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의 심연 을유세계문학전집 9
조셉 콘라드 지음, 이석구 옮김 / 을유문화사 / 2008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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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둠의 심연] [진보의 전초기지] 두 편의 중편 사실 [진보의 전초기지]는 단편으로 보는 게 합당할 듯싶다 은 자연과 인간의 만남과 충돌이라는 주제를 공유한다. 자연이 신비, 원시, 야만, 야생을 상징한다면 반대로 인간은 이성, 문명, 진보를 상징한다. 하지만 자연에 대처하는 두 작품의 인물들의 태도와 자세는 사뭇 대조적이다.

 

 

그가 빠져 들었던 신비로운 세계에 대한 악마적인 사랑과 섬뜩한 증오가 원시적 감정을 실컷 맛보고 거짓 명예와 가짜 명성을 탐하며 성공과 권력의 과시를 탐하게 된 그의 영혼을 소유하겠다고 싸웠다네

[어둠의 심연] p148

 

[어둠의 심연] 말론의 일화에서 주인공 커츠는 아프리카의 밀림의 야만성과 원시성에 매료되어 적극적으로 자신의 권력 욕망을 타인의 굴종과 복종으로 실현하고자 하는 인간의 전형을 보여 준다. 커츠는 원주민에게 추앙 받는 신격화된 존재로 자신의 무의식에 잠재되어 있던 야만적인 본성이 원초적인 자연과 접촉함으로써 과대망상적인 자기 분열을 보여주는 인물이다. 하지만 아쉬운 점은 커츠의 변화에 대한 인과적 플롯이나 설명 없이 갑작스러운 커츠의 죽음으로 끝나는 부분은 소설의 상당 부분을 차지하는 콩고강의 운항에서 묘사되는 자연의 야생성과 야만성에 비하면 커츠라는 인물의 개연성과 필연성에 소설적 장치들이 부족하지 않았나 싶다. 사실 [어둠의 심연]은 프란시스 코풀라 감독의 [지옥의 묵시록]의 모티브가 되었던 원작이라고 알고 있는데, 영화에서는 베트남 전쟁이라는 인류사에 있어서 가장 비극적인 전쟁, 특히 분명한 적의 개념도, 명분도 없이 인간성의 파괴와 잔혹한 피의 희생만을 요구했던 전쟁이라는 배경이 있었으므로 주인공 커츠 대령의 광기와 파멸이 설명될 수 있었던 것이다. 하지만 [어둠의 심연]에서 작가의 아프리카를 초기 인류의 발생지로, 아프리카 인을 원시 인류와 동일한 수준으로 보는 관점은 서유럽 백인 중심의 제국주의적 식민주의 사관으로 비판 받아 마땅하다. 단순히 요약해서 말하자면 원시적인 미개한 아프리카에 가보니 자신 조차 모르고 있었던 야만성이 깨어났다는 것인데 내가 아프리카인 이었다면 당연히 황당하기 그지 없는 백인들의 쓰레기 같은 이론에 경멸감과 모멸감을 느꼈을 것이다.

반면 [진보적 전초기지]의 케예르와 카를리에는 나약하고 무능한 백인의 전형이다. 그들은 현지 아프리카 부족민들을 무시하고 경멸하지만 자신들은 거대한 원시적 자연 앞에서는 의식주도 제대로 해결 못 하는 부적응자들이다.

 

제도와 도덕의 거역할 수 없는 힘을, 경찰과 여론의 힘을 맹목적으로 믿는 민중이 있기에 가능합니다. 그러나 오염되지 않은 순수한 야만과 접촉할 때, 심각한 문제가 개인의 마음속에서 갑자기 생겨나게 된다

[진보의 전초기지] p175

 

이 소설에 지적하듯이 백인들의 존재는 고도로 조직화된 문명화된 군중이 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군중을 떠난 개인들은 보잘것없고 무능한 존재라는 것이다. 군중 속에 있다는 안도감과 안전하다는 믿음이 인간의 대담성과 능력으로 표현 되는 것이다. 그러므로 [진보적 전초기지]의 두 백인은 유럽이라는 사회 (군중)의 배경 없이는 아무 쓸모는 없는 나약한 인간들로 오히려 문명화된 현지인 마콜라의 생활력과 교활하기 까지 한 지혜가 돋보이기까지 한다.

 

굳이 다시 비교하자면 문학/예술적 관점에서 [어둠의 심연] [진보의 전초기지]보다 월등히 뛰어난 작품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정치/문화적 관점에서는 – politically correct – [어둠의 심연]은 백인중심, 식민주의 관점이 농후한 반면 [진보의 전초기지]는 미약하나마 유럽중심 제국주의에 대한 우려 섞인 조롱과 풍자가 느껴진다는 점에서 [진보의 전초기지]에 더 높은 점수를 주고 싶다.

 

어둠의 심연이라과연 인간은 어디까지 갈 수 있는 존재일까? 요즘 우리 사회를 보고 있자면 인간의 야만적인 폭력성은 천성이 아닐까 싶다. 그럼 작가 조지프 콘래드의 생각처럼 우리가 능력을 발휘 할 수 있는 문명화된 군중에 속해 있다면 우리의 야만성은 길들어지고 우리는 안전하게 보호 받을 수 있을까?

 

답은 보이지 않는다. 오히려 우리가 속해 있는 군중이 커츠 대령의 왕국과 무엇이 다른지 생각해 보니 자신이 없고 간담이 서늘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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