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 -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기술
스가와라 이치고 지음, 김욱 옮김 / 한빛미디어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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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카의 보급으로 또는 블로그나 미니홈피의 활성화로 인한 사진에 대한 인기는 최근 들어 가히 폭발적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8년 전에 구입한 똑닥이 카메라는 내 일상의 기록을 용이하게 해 줘...한결 풍부한 자료로 밋밋했던 어제와 오늘이 그리고 또 내일을 다르게 해주었다. 

가슴에 맺혔던 느낌, 보석처럼 빛났던 순간, 평화로운 일상을 함께 해줌으로써 삶을 더 풍성하게 해주는 도구들은 음악, 미술, 책, 차,영화, 등으로 다양하지만, 기록의 간단함과 나름의 정확성으로 인해 사진만큼 대중의 사랑을 받는 것도 드문 듯하다.

'말타면 경마잡히고 싶다'고 기왕지사 찍는 사진, 좀 더 멋지고 근사하게 찍고 싶은 욕심에 그동안 사진찍는 기술관련 책을 꽤나 여러권 들춰봤다.

소박한 책에서부터 화려한 사진을 곁들인 전문적인 책까지 말이다.(물론, 처음의 의도와는 달리 여전히 나의 사진찍기는 관련책읽기와는 별개로 답보상태에 머물러 있다)

사진기술에 관해서 궁금증이 생길 때마다 서가에 꽂혀 있는 기존의 책을 들춰보면 좋으련만, 해마다 쏟아지는 사진관련 책들은 여전히 내게 손짓을 하고 나 또한, 비록 드문드문 보긴 하지만 여전히 1년에 두권정도는 사진관련 새책을 만나보고 있다.

제목이 주는 중요성은 그림이나 사진뿐 만이 아니다. 책 또한, 이와 같다.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이라는 매우 혹하게 하는 제목은 저자인 스가와라 이치고에 대한 궁금증까지 증폭시켰다.

책날개에 소개되어 있는 저자의 이력을 살펴 보니, 오사카대학에서 사진학을 전공하고 프랑스에서 프리랜서로 활동한 작가였다. 사진 외에도 광고촬영, 영화촬영에도 관여한 경력이 있으며, 애니메이션 작품의 오프닝디렉터를 담당하기도 한 여러분야에 걸쳐 맹활약을 하고 있는 작가였다.

이 책은 프로 사진가 스가와라 이치고의 따뜻한 사진의 기술이라는 부제를 달고 있다.

그 부제 밑으로 그가 제안하는 따뜻한 사진의 기술- 즉,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덞가지 방법을 소개하자면 다음과 같다.

첫째, 카메라와 함께 걸어봅시다.

둘째, 당신의 생각은 반드시 찍힙니다.

셋째, 느리게 사물을 봅시다.

넷째, 약간은 이상한 사진의 구조

다섯째, 사진은 하나의 소중한 '것'

여섯째, 계절이 보여주는 빛의 차이를 촬영합시다.

일곱째, 카메라를 고르는 법과 렌즈의 바른 사용법

여덟째, 휴대전화로 사진을 더 좋아하게 됩니다.

 

여덟가지로 소개되는 사진에 느낌을 담는 방법은 각각의 장에 맞게 작가가 체험했던 경험들을 녹여낸 친절한 설명이 뒤따르고 있다. 물론, 이해를 돕기 위한 사진을 실어 놓은 것은 필수다.

블로그 이웃중에 멋진 사진과 함께 일상의 단상을 올려놓는 분이 계시다. 글도 아름답지만 아무런 설명없이도 사진 한 장만으로 충분히 와 닿는 그 어떤 느낌이 좋아서 수시로 들락거리며 감상하곤 한다. 그런데, 그분의 글 중에 이런 말이 있었다. 사진찍을 때는 몰랐는데, 막상 현상하고 보면 사진들에서 오는 느낌들이 외롭다는 것이다. 주변의 평들도 그렇다며 자신도 미처 몰랐던 자신의 어디에 깊은 외로움이 숨어 있어 그 감성이 사진에 담겨 있던 것이 아니었나 되묻는 글이었다.

