계사들이 분산투자를 하라고 하면서 중소기업 주식, 대기업 주식, 부동산투자신탁(리츠), 상상지수펀드(ETF), 채권펀드 등 다양한 뮤츄얼펀드에 투자하라고 권한다. 그러나 그것은 실제로 분산투자가 아니라 중복 구매일 뿐이다. 금융지식이 많은 투자자는 사업, 소득을 만들어 내는 투자 부동산, 종이자산, 상품자산 이 네 분야에 골고루 투자한다. 이것이 바로 진정한 분산투자다. 돈의 언어를 배우라는 대목 역시 귀담아 들어야겠다. 우리가 쓰는 말이 곧 우리를 대변한다. 자신의 삶을 바꾸고 싶다면 먼저 말을 바꿔야 한다. "나는 절대 부자가 되지 못할 거야" "나는 돈에 관심이 없어" 이렇게 말하는 순간 들어오는 돈까지도 달아나는 법이다. 그러니 지금 당장 실천하자. 어차피 말에는 돈이 들지 않는 법이니까. 

무엇보다도 저자는 또다시 불어오는 경제혼란 속에서 어떻게 살아남아야 하는지 지금부터라도 대비하라고 말한다. 오늘날 세계경제를 뒤덮고 있는 세계금융위기를 미국 정부는 더 많은 돈을 찍어내 해결하려 하고 있다. 결국 세상에 돈은 갈수록 넘쳐나게 되고 인플레이션은 심화되어 마침내 하이퍼인플레이션의 시대가 올지 모른다. 미국에서 돈을 찍어내는 만큼, 미국에 수출하여 경제를 유지해나가는 우리나라도 그만큼 돈을 찍어내야 한다. 미국이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지면 한국도 똑같이 하이퍼인플레이션에 빠질 위험이 높다. 저자는 다양한 근거를 제시하며 2007년 시작된 미국발 세계금융위기를 세계적인 공황의 전조라고 주장한다. 만약 공황이 온다면 디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미국식 공황이 아니라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발생하는 독일식 공황이 올거라고 우려한다. 독일식의 살인적 인플레이션에서 살아남는 방법은 무엇일까. 저자는 현금은 최소한만 남겨두고 나머지는 모두 인플레이션에 따라 변동하는 가치에 투자해야 한다고 조언하며 대표적인 투자 대상으로 금, 은, 원유 등을 꼽는다. 어찌되었건 새로운 투자처를 찾아 자기만의 돈을 찍어내는 방식을 만들어야 한다는 주장이다. 저자는 월스트리트를 중심으로 국제금융을 쥐락펴락하는 거대한 손들이 문제의 전부는 아니라고 말한다. 정작 중요한 문제는 경제의 흐름에 둔감한 우리의 무지이며, 따라서 지금 우리가 해야 할 일도 대정부 시위가 아니라 경제공부다. '부자 아빠 시리즈’에서 여러 차례 강조했듯 경제와 금융의 흐름을 읽는 지식, 즉 '금융 I.Q'를 높여야 한다고 충고한다. 

혹시 기요사키의 책을 여러 권 읽은 독자라면 이 책의 내용이 지금까지의 책과 별반 다를바 없는 동어반복이라고 치부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나를 위해 사업을 하고 돈을 어떻게 굴릴 것인지를 고민하라" "빚을 이용하는 방법을 배워라" "현금흐름에 초점을 맞춰라" 등 '부자 아빠 시리즈'에서 그가 펼쳐온 일관된 주장은 다시 읽어도 여전히 설득력이 있다. 마지막에 실린 한 재테크커뮤니티 회원들이 책이 출간되기 전에 먼저 원고를 읽고 작성한 '이 책을 먼저 읽고 나서'에서는 이러한 독자들의 반응이 잘 나타나 있다. 문제는 실천이다. 행동하는 자는 행동하지 않는 자를 이기는 법이다. 이 책을 읽고 분산투자의 정확한 의미와 현금흐름과 자산소득을 구분하는 방법을 터득해 포트폴리오를 다시 짜는 등 행동변화를 일으킬 독자도 분명 생길 것이다. 필자도 당분간 책선물을 이 책으로 할 작정이다. 물론 정말 친한 사람들에게만 말이다. -끝-
* 기획회의 281 (2010.10) 기고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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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 북핵 문제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게임이론이 보여주는 미래 설계도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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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0 

