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리나 블룸의 잃어버린 명예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180
하인리히 뵐 지음, 김연수 옮김 / 민음사 / 200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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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눈에 비치는 현실이 폐허라면 그것을 냉철히 응시하고 묘사하는 것이 작가의 의무다 -하인리히 뵐

뵐은 자신의 저 명제를 평생 수호하며 살아갔다. 노벨상을 수상한 그의 작품들은 현실 내지 동시대의 체험, 문제, 현실인식을 다루고 있었으며 독일의 죄의식을 작품화했다.사람이 살만한 나라에서 사람이 살만한 언어를 찾는일이 작가의 과제라 본 것이다.

가정관리사로 성실하고 근면절약하며 살아가던 스물일곱살의 이혼녀 카타리나 블룸은 카니발 시즌 댄스파티에서 괴텐이란 강도 용의자를 만나 사랑에 빠지면서 경찰에 조사받는중 황색 언론에 의해 개인의 명예가 무참하게 짓밟히게 되자 그를 보상받고자 기자를 살해하고 자수하게 된다.

‘폭력은 어떻게 발생하고 어떤 결과를 가져올수 있는가‘라는 부제는 작품의 주제를 시사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언론의 폭력에 대해 그 오욕으로부터 그녀를 보호해 주고 명예를 회복시켜주지도 않는 국가의 실질법 대신 살해라는 자연법을 택할수 밖에 없었던 블룸.
경찰 심문과정에서도 언어에 대한 민감성과 진실한 언어 표현을 찾으려하는 (다정함과 추근댐, 상냥함과 선량함) 그녀의 자세는 [차이퉁] 지로 대변되는 언론의 진실 조작과 크게 대비를 이룬다.

지금 우리 세계라면 잃어버린 명예 회복을 위해 국민청원, sns, 유튜브 등의 언로가 그나마 열려있다 하지만 언론의 폭력은 또 그만큼의 진화된 방식으로 진실을 왜곡하고 편향된 정보에 길들여진 대중은 바른 사고를 할 기회를 잃어버리고 있다.

짧은 소설이었지만 그 울림과 생각하게하는 힘이 컸던 우리 독서모임의 2021년 첫번째 책이었다.
하인리히 뵐의 더많은 작품을 마주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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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인칭 단수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홍은주 옮김 / 문학동네 / 2020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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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로 분류되지만 에세이 느낌이 물씬.
몇 작품은 제외하고는 하루키가 좋아하는 야구, 재즈, 비틀즈, 클래식이 녹아있는 보편적이고 일상적인 기록이 담긴 소설집.

‘사람을 좋아하는건 보험 적용이 안되는 정신질환이랑 비슷해‘
첫번째 작품 [돌베게에]에서 좋아하지만 여자친구가 있고 그녀의 몸만을 원하는 짝사랑남을 가진 그녀의 말은 사람이 사람에게 빠져듬을 기막히게 비유하고 있다.

하루키 소설에서 밑줄을 치게 되는 경우는 많지않은데 아주 가끔씩 정말 인간의 심리를 잘 파악하고 있구나 느끼게 되는 구절이 있다.

‘나이 먹으면서 기묘하게 느끼는 게 있다면 내가 나이를 먹었는 사실이 아니다. 한때 소년이었던 내가 어느새 고령자 소리를 듣는 나이대에 접어들었다는 사실이 아니다. 그보다 놀라운것은 나와 동년배였던 사람들이 이제 완전히 노인이 되어버렸다. 특히 아름답고 발랄했던 여자애들이 지금은 아마 손주가 있을 나이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그런 생각을 하면 몹시신기할뿐더러 때로 서글퍼지기도 한다. 내 나이를 떠올리고 서글퍼지는 일은 거의 없지만.‘

나는 몇십년이 흘러도 마음은 그대로 인것 같은데 내 가족과 친구, 지인들의 변한 모습이 보이고 특히 아이들의 나이 먹음을 문득 알아챈 날은, 이제 내 권역을 벗어났음에 체념하고 한잔 하고 싶어진다.
거기에 거울에 비친 내 모습이 추가되면 하루키와 달리 난 서글퍼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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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4-01 11:08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전 일인칭단수에서 시나가와 원숭이 (이름을 훔치는?) 단편이 제일 좋았는데ㅎㅎ다시읽어보고 싶어지네요^^

bluebluesky 2021-04-01 14:52   좋아요 2 | URL
네 그 작품은 하루키 다른 작품집이랑 결이 비슷한듯요. 환상문학 비스므리?

새파랑 2021-04-01 15:30   좋아요 2 | URL
뭔가 현실적이지 않지만그래서 더 공감이 가는거 같아요~ (원숭이 고양이 양 등 ㅋ)
 
