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자본주의.사회주의.민주주의 ㅣ 한길그레이트북스 116
조지프 슘페터 지음, 변상진 옮김 / 한길사 / 2011년 7월
평점 :
슘페터의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의
큰 맘 먹고 도전 한 책인데 처음부터 삐거덕 거린다.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 일 줄은 몰랐다. 그래서 한번에 리뷰 올리는 것이 엄두가 나지 않아 일단 매일 조금씩 하려고 한다. 우선 진도가 나가지 않을 때 항상 핑계 거리로 찾게 되는 단골 메뉴이긴 한데 이 번 역시 '번역' 의 장벽에서 헤메고 있다. 우선 내 지적 자존심에 위로와 격려(?)가 필요하다. 아니면 이 책 다 읽지 못한다. 그러므로 이 책의 번역자 분이나 교정 보신 분들은 오해 없으셨으면 하는 바램이다.
첫째, 전자, 후자라는 단어의 남발은 좀 문제가 있다. 이런 단어는 대학생들의 원서 번역에서나 볼 수 있는 단어다.
둘째, 번역 문장이 너무 길다. 한 문장을 필요할 경우 2-3문장으로 나누어 번역 했다면 더 쉽지 않았을까? 주어와 서술어의 간격이 길어지면 문장이 산으로 간다.
셋째, '이것이' '그' '이러한' '이"와 같은 영어 대명사를 직역한 듯한 문장 또한 눈에 거슬린다. 새로운 가격이라고 해도 될 것을 꼭 '이' 새로운 가격이라고 표현해야 할까?
마지막으로 수동문 서술어를 남발하는 것 역시 영어 수동문 직역 때문이 아닌가 싶다.
오늘까지 간신히 250페이지 정도를 읽었는데 두서없이 남 탓하는 푸념을 늘어 놓으니 앞으로 다시 250 페이지를 읽을 수 있는 힘이 생기는 것 같다. 오늘까지 별점은 일단 둘이다…
드디어 오늘 3/12일 책을 다 읽었다. 역시 번역에 대한 아쉬움이 남지만 16장 (P325) 부터는 번역이 큰 방해가 되지 않았다. 하지만 슘페터가 700페이지가 넘는 이 책을 통해서 과연 자본주의, 사회주의, 민주주주에 대해서 무엇을 예기하고 싶었는지는 전혀 감이 안 잡힌다. 그저 슘페터는 절대적으로 객관적인 과학자 관점에서 이데올로기 또는 정치적 견해를 배제한 채, 자본주의는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주장하듯 내부적인 경제적 모순에 의해서가 아닌 발전에 의해 사회주의로 이행 되며 민주주의와 사회주의는 충분히 공존 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게 이 책의 주제가 아닌가 희미하게나마 추측할 뿐이다. 사실 이 정도의 주장이라면 사회주의에 대해 최소한 공감 내지 비판적 지지라도 보여 줄 만도 한데, 저자인 슘페터는 자신의 정치적 견해를 이 책이 끝나는 그 순간까지 철저하게 숨긴다. 또한 슘페터는 폭력이나 혁명이 아닌 의회 민주주의를 근간으로 하는 유럽식 사회 민주주의 또는 민주주의적 사회주의를 정치적으로 올바른 (Politically Right) 체제로 설명하는 가 싶더니 갑자기 어는 순간에는 중앙 집권적 사회주의로의 이행을 주장하기 시작한다. 나는 이 부분에서 완전히 길을 읽었고 전체적인 논리의 연결고리가 내 머리에서 끊어지고 말았다. 왜냐하면 유럽과 미국 사회주의의 역사적 실체를 다루는 5부가 개인적으로 이 책의 최고 장임에도 불구하고 앞의 이론적 분석들과 연결성 및 개연성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슘페터의 자본주의에 대한 날카로운 진단은 1940년대라는 시차가 느껴지질 않을 정도로 현재성이 돋보인다. “사회에서 혁신은 일상화 되어 가고 있다. 초기 자본주의 사회에서 발전의 동력이었던 개인의 상업적 모험의 로맨스는 전문가 집단의 예측 가능성을 높이는 업무로 대체되면서 개인의 개성과 의지력은 상실 되어 가고 있다. 따라서 경제 진보는 비인격화되고 자동화 되는 경향이 있다. 계산, 예측 가능한 결과는 비전을 말살한다. “
또한 다음의 슘페터의 민주주의 성공 조건은 지금의 시대에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첫째, 정치인이 적절한 능력과 도덕적 품성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즉 정치인들은 충분히 높은 자질을 갖추고 있어야 한다. 예를 들어 바이마르 공화국 (1918~33) 당시 정치인들은 보통 수준이었으나 그것이 결국은 반민주주의 지도차 (아마도 히틀러)에게 치명적 패배를 당하는 빌미를 제공 했다고 볼 수 있다.
둘째, 정치 행위의 범위는 무한하지 않다. 정치 행위, 특히 국가 통치 행위는 무소불위의 권력이 아니다. 정치인들은 전문가 집단의 도움이 필요하다. 바로 관료 조직이다.
셋째, 민주주의 정부는 잘 훈련된 관료 조직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관료는 정부의 수장인 정치인을 지고하고 필요할 경우 지시할 정도로 강력해야 한다. 관료는 충분히 독립적이어야 한다.
넷째, “민주주의적 자제” 무엇보다 선거인과 의원들은 충분히 높은 지적, 도덕적 수준에 도달해 있어야 한다. 일단 의원들은 민주적인 절차에 따라 의사 활동을 하며 선거인 역시 선거 이후에는 정치 활동은 의원의 직무이고 자신들의 직무가 아니라는 것을 이해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슘페터 하면 떠오르는 “혁신”, “창조적 파괴”와 같은 단어는 결코 이 책의 핵심 내용이 아니며 이는 보수주의자들이 슘페터를 자본주의의의 옹호자로 편향적으로 해석하는 과정에서 나온 산물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 것 같다. 물론 슘페터가 보수주의자임에는 틀림 없지만 이 책을 읽은 사람이면 누구나 자신이 자본주의의나 사회주의 어느 편도 아님을 병적으로 집착하는 슘페터를 쉽게 만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