베토벤 바이러스 -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
서희태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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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음악이라는 분야에 콤플렉스가 있었다.

교회를 다니던 시절 성가대를 통해서 처음 헨델의 음악을 접하고, 그리고 성가곡들을 노래하면서 내 노래실력이 그다지 좋지 않다는 것을 알았다. 학창시절에는 선생님이 지목해서 방금 배운 노래를 불러보라고 할까봐 가슴을 조이기도 했었다. 그래도 누구보다도 나는 음악을 좋아하고 즐겨한다. 가요콘서트나 클래식음악회도 기회가 주어지면 곧잘 찾곤 했다.

성가대시절 피아노반주를 하던 친구의 뒷모습과 손가락의 움직임을 부러워만 하던 중 대학시절 우연히 기타강습소를 찾게 되었다. 피아노는 그 당시 하고 싶은 거 많던 나에게 새삼스럽게 매력적인 악기는 아니었고, 기타는 배워두면 언젠가는 폼나게 [알함브라 궁전의 추억]같은 곡은 연주할 수 있을 거 같았다. 그러나 결론부터 말하자면 나는 기타를 배우지 못하고 말았다. 짧은 내 손가락을 탓했지만, 사실은 [베토벤 바이러스]의 서희태의 말처럼 인내의 끈기의 시간을 갖지 못했기 때문이다. 그때부터 나는 악기를 연주할 줄 아는 사람을 달리 보게 되게 되었다. 또 아주 소득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이때 기타를 가르쳐주던 선생님과 긴 우정을 나누게 되었으니 말이다. 이 친구는 현재 유명 기획사에서 가수 프로디싱을 겸하면서 피아니스트, 작곡가로 크게 성공했다. 이 친구를 통해서 음악에 대한 나의 식견과 막연한 두려움을 없애게 되었다. 성가대 창법에는 어울리지 않은 목소리지만, 트롯이나 운동가같은 노래에는 내 목소리도 나름 괜찮다는 사실을 알게 되어서 이제는 야유회라도 가면 누가 내게 노래를 시켜주지 않나, 하고 기다리기까지 한다..

음악에 대한 콤플렉스는 이 정도로 해서 어느 정도 극복되었으나, 여전히 깔끔하게 입장정리가 안 되는 분야가 있으니 바로 클래식 감상이라는 분야다..하지만 이도 계속해서 이해하고 즐기고자 다양한 방법으로 노력하고 있으니 곧 좋은 결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믿는다.

서희태의 클래식 토크라고 명명된 이 책 [베토벤 바이러스]는 토크, 라는 단어에서 연상되듯이 클래식에 대한 가벼운 얘깃거리라고 할 수 있겠다. 얼마 전 드라마로 강마에신드롬을 불러왔었던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의 뒷얘기 정도로 이해하면 좋을 거 같다. 그래서인지 이전에 봤던 클래식 관련 책보다 훨씬 더 가볍고 유쾌한 기분으로 읽었다. 드라마로 미처 못봐서인지, 이해가 안 가는 부분도 있었으나 저자의 자세하고 꼼꼼한 설명에 마치 드라마를 본 듯 하다.  

책의 앞부분에서는 저자가 어떻게 지휘자로서의 삶을 살게 되었는가와 앞으로 클래식을 대중에게 쉽게 다가갈 수 있게 전도하는 클래식의 전도사가 되겠다는 다짐 등, 저자의 에세이적인 스토리를 중심으로 전개되고 있다.

이 책이 다른 책과 구별되는 부분이 있으니, 지휘자에 대한 부분(저자가 지휘자이기에 당연하지만)과 오케스트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바로 그것이다. 오케스트라의 어원에서부터 구성되는 악기와 그 악기에 대한 설명 및 유명한 음악가와 에피소드등..교과서적인 설명이 친절하다.

또한 눈길을 끈 내용이 있었으니 클래식연주회 공연장 에티켓 중 짙은 향수나 화장품 향기를 자제해야 한다는 부분이다. <타임>지에도 이런 내용으로 기사가 난 적이 있다고 하니 모처럼의 외출에 선남선녀들의 멋부림이 따르는 건 어디나 마찬가지인가 부다.

