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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과 흑 1 ㅣ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95
스탕달 지음, 이동렬 옮김 / 민음사 / 2004년 1월
평점 :
흙수저로 태어나 미모와 재능으로 상류사회 여성을 디딤돌삼아 신분상승을 꿈꾸는 옴므파탈의 대명사 쯤으로 생각했던 적과 흑의 주인공 ‘쥘리앙 소렐‘은 그렇게 만만한 남자가 아닌것 같다.
정신적 숭고함을 혐오하는 제제소집의 돌연변이 아들, 특유의 영특함으로 사제와 의사의 눈에 띄어 교육의 기회를 얻게되고 지식은 뭐든지 흡수해버리는, 책을 무엇보다 사랑하는 외소한 미남, 시장 드 레날의 자녀들의 가정교사가 되면서 어느새 아름다운 시장 부인과 사랑에 빠지고 만 냉소적인 자유주의자.
고고하다면 고고하고 까칠한 소렐, 사실 처음부터 의도한 것도 아니었고 도화지 같았던 그는 사랑도, 권력에 대한 욕망도 학습해나간다.
1권의 1부에서는 쥘리앙과 드 레날 부인의 관계가 수면으로 드러나면서 브장송의 신학교로 보내지고 그곳에서 피라르 신부 등과 인연을 맺게되며 여러 사건 끝에 파리의 드 라 몰 후작의 비서가 되는 과정을 그리고 있다.
드라몰 후작댁에 적응해가는 과정의 일부를 묘사한 2부 상도 1권에 포함되어있다.
스탕달은 각 장 말머리에 본문과 연관 내지 은유를 품은 문구들을 첨가했는데 이들만으로도 함의가 큰것같다.
"이 게으름뱅이 놈아! 톱은 지켜보지 않고 밤낮없이 못된 책이나 읽고 자빠졌느냐? 책은 저녁에 신부 집에 가서얼쩡거릴 때나 읽어라, 제기랄." 매를 맞아 피투성이가 되고 얼얼했지만 쥘리엥은 톱 옆의 제자리로 다가갔다. 그는 육체적인 아픔보다는 좋아하는 책을 잃은 것이 슬퍼서 눈물을 글썽이고 있었다. - P32
네 일생은고통스러울 것이다. 너에게는 천박한 인간의 기분을 거스르는 무언가가 있는 듯해. 시기와 중상이 너를 따라다닐것이다. 하느님의 뜻에 따라 네가 어느 곳에 있더라도 네동료들은 반드시 너를 미워하게 될 것이다. 그들이 너를좋아하는 척하더라도 그것은 더욱 확실하게 배반하기 위해서일 뿐일 거야. 그 점에 있어서는 한 가지 치유책밖에 없어. 천주님께만 의지하도록, 천주님은 네 자부심을 벌하시기위해 미우받을 필요성을 네게 주신거야. - P326
어떤 사람이 당신에게 가치 있는 인간으로 보이는가? 그렇다면 그가 욕망하는 모든 것, 그가 시도하는 모든 것 앞에 장애물을 놓아보라. 그가 지닌 가치가 사실이라면 그는 장애물을 뒤엎든지 피할수 있을 것이다. - P328
"두려워요?" 부인이 그에게 말했다. "나는 이 세상의 어떤 위험에도 눈 하나 깜짝 않고 맞설 거예요. 나는 두려운게 단 한 가지밖에 없어요. 당신이 떠난 후 혼자 남게 되는 순간 말이에요." 이렇게 말하고 나서 그녀는 방을 뛰어나갔다. - P372
"저는 태어날 때부터 제 아버지의 미움을 받았습니다. 그것은 저의 큰 불행이었습니다. 하지만 제 운명을 한탄하지 않겠습니다. 선생님, 선생님께서는 저의 진정한 아버지와 같으십니다." "자 알았어, 알았으니 그만두게!" 사제는 당황한 듯이말했다. 그러고 나서는 때마침 신학교 교장다운 말을 찾아내서 이렇게 덧붙였다. "이보게, 운명이란 말을 쓰면 못써, 언제나 섭리라고 말해야지." - P39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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