둔황 (무선)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49
이노우에 야스시 지음, 임용택 옮김 / 문학동네 / 2010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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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세기초 둔황 막고굴에서 발견된 경전 비밀에서 작가의 상상력이 발동되어 경전이 묻히게 된 과정을 재구성한 소설.

송과 서하와 거란이 대치하던 시절, 졸다가 과거시험을 놓친 조행덕이란 인물이 저자거리에서 위험에 처한 서하 여인을 구해주면서 또다른 운명의 문이 열리는 것으로 서사는 시작된다.

서하 문자에 대한 호기심으로 서하로 떠나면서 그의 인생에 큰 영향을 미치게되는 위구르 왕족 여인과 서하군 한족 부대 대장 주왕례를 만나 불교에 귀의하게 되고 결국 중요한 경전들을 석굴에 무사히 은닉하게 된다.
지루할것 같지만 작가님 필력이 대단하다. 흥미진진하고 거대한 역사의 흐름에서 인생사의 덧없음 같은 찐한 감동도 있었다.

<재물과 목숨, 권력은 한결같이 그것을 소유하는 자의 것이었으나, 경전은 달랐다. 경전은 그 누구의 것도 아니었다. 불에 타지 않고 그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족했다. 아무도 경전을 빼앗아 갈 수 없으며,그 누구의 소유물도 될 수 없었다. 타지 않고 지금 그 자리에 있어주는 것만으로 충분한 가치가 있었다.>p199

1960년 제 1회 ‘마이니치 예술대상‘ 수상.1988년 영화로도 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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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은 노래한다
김연수 지음 / 문학동네 / 2016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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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작가 작품중 김연수 작가님 작품이 제일 읽기 어려워서 몇년전 읽다 포기했는데 이제 독서력이 좀 는건지^^ 이번엔 술술 잘 읽혔다.

1930년대 동만주 항일 유격근거지에서의 ‘민생단 사건‘을 배경으로 한 나라를 다른 방식으로 사랑한 청춘들의 이야기이다.

<천신만고 끝에 만철에 입사하고 난 뒤에는 비록 만리타향까지 가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걸리긴 했어도 조선인으로 만철에 들어갔다는 사실에 한동안은 꽤나 우쭐했었다. 그런 내게 국가나, 민족이 구체적으로 느껴질 리가 없었다. 그러므로 나는 그게 어떤 자들이든 비적(歷)에게 죽는 건 개죽음에 불과하다고 생각했다. p18>
나 김해연은 별다른 애국심도 없고 그 나이 청춘들의 연애질에나 관심많은 만철의 조선인 측량기사로 용정으로 파견되면서 혁명조직의 일원들을 만나게된다.

<˝유월이 되면, 아마도.˝
그녀가 다시 내 말을 따라 했다. 그리고 내 얼굴을 빤히 들여다보면서 덧붙였다.
˝그렇게 오랫동안? 그럼 그때까지 전 일요일마다 누구의 눈을 바라보면서 시간을 읽나요?˝그렇게 말하던 정희의 눈동자. 두 개의 검은 동그라미 p34>
박길룡의 소개로 만난 이정희와 사랑에 빠지게 됩니다. 보들레르의 ‘파리의 우울‘의 중국인은 고양이 눈을 보며 시간을 읽는다는 말을 인용하며 작업하는 그녀.


<˝나, 반지를 받겠어요. 지금 당신은 그리뇨프를 닮았어요. 사랑을위해서라면 뭐든지 할 것 같은 눈빛이에요. 하지만 나는 당신이 그리프보다는 푸가초프가 되기를 원하는 마리아랍니다. 그러니 제를 사랑하지는 마세요. 너무 사랑하지는 마세요.˝
그렇게 정희는 반지를 받았다. 그리뇨프와 푸가초프는 푸쉬킨의『대위의 딸』에 나오는 인물들이었다. 하지만 불행히도 나는 그 소설을 읽지 않았다. 그러거나 말거나 그 순간 나는 그리뇨프도, 푸가초프도 될 수 있다고 생각했다. 그녀를 사랑하기 위해서 필요하다면그게 누구든.>
청혼하는 나에게 정희는 대위의 딸의 인물들을 인용합니다.
그러나 나는 그 의미를 이해하지 못하고 그녀를 이해하지 못합니다. 저도 나처럼 그 소설을 읽지않아 그녀를 이해할수없어 이번에 ‘대위의딸‘ 들였습니다.^^

