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한민국 경제 결정적 3년 - 대한민국을 뒤흔든 역설의 재테크
김재인 / 서해문집 / 2010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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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시작된 세계 경제 불황의 그림자는 올해가 되어도 그다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는다.

물론, 여타 경제연구소나 세계 경제관련 기관에서 발표하는 성장율은 플러스로 2010년을 예측하고 있지만, 피부로 와 닿지 않는 것을 보면 분명 문제가 있어 보인다.

나이가 들어갈수록 자본주의 사회에서 살아간다는 것이 무엇인지를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돈을 직접 버는 개념이 아닌 보호자로부터 타서 쓰던 시절에는 경제라는 것에 결코 눈길조차 주지 않았던 한심한 사람이 바로 나였다.

그러나, 결혼을 하고 한 가정을 꾸리면서 경제라는 영역은 여러 부분에서 아주 민감하게 나를 자극했다.

이명박 정권이 들어선 이후,  정부가 발표하는 경제성장율에도 불구하고 실물경제는 전혀 나아질 기미가 보이지 않고 오히려 빈부차만 더 극심해지는 느낌이 들어 2010년이 되어도 그다지 미래에 대한 희망이 생기질 않는다.

이 책의 저자는 2008년 금융위기를 정확히 예측한 <대한민국 경제, 빈곤의 카운트타운>을 출간하여 아주 큰 반향을 일으킨 김재인님이다. 당시 제목에서 오는 암울한 느낌이 싫어서 외면하고 말았는데, 뒤늦게 관심을 갖게 되면서 이번 <대한민국 경제 결정적 3년>을 주목하게 되었다.

흔히, 우리는 경제적 활동을 하면서 표면적으로 드러나는 문제에만 천착하여 일련의 판단을 하기 쉬운데, 사실 모든 분야가 그렇겠지만 특히나 경제라는 분야는 우연이나 단기적인 처방에 의해 변화하는 것이 아니라 장기적이면서도 근본적인 문제에 따를 움직이는, 따라서 매우 합리적이면서도 정교한 시스템에 의해서 움직이는 것이라는 것을 이 책을 통해서 알게 되었다.

저자는 2012년이 우리에게 결정적인 순간을 가져다 줄 것이라고 주장한다.

그것은 바로 그 해 겨울에 우리나라의 제18대 대통령 선거가 있고 그전 여름에는 19대 총선이 있어 그 전까지 우리나라가 어떤 길을 걷느냐에 따라서 올해부터 향후 3년간은 대한민국의 정치.경제가 어떤 방향으로 나아갈지를 예측하는 분기점으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또한, 그 해는 바로 우리나라의 정치, 경제와 밀접한 연관이 있는 나라인 미국의 대선이 겹친다는 사실을 들고 있다.

또 다른 변수로 일본과 중국의 정치상황을 꼽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급변하고 두 나라의 선거 또한 2013년에 있다는 사실을 거론하고 있다.

정치적인 상황외에도 2012년은 우리 정부와 다자간에 진행중인 자유무역협정, 즉 FTA가 본격적으로 추진될 시기여서 사회 전 분야에 엄청난 충격으로 다가올 것이라고 말한다.

거기에 이제는 선택의 문제가 아닌 당위의 문제인 온실 가스 감축문제와 우리나라 경제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요인으로 달러화와 세계 기축통화 문제, 그리고 국제 원자재 가격과 원유 가격을 거론하고 있다.

이 책을 읽는 동안, 머리속과 가슴을 휘젓고 위기감에 한 동안 기분까지 침울했었다.

진즉에 다 읽어놓고도 이렇게 잡문으로나마 정리하기까지 쉽지 않은 혼란의 시간을 보냈다.

 

저자는 비록, 정치, 경제적인 분석을 앞에 내세우고 있지만, 이 책은 기본적으로 전문가가 아닌 일반인들을 위해 집필하였기에 본문으로 들어가서는 그다지 내용이 어렵지는 않다.

