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레이킹 던 - 나의 뱀파이어 연인 완결 트와일라잇 4
스테프니 메이어 지음, 윤정숙 옮김 / 북폴리오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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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와일라잇』을 알게 된 건 작년 여름이었다. 한 대형서점에서 책을 보고 있었는데 비닐에 싸인 책이 눈에 띄었었다. 만화 같은 그림이 그려져 있고 안에 내용을 파악할 수 없어서 난 그저 게임 책인가? 하고 별 관심을 두지 않았었다. 그러던 내가 『트와일라잇』에 푹 빠져들게 된 건 영화가 개봉하면서 부터였다. 아름다운 뱀파이어와 평범한 소녀의 연애이야기는 그저 그런 사랑이야기에 냉담했던 날 끌어들였고, 원작 소설이 그 해 여름 내가 봤던 책이라는 걸 알게 된 후 시리즈를 모두 구입해서 읽기에 이르렀다. 그 후 몇 개월의 긴 기다림 끝에 『트와일라잇』 시리즈의 마지막 이야기 <브레이킹 던>이 출간됐다. 3권 <이클립스>까지 독자를 궁금하게 만들었던 건 과연 에드워드가 벨라를 뱀파이어로 만들 것이냐 였을 것이다. 원서로 확인 할 수도 있었지만 전에 해리포터 시리즈 중 <죽음의 성도>를 보려다 실패 한 경험이 남아 있어 번역서를 기다려온 터였다. 그 때문에 혹시라도 볼 스포를 보지 않으려 일부러 인터넷에 <브레이킹 던>을 검색해 보지 않았다. 떠다니는 모든 스포를 피하고 <브레이킹 던>을 손에 쥔 순간 난 10대로 돌아간 것처럼 두근두근한 마음이었다.

책은 800페이지가 넘어 아주 두꺼웠지만 한 번 펴보면 덮지 못할 정도로 흡인력이 강했다. 물론 앞 권들도 마찬가지였지만 말이다. 이야기는 에드워드와 벨라의 결혼식부터 시작한다. 결혼을 하고 벨라의 소원을 이루기 위해서였다. 물론 에드워드는 너무 빨리 벨라의 인간으로의 삶을 마감하고 싶지 않았지만 벨라는 곧 19살이 된다. 영원히 멈춰 있는 17세의 에드워드를 생각하면 벨라는 서둘러야 했다. 행복한 결혼식을 마친 둘은 신혼여행을 가게 되는데 신혼여행으로 간 섬에서 덜컥 이상한 일이 일어난다. 첫날밤을 보내고 며칠 지난 후 벨라가 아이를 갖게 된 것이다. 상식적으로 도저히 불가능한 일이었지만 아이를 가진 건 분명한 일이었다. 에드워드는 뱃속에 뭐가 있던 벨라를 위해 ‘그것’을 없애려고 하지만 벨라의 모성애에 지고 만다.

상황은 너무나 급박하게 돌아갔다. 뱃속에 아이는 너무나 힘이 셌고 피를 원하고 있었다. 벨라의 갈비뼈를 부수고 골반을 부수고 결국 벨라의 배를 찢고 나올 둘의 아이, ‘르네즈미’가 태어나고 벨라는 결국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벨라가 뱀파이어가 되고자 한 소망은 이렇게 이뤄졌다. 죽음의 직전 에드워드가 벨라에게 자신의 독을 주입해 뱀파이어로 만든 것이다. 사실 벨라의 뱀파이어 모습이 마지막에 나올 줄 알았었다. 아이를 위해 희생한 벨라를 뱀파이어로 만든 건 작가가 모든 논란을 지우고 선택에 대한 당위성을 부여하기 위함이 아닐까 생각이 들었다.