미래가 꽤 궁금한 시대다. 2008년 전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세계경제의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날 안경 쓰고 올라 탄 버스 안처럼 눈앞이 흐릿해지고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하다.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한다』에서는 이러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프리딕셔니어(Predictioneer)는 '미래를 예측하는 자'라는 뜻의 신조어다. 매일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세계에서 어떤 중대한 사건이 벌어질지 안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게 당연하다. 사업에 관한 일이건, 국가 안보 문제이건 정치・경제를 전망하는 일이건 모두 같다. 저자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는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고등연구원으로, 미국 정부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아주 영향력이 큰 학자로 손꼽힌다. 미국 CIA와 국무부, 세계 500대 기업에 미래 사건을 예측해주는 컨설팅회사의 CEO이기도 한 그는 중동 문제, 이라크 사태, 엔론사 회계부정 사건 등 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을 다수 예측한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로도 유명하다. 지난 30년 동안 발전시켜 온 게임이론 모델을 통해 수많은 예측을 내놓았으며, 미국 CIA는 이 예측들이 “90퍼센트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게임이론이라는 최신의 수학모델을 바탕으로 현실의 사건을 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 게임이론이란 행위자들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으로, 게임 참여자들 간의 선택과 판단이 일으키는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다. 저자는 인간이란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믿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매우 예측 가능한 존재이며, 어떤 일을 하든 자기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애쓰는 직관적인 게임이론가들 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믿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사회는 거대한 체스게임과 같은 것이며, 컴퓨터의 체스 프로그램이 그러듯이 진로를 예측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입장, 원하는 정도, 영향력 등을 정교하게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패턴을 추출해낼 수 있고, 심지어 원하는 결과를 낳는 절묘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통찰이나 직관에 기반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정보와 자료에 근거한 ‘예측(Prediction)' 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이런 객관적인 힘의 흐름에 주목하고 그것을 계산해냄으로써 미래를 ‘예언'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저자는 남북한 당국자들의 현재 입장과 목표, 미국・중국・일본 정부가 처한 입장, 당사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효과 등 을 모두 숫자로 환산하여 하나의 척도 위에 표시한다. 그리고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여 당사자들이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합의점이 어디인지를 알아낸다. 그는 종잡을 수 없어 보이는 북한의 김정일조차도 ‘합리적 행위자’로 규정하며, 김정일 역시 자신의 카드를 매우 영악하게 사용하는 게임 플레이어라고 말한다. 김정일은 주변국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와 자신이 쓸 수 있는 핵무기라는 유일한 카드의 범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지만 섣불리 그것을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는 그에게 완전한 핵 폐기를 기대할 수는 없고, 오히려 체제 유지에 필요한 10억 달러 정도를 매년 지원해 관리해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마침 이 책을 읽는 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또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의 전격적인 중국방문 목적을 놓고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북제재 탈출구 모색,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 아들 김정은의 3대 세습 추인 등 여러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하루전인 8월 25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고, 같은 시각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서울에 있었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부분을 보면 마음이 좀 복잡해지는게 사실이다. 저자가 미국인이고 미국 정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기 때문에 현재 남북한에 대한 포괄적이고 역사적인 이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흐르는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기류는 ‘프리딕셔니어’의 말에 바짝 더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진화를 거듭한 게임이론을 통해 스파르타의 멸망 원인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패턴'을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법을 밝힌다. 이제까지 점성가의 수정구슬이나 전문가들의 애매모호한 발언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영역이 새로운 패턴과학의 출현으로 획기적인 전기를 맞은 셈이다. ‘죄수의 딜레마’ ‘내시 균형’ 등 게임이론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 이 책이 다소 버거운 독자라면 최정규 교수가 지은『이타적인 인간의 출현(2009년 개정증보판)』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어느 지면에서 이 책만큼 게임이론을 쉽게 풀어쓴 책은 없다며 추천했던 게 기억난다.『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를 읽은 뒤 ‘미래예측자’의 눈을 갖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는 계기로 삼기만 해도 다행스런 일이다. 혹시 아는가. 족집게 문어 스타 ‘파울(Paul)'처럼 오늘 점심값을 누가 낼지 척척 알아 맞히게 될는지. -끝-
  * 기획회의 280호 (2010.9) 기고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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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드 Googled -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 타임비즈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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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이 바꾼 세상, 구글이 바꿀 미래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