세계 경제는 과연 회복중인가, 라는 의문에서 시작한 이 글은 세계 경제의 흐름을 짚어주고, 미국경제에 대한 쉽고도 자세한 설명, 그리고 위기시마다 거론되는 한반도의 전쟁위험성에 대해서 논리적으로 설명해 놓고 있다.

2부에서는 대한민국의 경제 현실에 대해서 아주 냉정하면서도 현실적으로 설명해주고 있으며,

3부에서는 서민들의 재태크 전략에 대해서 언급하고 있다. 주식, 부동산, 금투자, 석유, 원자재, 물, 자기계발에 이르기까지.

4부에서 저자가 말하는 3년 이후의 대한민국은 사실 그다지 희망적이지 않다.

다만, 자원의 시대, 에너지의 시대, 금융의 시대를 맞아 어느 한 분야에서도 장점을 갖추지 못한 우리의 조국인 대한민국이 나아가야 할 길은 고전과 인문학에 대한 소양, 그리고 비판적이고도 창의적인 능력을 키워서 눈에 보이는 것으로 만족하는 시대가 아닌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부터 만족을 찾는 시대를 앞당기는 것이라고 역설한다.

무작정 성장이 아닌 질적 효용을 갖춘 성장, 피상적인 아름다움이 아닌 내면을 흔드는 디자인. 그런 것이 지배하는 시대를 이끌어갈 인재는 토익점수나 자격증에 목매는 그런 사람이 아니라는 것이다.

이 책에 나와 있는 객관적인 수치나, 현실 진단내용, 인류의 미래에 대한 전망은 우리가 같이 깊이 고민해야 할 그야말로 핵폭탄같은 사실들이다.

온 인류가 새로운 패러다임을 짜지 않는 한, 과연 우리에게 아름다운 미래가 존재할 것인가..

떨리는 마음으로 첫 장을 열었던 원인모를 두려움의 정체가 이 책을 다 읽고 난 다음에도 여전히 명확하지가 않다.

그것은 책의 문제가 아니라, 아직도 근거없이 안일하게 낙관하는 나의 자세에 있는 아닌가 , 생각해 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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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이 좋아진다
이태성 지음 / 낭만북스 / 2009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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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해 날씨가 유난해서 그렇지

작 년 이맘때를 생각하면 대지에 봄기운이 몽실몽실 가득해지면서 주말이면 손짓하는 자연의 부름에 응하느라 매우 바빴을 것이다.

사계가 확연히 구분되는 날씨를 가진 우리나라는 철마다 옷장정리하는 괴로움을 제외한다면 분명히 축복받은 나라임에는 틀림없다.

흔히 삼천리 금수강산이라고 불리는 우리나라의 사계는 그야말로 어느 하나 버릴 것 없이 각각의 개성과 아름다움을 뽐내는 귀한 유산인 것이다.

내 잘 알지는 못하지만, 오늘날 사진을 사랑하는 인구의 급격한 증가는 단지 싸이와 블로그의 영향, 이로 인한 디지털카메라의 보급만으로는 설명하기가 어렵지 않을까?

물론, 그 안에는 주5일 근무시행으로 인해 여가시간의 활용, 좁은 땅덩어리탓에 복작이며 살다 보니 너 있는 거, 나도 갖추어야지 하는 우리나라 국민성도 한 이유이겠지만,  그것보다는 사진으로 찍어서 남기지 않을 수 없게 하는 우리나라 산천이 보여주는 사계의 아름다움이 낳은 남다른 미의식과 감수성이 그 바탕이지 않을까 생각해본다.

그 동안 사진에 관한 책으로는 DSLR 관련 책을 몇 권 만나봤었는데, 이 책은 노골적으로 우리를 유혹한다.

'무거운 DSLR은 버리자'고. 그러면서 덧붙인다. 이 책을 사진에 막 재미를 느끼기 시작한 사람을 위해서 고민하여 만들었다고 말이다.

더군다나 또 하나의 미끼가 있었으니 <프로사진가의 감성 출사노트>라는 문귀다.

