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진이 되라 - 운명을 바꾸는 창조의 기술
강신장 지음 / 쌤앤파커스 / 2010년 6월
평점 :
품절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들어라 

『오리진이 되라』
강신장 지음, 쌤앤파커스, 2010

“미숙한 시인은 모방하고, 성숙한 시인은 훔친다” “좋은 시인은 다른 시간대에 살았던 작가, 다른 언어를 쓰는 작가, 관심 사항이 다른 작가들에게서도 아이디어를 빌려온다”. 시인 T.S.엘리엇이 한 말이다. 피카소도 “나는 찾지 않는다. 있는 것 중에서 발견할 뿐이다”라고 말했다. 모방은 다른 사람이 한 것을 정확하게 따라하는 벤치마킹이다. 예전에는 이게 통했는데 지금은 아니다. 훔친다는 것은 남의 아이디어나 성과에서 한 가지 요소를 가져와서, 또 다른 사람이나 자신의 아이디어나 성과와 결합하고 새로운 방식으로 정렬시키는 것이다. 사실 하늘 아래 온전히 새로운 것은 별로 없다. 훔치고 결합하는게 창조에 이르는 길이다. 애플의 스티브잡스와 마이크로소프트의 빌 게이츠도 결코 새로운 뭔가를 발명한 것이 없다. 그들 역시 끊임없이 뭔가를 찾고, 남의 아이디어를 훔치고, 색다르게 조합했을 뿐이다. 그것이 그들이 한 창조다. 지극히 창조적이라고 하는 시인이나 예술가들 또는 세계적인 CEO도 그럴진대 하물며 일반사람들이 훔치고 빌리는게 당연하다.

  한때 우리 기업들 사이에서 블루오션 열풍이 한바탕 불고 지나간 후, 이제 그 자리를 혁신과 창조 경영이라는 키워드가 차지하고 있지만 정작 혁신이나 창조 경영에 대한 개념은 불분명한 상태로 남아 있다. 아직도 많은 사람들이 창조를 어려운 것으로 여기거나, 그저 크레용으로 그림 그리고, 고무공을 주물럭거리고, 카펫을 깔면 창조적이 된다고 잘못 생각하고 있다. 그것 역시 연습과 훈련의 결과다. 최근에는 창조 경영의 출발점으로 예술을 강조한다. 시와 음악, 미술, 공연 등 예술은 세상을 다르게 볼 수 있는 실마리를 제공하고 여기서 바로 창의력이 나온다. 『오리진이 되라』는 이러한 갈증에 목마른 사람이나 아이디어가 필요할 때마다 영감의 불씨를 지펴줄 자극제가 필요했던 사람이라면 환영할 만한 영감의 재료들이 가득하다. 저자는 삼성의 씽크탱크인 삼성경제연구소에서 8년간 지식경영실장으로 재직하며 지식과 감성을 연결하는 크리에이티브탱크 역할을 했다. 대한민국 최대의 CEO 커뮤니티 ‘SERICEO'를 기획하고 만들어 1만명 이상의 경영자들을 연회비가 100만원을 호가하는 ‘창조경영 학교'로 등교시킨 유혹의 달인이기도 하다.

그동안 창조에 관한 책이 없지는 않았다. 그러나 지나치게 원론적이어서 현실에 곧바로 써먹기에는 적당치 않거나 기존의 자기계발서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못하는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이 책에는 “새로운 것을 창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도대체 창조의 영감을 어떻게 끌어낼 것인가?”에 대한 답을 하고 있다. 창의력은 ‘키우는’게 아니다. 키울 필요가 없다. 왜냐하면 우리 모두가 이미 가지고 있기 때문에 필요할 때마다 ‘꺼내 쓰기만’ 하면 된다. 저자가 창조의 정점에서 찾아낸 답이 바로 ‘오리진(origin)!’이다. 더 나은 것이 아니라, 세상에 없는 것을 만드는 것을 말한다. 세상에는 ‘오리진’과 그 나머지 사람이 있다. 스스로 처음인 자, 게임의 룰을 만드는 자, 새 판을 짜는 자, 원조(기원)가 되는 자, 그리하여 세상을 지배하고 자신의 운명을 스스로 창조하는 자, 그가 바로 오리진이다. ‘나머지’는 오리진들이 이미 만들어놓은 게임의 규칙 안에서 서로 피터지게 싸우는 이들이다. 이제는 스스로 새로운 가치를 창조하는 자가 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 책의 기본전제다. 이 화두에 대한 답을 주기 위해 저자는 누구나 쉽고 재미있게 읽을 수 있도록 비즈니스는 물론 미술, 음악, 와인, 문학, 영화 등 다양한 분야에 걸쳐 국내외의 다양한 사례를 들어 시종 흥미진진하게 이야기를 풀어낸다. 