켄 올레타 지음, 김우열 옮김, 타임비즈, 2010

1998년은 마이크로소프트가 OS시장 전체의 90% 이상을 점유하며 자신감이 넘치던 시기였다. 그해 한 인터뷰에서 가장 두려운 장애물이 무엇인지를 묻는 질문에 빌 게이츠는 예상과 달리 넷스케이프, 선마이크로시스템즈, 오라클, 애플 등 '막강한 적수'들을 언급하지 않고 "누군가 차고에서 전혀 새로운 무언가를 개발하고 있지 않을까 두렵군요"라고 대답했다. 공교롭게도 바로 그 1998년, 빌 게이츠의 악몽은 현실로 나타났다. 실리콘밸리의 한 차고에서 스탠퍼드대학원 동창생인 래리 페이지와 세르게이 브린이 막강한 검색엔진을 무기로 구글을 차린 것이다. 구글은 불과 10년 만에 시가총액 1,400억 달러가 넘는 세계 최대의 인터넷 포털 업체로 성장했고, 2009년 또다시 <포춘> 선정 '세계에서 가장 존경받는 50대 기업'에 꼽혔다. 위성 지도 프로그램인 ‘구글 어스’를 통해 지구 반대편 다른 나라의 환경을 옆집 보듯 알 수 있고, “구글이 못 잡아내는 정보는 거의 없다”고 할 정도로 구글의 검색력은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의 경지에 올랐다. 구글은 거기다 이미 미국 5대 방송사의 광고 수입을 합한 것보다 더 많은 수익을 인터넷 광고로 벌어들이고 있으며 최근에는 세계 모바일 검색 점유율이 98.29%에 달한다는 경악스러운 조사결과도 나왔다. 마이크로소프트, 야후 등 구글에 맞서 모바일 검색 사업을 강화하려는 경쟁 사업자들에게는 한 마디로 맥빠지는 소식이다. 

이 책의 제목인 구글드(Googled)는 '구글에게 당하다' 또는 '구글이 만들어낸 획기적인 변화'를 뜻하는 신조어인데, 이밖에도 구글링, 누글러, 구글노믹스 등 자고나면 구글 관련 신조어가 하나씩 생길 정도다. 이같은 결과에 대해 <포춘>은 혀를 내두르며, "구글에 대한 최대 위협은 구글 자신의 성공일 뿐"이라고 표현했다. 구글이 최고 기업으로 떠오른 비결은 뭘까? '20세기 100명의 기자’로 뽑힌 <뉴요커> 수석 칼럼니스트인 켄 올레타는 3년 여 간의 심층 취재를 바탕으로 내놓은 『구글드, 우리가 알던 세상의 종말』에서 ‘소비자 중심적인 사고 때문’이라는 답을 내놨다. 그가 구글을 지켜보면서 얻은 교훈은 명확하다. 구글은 비즈니스 관점이 아닌 소비자 관점에서 바라봄으로써 성공했다. 

구글이 전 세계에서 가장 경쟁력이 있는 기업,일하기 좋은 직장으로 떠오르기 전에 인터넷 검색엔진 분야의 최고 기업은 야후였다. 야후는 인터넷 검색의 중요성을 깨닫고 효율적인 검색엔진을 개발하여 서비스를 제공하였는데 한 가지 실수를 한 점이 있다. 사람들이 인터넷 검색을 하기 위해 자신들의 웹사이트에 일단 접속을 하면 그런 사람들을 가능한 한 자신의 웹사이트에 묶어 두면서 부가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유도하려 하였다. 반면에 구글은 첫 메인 페이지에 배너 광고가 전혀 없다. 그러면 구글은 어떻게 돈을 벌고 있는가. 구글은 굳이 자신들의 검색 서비스를 이용하는 사람들을 묶어 놓기 보다는 그들이 원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할 수 있도록 허용하였다. 여기서 구글을 통해 상품을 판매하는 웹사이트로 이동하는 경우에는 클릭 당 가격을 매김으로써 수익을 창출할 수 있었다. 일단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기 시작하면서 보다 많은 기업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통해 그들의 상품이 소비자들에게 알려지기를 원했고 이는 더욱 많은 사람들이 구글의 검색 서비스를 사용하도록 하는 상호 보완작용을 불러일으켰다. 구글의 경영진들은 자신들이 뭘 하고자 하는지 명확히 아는 사람들이었고, 어떻게 하면 사용자들을 위해 보다 효율적일 수 있을까에 천착해 성공을 거뒀다. 