그러니까, 이제 막 사진에 대해서 관심을 가진 자가 똑딱이 카메라로도 충분히 프로작가처럼 감성적인 사진을 찍을 수 있는 방법이 이 책에는 들어 있다고 나는 이해한 것이다. 이만하면 혹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늘 무겁기만한 DSLR 카메라를 바라보기만 했는데, 이 아니 반가울소냐. 얼씨구다.

흑백사진을 표지로 한 주홍빛 책자는 상당한 두께였다.

삼백페이지가 넘는 책은 분위기와 주제가 있는 칼라사진과 함께 감성적인 에세이를 곁들인 말 그대로 저자의 출사 노트라는 표현이 무엇인지 확연히 알게 해주는 내용으로 채워져 있다.

감정, 기억, 시선, 우연, 기록, 그리고 사진이 좋아지는 8개의 레슨. 총 6개의 장으로 나누어 친절히 풀어놓은 내용들을 나는 포토에세이마냥 그렇게 읽어내려갔다. 순식간에.

처음에 이 책에서 기대했던 것과는 사뭇 비껴갔지만, 그래도 내용은 상당히 만족스러웠다.

아주 꼼꼼하고 친절하게 전국에 흩어져 있는 사진찍기 좋은 장소나 시간을 안내해주고 있어서 지금 사진에 깊이 빠져 있는 옆지기에게 더 읽혀주고 싶은 책이다.

그러고 보니, 이 책을 읽기 전 내가 놓친 부분이 있었다. 디지털 카메라의 장비병에 지친 사람, 사진 이론서를 여러 권 가지고 있는 사람, 여전히 사진 찍기가 쉽지 않아 포기하기 직전인 사람, 여행을 떠나기 전 무슨 카메라를 가지고 떠날까 고민하는 사람에게도 이 책을 권하고 있었던 것이다. 따라서 이 책은 일정 부분 사진에 대한 관련지식과 경험이 있는 자가 읽는다면 훨씬 더 이 책의 가치와 의미가빛을 발한다고 하겠다.
뒷부분에는 이 책에 실린 사진을 찍은 포켓카메라 총 14종이 사진과 함께 소개되어 있어 흥미롭다.

 

사진은 우리 삶을 풍요롭게 해주는 것 중의 하나이다.

우리 눈으로 바라보는 경이롭고도 아름다운 세상과 사진으로 담아내는 세상이 똑같을 수는 없다.

좋은 사진을 찍기 위해서 더 중요한 것은 바로 사진을 찍는 우리의 자세라고 저자는 말해주고 있다.

또한, 덧붙인다.

어쩌면 우리가 가진 눈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카메라이며 우리가 가진 마음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필름이라고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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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라쉬 브런치 - 번역하는 여자 윤미나의 동유럽 독서여행기
윤미나 지음 / 북노마드 / 201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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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제목에서 예상했어야 했다.

번역작가의 동유럽여행기의 제목으로 저 유명한 헝가리의 매운 스튜요리인 '굴라쉬'를 선택했을 때  눈치를 챘어야 했다.

얼마 전부터 출판되기 시작하는 여행기는 요리와 접목하여 2인1조 장애물 경기를 하듯이 그렇게 독자에게 새로운 재미를 제공했다.

그러나, 제목에 버젓히 요리이름을 올려놓았음에도 이 여행기에는 요리가 메인으로 등장하는 그런 에세이는 아니다.

다만, 저자의 직업에서 우리가 기대할 수 있는 것이라면 언어 마술사로서의 놀라운 모습이랄까.

책을 읽는 내내 내 코끝을 간질였던 것은 여행기 속 곳곳에 숨어 있는 혹은 적나라하면서도 절묘한 저자의 음식과 관련된 표현기법이었다.

"그녀는 물냉면속의 삶은 달걀처럼 말쑥해 보인다", "키가 크고 늘씬한 여자애가 인절미의 콩가루처럼 달라붙어 있었다"

"주먹밥의 밥알처럼 찐득한 호기심", "커피는 노파의 쓸개즙처럼 텁텁했다", "미쯔꼬의 둔부는 그야말로 찐빵처럼 희고 둥글고 푹신해" 




이 책을 읽다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어떤 계획을 갖고 저자가 의도하는대로 짜여져 진행되어지는 듯한 느낌을 받는다.