 

<사진에 느낌을 담는 여덟가지 방법>을 읽으면서 내내 그 이웃분이 생각났다.

스가와라는 말한다. 외로우면 외로움이, 기쁘면 기쁨이, 슬프면 슬픔이..그렇게 오롯히 사진이 담기는 사진이 좋다고 말이다.

읽어 보면 특별할 것도 없는 내용같지만, 하나 하나 곱씹어 볼수록 아하! 무릎을 치게 하는 비법들임을 느낄 수 있다. 테크닉보다는 마음을 담는 사진찍기의 기술. 해서 사진찍는 것을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꼭 추천해주고 싶은 책이다.

 

'마음'을 담아 셔터를 누르자.

사진이 완성되면 그때의 '마음'을

상상하면서 감상하자.

사진을 보며 그때의 '마음'이 생각난다면

이보다 더 기쁜 일은 없겠지!(P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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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 지하철 명물 여행 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
이토 미키 지음, 김정화 옮김 / 에디션더블유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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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은 5년 전에 쿄토, 오오사카 등의 지역을 여행한 적이 있다.

선입관이 얼마나 무서운지는 살아오면서 숱하게 겪어 왔던 일이지만, 일본에 대한 나의 선입관 또한, 그러했음을 그 여행을 통해서 뼈아프게(?) 깨달았다.

막연히 일본이란 나라에 대해서 역사적으로 갖고 있던 생각은 그 땅에 대한, 문화에 대한 저급한 사고를 하게 했는데, 막상 여행지에서 만났던 일본의 모습은 그 동안의 내 생각이 얼마나 짧고 얕은 생각이었는지 알게 해주었다.

단 한번의 일본여행으로 호감도가 급상승한 나를 보고 혹자는 말했다. 처음 일본을 다녀온 사람의 공통적인 모습이라고.

그러나, 서너번 정도 일본을 여행하게 되면 그 생각은 사라진다고 덧붙인다. 그러든지 말든지...어쨌든 현재 일본이라는 나라에 대한 나의 생각은 역사적인 관계는 차치하고 여행지로서는 매우 추천할 만한 곳이라고 생각한다.

정작 도쿄는 일본의 수도인데도 불구하고 가보질 못했다. 해외여행이 내 젊은 시절에 이처럼이나 활발했다면 아마도 쉬이 다녀왔지 싶다.

내 아는 지인중에 일본에서 10년을, 그리고 또 다른 이는 1년을 살았는데, 공통적으로 그들이 말했던 것중에 교통비가 비싸다는 내용이 있었다.

또한, 도쿄의 지하철에 대한 얘기도 들었던 기억이 나는데,,,지하철로 도쿄를 관광하는 것이 제일 편리하다는 정보도 알려줬었다.

<지하철 타고 도쿄 한 바퀴>는 연두색 표지의 첫권에 이어 하늘색 표지로 그 두번째 권이 출간되었다.

총106페이지의 얇은 책으로 여행사에서 나눠주는 가이드북같은 책이어서 처음에는 살짝 놀랬다. ㅎㅎ

도쿄에는 200개가 넘는 지하철역이 있고, 13개나 되는 지하철 노선이 있다고 한다. 이 책은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하여 도쿄 도심을 한 바퀴 빙 도는 지하철 산책 투어를 소개하고 있다고 보면 가장 적절한 설명이 되겠다.

볼거리, 먹거리, 선물거리 를 한 방에 해결해주는 멋진 가게들을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산뜻한 일러스트 그림과 함께 소개해주고 있다.

'도쿄메트로 1일승차권'을 제시하면 미술관, 박물관 등의 특전과 서비스, 승차권 구입방법, 거미줄처럼 연결되어 있는 지하철 노선도까지, 아주 상세하게 안내해주고 있으며, 저자는 마치 수학여행하듯이 이 책과 함께 여행하라고 권해주기까지 한다.

지하철역이 있는 각 지역마다 그 특색을 간략하게 소개해주고 있어, 패션, 전통, 예술, 전설 등 원하는 입맛대로 골라서 여행할 수 있다. 그러나, 욕심내서 부지런히 돌아다닌다면 지하철과 함께 알뜰한 도쿄여행을  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마음이 절로 드는 여행안내서이다.