구글에선 누구나 회사 경영에 대해 말할 수 있고, 누구든지 반대 의견을 얘기할 수 있다. 참신한 아이디어만 있으면 누구라도 자기만의 연구팀을 구축할 권리가 있다. 전례 없는 구글의 민주적 경영 방식은 흔히 '70-20-10 방침'이라고 불린다. 연구 인력의 70%는 기초 사업을 관리하며 업그레이드하고, 20%는 미래 발전 사업에 매달리고, 10%는 부가적인 서비스를 담당하는 것을 말한다. 평범한 생각과 행동을 용납하지 않는 자유롭고 비범한 자들이 민주주의를 등에 업고 토론을 통해 정진하는 기업이 구글이다. 구글은 실리콘밸리 최고 스타 기업인 애플과 사업에 접근하는 방식은 물론 기업 문화와 비즈니스 모델 자체도 크게 다르다. 애플이 태양의 왕같은 스티브 잡스를 중심으로 한 중앙통제식 문화를 가진 반면 구글은 일반 엔지니어들이 경영자들에게 상향식으로 의견을 개진하는 민주적 문화를 갖췄다. 그러나 지난 5월 서울디지털포럼 2010 기조연설을 맡은 켄 올레타는 구글의 '엔지니어 중심의 문화'가 세계시장에서 단점으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엔지니어 문화라는 것은 측정하는 행동을 좋아하는데 엔지니어들은 민족주의나 자존심 등 측정할 수 없는 것을 이해하지 못하는 경향이 있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기업은 세 종류다. 물결을 일으키는 자, 물결에 간신히 올라타는 자, 그리고 물결에 쓸려 없어지는 자. 개인은 물론이고 기업 역시 급변하는 시대에 새로운 방법을 모색하지 않고 가만히 있다가는 세찬 변화의 물결에 휩쓸리고 만다. 저자는 이 책에서 150명의 구글 임직원을 인터뷰하고 그들의 경영회의 현장까지 생중계함으로써, 초강력 폭풍을 몰고 올 인터넷 세계의 가공할 변화와 구글이 주도하는 새로운 경영전략을 가감없이 보여준다. 그렇다고 단순히 구글의 좋은 면이나 훌륭한 점을 찬양하고 본받자는 취지는 아니다. 어떤 상황에서 어떤 과정을 거쳐 구글이 현재의 모습이 되었는지, 그 화려한 성공의 길 이면에 드리워진 그림자는 무엇이고 아직까지 터지지 않았으나 구글 안에 잠재되어 있는 폭탄은 무엇인지, 이런 것을 함께 들여다보고 고민해보자는 글이다. 구글은 정녕 소비자를, 사용자를 위하는 도덕적인 집단인가, 그렇지 않으면 사용자의 신뢰조차도 이용하려고 하는 매우 똑똑하고 야심찬 기업인가. 세상을 더 좋게 바꾸고 있는가, 아니면 그저 제 기분에 취해 이제 더 거대해진 불도저를 이리저리 몰고 다닐 뿐인가. 이 책은 구글이 바꾼 세상과 구글이 바꿀 미래에 관심이 있는 독자에게 마침표가 아니라 물음표를 던져주고 있다. 최근 구글의 스트리트 뷰(Street View)가 전 세계적으로 사생활 침해 논란을 불러 일으키고 있고, 구글코리아도 개인정보 무단수집 혐의로 전면 압수수색을 받았다. 구글이 차제에 '사악한 짓을 하지 말라(Don't be evil)'는 자사의 모토가 진정한 신조이자 실제 가치관이라는 것을 증명하는 걸 지켜보고 싶다. 이래저래 당분간은 더 '구글드(Googled)' 해야 할 것 같다. -끝-
* 기획회의 279호 (2010.9.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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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리진이 되라 -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
강신장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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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나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지음, 쌤앤파커스, 2010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좋은 시인은 다른 시간대에 살았던 작가, 다른 언어를 쓰는 작가, 관심 사항이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아이디어를 빌려온다”. 시인 T.S.엘리엇이 한 말이다. 피카소도 “나는 찾지 않는다. 있는 것 중에서 발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모방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정확하게 따라하는 벤치마킹이다. 예전에는 이게 통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훔친다는 것은 남의 아이디어나 성과에서 한 가지 요소를 가져와서, 또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나 성과와 결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정렬시키는 것이다. 사실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훔치고 결합하는게 창조에 이르는 길이다. 애플의 스티브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없다. 그들 역시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색다르게 조합했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한 창조다. 지극히 창조적이라고 하는 시인이나 예술가들 또는 세계적인 CEO도 그럴진대 하물며 일반사람들이 훔치고 빌리는게 당연하다.