못하나 박지 않아도 잘 짜맞춘 가구가 오히려 더 멋스럽고 튼튼하고 가구로서의 가치를 지니듯이 말이다.

아침과 점심 중간쯤에 아점으로 선택하는 ‘굴라쉬 브런치’는 여행이라는 단어에서 우리가 연상할 수 있는 여유와 자유로움이라는 인생의 향기를 감지할 수 있다.




프라하와 크로아티아, 그리고 슬로베니아, 동유럽 세 나라의 여행기를 담은 이 책은 여타의 여행기처럼 사진을 많이 담고 있거나, 꼭 들러봐야 할 유명관광지, 혹은 그 고장의 요리에 천착하지 않아 좋다.

독서여행기라는 부제에 걸맞으면서도 저자의 직업에서 연유하는 다방면에 걸친 인문학적인 풍부한 지식과 경험을 바탕으로 한 이 여행기록은 아주 색다른 세상을 우리에게 보여준다.

또한, 위트와 비틀기가 돋보이는 유쾌한 글을 쓰고 싶다는 저자의 소망은 단지 소망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이 책을 통해 우리는 충분히 검증할 수 있다.

프란츠 카프카, 밀란 쿤데라, 보후밀 흐라발, 지젝, 미야자키 감독, 가브리엘, ....헉헉

그녀가 이 책에서 거론하고 있는 지식인, 예술인들은 다 나열하기 벅찰 정도로 많다. 뿐인가, 책, 영화, 뮤지컬, 음반에 이르기까지. 그녀의 예술적 소양은 어느 정도인지 궁금할 정도이다.

정말 부끄럽게도(나는 부끄러웠다, 진실로)몇 명의 이름을 제외하고는 다 처음 들어보는 사람들.

정말 세상에는 내가 모르는 것이 너무 많고 많아서 아직도 더 느끼고 알아야 할 것이 많다는 사실은 새로운 자극이 되어 행복으로 다가오기도 했다. 

본문에 나오는 내용으로 미루어 짐작해 보건대, 약 한 달간의 기간 동안 관광이 아닌 여행을 한 저자와 그녀의 동행자 비노양의 여행지에서의 모습은 때로는 계획대로 되지 않아 속상하기도 하고, 주어진 상황을 최대한 즐기면서 여행을 만끽하는 최고의 여행자의 모습을 보여준다.

여행지에서 저자가 끌어올린, 행복이란, 슬픔이란, 여행이란, 삶이란, 가족이란,,,등등에 대한 단상들은 깊은 사유와 성찰속에서 얻어진 것임을 쉽게 눈치챌 수가 있었다.

이제 겨우 30대 싱글 여성의 정신세계가 이토록이나 깊고 넓을 수 있다니..

그러면서도 생을 이렇게나 긍정하고 즐겁게 살고 있다니. 그녀말대로 시시한 여행은 없다.

글을 통해서 그녀의 일상이 보여주는 삶의 향기가 그 어떤 선지자의 말보다 가깝게 와 닿는다.

언어의 마술사라고 깊이 탄복하며 읽어가던 중에 ‘나와바리, 간지’와 같은 단어가 툭! 튀어 나왔을 때는 젊은 아이들의 감성이라고 이해하고자 하였으나 살짝 거슬리는 마음은 드는 것은 어쩔 수 없었다.

20대 초반에 많이 하는 외국에서 일본사람인 척 하기..나도 외국여행시 해본적이 있기에 키들거리는 두 여행자의 기분을 이해하지 못한 것은 아니나, 활자화까지 할 필요가 있었나 하는 개인적인 생각을 적어 본다.

이 책의 마지막 장은 이탈리아를 도착하는 내용으로 마무리를 하고 있다.