에베레스트는 그 높이가 8,848m로 지구에서 가장 높은 산이다. 이 산의 정상에 인류가 처음 오른게 1953년이고, 24년 후 한국도 세계에서 58번째로 족적을 남겼다. 매년 2.4명이 에베레스트에 올랐다는 계산이 나온다. 그렇다면 요즘은 1년에 몇 팀이나 에베레스트에 오를까? 2004년 330명, 2006년 480명, 2008년에는 600명이 올랐다. 왜 이렇게 많이들 올라가는 게 가능했을까? 그 이유는 베이스캠프가 높아졌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베이스캠프 높이가 예외 없이 해발 3,000m 이하였다. 하지만 요즘은 보통 5,200m에서 6,000m 이상에도 베이스캠프를 친다. 남은 거리는 이제 3,000m가 채 되지 않는다. 순 등정거리가 절반 이하로 확 줄어든 것이다. 물론 옛날에도 베이스캠프를 높이 치면 안 된다는 법은 없었다. 다만 그 당시 사람들은 그 정도 높이면 적당하다고 생각했을 뿐이다. 
 

이 단순한 이야기가 우리에게 주는 시사점은 실로 엄청나다. “무슨일을 하든 성공하고 싶다면 베이스캠프를 다른 사람들이 상상도 하지 못하는 곳에 높이 쳐야 한다. 여기서 말하는 베이스캠프는 생각의 베이스캠프고, 상상의 베이스캠프다.” 그 밖에도 아오모리 사과, 아사히야마 동물원, 월계수 잎사귀를 붙인 삼겹살 이야기 등 색다른 시각으로 새로운 컨셉을 갖게 하는 흥미를 끄는 사례가 가득하다. 책에는 이처럼 다양한 창조의 사례들을 잘 버무려 비즈니스를 넘어 세상을 보는 폭넓은 시야를 제공한다. 그러나 결국 창조를 완성하는 것은 ‘실천’이다. 창조가 아이디어로 끝나지 않고, 행동으로 이어져야 비로소 그 앞에 ‘전략적’이라는 수식어를 붙일 수 있게 된다. “어떤 사람들은 25세에 이미 죽어버리는데 장례식은 75세에 치른다.” 벤저민 프랭클린의 말이다. 새로운 생각을 만나는 것도 쉽지 않지만 실천하는 것이 너무나 어렵기에, 그 위험과 싸우기보다는 지레 포기하고 안주해버리는 세태를 경고하고 있다.

책 앞뒤로 주렁주렁 달려있는 주례사 같은 추천사와 홍보성 카피들은 바탕이 고운 미인이 화장을 너무 진하게 해서 점수를 까먹는 격이다. 성급한 독자들이 지레짐작으로 책을 덮을까 걱정된다. 10개의 장(章)마다 시 한편씩을 끼워 넣은것도 고개를 갸우뚱하게 만든다. 물론 창조적인 의도겠지만 작위적으로 보일수도 있다는 뜻이다. (그러나 시 한편 한편이 모두 아름다운건 사실이다. 개인적으로는 8장에 소개된 고두현의 ‘늦게 온 소포’가 가장 마음에 들었다) 정보의 홍수라고 할 정도로 아이디어가 넘쳐난다. 웬만한 것은 다 나와서 이제 더 이상 베낄 것이 없는 시대다. 과거의 성공도 오히려 독이 될 지경이다. 특히 끊임없이 새로운 것을 창조해야 하는 숙명적인 고민을 안고 사는 경영자들은 매 순간 ‘창조 아니면 죽음’이라는 절박함 속에 산다. 남의 아이디어를 훔칠 때 선별의 기준이 필요하다면 워런 버핏이 여기에 팁을 제공한다. “특정분야를 연구한 후에는 다른 모든 것들을 폭넓게 공부해야 한다. 전문분야와 그렇지 않은 분야를 50대 50으로 나눠 독서해라” 진작에 사놓고 먼지만 쌓여가는 시집에 저절로 눈길이 간다. 이젠 손길이 갈 차례다.  

-끝-
* 기획회의 277호 (2010.8)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기고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