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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홍 마코앵무새의 마지막 비상 -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새를 지키기 위한 한 여인의 투쟁
브루스 바콧 지음, 이진 옮김 / 살림 / 2009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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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환경에서 인간이 만들어 낸 재앙은 이제 수위가 너무 올라 더 이상의 것이 있을까 싶지만 아직 진행 중인 일이다. 몇 십 년 전 만해도 당연하게 벌였던 일들이 돌아와 우리 뿐 아니라 후대들의 삶도 위협하고 있다. 또 지구의 생명체 중 많은 것들이 자연도태가 아닌 인간이 만들어낸 도태로 사라지고 있는데 일 년에도 몇 번씩 이 생물들은 종의 생(生)이냐 멸(滅)이냐를 오가고 있다. 이들에게 국제적인 관심이 높아지고 멸종에 가까운 생물들을 보호하는 노력이 있어왔지만 몇몇 사람들의 욕심이 이 생물들을 사지에 몰아넣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몇 년 전 한 작은 나라에서 불거진, 주홍 마코앵무새을 살리기 위한 한 여인의 노력이 세계적으로 이슈가 된 적이 있었다.
중앙아메리카에 위치한 인구 30만 명의 작은 나라 벨리즈. 수세기 전엔 100만 명이 넘는 마야인들이 살던 나라였지만 많은 풍랑을 거쳐 지금의 벨리즈가 됐다. 자원이 많지 않은 나라라 관광업이 산업의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한다고 하는데 그래서 그런지 벨리즈엔 많은 외국인들이 찾아온다. 관광객 뿐 아니라 벨리즈에 터전을 잡고 제2의 인생을 사는 사람들도 늘어갔는데 책의 주인공 샤론 마톨라도 그 중 한 명이었다.
샤론 마톨라가 벨리즈로 들어온 건 어쩌면 당연한 수순인지도 몰랐다. 어렸을 때부터 동물과 야생을 사랑했던 샤론은 벨리즈의 야생을 동경했다. 치과 의사와 결혼하고 대학공부를 하며 안정된 삶을 살 수 있었지만 그 모든 것을 포기하고 ‘완벽한 생태의 보고’ 라는 벨리즈에 자리를 잡은 것이다. 그런 샤론의 마음을 사로잡은 건 단연 주홍 마코앵무새였다.
주홍 마코앵무새는 멸종위기 동물 중 하나이다. 화려한 색과 좋은 머리, 사람을 경계하지 않는 친화적인 성격의 이 새는 지난 500년 간 사람들의 많은 사랑을 받아왔다. 하지만 주홍 마코 앵무새가 점점 사라지고 있다. 새들의 요람인 숲이 사라지고 있기 때문인데, 숲을 돈이나 정복의 대상으로만 여기고 있는 인간들의 소행이었다.
벨리즈에서 작은 동물원을 운영하면서 벨리즈의 숲을 누비고 여러 동물들을 연구하던 샤론에게 어떤 소식이 전해졌다. 마칼 강 유역에 댐이 건설 된다는 것이다. 작은 댐이지만 그 댐에서 물을 방류하면 강의 계곡에 살고 있는 재규어나 주홍 마코앵무새, 맥 등이 휩쓸려 죽을 위기에 처할 것은 자명한 일이었다. 그때부터 샤론과 벨리즈 정부의 싸움이 시작된다. 무려 6년간을 끌고 결국 재판까지 가게 된 이 일은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많은 점을 시사하고 있다.
샤론 마톨라는 벨리즈의 국민이 아니다. 그들과는 달리 하얀 피부와 금발머리를 가졌다. 샤론이 벨리즈에 들어온 건 벨리즈와 벨리즈의 동물들을 사랑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싸움이 길어질수록 벨리즈 정부의 샤론에 대한 압박은 높아져 갔다. 정부는 처음에 쓰레기 매립지를 동물원 바로 옆에 신설할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또 다른 압박은 샤론이 외국인이라는 공격이었다. 벨리즈는 오랜 시간 동안 영국의 식민지로 있었던 나라였다. 그들의 자존심은 상처 받았고 그들의 경제적, 사법적, 군사적 독립에 대한 갈망은 절실했다. 벨리즈 정부는 이 점을 이용해 벨리즈의 사정을 모르는 외국인이 벨리즈가 전기 시설을 자신의 나라에서 독자적으로 만들어 낼 기회를 막고 있다고 비방했다.
나는 읽으면서 당연히 이 소송이 승리할 줄 알았다. 하지만 이 책은 소설이 아니다. 이것은 실화이다. 실제 세상엔 우리의 상식으론 이해할 수 없고 우리 힘으로 어떻게 할 수 없는 일들이 많이 일어난다. 권력과 돈을 가진 자들이 자신이 하고자 하는 일을 할 때 어떤 식으로 밀어 붙이는 지 우리는 잘 모르고 있었다. 그 일들이 너무나 비밀리에 일어나기 때문이다.
나쁜 점은 이런 문제들이 아직 우리 주위에서 많이 일어나고 있다는 것이다. 지금도 지리산 댐건설 문제로 많은 이들이 분개하고 있다. 실제 지리산 댐이 들어설 예정지인 칠선계곡과 용유담은 한국내셔널트러스트가 지난해 우리가 꼭 지켜야 할 자연문화유산 아홉 군데 가운데 으뜸으로 꼽은 곳이기도 하다고 한다. 건설로 돈을 벌고자 하는 사람들이 말하는 말 중에 진실이 얼마나 있건 없건 이미 파괴된 생태계가 복원 되려면 벌어들인 몇 배의 돈을 누군가 부담 해야 한다는 사실을 그들이 깨닫길 바란다. 더불어 그들의 행위가 지구의 생물들을 더 좁은 곳으로 밀어 넣고 있다는 사실도. 세계에는 이미 그 예가 넘칠 정도로 많지 않은가.
차릴로 댐은 마칼 강의 수질을 급격히 악화시켰고 수세기 동안 있었던 강 하류의 아름다운 백사장이 사라졌다고 한다. 이 싸움에서 이긴 자들은 지금 어떤 생각을 하고 있을까? 아직 샤론은 벨리즈에서 동물원을 운영하고 살고 있다. 어려운 싸움에 맞서 싸운 그녀의 용기에 박수를 보내고 싶다.
또 우리가 우리의 것을 지키기 위해 항상 눈을 뜨고 있어야 할 것 같다. 날치기와 같은 행위로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을 잃게 될지도 모르니까 말이다.

마칼 강의 차릴로 댐 출처 : 구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