그녀의 이탈리아 여행기도 출간이 될려는지...사뭇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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옥관음 1
하이옌 지음, 김태성 옮김 / 아우라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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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에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인데, 나의 책을 선택하는 기준에는 작가의 명성이나 호불호, 그리고 작품이 말하고자 하는 주제 등이 영향을 끼친다고 막연히 생각했는데, 때로는 출판사가 책선택에 많은 힘을 발휘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일전에 아우라 출판사에서 출간된 <소년은 자란다>를 매우 흥미롭게 읽었던 경험은 출판사명 '아우라'를 뇌세포 깊숙히 새겨놓는 계기가  되었고, 금번의 러브스토리로 짐작되는 <옥관음>을 단지 출판사가 '아우라'라는 이유 하나로 기꺼이 선택하는 것으로 이어지게 되었다.

낯선 중국작가인 하이옌의 대표작이라는 이 책은 1, 2권으로 구성되어 있으나, 탁월한 구성과 흥미진진한 전개로 인해 순식간에 읽히는 장점이 돋보인다.

 

표지에 채색수묵화 기법으로 그려진 여인은 옥으로 만들어진 관음상 목걸이를 목에 걸고 어딘가를 향해 시선을 두고 있다.

아마도 이 여자가 바로 이 소설속 사각러브스토리의 주인공 안신임에 틀림없다.

20대 초반의 청춘남녀들이 나누는 혹은 열렬히 빠져드는 사랑의 열정은 주변의 인물들까지 동화시키는 마력이 있는 거 같다.

이 책은 시종일관 여주인공 안신을 중심으로 한 세 남자와의 시간의 차를 둔 애절하면서도 기막힌 사랑과 인생이야기를 담아내고 있다.

사회주의 체제하에서의 청춘이야기는 어떻게 다를까, 싶었는데, 세상 그 어느 곳에서나 젊은이들의 사랑이야기는 비슷한 전개를 보인다는 것을 우리는 이 책을 통해서 알 수가 있다.

다만, 개인적으로 한 가지 의아했던 부분은 안신에 대한 세 남자의 절대적인 마음이다.

안신이 비록 아름답고 그 마음이 지극하고, 현명한 여자라고 할지라도 마주치는 남자마다 절대적인 사랑을 바치는 정황이다 보니 비록 일반적인 세상사의 시선으로 보면 매우 불행한 삶을 살았다고 아니 할 수 없는 그녀의 인생이지만, 한편으로는 세 남자의 폭포같은 사랑을 받은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부러운 마음이 절로 든다. 이는 여자들이 자신의 지극히 순수한 사랑을 온 마음을 다해서 바치고 싶은 대상자를 꿈꾸기도 하지만 또한 그 대상자가 세월이 흘러도 변하지 않는 사랑의 세레나데를 불러주길 간절히 소망하기 때문이다. 

 

중국에서는 <옥관음>이 2백만부가 넘는 판매부수를 자랑하기도 하지만, 영화와 TV드라마로도 제작되어 거의 모든 중국인들이 열광적으로 좋아했던 작품이라고 한다. 우리가 쉽게 접하지 못하는 마약반 전담수사대의 등장과 뭔가 비밀을 감춘 듯한 여주인공의 모습, 그리고 얼기설기 얽혀 있는 그녀를 둘러싼 주변의 상황은 소설의 원작으로도 매력있게 다가오지만, 영화와 드라마로 성공할 수 밖에 없는 요소이기도 하다.

<옥관음> 을 읽으면서 중국의 풍속을 어렴풋이나마 이해하는 기회가 되기도 했다.

오랜 사회주의 체제로 인해 남녀간의 성평등이 우리나라보다 훨씬 더 잘 되어 있다고 알고 있었지만, 소설을 통해서 자연스럽게 표현되는 남녀평등의 모습은 이채롭다. 우리나라도 예전에 비해 혼전순결문제가 많이 이완되고 있지만, 아니 오히려 그런 문제를 거론한다는 것 자체가 우스운 것이라는 관념이 젊은이들 사이에서는 당연시된다고 알고 있지만, <옥관음>에서는 이 부분이 특히나 문제가 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남주인공인 양루이의  "한 여인의 순결은 그녀의 개성과 영혼에 의해 결정되는 것이지 개인사에 의해 결정되는 것은 아니리라"라는 매우 당연한 말에 줄을 긋게 만들었다.
'옥관음'은 안신의 모친이 그녀의 행복과 안녕을 빌며 염험하기로 소문난 칭몐 위안퉁사에서 만들어온 관음상이다. 이 옥관음은 그녀의 두번째 남자의 손에 목숨을 잃은 첫남편인 장톄쥔의 관에 넣어주려 하였으나, 시모에 의해 거부당한다. 두번째 남자와 아이까지 잃은 큰 사건을 겪어낸 그녀는 옥관음과 편지 한 통을 양루이에게 남긴 채 떠나게 된다. 그러나, 옥관음은 그녀 모친의 바람대로 양루이와 손에서 그와 함께 그녀의 안녕과 행복을 끝까지 기원하게 된다.

