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석 평전 -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한寒
몽우 조셉킴(Joseph Kim) 지음 / 미다스북스 / 2011년 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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천지가 고적하고 쓸쓸한데, 인기척 하나 없는 풍경을 지긋이 바라보던 한 사람 있어.....

그 고요를 깨뜨리는 소리없는 운무, 하얀 눈이 나리는 계절 겨울에 가장 먼저 떠오르는 시 한 수는 백석의 시다.

백석을 잘 알지는 못하지만, 그의 시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는 그 시적 감수성과 아름다움, 회화성으로 인해 널리 사랑받는 작품이다.



외롭고孤 높고高 쓸쓸寒 한 삶으로 다가오는 백석의 평전을 읽기에 앞서 우리는 이 평전을 지은 작가이자 화가인 김영진에 대해서 먼저 알아야 한다.

몽우 죠셉킴이라는 이름으로도 불렸던 화가는 두 살때부터 부친에게 서예와 그림을 사사하면서 탐미적인 예술세계를 알게 되었다.

그는 태생적으로 몹시 병약한 신체의 소유자로서 오랜 시간 불치병으로 고생을 겪게 되었고, 죽음을 늘 가까이 했기에 초등학교 5학년을 끝으로 정규학업에의 길은 접게 되었다. 그러나, 이 후 형의 미술스승이었던 유태인 아브라함 차에게서 조각, 미술, 종교, 문학, 예술, 법, 언어 등 다방면에 걸쳐 집중적인 교육을 받았다.

인사동에서 전각이나 초상화를 그려 팔면서 용돈을 벌다가 두번째 스승인 세계적인 화상이자 미술컬렉터인 토머스 마틴으로 인해 화풍을 한 단계 업그레이드 하는 기회를 갖게 되고, 기존 한국화의 바탕 위에 서양화의 기법까지 아우르게 된다.

한 때 뉴욕에서 그 동안의 작품으로 수익금을 1억5천만원까지 벌게 되지만, 엔티크사업으로 인해 다 날리게 되고, 이후 암울한 시기를 거치면서 왼손잡이였던 자신의 손을 망치로 내리찍어 오른손으로 그림을 그리면서 새로운 깊이와 보이지 않는 사물의 궁극적 의미까지 그림에 담고자 노력한다. 그러나, 그의 삶은 가난과 고통의 연속이었고 설상가상으로 몸은 더 악화되어 한 치 앞의 희망을 기대할 수 없던 2005년 2월, 우연히 운명처럼 백석의 시를 만나게 된다. 백석의 시에서 영감은 받은 작가는 작품의 스케일도 달라질 뿐 아니라 구상과 추상을 넘나드는 자신만의 그림세계를 구축하기에 이르른다. 건강도 기적적으로 회복되고 더 백석의 시세계와 삶에 빠져든 저자는 이렇게 <백석 평전>으로 우리와 만나게 된 것이다.



작가는 자신이 직접 백석의 시로 인해 놀라운 예술적 체험을 하였기에 이 책은 백석에 대한 매우 깊은 애정으로 가득 차 있다.

작가의 부친은 지구레코드사에서 일을 하면서 왕년의 전설적인 가수 배호의 영광에 깊이 관여할 정도로 가요계에 인연이 많은 분이셨다. 작가는 부친에게서 백석에 대한 많은 이야기를 직접 듣게 되었고, 그 이야기를 뒷받침하는 사실적인 자료들을 이 책에 담아 내었다.

백석의 시가 우리 나라 가요계와 미술계, 그리고 문학계 끼친 영향은 실로 대단해서 왜 백석이 우리나라 대표적인 민족시인이자 이렇게 널리 사랑받는지 그 이유를 알 수 있었다. 우리는 알게 모르게 백석의 시에 함축된 정서를 우리 몸안에 받아들인 채 울고 웃으면서 삶과 함께 해왔던 것이다.

빈대떡신사, 동백아가씨, 비내리는 판문점, 산까치야, 선창, 신라의 달밤,,.,,이 외에도 가요계에 퍼져 있는 백석 시의 향기는 너무도 많다.

이중섭, 박수근, 김환기, 장욱진과 같은 아름다운 그림을 그린 화가들의 영감의 근원이었던 백석, 김기림, 노천명, 윤동주, 신경림, 등 위대한 작가들에게 시정신의 영향을 끼쳤던 백석은 그러나, 분단조국의 현실에서 너무도 오랫동안 우리에게 알려지지 못했다.

백석은 열아홉 살에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소설 <그 母와 아들>로 등단하게 되었다. 그러나 훗날 백석이 소설가에서 시인으로 되고자 한 것은, "소설가는 남의 이야기를 상상력에 의지하여 글을 만드는 것임으로 자신의 삶과는 별개이지만, 시인은 자신의 삶을 시로 읊어낸다는 점에서 차이가 난다는 것을 깨닫고" 소설가家가 아닌 시인人으로 살고자 했다고 한다.

언젠가 조정래님의 강연회에서 작가는, 시인이 되고자 했으나 시인은 의지가 아니라 타고나는 것이었기에 시인을 동경한던 마음을 접고 시인을 아내로 맞이했다는 말씀이 생각났다. 덧붙여 시인보다 한 수 아래인 소설가로서 최선을 다한다고 말씀하시면서 소설가 다음이 바로 번역가라는 말로 좌중을 웃음의 도가니로 빠뜨렸었다.

작가 김영진님도 백석의 고귀한 시와 그의 삶을 배우면서 자신도 화가家가 아닌 화인人이 되고싶어졌다고 고백하고 있다. 그 이유로 가는 그 사람의 지위를 나타내지만, 인은 사람 본인을 나타내기 때문이라고 정의하면서 시인이 되는 마음으로 겸손하게 나를 낮추고 세상을 다른 관점에서 보고 느껴서 그 감동을 그리는 화가, 화인이 되어야겠다고 결심하게 된 것이다. 아름답고 훌륭한 예술혼의 세계는 이렇게 사람을 변화시킨다.

백석은 시를 통해서 민족의 슬픔과 희망을 노래하였으며, 사랑의 소중함을 불러 일으켰다. 그리고 슬픔에 직면하는 방식과 슬픔을 아름다움으로 대치시키는 그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시와 삶은 수많은 사람들에게 감명을 주고 행복과 눈물을 주었다.

흔히 평전에서 만날 수 있는 백석의 한 삶에 대해서 이 책에서는 모두 언급하고 있다. 가풍, 학연, 스승, 제자, 우정을 나눴던 사람, 활동내역, 사랑, 가족, 그리고 몽우가 뽑은 그의 대표작 13수까지 실어 놓고 있다.

백석에 관한 것으로는 몇 편의 시와 길상사를 시주한 자야보살과의 인연 외에는 알고 있던 것이 별로 많지 않았었는데...

이 책을 통해 그동안 궁금했던 것을 많이 해소할 수 있었다.

<백석 평전>은 화가의 시선으로 살펴본 시인의 삶과 시세계라는 점에서 그 의미를 찾을 수 있겠다.

내용상으로는 단락마다 반복되고 겹치는 부분이 많아 구성의 긴장감을 떨어뜨린 점이 아쉬웠고, 또 백석의 시에서 영감을 얻은 작가의 멋진 그림을 함께 감상할 수 있어 매우 근사했지만, 그림의 제목을 찾을 수가 없어 이 또한 아쉬운 부분이었다. 간간히 보이는 오탈자는 그냥 애교로 넘어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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