 

1권에 대한 기독자들의 리뷰가 이 책에 대한 기대치를 높게 했다.

막상 받아든 책은 여행지 가판대에서 볼 법한 얇고도 가벼운 느낌의 책이어서 실망감이 컸지만, 언젠가 도쿄 여행을 하게 된다면 상당히 유용한 책임에 틀림이 없다.

그때를 위해서 책꽂이 한 켠에 꽂아두든지.....아니면 가까운 시일내에 도쿄를 여행하든지 해야겠다.

혹시 도쿄 여행을 계획하고 있는 지인이 있다면 기꺼이 선물해야겠다. 출장길에 가볍게 여행하고 싶다면 필히 이 책을 가방안에 넣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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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 나를 찾아가는 사랑과 희망 여행
함길수 글.사진 / 터치아트 / 2010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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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치아트에서 출판된 책은 그간 상당수 만나왔다. 만나왔던  책들은 여행관련 서적이라도 큰 공통점도 있었지만, 무엇보다도 정보위주의 책이라는 점이 가장 두드러지는 특징이었다.

그러나, 이번에 만난 여행작가 함길수님의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는 여행에세이라는 내용에 지극히 부합하는 그런 책이었다. 터치아트에서 의외성이 보이니 더 새롭게 다가오기도 했다.

 

요 며칠 밤마다 내가 살고 있는 곳을 방문한 오래된 친구를 대접하느라 분주했다.

첫날은 민물매운탕과 술 한잔을, 둘째날은 거한 점심을, 마지막 날 밤에는 커피 한잔과 함께 따뜻하고도 일상적인 대화를 함께 했다.

이 친구는 베트남에서 생활기반을 가지고 있는 20년 지기인데...몇 년에 걸쳐서 한번씩 한국에 나오면서 또 친구들을 만나러 내가 살고 있는 도시를 방문하곤 했다.

올 여름,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중에 한 곳, 혹은 두 곳을 여행계획하고 있던 차, 친구에게 궁금한 내용을 물어보기에 바빴다.

여행자들에게 사랑받는 라오스는 책이나 사진에서 느꼈던 그 느낌 그대로 이 친구 입을 통해서 생생하게 전달받을 수 있었고, 베트남의 가치관, 영리함, 예의범절은 비록 경제적으로는 우리에게 뒤쳐진 나라이지만, 우리의 옛모습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키기에 충분하고도 맞춤한 나라였다.

캄보디아는 앙코르와트 만으로도 매력적인 나라가 아니겠는가....

친구는 중국인들이 대거 몰려오고 있다며, 조용하고 소박하고 아름답기만 이들 나라들이 그 모습을 잃을 날도 멀지 않은 거 같으니 오려거든 속히 오라고 연신 채근질이다.

 

20여 년간 길 위에서 시간을 보낸, 삶을 만들어낸 작가는 미국, 유럽, 남미, 호주와 뉴질래드 등 모든 나라가 아름답고 소중하게 간직되어 있지만, 아시아의 오지 및 아프리카의 가난한 시골 마을들에서의 추억이 가슴 설렌다고 말해준다.

그래서 다시 꼭 가보고 싶은 나라들도 에티오피아, 케냐, 수단 , 베트남, 캄보디아, 라오스 라고 고백하고 있으며, 그 고백 뒤에 숨어 있는 저자의 마음들을 바로 이 책 한 권에 담아 놓고 있다.

 

이 책에는 '아낙'이라는 말이 나온다. 얼마 만에 접해 보는 고운 우리 말인지.

언젠가부터 우리 일상을 지배하는 단어들은 소박하고도 진실했던 우리말이 아니다. '아낙'도 '미시'라는 말로 대체된 지 오래이다.

'아낙'이란 말에서 느껴지는 정감어린 풍부한 정서는 이제는 느껴보질 못한 사어의 세계가 되어버릴 것인지.

문득 베트남 친구의 개인홈피에서 발견했던 '아낙'이란 표현이 생각났다. 베트남에서 사귀었던 여친을 표현하는 말에 '옆집사는 아낙'이라는 말이 있었다.