마지막 부분에는 [베토벤 바이러스]에서 다루었었던 총 48곡의 클래식 음악에 대한 선정이유와 그 음악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풀어놓고 있다. 제목만 봐도 알 것 같은 음악도 있지만, 낯선 곡들도 있어서 미처 드라마를 보지 못한 뒤늦은 아쉬움이 컸다.

저자는 클래식이 사람들에게 좀 더 가깝게 다가가기 위해서는 쉬워야 하고 유쾌해야 한다는 생각과 그런 연주회의 꿈을이 책 [베토벤 바이러스]와 드라마 [베토벤 바이러스]를 통해 유감없이 드러내주고 있다. 그런 면에서 저자의 계획은 일단 성공했다고 후한 점수를 주고 싶다.




저자는 악기 하나를 연주한다는 것은 인생에서 자기만의 방을 하나 갖는 것이라며 힘들고 외로울 때 혼자 연주할 수 있는 악기가 있다는 것은 대단한 힘이며 행복의 요소라고 이 책에서 말한다. 가슴 깊이 공감하면서 악기연주를 대체할 만 한 것이 나에게 무엇이 있나 떠올려본다. 좋은 책과 좋은 음악이 나의 인생에서 이런 역할을 충분히 해 줄 것이라 생각한다. 풍요롭고 행복한 나의 현재와 미래를 위하여 지속적인 독서력과 음악 감상력을 키우리라.. 혼자서 하는 약속을 조용히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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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을 찾아 돌아오다
기욤 뮈소 지음, 김남주 옮김 / 밝은세상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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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젠가 뉴스에 프랑스 배우 제라르 드빠르디유의 아들 기욤이 젊은 나이에 페렴합병증으로 사망했다는 기사가 난 적이 있다.

그때 여기저기서 다들 기욤이 죽다니, 하며 안타까움과 놀람과 함께 한 웅성거림이 있었다. 그러나 이어서 그 웅성거림의 정체가 다름 아닌 기욤이 드빠르디유가 아닌 뮈소로 오인한데서 생긴 소동이었음을 알고 이내 진정되었다

그때 처음으로 알았다. 기욤 뮈소,라고 하는 배우 뺨치게 잘생긴 젊은 프랑스 작가가 있다는 것을..

그리고 그 작가의 책이 엄청난 독자를 갖고 있다는 것을 말이다.

이미 저자의 [구해줘][당신, 거기 있어줄래요?][사랑하기 때문에]는 국내 3종 동시 베스트셀러가 된 지 오래라고 한다.

 광고를 통해서 접해 본 기욤소설의 내용들은 언뜻 보기에 과거 하이틴로맨스소설을 연상케 했다.

아, 그래서 그렇게 젊은 독자층에게 인기가 많구나, 하고 고개를 끄덕이던 중, 저자와 나의 예비된 운명의 인연대로 이번에 [사랑을 찾아 돌아오다]를 만나게 되었다.

이 책을 다 읽고 난 느낌은 마치 잘 차려진 정식 풀코스를 먹은 느낌이다. 붉고 달콤한 와인도 한 잔 곁들여서 말이다.

인간의 오감을 만족시켜주는 뉴욕의 문화적인 소재들을 소설 곳곳에 배치하여 현실성이 두드러지는 묘미를 주고 있다.

작가의 말을 인용해보면 이 소설은 미스터리, 스릴러적인 요소를 가미하여 죽음, 인간존재의 연약함, 우연과 운명, 흐르는 시간의 힘, 회환과 후회와 같은 주제들에 대하여 좀 더 의미가 있는 질문들을 하고 있다고 한다.

그만큼 이 소설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듯 역동적인 스토리와 한시도 눈을 뗄 수 없는 긴장감이 책을 처음에 잡으면 끝까지 읽고 말게 하는 힘이 있다.

그러나,,,,,,에피타이저부터 주요리, 그리고 디져트까지 제대로 먹은 것은 분명한데,, 그 뒷맛이 뭔가 미진하다..뭔가 잘 삭은 김치 한 조각으로 웅숭깊은 느낌을 뽑아줘야 할 거 같은 느낌이 아쉽다.

기욤의 이야기는 가슴을 여미는 듯한 느낌, 영혼을 온통 뒤흔드는 맛이 없이 산뜻하다, 깔끔하다, 군더더기가 없다....