 

일견 통속적인 느낌을 지울 수 없는 소설이지만, 소설의 결말이 주는 여운은 내심 반가우면서도 오래 여운처럼 남아 있다.

문체가 익숙치 않아 등장인물들의 감정에 이입하고자 여러번 고쳐 읽기도 하였으나, 청춘의 맹목적인 열정은 누구라도 동화할 수 밖에 없는 순수한 감정이라고 생각한다.

 

소개글에 나와 있는 변영주감독의 " 청춘의 욕망이 이해의 범주가 아니라 결심의 영역이라는 사실을 새삼 일깨워준다. ~ 깊은 구렁에 빠질 걸 알면서도 어쩔 수 없다고 스스로 다짐하며 한걸음 그것에 다다가는 것이 청년의 사랑이다. 그 질주하는 열정에 대한 믿음을 거두는 날이 노쇠의 시작일 것"이라는 말이 가슴에 콕! 박히는 순간,  지금 이 시대의 청춘들에 무한한 질투의 감정을 느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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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애의 사생활 - 세기의 남성을 사랑에 빠뜨린 결정적 비밀들
김정미 지음 / 다산초당(다산북스) / 2010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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흔히 회자되길 그야말로 남녀간의 일은 그들 두사람만이 알 뿐이라는 말이 있다. 남녀간의 연애사에 있어서는 그만큼 사적인 영역이 차지하는 부분이 크다는 뜻일 것이다.

나이와 시대와 지역을 통털어서 세상에는 참으로 다양하고도 많은 종류의 로맨스가 있다.

인간은 딱 두 종류의 남과 여로 나뉠 뿐인데...그 둘 사이에서 만들어지는 그 많은 연애사라니..

연애사는 각각 그들만의 개성과 고유의 색깔을 지니지만, 한편으로는 그 내용을 들여다보면 몇 개의 큰 카테고리로로 구분되어지는 것 또한  일반적인 생각이다.

개인적으로 미혼 시절, 두세번의 연애사를 거친 후 결혼을 했다.

그 두세번 중에는 가벼운 것도 있지만, 지금까지 아름답게 추억하며 가슴에 새겨져 있는 나만의 연애사도 있다.

훗날 털털한 아줌마가 되어 친구들과 대화를 나누면서 나만이 알고 느꼈을 거라고 생각했던 연애의 경험이 실은 보통명사에 해당하는 것이라는 것을 알고 쓴웃음을 짓긴 했지만, 그렇다고 해서 나만의 감정이, 그 경험이 희석된 것은 아니었다.

 

사실 옆지기를 사랑하지 않는 것은 아니지만, 아니 사랑이라는 단어보다도 더 깊고 넓은 뜻이 있다면 그 단어로 표현되는 감정을 옆지기에게 가지고 있지만,

주변을 둘러봐도 그렇고 누구나 아름다운 무지개같은 사랑을 여전히 꿈꾼다.

딱히 그런 사랑을 현실속에서 기대하며 구체화하겠다는 것보다는 단지 그런 사랑을 꿈꾸면서 지난 시절을 추억하기도 하고 때로는 그런 마음을 간접적으로 되살려보면서 순수한 영혼의 시간을 가져보기도 하는 것이다. 사랑이라는 감정만큼 순수한 감정이 또 있겠는가.