사용하는 단어도 그 사회의 정서와 문화를 반영하기라도 하는 양, 이렇듯 베트남에 가면 우리의 잃어버린 사어를 만날 수 있을런지도 모르겠다.

- 아낙 : 명, 아낙(남의 집 부녀자를 통속적으로 이르는 말).

 

소유하지 않으면 떠날 수 있다.

늘 타인의 삶과 비교되면서 정신없이 살아가는 현대인들에게 잠시 내가 서 있는 자리를 떨치고 떠나는 연습은 진정 필요한 일이다.

자꾸만 끌어안고 당기고 품어안아도 여전히 빈손이기만 한, 그래서 늘 허기진 도시문명의 삶의 연속선에서 우리는 떠날 수 있는 용기를 내어야만이 지금 나의 삶이 어디를 향해 가고 있는지 깨달을 수 있는 것이다.

여행이란 그런 것이다.

떠남으로써 진정 내가 서 있던 자리를 제대로 인식할 수 있는 계기가 되어주는 것. 비워내야만 내 안을 새로운 기쁨으로 가득 채울 수 있는 것.

해서 돌아올 때, 좀 더 나은 나를 꿈꿀 수 있는 희망을 가지는 것.

 

저자가 카메라 앵글로 잡아낸 행복한 얼굴들, 아늑해지는 풍경들, 그들을 접하며 속도만이 미덕인 디지털 시대를 살아가면서 어쩔 수 없이 피폐해졌던 나의 일상이 조금은 편안해지는 순간이다.

라오스, 네팔, 에티오피아,수단, 인도, 케냐, 보츠와나, 짐바브웨, 이집트, 탄자니아, 베트남, 캄보디아

단 한번도 가본 적이 없는 낯선 이국의 나라들. 그 나라들의 한적하고도 호젓한 풍경들이 이토록이나 편안한 울림으로 다가올 수 있는지.

인류의 시원은 마치 그러한 듯. 먼 옛날 나의 조상들로부터 이어지는 나의 뿌리를 만난 듯....아늑해지는 느낌은 잠시 행복감에 젖게 만든다.

 

세계에서 유례없는 경제적 발전을 이루었건만, 이젠 과거에는 당연했던 인간사회의 도덕률이나 가치들이 자본의 힘에 밀려 땅에 떨어져버린 현실속에서 이 책의 저자가 말해주는 따스한 한 사회의 풍경들은 그래도 이 땅 위에 희망이 남아 있음을, 그리고 다시금 우리의 지난 날을 돌아보게 해주는 힘이 있다.

화려한 네온싸인이나 어마어마한 건축물, 혹은 세련된 모습의 사람은 단 한 컷도 나오지 않지만, 각각의 사진들은 그들만의 깊이로 가슴에 각인되는 근사한  매력이 있다.

 

소박하면서도 행복한 가난을 선택한 사람들의 환한 미소를 통해 저자가 우리에게 들려주고 싶은 말, 그 말에 귀를 기울여주고 싶은 2011년 1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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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 읽어주는 책 북멘토
책을 좋아하는 사람들 지음 / 더블유북(W-Book) / 2011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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익숙한 분들의 글들을 활자화해서 볼 수 있다니.가슴이 벅차네요.마구마구 기대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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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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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고적하고 쓸쓸한데, 인기척 하나 없는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 사람 있어.....

그 고요를 깨뜨리는 소리없는 운무, 하얀 눈이 나리는 계절 겨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 한 수는 백석의 시다.

백석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는 그 시적 감수성과 아름다움, 회화성으로 인해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寒 한 삶으로 다가오는 백석의 평전을 읽기에 앞서 우리는 이 평전을 지은 작가이자 화가인 김영진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몽우 죠셉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화가는 두 살때부터 부친에게 서예와 그림을 사사하면서 탐미적인 예술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는 태생적으로 몹시 병약한 신체의 소유자로서 오랜 시간 불치병으로 고생을 겪게 되었고, 죽음을 늘 가까이 했기에 초등학교 5학년을 끝으로 정규학업에의 길은 접게 되었다. 그러나, 이 후 형의 미술스승이었던 유태인 아브라함 차에게서 조각, 미술, 종교, 문학, 예술, 법, 언어 등 다방면에 걸쳐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인사동에서 전각이나 초상화를 그려 팔면서 용돈을 벌다가 두번째 스승인 세계적인 화상이자 미술컬렉터인 토머스 마틴으로 인해 화풍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기존 한국화의 바탕 위에 서양화의 기법까지 아우르게 된다.