그러나 그의 소설들이 출간될 때마다 프랑스 베스트셀러 1위를 할 때에는 그만한 이유가 있지 않나 싶다. 

그 이유가 디지털세대의 젊은 감성들에게 더 어필하는 이유이기도 할 테니깐.

다만, 책장을 덮으며 감성에 무뎌진 무심한 내 나이를 탓해 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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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리스토리 여왕을 찾아라 1
미리스토리 지음 / 미리스토리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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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지속 세명의 여자들이 표정이 심상치 않다.

무엇인가 재미있는, 그리고 유쾌하고 굉장한 얘기거리를 잔뜩 가지고 있을 거 같은

표정의 세 여자? 세 소녀들..

어른인 내가 보기에는 유치해도 7살 우리 공주님의 시선을 끌기에는 충분하다.

 

퇴근하자 마자 달려간 유치원에서 만난 우리 딸아이는 차 속에서 이책을 건네자 마자

환호성을 지른다.

그러면서, 엄마, 이거 어디서 났어? 나줄려고 샀어? 몇편이야? 참으로 많은 질문을 쏟아낸다.

응, 너 줄려고 엄마가 서평 이벤트 신청한 거야. 근데. 몇 편인줄 어떻게 알고 물어보지?

서평책에 이런 것도 있어? 엄마, 나 이거 컴퓨터에서 봤어. 대따 재밌따..근데 1편이 제일 재미없는데.....

뭔소린 줄 모르겠다. 하여간 특히 재미있는 부분을 찾는다며 책을 이리저리 뒤지고 야단도 이런 야단이 없다.

딸아이를 위한 만화책을 사준 적이 없으니 흥분을 안 할래야 안 할 수가 없나 보다.

집에서 기다리던 아들애도 신기한지 나중에 서평책으로 진시황에서 살아남기, 라는 책이 나오면 꼭 신청해달란다...

아마도 이 책도 만화책이리라.

엄마가 저녁 준비를 하는 동안, 옷도 제대로 갈아 입지 않은 채 쇼파에서 미리스토리를 읽느라 정신없는 울 공주님.

책에 나오는 백설공주, 잠자는 숲속의 공주, 인어공주를 손가락으로 짚어가며, 설명해가며 너무너무 재밌어한다.

식사후에도 읽고 또 읽고, 어느새 다 읽은 아이는 꼭 너무너무 재밌고 웃기다고 쓰란다.

 그러면서 2편이 언제 나오냐고 다음편을 궁금해한다.

 

드디어 오늘 이 책을 엄마가 잡았다. 마냥 유치하다고 생각했던 그림들이 생각보다 경쾌하고 밝고 명랑하다.

읽는 내내 그 기운이 전염되어 나도 모르게 미리공주의 행동에 웃음짓게 하는 이상한 힘이 있는 만화책이다.

요즘은 동화나 학습서가 아이들의 흥미와 호기심을 유발하기 위해서 만화라는 형식을 끌어들인 지 꽤 오래다.

마법천자문은 아들애가 초등학교 들어갈 때부터 한권씩 사줬으니, 그 권수가 이미 꽤 되었고.

집집의 필독서인 WHY? 시리즈는 나도 질로 구입해 두었다.

그러함에도 불구하고 만화가 공부나 인성교육에 도움이 안 된단다는 무의식속의 생각이 깊었었나 보다.

그러나 편견을 가지고 대했던 미리스토리를 통해서 그 생각을 대폭 수정해야겠단 마음을 먹어 본다.

사과나라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사건과 그 사건을 유쾌하고 건강하게 풀어가는 스토리의 전개를 보면서 , 이 책이

5~8세에 해당하는 여자아이들에게 꿈과 환상을 심어주고 더불어 건강한 사고를 갖게 해주는

아주 유익한 책이라고 주변에 권하고 싶다. 아이에 이어 나도 2편이 너무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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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 신윤복
백금남 지음 / 미래인(미래M&B,미래엠앤비)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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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윤복을 책으로 꼭 한번은 만나봐야 할 거 같았다.

베스트셀러로 회자되는 책이나 너도나도 거론하는 영화들은 왠지 고개를 돌리고 피하게 되는 마음이 있다.

그런데,  신윤복을 소재로 선택한 것들은 그게 잘 되질 않았다.