이정희의 미스테리한 자살과 여옥이라는 또 다른 사랑 그리고 다른 혁명전사들 속에서 아무 생각없이 표류하던 나는 혁명의 숭고한 뜻을 품은 동지끼리 서로 의심하고 죽이는 살벌한 격류에 휘말립니다.

전 이런 역사가 우리 근대사에 숨어있었는지도 몰랐어요.
한홍구 교수님의 해제가 친절하게 실려있어 소설 전체를 이해하는데 큰 도움이 되었구요. 우리 근대 독립운동 역사에 대해 파보고싶은 욕구가 팍팍 일지만 생각좀^^

작가님 책 일곱해의 마지막, 청춘의 문장들, 내가 아직 아이였을때, 사월의 미 칠월의솔, 스무살까지 이제 6권 읽었네요. 근데 아직 읽을 책이 많이 남아있어 좋네요^^
번역하신 책도 은근 많으세요.
오래오래 좋은글 많이 쓰시고 소개해주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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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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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쪽 남짓한 이 책 마지막 장을 덮고 그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시작과 동시에 흥미진진 하기가 웬만한 드라마 저리가라 (물론 그걸 알고 영화로도 만들었겠지만) 가독성 좋고 거의 한숨에 가볍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러나 이 책은 흑인이 백인 행세하기 (이름하여 패싱)라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어린 시절 친구였던 두 여인의 다른 행보에서 오는 시기,질투 등의 인간 심리 드라마에 절묘하게 믹싱한 페이지터너 명작이었다.

백인으로 패싱하여 살수 있는 외모를 지녔지만 백인들만 출입하는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백인인척 출입하는 등의 소극적 패싱을 하며 흑인 할렘 중산층에서 누리고 사는 아이린 레드필드는, 우연찮게 적극적 패싱을 하며 사는 어린시절 친구였던 클레어 켄드리와 조우하게된다.

[고양이 같은, 그녀를 한마디로 묘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클레어 켄드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이따금 그녀는 모질고, 감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따금 그녀는 살갑고, 막무가내로 충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자극을 받으면 비로소 나타나 사람을 놀래는 숨겨진 적의가 있었다.] p16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태도‘의 그녀가 아이린의 삶에 밀착해 오는것은 섬찟하고 불편하다. 그녀와 연관되면 자신은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게다가 클레어의 신분 상승 사다리인 그 남편은 지독한 흑인 혐오주의자다.

살면서 한명쯤은 너무 불편하고 만나기 싫은데 어떻게든 내 삶에 엮여 피곤으로 몰아가는 사람있지 않은가? 싫은티를 내도 막무가내고 만나면 엄청 잘해주니까 속 내놓고있다 집가서 생각하면 화나게 하는;;

그런 남편의 눈을 피해 백인 상류층으로써의 삶과 할렘에서 흑인으로써의 본인 정체성을 느끼는 사교계의 이중적인 삶을 살던 클레어는 결국 아이린의 남편과 보통이상의 관계가 되고 아이린은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삶은 전과 똑같이 계속되었다. 달라진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우연히 마주한 사실이 그녀를 바꿔놓았다. 오랫동안 희미한 그림자들로 가득하던 어두운 방에 성냥불이 켜지며 끔찍한 형체들을 낱낱이보여준 듯했다.p123

결국 할렘 파티에 밀고 들어온 그녀 남편의 등장과 함께 미스테리한 추락사를 하게된 클레어.
그녀의 죽음에 일조를 했을지도 모르는 아이린은 감사의 흐느낌의 밀고 올라오는걸 막으려 애쓴다.

