풋내기들
레이먼드 카버 지음, 김우열 옮김 / 문학동네 / 2015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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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이먼드 카버의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의 원전 텍스트가 [풋내기들]이라고 한다. 영화로 치자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이 극장 상영 편집본이라면 [풋내기들]은 감독판 - 소위 말하는 오리지널 디렉트 컷 - 이 아닌가 싶다. 옮긴이의 말에 의하면 당시 카버의 편집인이던 고든 리시가 카버의 원착을 과감하게 고치고 쳐내어 만들어낸 것이라고 한다.  단순한 문체 수정이 아니라, 결말에서 주제까지 바꾼 경우가 있다고 하니 이 정도면 같은 작품이라고 하기에는 좀 무리기 있을 것 같다. 실제로도 두 소설집 작품들을 비교해 보면 같은 작품이라고 믿기 힘들 정도라고 하니, 시간이 되면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에 수록 된 단편들을 읽어보는 것도 흥미로울 듯 싶다. 

 

하여튼 난 [사랑을 말할 때 우리가 이야기하는 것]을 읽지 않았으니 - 난 [대성당]만 읽었는데 지금은 중고책으로 팔아버려 기억도 가물가물 하다. - 어떤 편견도 없이 카버의 작품을 오랜만에 다시 만날 수 있었다.  

 

제일 기억에 남는 단편은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과 [풋내기들]이다. [별것 아닌 것 같지만, 도움이 되는}은 내 기억이 맞다면 [대성당]에서 읽었던 작품으로 아들의 생일 날 아들의 불의의 교통사고로 잃은 부부의 이야기로 생일 케이크를 주문한 베이커리 사장과의 투박하지만 진심어린 위로와 교감의 마지막 장면이 감동적인 작품이었다. 물론 편집자가 심하게 칼질(?)을 해 놨다고 하니 두 작품의 느낌이 다른 것은 당연한 것이겠지만 내 어렴풋한 기억으로는 [대성당]의 [별것 아닌] - 너무 길어서 줄여 표현한다. - 이 메마르고 건조한 문체에 슬품조차 담담하게 받아들이며 그래도 우리 삶은 살아가야만 한다라는 주제라면 [풋내기들]에서의 [별것 아닌]은 억지로 억제하지도, 그렇다고 과장되지도 않게 꼭 있는 만큼, 느끼는 만큼만 어이없는 사고로 아들을 잃은 슬픔과 분노, 후회가 담겨져 있고 마지막 빵집에서의 대사들이 훨씬 따뜻하고 위로가 된다. 

 

표현을 어떻게 할 지 모르겠지만 편집인이 심하게(?) 손을 댄 [별것 아닌]은 당사자들의 감정이 너무 억제되었기에 오히려 독자들의 가슴을 에이게 하는 뭔가가 있지만 솔직히 작위적이고 비현실적인 면이 있었던 것이 사실이다. 반면 원본 텍스트는 문제가 장황하고 늘어지는 경향이 좀 있다손 치더라도 자연스럽게 표출 되는 인물들의 날 것 그래도의 감정을 공감하면서 새벽 빵집에서의 김이 모락모락 나는 따뜻한 빵과 커피 한잔에 그 순간만은 그들이 행복했으면 하는 바람이 들었다. 죽도록 사랑하는 사람을 잃었어도 떄가 되면 배고파서 밥을 찾는 것이 역겹지만 받아들여야 하는 인간의 모습이다.

 

[풋내기들]은 두 부부의 사랑에 관한 대화를 담은 단펀이다. 주인공 나와 로라 커플과 허브와 테리 커플의 저녁 테이블에서 사랑에 대해 떄로는 심각하게 때로는 농담처럼 풀어가는 이야기로 우리의 사랑을 진지하게 돌아보게 하는 수작이라고 생각한다. 허브가 이야기하는 큰 사고를 당한 노부부 커플 (남편 헨리, 부인 애나)의 상대방을 간절히 원하는 그리움과 보고픔이 절대적인 사랑이겠지만 각자의 정도와 방식의 차이는 있을 망정 우리 모도는 과거에도 사랑했고 현재도 사랑하고, 미래에도 사랑 할 것이다.

 

"나는 창가에 서서 기다렸다. 아직은 그대로 있어야 한다는 걸, 바깥으로 눈길을 향하고 바깥을 내댜봐야 한다는 걸 알았다. 볼 것이 남아 있는 동안은."                                                                        [풋내기들] p413

 

  

이제 휴가 시즌이다. 바싹 조여서 책을 읽어야 할 듯 싶다. 직접 보고, 듣고, 맡고, 맛 보고, 느낄 용기가 없으니 다른 사람의 감각을 빌려서라도 나를 채우고자 함이 과한 욕심은 아니라고 믿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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