한 때 뉴욕에서 그 동안의 작품으로 수익금을 1억5천만원까지 벌게 되지만, 엔티크사업으로 인해 다 날리게 되고, 이후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왼손잡이였던 자신의 손을 망치로 내리찍어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깊이와 보이지 않는 사물의 궁극적 의미까지 그림에 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삶은 가난과 고통의 연속이었고 설상가상으로 몸은 더 악화되어 한 치 앞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던 2005년 2월, 우연히 운명처럼 백석의 시를 만나게 된다. 백석의 시에서 영감은 받은 작가는 작품의 스케일도 달라질 뿐 아니라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른다. 건강도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더 백석의 시세계와 삶에 빠져든 저자는 이렇게 <백석 평전>으로 우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백석의 시로 인해 놀라운 예술적 체험을 하였기에 이 책은 백석에 대한 매우 깊은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의 부친은 지구레코드사에서 일을 하면서 왕년의 전설적인 가수 배호의 영광에 깊이 관여할 정도로 가요계에 인연이 많은 분이셨다. 작가는 부친에게서 백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사실적인 자료들을 이 책에 담아 내었다.

백석의 시가 우리 나라 가요계와 미술계, 그리고 문학계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해서 왜 백석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족시인이자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백석의 시에 함축된 정서를 우리 몸안에 받아들인 채 울고 웃으면서 삶과 함께 해왔던 것이다.

빈대떡신사, 동백아가씨, 비내리는 판문점, 산까치야, 선창, 신라의 달밤,,.,,이 외에도 가요계에 퍼져 있는 백석 시의 향기는 너무도 많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영감의 근원이었던 백석, 김기림, 노천명, 윤동주, 신경림, 등 위대한 작가들에게 시정신의 영향을 끼쳤던 백석은 그러나,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백석은 열아홉 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母와 아들>로 등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훗날 백석이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되고자 한 것은, "소설가는 남의 이야기를 상상력에 의지하여 글을 만드는 것임으로 자신의 삶과는 별개이지만, 시인은 자신의 삶을 시로 읊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소설가家가 아닌 시인人으로 살고자 했다고 한다.

언젠가 조정래님의 강연회에서 작가는, 시인이 되고자 했으나 시인은 의지가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었기에 시인을 동경한던 마음을 접고 시인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덧붙여 시인보다 한 수 아래인 소설가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소설가 다음이 바로 번역가라는 말로 좌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빠뜨렸었다.

작가 김영진님도 백석의 고귀한 시와 그의 삶을 배우면서 자신도 화가家가 아닌 화인人이 되고싶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이유로 가는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지만, 인은 사람 본인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정의하면서 시인이 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나를 낮추고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느껴서 그 감동을 그리는 화가, 화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혼의 세계는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백석은 시를 통해서 민족의 슬픔과 희망을 노래하였으며, 사랑의 소중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슬픔에 직면하는 방식과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대치시키는 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와 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행복과 눈물을 주었다.

흔히 평전에서 만날 수 있는 백석의 한 삶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모두 언급하고 있다. 가풍, 학연, 스승, 제자, 우정을 나눴던 사람, 활동내역, 사랑, 가족, 그리고 몽우가 뽑은 그의 대표작 13수까지 실어 놓고 있다.

백석에 관한 것으로는 몇 편의 시와 길상사를 시주한 자야보살과의 인연 외에는 알고 있던 것이 별로 많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백석 평전>은 화가의 시선으로 살펴본 시인의 삶과 시세계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내용상으로는 단락마다 반복되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 구성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점이 아쉬웠고, 또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멋진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매우 근사했지만, 그림의 제목을 찾을 수가 없어 이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오탈자는 그냥 애교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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