여자 없는 남자들
무라카미 하루키 지음, 양윤옥 옮김 / 문학동네 / 2014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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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를 잃은 남자 (드라이브 마이카), 여자를 떠나보낸 남자 (예스터데이), 남겨져 자신을 버린 남자 (독립기관), 여자의 이야기를 기다리는 남자 (셰에라자드), 여자를 용서하는 남자 (기노), 특별한 여자를 만난 남자 (사랑하는 잠자), 여자를 추억하는 남자 (여자없는 남자들) , 모두 지금 내
여자는 없는 남자들이 서성인다.
와서 한명씩 두드려보라. 하루키는 당신의 다른 시간은 허락하지 않을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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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파랑 2021-03-30 22:51   좋아요 2 | 댓글달기 | URL
이렇게 보니 정말 내 여자는 없는 남자들 이야기였네요. 너무 재미있게 읽은 책인데 스카이님 덕분에 책 꺼냈습니다 ^^

bluebluesky 2021-03-30 23:18   좋아요 2 | URL
저도 처음 나왔을때 읽고 몇년만에 다시 읽었는데 자세히 파며 읽어보니 재미외에도 뭔가 있네요^^

scott 2021-03-30 23:11   좋아요 3 | 댓글달기 | URL
오! 몇일전에 ‘사랑하는 잠자‘ 읽었는데 ㅎㅎ 하루키옹은 라디오에서 읽어주는 자신의 책 구절이 ‘스푸트닉 연인‘이 많아요 특히 초반부를 애정하고 계쉼 ^.^

bluebluesky 2021-03-30 23:20   좋아요 2 | URL
잠자는 변신에서 죽었었는데 부활 했다 생각하며 읽으니까 잼있더라구요 ^^
근데 스푸트닉 연인이 뭔지요?
 
루이 랑베르 (양장)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38
오노레 드 발자크 지음, 송기정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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루이 랑베르는 발자크의 자전적 성격이 강한 소설로 약간 형이상학적이라 쉽지 않았다.
넘나 똑똑한 천재 루이가 사랑하는 여인을 만나 결혼하기 전날 육체적 쾌락에 대한 기대감으로 흥분해서 미쳐 죽게되는 이야기. 학창시절 ‘시인과 피타고라스‘로 불리던 단짝 친구가 쓴 루이 랑베르의 지성사이다. 이 친구는 발자크 인간희극의 나귀가죽을 쓴 소설가 설정이다.
지적활동이 과하면 에너지가 탈진해서 인간을 광기와 죽음에 이르게 한다는 건데 극단적이고 이해안가는 부분이 많아 공감이 어려웠다.

앞으로 웬만하면 인간희극 중 ‘철학연구‘는 좀 멀리하고 ‘풍속연구‘ 쪽으로 편독해야겠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한 인간의 총력은 역으로 다른 사람들에게 작용해, 그들 자신도 모르게 그들 내부로 침투할 수 있을 것이다. 그들이 자신들에게 가해지는공격에 저항하지 않는다면 말이다. 이 인문학적 명제를 뒷받침하는근거는 많지만, 아무것도 그것을 확실하게 증명하지는 못했다. 놀라우리만큼 번뜩이는 이러한 사고를 역사적으로 고찰하기 위해서는 마리우스 장군의 불행과 자신을 살해할 임무를 맡은 킴브리족에게 그가 한 훈시,  - P7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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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문학자는 별을 보지 않는다
심채경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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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세이를 잘 읽지않는 편인데 추천하는 사람들도 많고 몇주전 저자의 강연을 보며 친근감과 호감이 있어 읽게되었다.
책장의 마지막장을 덮으며 자신이 하는일을 너무 사랑하는 , 이렇게 예쁜고 정이 가득 담긴 글을 쓸수있는 저자가 부러웠다.

[그런 사람들이 좋았다. 남들이 보기엔 저게 대체 뭘까 싶은 것에 즐겁게 몰두하는 사람들, 남에게 해를 끼치거나 정치적 싸움을 만들어내지도 않을, 대단한 명예나 부가 따라오는 것도 아니요, 텔레비전이나 휴대전화처럼 보편적인 삶의 방식을 바꿔놓을 영향력을 지닌 것도 아닌 그런 일에 열정을 바치는 사람들. 신호가 도달하는 데만 수백 년 걸릴 곳에 하염없이 전파를 흘려보내며 온 우주에 과연 ‘우리뿐인가‘를 깊이 생각하는 무해한 사람들, 나는 그런 사람들을 동경한다. 그리고 그들이 동경하는 하늘을, 자연을, 우주를 함께 동경한다.]


어린왕자, 코스모스, 제5도살장, 마션, 그래비티 등등 우주와 관련된 영화나 책 이야기들이 심심치않게 들어있어 저자의 인문학적 소양이 만만치않음이 드러난다.

[해지는걸는 보러가는어린 왕자를 만난다면, 나는 기까지의 장이 옆에서 기로톱을 켜고 그가 돌아를 때까기 기다그졌다. 왜 슬픈지 캐묻지 않고, 의자를 당겨 앉는게 마흔세번째인지 마흔네번째인지 추궁하지도 않고, 1943년스프랑의 환율도 물어보지 않는 어른이고 싶다. 그가 슬들재 담장 해가 지도록 명령해줄 수는 없지만, 지는 것을보려면 어느 쪽으로 걸어야 하는지 넌지시 알려주겠다. 천문학자가 생각보다 꽤 쓸모가 있다.]

저자도 자신 같은 사람들이 좋아서 뭐 먹고 사냐는 질문을 받는 천문학자로 즐겁게 살아가는 것같다.(그런데 저자는 글을 너무 잘 쓰셔서 인세 받으시며 연구비 걱정없이 연구하실 수 있을것 같다^^)

예전 내가 대학 들어가던 시절에는 자연계 전체수석은 서울대 물리학과에 가는 경우가 많았었다.지금은 의대 광풍이지만 그래도 물리와 천문학 매니아들은 의대점수를 버리고 전공을 선택하는것 같다. 왜냐 즐기기 때문.
저자의 책 전반에 즐김의 에너지가 넘쳐난다.
주고받는 이메일 마지막 인사는 enjoy!
저자의 다음 저작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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