  한때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블루오션 열풍이 한바탕 불고 지나간 후, 이제 그 자리를 혁신과 창조 경영이라는 키워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혁신이나 창조 경영에 대한 개념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창조를 어려운 것으로 여기거나, 그저 크레용으로 그림 그리고, 고무공을 주물럭거리고, 카펫을 깔면 창조적이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것 역시 연습과 훈련의 결과다. 최근에는 창조 경영의 출발점으로 예술을 강조한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여기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오리진이 되라』는 이러한 갈증에 목마른 사람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영감의 불씨를 지펴줄 자극제가 필요했던 사람이라면 환영할 만한 영감의 재료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삼성의 씽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8년간 지식경영실장으로 재직하며 지식과 감성을 연결하는 크리에이티브탱크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최대의 CEO 커뮤니티 ‘SERICEO'를 기획하고 만들어 1만명 이상의 경영자들을 연회비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창조경영 학교'로 등교시킨 유혹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창조에 관한 책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원론적이어서 현실에 곧바로 써먹기에는 적당치 않거나 기존의 자기계발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창조의 영감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창의력은 ‘키우는’게 아니다. 키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저자가 창조의 정점에서 찾아낸 답이 바로 ‘오리진(origin)!’이다.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는 ‘오리진’과 그 나머지 사람이 있다. 스스로 처음인 자,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 새 판을 짜는 자, 원조(기원)가 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 그가 바로 오리진이다. ‘나머지’는 오리진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 안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이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전제다.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저자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는 물론 미술, 음악, 와인,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시종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에베레스트는 그 높이가 8,848m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 산의 정상에 인류가 처음 오른게 1953년이고, 24년 후 한국도 세계에서 58번째로 족적을 남겼다. 매년 2.4명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요즘은 1년에 몇 팀이나 에베레스트에 오를까? 2004년 330명, 2006년 480명, 2008년에는 600명이 올랐다. 왜 이렇게 많이들 올라가는 게 가능했을까? 그 이유는 베이스캠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베이스캠프 높이가 예외 없이 해발 3,000m 이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보통 5,200m에서 6,000m 이상에도 베이스캠프를 친다. 남은 거리는 이제 3,000m가 채 되지 않는다. 순 등정거리가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든 것이다. 물론 옛날에도 베이스캠프를 높이 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다만 그 당시 사람들은 그 정도 높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실로 엄청나다. “무슨일을 하든 성공하고 싶다면 베이스캠프를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곳에 높이 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베이스캠프는 생각의 베이스캠프고, 상상의 베이스캠프다.” 그 밖에도 아오모리 사과, 아사히야마 동물원, 월계수 잎사귀를 붙인 삼겹살 이야기 등 색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컨셉을 갖게 하는 흥미를 끄는 사례가 가득하다. 책에는 이처럼 다양한 창조의 사례들을 잘 버무려 비즈니스를 넘어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그러나 결국 창조를 완성하는 것은 ‘실천’이다. 창조가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그 앞에 ‘전략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천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에, 그 위험과 싸우기보다는 지레 포기하고 안주해버리는 세태를 경고하고 있다.

책 앞뒤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주례사 같은 추천사와 홍보성 카피들은 바탕이 고운 미인이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점수를 까먹는 격이다. 성급한 독자들이 지레짐작으로 책을 덮을까 걱정된다. 10개의 장(章)마다 시 한편씩을 끼워 넣은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물론 창조적인 의도겠지만 작위적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 한편 한편이 모두 아름다운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8장에 소개된 고두현의 ‘늦게 온 소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웬만한 것은 다 나와서 이제 더 이상 베낄 것이 없는 시대다. 과거의 성공도 오히려 독이 될 지경이다. 특히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숙명적인 고민을 안고 사는 경영자들은 매 순간 ‘창조 아니면 죽음’이라는 절박함 속에 산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칠 때 선별의 기준이 필요하다면 워런 버핏이 여기에 팁을 제공한다. “특정분야를 연구한 후에는 다른 모든 것들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전문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50대 50으로 나눠 독서해라” 진작에 사놓고 먼지만 쌓여가는 시집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이젠 손길이 갈 차례다.  