나는 1권부터 보면서 제이콥이 내내 불쌍했었다. 한결 같은 마음으로 벨라의 곁에 있었지만 번번이 에드워드에게 지고 마는 제이콥. 과연 행복을 찾을 수 있을까 했는데 그에게도 예상치 못한 ‘각인’ 이 찾아와 웃음이 나왔다. 『트와일라잇』을 통틀어 가장 웃겼던 부분이 아닐까 싶다. 벨라가 말하곤 하던, 제이콥과 자신은 가족과 같다는 이야기가 이렇게 이뤄질 줄이야. 에드워드와 벨라의 분노가 이해가 갔다. 제이콥과 상대의 이야기가 짧게 나와서 그런지 그들의 다른 이야기가 보고 싶은 욕심이 났다.

책은 벨라가 뱀파이어가 된 후 에드워드와 벨라, 르네즈미 가족과 다른 컬렌 가족, 제이콥까지 대가족의 행복한 나날들을 보여준다. 뱀파이어로 살아가기 위해 알아야 할 것과 훈련해야 할 것이 많았기 때문에 벨라는 사냥법과 점프하는 법 등을 배우고 놀라운 자제력으로 인간의 피에 대한 욕망을 자제하기도 한다. 그렇게 시끌벅적하지만 즐거운 날들이 지나고 그들에게 위기가 찾아온다. 바로 그들의 아이 르네즈미가 금지된 ‘불멸의 아이’ 라는 오해를 산 것이다. 컬렌 가를 와해시키고 능력자를 모으려는 볼투리 가가 그걸 놓칠 리가 없었다. 이제 컬렌 가족은 최강의 전사들이라는 왕족 볼투리 가를 맞이하기 위해 준비를 한다. 급박한 위기 속에 앨리스와 재스퍼마저 떠나고 남은 가족들은 어려움에 처하게 된다.

앞 권들에서 나온 바와 같이 에드워드가 유일하게 마음을 못 읽는 이가 벨라다. 그리고 다른 뱀파이어의 공격들도 벨라에겐 통하지 않았다. 벨라의 능력이 무엇인지 책을 읽는 내내 궁금했고 <브레이킹 던>에서 모든 것이 밝혀지리라 생각했다. 하지만 너무 기대한 탓일까? 뭔가 특별한 능력일 것 같았던 벨라의 능력이 밝혀졌는데 그냥 덤덤했다. 뱀파이어 전설에 나오는 예언 된 여인? 뭐 이런 걸 상상했나 보다. 하지만 어디까지나 이 이야기는 아름다운 뱀파이어와 소녀의 사랑이야기다. 너무 싸워도 곤란한데다 벨라는 이 책에서 충분히 강한 모습을 보여준다.

또 벨라가 쉽게 인간의 삶을 버리고 부모님과의 이별을 선택하는 것은 아직까지 생각해 볼 문제인 것 같다. 이런 사랑은 없다는 내 강력한 믿음 때문일지도 모르지만 벨라가 인간과 뱀파이어 둘 사이에서 선택에 대해 고민하는 장면이 더 많이 나왔으면 어땠을까 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사건의 연속으로 에드워드가 별로 비중이 크지 않다는 문제점!! 후속편이 절실하다!! 
 