 

<연애의 사생활>이라는 제목이 주는 묘한 느낌이 순간 미혹하게 했지만, '세기의 남성을 사랑에 빠뜨린 결정적 비밀들'이라는 부제목은 늘 사랑에 있어서 열등감 아닌 열등감을 가지고 있던 나에게는 눈에 번쩍 띄는 제목이었다.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의 멜라니를 인생모델로 삼으면서도 한편으로는 늘 아쉬운 마음이 들었던 것은 바로 '스칼렛 오하라'같은 모든 남성들의 시선을 받는 열정적인 여성이고 싶은 욕망이 숨어 있었기 때문이다.

지표로 삼고 맘을 먹는다고 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은 물론 알고 있지만, 그리하여 나에게 주어진 상황에 가장 근접한 모범적인 
캐릭터를 표면적으로는 내세우고 있지만, 난 그랬다. 비록 내 삶이 부서질지라도 세기의 연애사의 주인공이 되고 싶었다.ㅠㅠ.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는 것을 알았기에 이 욕망은 오랜 동안 내 안에 깊숙히 숨어 있었다.
 

이 책에는 우리에게 널리 알려진 세계의 러브스토리가 담겨 있다.

그들의 시작과 만남, 결혼, 그리고 죽음으로 인한 헤어짐까지..

왕좌를 버리게 까지 한 심슨부인이 사실은 허영덩어리며 에드워드와 결혼 직전까지 유부녀의 신분이었다는 사실은 그들의 사랑이 결코 아름답게 느껴지지 않았다. 평범한 미모임에도 에드워드를 사로잡은 것은 그녀의 패션감각과 박학다식한 지적매력이었다는 것이 눈여겨볼 만한 대목이었을 뿐.

타지마할로 유명한 샤 자한과 뭄타스 마할의 러브 스토리는 막연히 타지마할에서 느꼈던 부러움과는 달리 내용을 알고 보니 안타깝고도 서글픈 마음이 들었다. 뭄타스가 얼마나 예뻤으면 그랬을까? 궁금했었는데, 임신한 몸으로 전쟁터까지 따라가며 남편을 사랑하고 보좌했던 그녀의 마음 씀씀이가 이런 세기의 사랑으로 회자되게 했다는 사실은 사랑하는 관계에 있어서 정성을 다하는 것의 가치를 생각해 보게 한다.

히라스카 라이초와 오쿠무라 히로시의 러브스토리는 이 책에서 처음 알게 되었다.

일본에 이렇게나 멋진 여성이, 그리고 이런 멋진 러브스토리가 있었다니 이 책의 내용이 가감없이 사실이라면 참 부러운 일이다. 사랑앞에, 그리고 자신의 선택에 너무도 당당한 히라스카 라이초는 지금의 시대에도 충분히 부러워할 만한 하나의 아이콘이 될 만한 사람이었다.

이 외에도 이 책에는 총 9 종류의 사랑이야기에 대한 내용이 담겨 있다.

이들의 이야기를 그냥 가쉽성 이야기로만 이해할 것이 아닌, 그 안의 담겨 있는 사랑이라는 것이 가지는 속성에 대한 이해를 함께 하면 자신의 지난 사랑과 현재의 사랑, 그리고 미래의 사랑에 대한 이해도를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고 여기에 소개되어 있는 사랑의 속성을 한사람이 다 경험할 수는 당연히 없다.

타고난 성정에 따라서 사랑의 방식도 달라지기 마련이니,,,다만, 우리가 사랑을 하게 되는 대상은 나와 똑같은 성정의 사람을 만나는 것이 아니니만큼 이 책을 통해 사랑의 기술을 어렴풋이나마 배운다면 자신의 사랑을 구축하는데 일말의 도움이 되지 않을까 생각해 본다.

우연이 필연으로 되는 날, 그것이 바로 운명처럼 시작되는 사랑이라는 것의 실체이지만, 우리는 운명이라는 것을 충분히 만들어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기나긴 삶속에서 사랑이 없다면 얼마나 그 삶이 단조롭고 삭막하겠는가.

아름다운 혹은 고통스러운 사랑일지라도 사랑하는 자만이 진실로 살아있는 것이라는 말을 난 굳게 믿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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