-끝-
* 기획회의 277호 (2010.8)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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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 21세기 조공은 이자와 배당이다
전병서 지음 / 참돌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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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에 조공(朝貢)을 바칠 거냐 받을 거냐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
전병서 지음, 밸류앤북스, 2010

중국에 조공(朝貢)을 바칠 거냐 받을 거냐? 『금융대국 중국의 탄생』에서 저자가 제기하는 도발적 질문이다. 조선시대도 아니고 21세기에 뚱딴지같이 조공이라니, 무슨말인가 하겠지만 이 책을 읽어보면 고개가 끄떡여진다. 당․송․원․명․청나라로 이어지는 시대에 중국은 세계 GNP의 30〜40%를 차지했다. 1600년대까지 중국은 세계 최강대국으로 군림하며 주변국을 무력으로 굴복시켜 엄청난 물량의 조공을 받았다. 형식상으로는 조공무역이었지만 실질적으로는 반식민지 수탈이었다. 그러나 청나라 이후 중국은 줄을 잘못 서 공산주의를 택하는 바람에 과거 50년간 쇠락의 길을 걸었다. 반면 한국은 자본주의로 줄을 서 단군 이래 처음으로 중국을 앞서가고 있다. 우리로서는 천만다행이다. 그렇다면 21세기 조공은 무엇일까? 21세기 조공은 배당과 이자고, 중국으로부터 조공을 받기 위해선 중국 주식투자를 늘려야 한다. 잘나가는 나라의 주요기업 주식을 사서 성장의 수혜를 탐닉하는 것이 21세기의 돈벌이 방식이다. 저자는 중국이 세계를 움직이는 시대가 올 것이라고 예견, 불혹이 넘은 나이에 중국 공부를 시작했다. 중국의 정치 중심지인 베이징의 최고 명문대학인 칭화대학과 금융 중심지인 상하이 푸단대학에서 경영학 석사학위를 받고, 현재는 푸단대 재정금융 전공 박사과정과 베이징사범대 증권투자전공 박사과정에 있다. 국내 유수의 증권회사에서 애널리스트와 IB(투자은행) 뱅커로 25년간 근무했고 '애널리스트계의 살아있는 전설'로 명성을 날렸다. 한국 최초로 중국기업 한국상장 업무를 시작하는 등 명실공히 중국 자본시장 분야에 관한 국내 최고의 권위자로 인정받고 있다.