앞서 말했듯 『트와일라잇』은 엄청난 흡인력을 자랑한다. 그래서 결말까지 그야말로 숨 가쁘게 진행된다. 조금의 쉬는 시간 없이 달려가다 보니 어느새 마지막 장을 손에 쥐고 있었다. 그 허탈함과 아쉬움....... 모든 끝이 그렇지만 역시나 보내고 싶지 않았다. 영원히 계속 되는 에드워드와 벨라의 삶과는 다르게 책은 끝이 나 버렸다. 하지만 앞으로 3년 동안은 영화가 개봉할 것이다. 그때까지라도 이 여운을 즐겨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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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학동네에서 훔치고 싶은 책은 한 두개가 아니다. 몇 백권에 다다른다. 책에 싸여 그 속에서 책을 읽는 행복한 상상은 책을 좋아하는 이들이라면 누구나 할 것이다. 언젠가 읽고 싶은 책을 모두 읽을 수 있을까? 책은 많고 생은 짧다. 그동안이라도 열심히 읽어야겠다. ^^ 내가 만든 문학동네에서 훔치고 싶은 책은 이 책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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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럼독 밀리어네어- Q & A
비카스 스와루프 지음, 강주헌 옮김 / 문학동네 / 2007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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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끄럽지만 아직 보지 못한 책..^^ 영화로도 보지 못해 궁금증이 더 커지고 있다.
자기 앞의 생 (특별판)
에밀 아자르 지음, 용경식 옮김 / 문학동네 / 2003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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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밀 아자르의 유명한 책. 이것도 읽지 못해 부끄러울 따름이다.
사라예보의 첼리스트
스티븐 갤러웨이 지음, 우달임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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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예보의 총성을 유명한 일화다. 그곳에서 사라예보의 첼리스트는 무엇을 했을까?
고모라
로베르토 사비아노 지음, 박중서 옮김 / 문학동네 / 200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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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고모라.. 인간의 탐욕이 어디까지인지..
작가가 살해협박까지 받았다고 하는데 꼭 읽고 싶은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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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과의 악수 - 문예시선
정묵훈 지음 / 21문예정신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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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를 읽는 건 참 어려운 일이다. 학창 시절 시를 분해하여 작가의 의도나 사상적 배경을 알아보도록 ‘훈련’을 받았지만 그건 의도된 훈련이었다. 다 자라서 읽는 시는 가슴으로 느꼈지만 시의 주제나 작가가 배치해 놓은 함축적인 어휘의 뜻을 혼자서 이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불편과의 악수>가 눈에 띈 건 그 붉은 색 표지 때문만은 아니었다. 미술과 음악 등 문화 교양지나 전문지에 다양한 글을 기고 한 작가의 이력 때문도 아니었다. 나를 사로잡은 건 제목이었다. <불편과의 악수> 라는 제목이 이유 없이 내 눈을 이끌었다.   

(처음 시집을 펴자 몇 개의 미술 작품이 실려 있었다. 그림과 이어진 시라 제일 먼저 눈이 갔고 7부로 나뉜 시들의 제목도 심상치 않았다.  )

시는 역시나 어려웠다. 형식을 파괴하는 시의 나열이 그러했고 읽으면 읽을수록 시의 어두운 그림자가 내게 드리워지는 것 같았다. 그럼에도 읽을 수밖에 없었던 이유는 시가 내 자신의 상처와 마주보게 했기 때문이었다. 칼날 같은 언어에 베이면서도 끝까지 책을 잡고 화자와 나의 공통점을 찾아보려 했던 것일지도 모르겠다. 또 어딘가 있을 희망의 한 조각을 찾으려 하려 했을지도. 

참, 아픈 사람들   

부유한 사람들은 가난을 가장하지 못한다. 또 상처 받은 사람들만이 자신이 갖고 있는 상처에 대해 잘 쓰는 법이다. 작가는 ‘가난한 식탁’ 에서는 지리멸렬한 가난에 대해 노래하고 ‘피에 취한 말의 산책’ 과 ‘헐크’ 에서는 폭력적인 아버지와 그에 희생당하는 가족에 대해 말하고 있다. 시엔 체념도 맞서 싸울 용기도 매한가지라 가슴을 아프게 하면서도 어딘가 희망의 끈을 놓지 않겠다는 호소가 들어 있는 것 같았다.

-남편은 그녀가 건네준 것이 보름달이었다고/ 입 안 가득 베어 물고 있는 건 아내의 달이었다고/ 혀를 보드랍고도 따뜻하게 감싸는/ 달물/ 뚝,/ 뚝,//-

석 달째 일을 못하고 있는 남편, 집 나간 아들, 팔 개월째 밀린 집세. 지긋지긋한 일상이겠지만 아내가 남편에게 쥐어 준 설렁탕 한 사발은 그 현실 속에서 피어난 따뜻한 온기인 것이다.

