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 북핵 문제에서 지구 온난화까지, 게임이론이 보여주는 미래 설계도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0년 7월
평점 :
절판



미래를 미리 알고 있는 사람들이 있다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 지음, 김병화 옮김, 웅진지식하우스, 2010 

미래가 꽤 궁금한 시대다. 2008년 전 세계를 혼란스럽게 했던 미국발 금융위기에서 회복되던 세계경제의 기류가 심상치 않게 돌아가고 있다. 추운 겨울날 안경 쓰고 올라 탄 버스 안처럼 눈앞이 흐릿해지고 먹구름이 짙게 깔리기 시작했다. 앞을 내다보고 미래를 예측하고 싶은 욕구가 그 어느때 보다 강렬하다. 『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한다』에서는 이러한 미래 예측이 가능하다고 말한다. 프리딕셔니어(Predictioneer)는 '미래를 예측하는 자'라는 뜻의 신조어다. 매일 살아가면서 무슨 일이 일어날지, 세계에서 어떤 중대한 사건이 벌어질지 안다면 미리 대비할 수 있으니 큰 도움이 될 수 있는게 당연하다. 사업에 관한 일이건, 국가 안보 문제이건 정치・경제를 전망하는 일이건 모두 같다. 저자인 브루스 부에노 데 메스키타는 뉴욕대 정치학과 석좌교수이자 스탠퍼드대 후버연구소의 고등연구원으로, 미국 정부의 안보자문위원으로 활동중이며 국제정치학 분야에서 아주 영향력이 큰 학자로 손꼽힌다. 미국 CIA와 국무부, 세계 500대 기업에 미래 사건을 예측해주는 컨설팅회사의 CEO이기도 한 그는 중동 문제, 이라크 사태, 엔론사 회계부정 사건 등 굵직한 국제적 사건들을 다수 예측한 ‘현대판 노스트라다무스’로도 유명하다. 지난 30년 동안 발전시켜 온 게임이론 모델을 통해 수많은 예측을 내놓았으며, 미국 CIA는 이 예측들이 “90퍼센트 이상의 정확도를 가진다”고 평가했다.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어떻게 가능할까? 그는 게임이론이라는 최신의 수학모델을 바탕으로 현실의 사건을 분석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한다. 게임이론이란 행위자들 간의 전략적 상호작용을 분석하는 이론으로, 게임 참여자들 간의 선택과 판단이 일으키는 상호작용에서 생기는 결과를 수학적으로 분석하여 미래를 예측 할 수 있도록 도와주는 강력한 도구다. 저자는 인간이란 자신에게 최선이라고 믿는 행동을 하려고 노력하는 매우 예측 가능한 존재이며, 어떤 일을 하든 자기에게 가장 이익이 되는 결과를 도출하기 위해 애쓰는 직관적인 게임이론가들 이라는 점에 주목한다. “사람들이 무엇을 원하고 믿는지 신중하게 생각해보면 그들의 행동을 놀라울 만큼 정확하게 예측할 수 있다.” 이런 점에서 인간사회는 거대한 체스게임과 같은 것이며, 컴퓨터의 체스 프로그램이 그러듯이 진로를 예측할 수도 있다. 사람들의 입장, 원하는 정도, 영향력 등을 정교하게 고려한다면 일반적인 패턴을 추출해낼 수 있고, 심지어 원하는 결과를 낳는 절묘한 해법을 찾아내는 것도 가능하다고 말한다. 통찰이나 직관에 기반한 ‘예언(Prophecy)'이 아니라 정보와 자료에 근거한 ‘예측(Prediction)' 이라는 뜻이다. 이 책은 이런 객관적인 힘의 흐름에 주목하고 그것을 계산해냄으로써 미래를 ‘예언'에서 ‘과학'의 영역으로 끌어들였다. 

이 책에서 특히 눈길을 끄는 부분은 북핵문제에 대한 해법이다. 저자는 남북한 당국자들의 현재 입장과 목표, 미국・중국・일본 정부가 처한 입장, 당사자들 간의 상호작용과 효과 등 을 모두 숫자로 환산하여 하나의 척도 위에 표시한다. 그리고 북한이 궁극적으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고려하여 당사자들이 최대한 접근할 수 있는 합의점이 어디인지를 알아낸다. 그는 종잡을 수 없어 보이는 북한의 김정일조차도 ‘합리적 행위자’로 규정하며, 김정일 역시 자신의 카드를 매우 영악하게 사용하는 게임 플레이어라고 말한다. 김정일은 주변국들이 취할 수 있는 행동의 범위와 자신이 쓸 수 있는 핵무기라는 유일한 카드의 범위를 잘 알고 있기 때문에 핵무기를 절대 포기하지 않을 테지만 섣불리 그것을 사용할 수도 없을 것이다. 그런 만큼 국제사회는 그에게 완전한 핵 폐기를 기대할 수는 없고, 오히려 체제 유지에 필요한 10억 달러 정도를 매년 지원해 관리해나가는 게 최선이라고 조언한다. 마침 이 책을 읽는 중에 북한 김정일 국방위원장의 행보가 또 한 번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다. 그의 전격적인 중국방문 목적을 놓고 천안함 사태에 대한 대북제재 탈출구 모색, 북한의 수해 복구 지원, 아들 김정은의 3대 세습 추인 등 여러가지 관측이 나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그보다 하루전인 8월 25일 지미 카터 전 미국 대통령은 평양을 방문했고, 같은 시각 우다웨이 중국 측 6자회담 수석대표는 서울에 있었다. 북핵 문제를 다루는 부분을 보면 마음이 좀 복잡해지는게 사실이다. 저자가 미국인이고 미국 정부의 관점에서 이 문제를 보기 때문에 현재 남북한에 대한 포괄적이고 역사적인 이해를 기대할 수는 없다. 하지만 한반도를 둘러싸고 흐르는 복잡다단하고 미묘한 기류는 ‘프리딕셔니어’의 말에 바짝 더 귀 기울이지 않을 수 없게 만든다.

이 책은 세계경제를 전망하는 책은 아니다. 대신 진화를 거듭한 게임이론을 통해 스파르타의 멸망 원인부터 지구 온난화 문제까지 '세상을 움직이는 패턴'을 읽어내고, 그것을 통해 가까운 미래를 예측하는 법을 밝힌다. 이제까지 점성가의 수정구슬이나 전문가들의 애매모호한 발언에 기댈 수 밖에 없었던 영역이 새로운 패턴과학의 출현으로 획기적인 전기를 맞은 셈이다. ‘죄수의 딜레마’ ‘내시 균형’ 등 게임이론에 대한 사전지식이 부족해 이 책이 다소 버거운 독자라면 최정규 교수가 지은『이타적인 인간의 출현(2009년 개정증보판)』을 미리 읽는 것도 좋을 듯 하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가 어느 지면에서 이 책만큼 게임이론을 쉽게 풀어쓴 책은 없다며 추천했던 게 기억난다.『프리딕셔니어, 미래를 계산하다』를 읽은 뒤 ‘미래예측자’의 눈을 갖게 된다면 더할나위 없이 좋겠지만, 거기까지는 아니더라도 실생활에서 우리가 직면한 문제를 객관적으로 분석해 보는 계기로 삼기만 해도 다행스런 일이다. 혹시 아는가. 족집게 문어 스타 ‘파울(Paul)'처럼 오늘 점심값을 누가 낼지 척척 알아 맞히게 될는지. -끝-
  * 기획회의 280호 (2010.9) 기고 / 한국출판마케팅연구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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