  중국은 개방 30년만에 수출 세계 1위, 기업 시가총액 2위, 군사비 2위, GDP 2위로 올라섰다. 이번 금융위기를 계기로 당당하게 미국과 ‘맞짱’을 뜨는 G2, 차이메리카(Chimerica)로 부상했다. 예전에는 미국 경제가 기침을 하면 중국은 독감에 걸렸지만, 지금은 미국이 폐렴에 걸려도 중국은 가벼운 기침만 할 뿐이다. 세계적인 프로 투자가 짐 로저스가 일찌감치 미국의 헤지펀드와 작별하고 중국시장에 집중하며 딸에게 중국어를 가르치는 것도 이런 이유다. 역사에서 말해주는 강대국의 흥망에는 공식이 있다. '제조대국'에서 시작해 '무역대국'으로 성장한 다음, '군사대국'으로 융성하고 '금융대국'이 되면서 세계의 패권을 장악했다. 네덜란드, 영국, 그리고 미국이 그랬다. 금융위기로 서구의 경제강대국들이 휘청거리는 사이에 중국이 '금융대국'의 꿈을 착실히 진행시키고 있다. 중국은 이번 금융위기에서 미국을 통해 새롭고 기막힌 돈 벌이 방법을 터득했다. 바로 '돈을 만들어 파는 사업'이다. 아이러니하게도 금융위기의 진원지인 미국은 부도나지 않고 엉뚱하게도 다른 나라가 나자빠졌다. 초강대국이 친 대형 사고를 못 사는 중소국들이 분담해 수습하는 형국이 되었다. 다행히 미국에 대해 9천억 달러에 달하는 채권을 보유하고 있는 중국은 전 세계가 함께하는 미국과의 고통 분담에서 열외될 수 있었다. 미국은 ‘기업 부채’를 '정부 부채'로 바꾸는 식으로 문제를 풀고 있는데, 이런 방식이 가능한 건 미국이 기축통화인 달러의 화폐 주조권을 쥐고 있기 때문이다(세뇨리지 효과). 종이 값과 잉크 값을 제외한 화폐 제조원가와 액면가의 차액을 모두 챙길 수 있는, 마진이 99배가 넘는 초고수익 사업에 중국이 뛰어들었다. 소위 '위안화 국제화' 프로젝트다. 물론 기축통화 시장을 독식하고 있는 미국이 숟가락을 얹으려는 중국의 이런 행동을 그냥 지켜보기만 할 리 없다. 미국은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무기로 하는 전쟁에서는 제대로 이긴 적이 없지만 돈으로 하는 화폐전쟁에서는 단 한 번도 패한 적이 없다. 또 미국은 지금까지 달러 패권을 건드린 나라를 무사히 내버려둔 적이 없다. 이라크와 이란이 미국에 폭격을 당한 진짜 이유는 그들이 악의 축이었기 때문이 아니다. 석유대금 결제를 달러가 아닌 유로화로 바꾸겠다고 달러 주권을 뒤흔드는 발언을 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국의 경우는 사정이 다르다. 중국은 2조4천억달러에 이르는 엄청난 외환보유고와, 9천억 달러에 달하는 미국 국채라는 비장의 무기가 있기 때문이다. 중국이 보유한 막대한 미국 국채를 팔아 치우기라도 하면 미국 달러와 국채시장은 하루아침에 마비되고 달러와 위안화가 맞붙는 신(新)화폐전쟁이 불가피하게 될지 모른다. 그러나 이 전쟁은 좀처럼 전면전으로 비화되지는 않을 것 같다. 싸움 잘하는 개들은 함부로 물거나 짖지 않는다. 서로 선수를 알아보기 때문이다. 지금 미국의 친구 순위는 피를 나눈 유럽도, 전쟁을 함께 한 혈맹도 아니다. 미국채를 많이 사주는 나라가 미국의 친구다. 중국은 미국의 환율절상 협박에도 '너나 잘하세요'라는 식이다. 미국과 중국은 서로의 아킬레스건을 너무나 잘 알고 있다.

중국은 2003년 미국, 2007년 일본을 제치고 한국의 최대 수출국과 수입국으로 떠올랐다. 한국의 대(對)중국 교역규모가 미국 및 일본과의 교역을 합친 것보다 더 많을 정도로 중국에 대한 의존도가 갈수록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중국경제와 금융을 다룬 책들이 그만큼 많은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복잡하기 이를 데 없는 국제금융 이슈를 일반인도 재미있게 읽어내려 갈 만큼 쉽게 쓰여진 책은 좀처럼 찾기 어렵다. 그러나 이 책은 중국경제와 금융을 오랫동안 연구한 저자의 전문성에 현지에서 쌓은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뽑아올린 생생한 사례와 역사지식이 보태져 탄탄한 내공이 돋보인다. 중국경제와 금융을 폭넓게 다루면서도 포커스는 한국의 전략에 맞춰져 있다. 저자는 향후 10〜20년 안에 중국이 초강대국으로 완벽히 부상하기 전에 한국이 확실하게 자리 잡지 못하면 과거 500년간의 우리 선조들처럼 다시 중국에 조공을 바치는 신세로 전락할 수 있다고 경고한다. 제발 좀 귀 기울여 잘 들으라고 확성기를 귀 가까이 대고 소리지르는 듯한 저자의 우려와 충고는 따갑고 목청이 크다. 우리가 아직 금융분야에 경쟁우위가 있는 지금이 기회다. 중국의 금융시스템이 자리를 잡기전에 중국의 금융시장과 투자시장을 선점하여 중국 제조업에 미리 투자해 놓는다면, 훗날 우리 제조업이 중국에 추월당하더라도 중국 기업들로부터 이자와 배당을 받을 수 있다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중국시장이 한국 재벌의 순위를 바꾼다' '타이완과 중국이 합쳐지면 한국 IT가 위험하다' '금융대국 중국이 한국 기업을 싸게 먹는 방법' 등 가슴을 쓸어내리게 하는 소제목들은 책장을 넘기는 손놀림을 바쁘게 만든다. 최근에 나온 중국관련 책 중에서 가장 도발적인 내용을 담고 있는 이 책의 메시지는 단호하다. "10〜20년 안에 승부를 내지 못하면 다시 조공이다" -끝-  

*기획회의 275호 (2010.7.5) 기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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