작가가 몸소 겪었던 인종차별, 패싱,계급 문제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현하여 깔끔한 심리소설로 녹여낸 저자의 날까로운 통찰에 박수를 보내며 패싱을 소재로 다룬 ‘휴먼스테인‘과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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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도날 민음사 세계문학전집 214
서머싯 몸 지음, 안진환 옮김 / 민음사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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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간의 굴레에서‘는 스피노자의《윤리학》제4부의 제목 <인간의 굴레, 또는 정서의 힘에 대하여>에서,
‘인생의 베일‘은 셸리의 시 “오색의 베일, 살아 있는 자들은 그것을 인생이라고 부른다.”에서,
그리고 이 작품 ‘면도날‘은 카타 우파니샤드 중 ‘면도칼의 날카로운 칼날을 넘어서기는 어렵나니, 그러므로 현자가 이르노니, 구원으로 가는 길 역시 어려우니라.‘ 에서 따왔다.
몸의 작품들은 제목 자체를 고전에서 인용해온 만큼 의미하는 바가 크다.

재기발랄한 청년이었던 래리가 전쟁의 포화속에서 친구의 희생으로 목숨을 건지게 된후 평범한 인생을 포기하고 유럽각지와 인도를 경유하는 긴 여행을 통해 인생의 참된 의미를 찾아가는 서양판 싯다르타? 라고 하면 너무 큰 비약일까?
결국은 사람들 속, 가장 비정한 현실의 판인 미국으로 돌아가지만 그의 내면은 한차원 높아진 생을 추구하겠지.

역시나 가독성 높으면서도 사유하게 해주는 몸 쌤.
이번엔 책속에 직접 등장하셔서 깨알같은 유머와 돌직구도 날려주신다.
세상것에 휘둘리지 않고 마음가는대로 훌쩍 오고가고 책만 읽고 몇년씩 살아도 보는 래리한테 대리만족 같은것도 느꼈구 몸 쌤 작품 민음사에서 이번에 한꺼번에 3권이나 나왔던데 직진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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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불호텔의 유령
강화길 지음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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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화길 작가님 전작들의 관계에서의 공포를 염두에 두고 제목에 대놓고 유령, 언뜻 본 리뷰들에 고딕소설 얘기도 있던거 같고 해서 아 이건 공포소설이구나 하고 첫장을 넘겼는데 아니요 이건 사랑 소설이었다.

작가인 화자가 느끼는 악의가 담긴 공포란 껍질 속에 우리네의 전후 세대의 갈등과 외지인의 소외 등등의 차이나타운과 공간 대불호텔이 엮인 인물들간의 상쇄되지않는 스토리가 꼼꼼하게 싸여있는 작가와 진, 그리고 박지운과 뢰이한의 러브스토리~~

작가의 소설 ‘니꼴라 유치원‘과 ‘셜리잭슨‘ 그리고 ‘폭풍의 언덕‘을 씨줄날줄로 엮다보니 좀 작위적인 부분이 없지않았지만 1,2.3 부 분위기가 화자들이 바뀌면서 확확 달라지고 전개가 급진되어 가독성 좋고 공포소설이라기보다 오히려 강작가님 전작들대비 마무리도 확실하고 따땃? 한 분위기(평소 피철철 전혀 읽지않는데 내가 넘 겁이 없나?)가 풍겨서 마지막장은 다행이야 하면 덮을수 있었다.

우리나라 최초의 서구식 호텔이었던 대불호텔을 비롯 화교들의 삶과 전쟁 전후의 대립 등등을 다 담아내기 위해 작가가 얼마나 많은 조사를 했을지 마지막장 빼곡히 적힌 자료들을 보고 창의력과 문장력 그리고 발품으로 하나의 소설이 창조될수있음을 각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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