책으로 나온 <바람의 화원>에 대한 서평이 그러했고, 어쩌다 보게 된 드라마 <바람의 화원>의 한 장면이 내 마음을 솔깃하게 했다.

결국에는 김민선의 올누드라는 말에 혹해(혹시나 해서 말해두는데, 나는 여자다!!), 더 자세하게는 사랑하는 남자의 등에 난초를 치고 난 후 백허그로 난초를 자신의 가슴에 옮기는 영화의 스틸컷에 마음을 온통 빼앗겨 [미인도]를 보게 되었다.

영화의 완성도와는 별개로 영화를 통해서 신윤복의 그림을 접하고 나니, 이제는 신윤복에 대해서 더 많은 것이 궁금해졌고, 이미 드라마나 소설 < 바람의 화원>은 기회를 잃었기에 백금남의 [소설 신윤복]에 거는 내 기대는 남달랐다.




그러나, 막상 책을 다 읽고 나니  "혜원 신윤복이 여자라고? 그러나 그는 분명 열혈 대장부였다! '바람의 화원'과 '미인도'의 역사 왜곡을 정면 반박한 문제작"이라는 광고 문구가 왠지 무색하게만 느껴진다.

신윤복이 그저 남자라는 설정과 정조와 김홍도, 그리고 신윤복에 이르는 갈등구조가 이 소설의 주 내용을 이루고 있는데, 소설이 주는 재미의 한 요소인 스토리의 개연성이나 구성의 치밀함이 부족하다. 더군다나 제목이 왜! 소설신윤복인지 의아스러울 정도다. 차라리 조선의 미술사,라고 했다면 고개가 끄덕여질지도.... 책표지의 디자인도 비록 소재가 다를지언정 언젠가 드라마로 인기있었던 황진이의 저고리 문양이 주는 분위기와 흡사하다. 그만큼 이 책에서 상업성이 많이 느껴진다면 이것은 나의 오판인 것일까? 저자는 이 책을 발표하기 전 김홍도를 주인공으로 하여 그가 일본의 천재화가 도슈사이 샤라쿠와 동일인물이라는 가설을 바탕으로 <샤라쿠 김홍도의 비밀>이라는 책을 먼저 발표했었다. 그러다가 마침 드라마와 영화로까지 이어지는 신윤복의 인기돌풍을 보고 기존의 수집한 자료를 끌어 모아  내용의 첨삭을 한 후 제목만 신윤복, 그 이름 석자에 편승한 듯한 혐의를 지울 수가 없다. 이러한 내용들이 소설신윤복에도 나오기 때문이고, 무엇보다 제목으로 신윤복이라는 이름을 선택할 만큼 책속에서 그가 차지하는 의미가 크질 않기 때문이다. 신윤복에 대해서 비록 소설속이나마 그의 그림세계와 그에 따른 인간적인 고뇌에 대한 것을 기대했던 나는 살짝 배신감을 느꼈다.

그러함에도 신한평, 김득신, 강희언, 심사정, 강세황, 최북, 정선, 안견, 이인성, 김응환, 이상좌, 윤두서, 정조대왕, 김홍도, 신윤복의 쉽게 접할 수 없는 그림세계를 올칼라로 엿보는 즐거움은 너무도 매력적이다. 그림에 대한 식견높은(적어도 내가 보기에는) 설명과 그 나름의 개연성있는 이야기를 끌어가는 저자의 노력은 인정해야겠다. 멋진 그림을 보기 위해 가끔은 이 책을 찾을 거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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뜰 앞의 잣나무 - 중국 10대 선사 禪기행
정찬주 지음, 송영방 그림, 윤명숙 사진 / 미들하우스 / 2008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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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가을도 이울어가던 어느 주말, 지리산을 찾았다. 등산로 초입에서 만난 실상사에서 부처의 게송 한마디라도 들을까 하여 경내 이곳저곳을 둘러보는데....조촐한 건물하나가 눈에 띄니 정면에는 '뜰 앞의 잣나무'라는 현판이 걸려 있었다. 그곳은 간단한 기념품이나 차를 파는 곳이었다. 뜰 앞의 잣나무,라니, 과연 이것이 무슨 뜻인가? 그 때 가졌던 의문은 이 책을 만나게 한 동기가 되어 주었다.