시는 옷장에 넣어 둔 옷들의 화려했던 옛 외출을 되뇌고 있고, 4인용 식탁엔 사람 대신 온기 없는 꽃병만 놓여 있지만 스스로 고독을 빛나게 하는 법을 노래한다. 또 스스로 구원하고 이제라도 <자기와의 포옹>처럼 수신해보라고도 한다.

불편한 현실과 삶의 무게를 짓누르는 권태를 이겨내기란 쉽지 않다. 미디어가 발달 하면서 기계를 통한 거리는 가까워 졌지만 사람과 사람 사이는 이렇게 먼 적이 있었나 싶을 만큼 멀게 느껴진다. 하지만 우선은 나와 나 자신과의 불편한 동거를 허락해야 할 것 같다. 나 자신을 인정하고 아껴야 다른 사람과 소통할 수 있을 거라 믿기 때문이다.

때때로 화해의 손길을 청하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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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끼리가 떴다
김이은 지음 / 민음사 / 2009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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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겉과 속이 다르다’는 말은 이 책에서 써야 하는 말이 아닐까? 처음엔 따뜻한 색깔의 표지만 눈에 들어왔다. 책 내용만큼이나 예쁜 표지를 욕심내는 나에게 『코끼리가 떴다』의 표지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동화적인 색감에 귀여운 코끼리가 도시 위를 둥둥 떠다니는 그림.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난 후 표지와는 전혀 다른 메마른 문체와 난해한 글에 난 책을 덮고 멍하니 앉아 있었다.

난 원래 단편 소설을 읽을 때 순서대로 읽지 않는다. 넘겨보다가 눈이 멎는 곳부터 읽어 나간다. 이 책에선 우선 표제작인 ‘코끼리가 떴다’부터 읽었다. 몇 년 전 일어났던 코끼리 집단 탈출 사건을 연상케 하는 이 소설은 동물원과 같이 창살에 갇힌 도시를 그리고 있다. 원래 왔던 곳으로 돌아가야 하지만 그 곳이 어딘지 모르겠다는 코끼리의 말이 어딘가 와 닿았다. 답답한 도시에서 어딘가로 떠나 정신적인 안정을 이루고자 하는 소망을 안고 사는 현대인들과 코끼리의 공통점이라고나 할까.

작가는 소설에서 지극히 현실 적인 부분과 환상적인 부분을 넘나든다. 가령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에서는 작년에 일어난 광화문 촛불운동을 담고 있고 ‘지진의 시대’ 에서는 2006년 독일 월드컵이 나온다. 또 ‘이건 사랑 노래가 아니야’ 에서는 숭례문 화재사건이 나오는데 시대 배경이 제각각이지만 뭔가 공통점이 있었다. 그건 주인공들이 모두 소외되거나 외로운 사람들이라는 것이다. ‘외계인, 달리다’ 의 여자 주인공은 항상 가면을 쓰고 있다. 자신은 쓴 기억이 없지만 주위 사람들은 그녀의 본 모습이 아닌 가면을 쓴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이다. 그 가면은 세상과 여자 자신을 격리시키는 역할을 하는 것으로 보인다. 또 ‘쇼맨’ 은 유흥가에서 화려하게 살았지만 이젠 빠져 나올 수 없이 탑에 갇힌 남자를 다루고 있고 ‘잃어버린 몸을 찾아서’ 에선 유부남과 살림을 차리고도 또 아이를 가진 사람과 바람이 나는 여자에 대해 얘기 하고 있다. 가끔 주인공들이 답답해 소리를 지르고 싶기도 했었는데 그들에게 희망을 발견 할 수 없는 편이 많아 더 그랬던 것 같다.

환상적인 부분은 2년 동안 아기가 뱃속에 들어 있었다는 것과 몸이 주머니에 들어 갈 정도로 작아진 이야기, 다른 사람들을 치유 할수록 가슴이 커지는 빈의 이야기 등이 있었다. 가끔 등장하는 장치가 이해할 수 없어 작가의 의도가 무엇인지 궁금했던 이야기도 있었다. 정말 쉽지 않은 책이었다. 하지만 답답하고 끔찍한 현실에 질려 책을 놨다가도 다음 순간 책을 집어 들게 하고 마는 마력을 지닌 책이기도 했다.

