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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페 탐험가 - 뉴욕에서 홍대까지
장성환.정지연 지음 / 북노마드 / 2009년 11월
평점 :
절판
내가 살고 있는 도시에 커피전문점 까페가 생겼다.
위치도 온 시민이 아끼고 사랑하는 풍광좋은 공원이 바라다보이는 곳에 있고, 이 도시 최초로 전문 바리스타가 향기로운 각종 커피를 뽑아주는 카페.
얼마 전에 한 잔에 이만원도 넘는 커피를 마시며(월수입이 짱짱한 친구가 사줌.ㅠㅠ) 커피맛도 모르며 미리 값에 평가를 점령당해버린 에피소드가 생각난다.
<카페 탐험가>, 이 책은 읽기까지 잠시 주저하는 마음이 있었다. 난 카페 탐험가도 아닐 뿐 만 아니라, 앞으로도 카페라는 공간을 탐닉할 정도로 맘을 붙일 거 같지도 않고, 그렇다고 카페하면 연상되는 커피를 종류별로 맛을 볼 줄 아는 커피애호가 또한 아니기 때문이다.
한때는 원두커피가 암에 좋다 하여 커피콩가는 기계와 커피메이커까지 구입하기도 했지만, 그것은 그냥 유행처럼 스쳐 지나간 것이었다. 커피콩가는 기계는 선반에서 인테리어 소품으로 그 역할을 하고 있고, 커피메이커는 서랍장 안쪽 깊숙한 곳에 자리를 잡아버렸다.
그러나, 마지막 순간에 이 책을 선책하게 한 동인은 비록 나와는 그 기호가 다를지라도 무엇인가에 빠진 사람들이 그려내는 세상은 대체적으로 매우 매력적이고 흥미로웠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나의 생각은 얼추 맞아들었다. 아, 표지의 금발머리를 한 여성의 담배피는 모습도 내 마음을 당겼다.
제목에서 '뉴욕에서 홍대까지'라고 명시되어 있지만, 이 책의 3분의 2는 뉴욕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리고 뉴욕과 그 거리의 카페의 이야기, 카페안의 사람들 이야기, 뉴욕을 살아가는 사람들의 이야기들이다. 뉴욕이 왜 그렇게 세계의 젊은이들에게 각광을 받는지, 이해할 것 같은 느낌이다.
저자와 함께 뉴욕의 거리를 지나면서 나도 기회가 된다면 가보고 싶다는 생각이 참 많이도 들었다.
그리고 만약 가게 된다면 이 책에 소개된 카페를 꼭 가보리라, 뉴요커처럼 커피와 조각케익를 폼나게 먹어보리라 속내로 다짐하기도 했다.
홍대는 저자가 현재 살고 있고, 저자의 남편이 오랫동안 살아온 곳이며, 그들이 너무 사랑하고 아끼는 카페가 있는 거리이다. 홍대 골목 골목에 흩어져 있는 카페들을 소개하는 저자는 시선을 따라가면서 공감하기도 하고, 점점 흥미를 느끼는 나를 발견하기도 한다.
저자부부는 카페를 사랑하고, 카페문화를 아끼는 사람들이다. 그리고 누구보다도 카페를 즐기고 향유할 줄 아는 문화인이자 예술인들이다. 그들이 카페에서 중요시하는 부분은 서로가 다르다. 저자는 카페마다의 분위기를 만들어내는 것은 그 카페를 향유하는 '사람'이라고 생각하고, 따라서 사람에 관심을 두는 반면, 디자이너인 남편은 카페 내부의 인테리어나 디자인을 관심깊게 본다. 카페의 화장실을 꼭 가본다는 말에 슬그머니 웃음이 나왔다. 나 또한, 그러하기 때문이다. 한때 살던 대도시에 카페가 우후죽순으로 생기던 시절이 있었다. 그때는 주머니를 털어서 카페를 순례하는 것이 일상이었고, 친구들과의 대화에는 그 카페의 화장실이 단골메뉴이기도 했었다.
카페탐험가라고 하여 카페의 모습과 커피에 대한 전문적인 지식이 담겨있으면 어쩌나 했는데, 카페를 주제로 한 여행기, 또는 문화탐방기의 느낌으로 다가오는 이 책은 묘한 만족감을 주었다.
이렇게 가끔은 왕건이를 건지는 경우가 있다. 별 기대없이 펴들었다가 가슴 가득히 젖어오는 달콤하고도 편안한 포만감. 이 책이 바로 내게는 그렇다.
미혼때는 카페에 갖다바치는 돈이 아깝지 않았다. 그만큼 카페의 분위기와 커피를 즐기고 그 안에서 대화를 통해 서로의 관계를 깊게 하는 시간은 돈으로 환산할 수 없는 가치가 있다고 여겼기에.
결혼한 이후로는 느긋하게 무언가를 즐긴다는 것이 결코 쉽지가 않았다. 나의 시간이 온전히 나만의 것이 아닌 결혼생활, 갑자기 터지는 일들은 왜 그리도 많은지. 아이가 생긴 이후로는 더 심해졌고 어느샌가 단 몇십분을 위해서 4,000~5,000원을 투자한다는 것은 사치로 느껴졌다.
모회사의 일회용 믹스커피가 내가 가장 애용하는 커피다. 어디서나 쉽게 마실 수가 있다는 장점이 있고 그 비용 또한 저렴하다.
사실 커피를 하루에 서너잔씩 마시고 있으니 거의 커피 중독상태나 매한가지다. 아침을 커피와 함께 시작하지 않으면 하루종일 뭔가 빠진 듯 불안할 정도이니 말이다.
<카페탐험가>를 읽고 나니, 잊고 있던 감성이 살아난다.
이젠 아이들 핑계는 그만대야지. 오천원 정도의 투자로 나만의 시간을 기꺼이 즐겨야겠다는 살아있는 다짐을 해본다. 내가 근무하는 직장에는 소박한 카페가 있다. 그곳의 캬라멜마끼야또는 2,500원밖에 안한다. 앞으로는 티타임인 오후 3~4시에 늘 마시던 200원짜리 자판기커피는 잠시 접어두고 그 카페 '마루'를 찾아야겠다. 가까이 있는 일상의 행복을 즐기러 가야겠다.
"왜 사람들이 카페에 간다고 생각해?"
"글쎄...아마도 마음에 드는 공간을 빌릴 수 있어서가 아닐까요? 언니도 알다시피 책으로 무너지다시피 하는 내 집에, 월급의 반은 쏟아 부어야 하는 이런 의자와 테이블을 놓을 순 없잖아요. 커피 한 잔 값으로 내 마음에 쏙 드는 이런 공간을 1시간이고, 2시간이고 렌트해서 있을 수 있다는 거. 그게 카페라는 공간이 주는 만족감의 정체가 아닐까요?(208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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