책에 대한 설명을 접해보곤 처음에 많은 망설임이 있었다. 단순히 중국의 10대 조사가 머물렀던 가람기행기라고만 생각하기엔 그 내용이 너무 심오해보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행문이라는 형식과 중국의 사찰사진이 첨부되었다는 부연에 어쩌면 부질없을 내 욕심이 그 두려움을 이기고 말았다.

불교가 우리나라에 그 뿌리는 내린 지는 참으로 오래되어 우리삶속에 깊숙이 들어와 있으나

막상 그 교리나 말씀을 알고 이해하기에는 많은 어려움이 따른다. 어린 시절부터 뒷산 가까운 암자나, 가벼운 원족코스에 자주 등장하는 주변의 크고 작은 절들. 산중턱이나 혹은 깊은 곳에 고즈넉이 앉아서 세속의 우리들을 기꺼이 맞아들여 한자락 고통을 넉넉히 씻어주는 가람들은 우리의 문화이기도 하다. 종교적 신념과는 별개로 마음이 고단하고 번잡할 때면 늘 떠올리는 장소가 되어주기도 했던 사찰이 내게는 참으로 많다. 지금 글을 쓰고 있는 베란다 창밖으로도 논산 관촉사에서 구입한 물고기 모양의 풍경이 흔들리고 있다.

불교는 흔히 선종과 교종으로 나뉘는데, 이 책은 중국의 초조 달마에서 혜가, 승찬, 도신, 홍인, 혜능, 마조, 조주, 임제 에 이르는 선종의 벼락같은 깨우침의 내용을 중국 10대 선사 선(禪)기행을 중심으로 풀어놓고 있다. 중국대륙이 워낙에 넓은지라 생소한 지명과 그만큼이나 생소한 사찰의 이름은 지도까지 펼쳐가며 독서에 도움을 구하고자 했으나 쉽지 않았지다. 그리고 선문답같은 말씀과 글로 가득찬 내용은 많은 숙제를 던져주기도 하였으나, 문득 맑은 차향이 코를 스치듯, 눈이 말간해지는 느낌은 이미 세속의 때에 절은 나에게는 너무도 의미있는 책이기도 했다. 육탈한 채 하얀 뼈만 남은 듯한 굵은 측백나무가 있는 중국의 사찰을 사진으로만 대해도 은은한 연꽃 향내가 느껴지는 듯 했다.

이 책의 저자와 그 일행은 순례자의 자세로 조사의 법신을 향해 향 사르고 차 한 잔 올리며 조사의 마음속으로 들어가 조사의 법문을 듣고 실천함으로써 통천으로 가는 그 깨달음을 얻는다.




"달마가 서쪽에서 오신 뜻이 무엇입니까?"

"뜰 앞의 잣나무니라,"




여기서 얘기하고자 하는 '뜰 앞의 잣나무"가 의미하는 바는 삶의 일상 속에서 본래면목을 찾으라는 것이다. 생활 속에서 살아 숨 쉬는 실질적인 선으로 보편화라는 것, 참선은 전문 수행자만이 하는 것이 아니라 , 천불상이 의미하듯이 모든 자에게 불성은 있으니 일상 속에서 늘 깨어 있음으로써 참된 나를 찾으라는 뜻이다.

이미 불가에 관심이 깊어 수행하는 자들은 이 책이 정말 좋을 것이다. 그리고 나는 소화하지 못한 내용이 많았어도 저자와 함께 기행하면서 얻는 소소한 즐거움도 많다. 차에 대한 얘기라든가, 중국관련 옛 고사들, 그리고 사찰의 유래 등. 그 중에서도 특히 고려승 지적, 신라승 법랑 등...우리나라 출신의 고승들을 사리탑으로 만난 기쁨이 경이로왔다. 우리의 조계종을 원류를 중국 선종에서 찾을 수 있는 대목이라고 한다.

이 책을 읽고 나니 늘 세상사 욕심과 번뇌로 어지러운 내 마음이 마치 푸른 대비가 쓸고 지나간 듯 정갈해진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 그 마음마당에 지나가버린 오늘처럼 낙엽이 지고 먼지가 쌓이리라. 바로 그때 책장에 꽂힌 이 책을 다시 꺼내보리라. 조사의 말씀이 귓가에 여운처럼 남아서 자꾸만 맴돈다.

“놓아버려라, 놓아버려라, 놓아버려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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