또 책에 실려 있는 기괴한 사진들과 건조한 문체가 정말 잘 어울린다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너무 가깝게 다가선 탓일까? 책을 읽으며 책이 주는 정신적 폭력에 신음한 기억은 오래 갈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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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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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은 이제 수위가 너무 올라 더 이상의 것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 진행 중인 일이다. 몇 십 년 전 만해도 당연하게 벌였던 일들이 돌아와 우리 뿐 아니라 후대들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또 지구의 생명체 중 많은 것들이 자연도태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도태로 사라지고 있는데 일 년에도 몇 번씩 이 생물들은 종의 생(生)이냐 멸(滅)이냐를 오가고 있다. 이들에게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멸종에 가까운 생물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있어왔지만 몇몇 사람들의 욕심이 이 생물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한 작은 나라에서 불거진, 주홍 마코앵무새을 살리기 위한 한 여인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작은 나라 벨리즈. 수세기 전엔 100만 명이 넘는 마야인들이 살던 나라였지만 많은 풍랑을 거쳐 지금의 벨리즈가 됐다.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라 관광업이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벨리즈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관광객 뿐 아니라 벨리즈에 터전을 잡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늘어갔는데 책의 주인공 샤론 마톨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샤론 마톨라가 벨리즈로 들어온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야생을 사랑했던 샤론은 벨리즈의 야생을 동경했다. 치과 의사와 결혼하고 대학공부를 하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완벽한 생태의 보고’ 라는 벨리즈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샤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연 주홍 마코앵무새였다.
주홍 마코앵무새는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이다. 화려한 색과 좋은 머리,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친화적인 성격의 이 새는 지난 500년 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주홍 마코 앵무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들의 요람인 숲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숲을 돈이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인간들의 소행이었다.

벨리즈에서 작은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벨리즈의 숲을 누비고 여러 동물들을 연구하던 샤론에게 어떤 소식이 전해졌다. 마칼 강 유역에 댐이 건설 된다는 것이다. 작은 댐이지만 그 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강의 계곡에 살고 있는 재규어나 주홍 마코앵무새, 맥 등이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샤론과 벨리즈 정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려 6년간을 끌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된 이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샤론 마톨라는 벨리즈의 국민이 아니다. 그들과는 달리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를 가졌다. 샤론이 벨리즈에 들어온 건 벨리즈와 벨리즈의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벨리즈 정부의 샤론에 대한 압박은 높아져 갔다. 정부는 처음에 쓰레기 매립지를 동물원 바로 옆에 신설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압박은 샤론이 외국인이라는 공격이었다. 벨리즈는 오랜 시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있었던 나라였다. 그들의 자존심은 상처 받았고 그들의 경제적, 사법적, 군사적 독립에 대한 갈망은 절실했다. 벨리즈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벨리즈의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이 벨리즈가 전기 시설을 자신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낼 기회를 막고 있다고 비방했다.

나는 읽으면서 당연히 이 소송이 승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실화이다. 실제 세상엔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고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밀어 붙이는 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일들이 너무나 비밀리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쁜 점은 이런 문제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리산 댐건설 문제로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있다. 실제 지리산 댐이 들어설 예정지인 칠선계곡과 용유담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난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아홉 군데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건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 중에 진실이 얼마나 있건 없건 이미 파괴된 생태계가 복원 되려면 벌어들인 몇 배의 돈을 누군가 부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길 바란다. 더불어 그들의 행위가 지구의 생물들을 더 좁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에는 이미 그 예가 넘칠 정도로 많지 않은가.

차릴로 댐은 마칼 강의 수질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수세기 동안 있었던 강 하류의 아름다운 백사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싸움에서 이긴 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 샤론은 벨리즈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살고 있다. 어려운 싸움에 맞서 싸운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날치기와 같은 행위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마칼 강의 차릴로 댐  출처 : 구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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