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싱 문학동네 세계문학전집 199
넬라 라슨 지음, 박경희 옮김 / 문학동네 / 2021년 8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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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50쪽 남짓한 이 책 마지막 장을 덮고 그 무게가 나를 짓눌렀다.
시작과 동시에 흥미진진 하기가 웬만한 드라마 저리가라 (물론 그걸 알고 영화로도 만들었겠지만) 가독성 좋고 거의 한숨에 가볍게 책장이 넘어갔다.
그러나 이 책은 흑인이 백인 행세하기 (이름하여 패싱)라는 무겁고 민감한 주제를 어린 시절 친구였던 두 여인의 다른 행보에서 오는 시기,질투 등의 인간 심리 드라마에 절묘하게 믹싱한 페이지터너 명작이었다.

백인으로 패싱하여 살수 있는 외모를 지녔지만 백인들만 출입하는 호텔 스카이라운지를 백인인척 출입하는 등의 소극적 패싱을 하며 흑인 할렘 중산층에서 누리고 사는 아이린 레드필드는, 우연찮게 적극적 패싱을 하며 사는 어린시절 친구였던 클레어 켄드리와 조우하게된다.

[고양이 같은, 그녀를 한마디로 묘사할 수 있다면, 이것이야말로 클레어 켄드리를 가장 잘 표현하는 말이었다. 이따금 그녀는 모질고, 감정이 전혀 없어 보였다. 이따금 그녀는 살갑고, 막무가내로 충동적이었다. 그리고 그녀에게는 자극을 받으면 비로소 나타나 사람을 놀래는 숨겨진 적의가 있었다.] p16

‘내것으로 만들겠다는 태도‘의 그녀가 아이린의 삶에 밀착해 오는것은 섬찟하고 불편하다. 그녀와 연관되면 자신은 목적을 위한 도구일 뿐이었다.
게다가 클레어의 신분 상승 사다리인 그 남편은 지독한 흑인 혐오주의자다.

살면서 한명쯤은 너무 불편하고 만나기 싫은데 어떻게든 내 삶에 엮여 피곤으로 몰아가는 사람있지 않은가? 싫은티를 내도 막무가내고 만나면 엄청 잘해주니까 속 내놓고있다 집가서 생각하면 화나게 하는;;

그런 남편의 눈을 피해 백인 상류층으로써의 삶과 할렘에서 흑인으로써의 본인 정체성을 느끼는 사교계의 이중적인 삶을 살던 클레어는 결국 아이린의 남편과 보통이상의 관계가 되고 아이린은 그 사실을 인지하게 된다.

삶은 전과 똑같이 계속되었다. 달라진 것은 그녀 자신뿐이었다. 우연히 마주한 사실이 그녀를 바꿔놓았다. 오랫동안 희미한 그림자들로 가득하던 어두운 방에 성냥불이 켜지며 끔찍한 형체들을 낱낱이보여준 듯했다.p123

결국 할렘 파티에 밀고 들어온 그녀 남편의 등장과 함께 미스테리한 추락사를 하게된 클레어.
그녀의 죽음에 일조를 했을지도 모르는 아이린은 감사의 흐느낌의 밀고 올라오는걸 막으려 애쓴다.

작가가 몸소 겪었던 인종차별, 패싱,계급 문제를 현대적 시각으로 재현하여 깔끔한 심리소설로 녹여낸 저자의 날까로운 통찰에 박수를 보내며 패싱을 소재로 다룬 ‘휴먼스테인‘과 ‘한때 흑인이었던 남자의 자서전‘도 조만간 읽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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