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국의 습격 - 영화, 역사를 말하다
김용성 지음 / MBC C&I(MBC프로덕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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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이 책을 만나기 바로 전에 영화 "쌍화점"을 관람했었다.

<쌍화점>의 예술성에 대한 의견이 분분한 것은 차치하고 고려말이라는 역사적 배경을 중심으로 전개된 왕과 왕후, 그리고 근위대장과의 삼각러브스토리는 그 소재의 진부성에도 불구하고 시대적 배경으로 인해 매우 흥미롭게 해석되었다. 그 왕이 공민왕을 묘사한 것이지, 아니면 여타 여러명의 왕모델을 조합했는지는 잘 알지 못하나, 고려말 원나라와의 국제적 관계는 분명코 역사적 사실이기에 영화를 통해서 접하는 과거의 역사는 새로운 느낌을 주며 영화의 재미를 배가시키기도 했다.

 

저자는 저널리즘 20여 년의 공력과 경험을 바탕으로 이 책을 내었다고 한다. '정보'의 양보다는 '느낌'의 양을 많이 하려 하였다는 저자의 마음이 고맙다. 저자의 '역사를 알면 영화가 더 잘 보인다'는 말의 의미를 이 책을 통해서 충분히 느낄 수 있었다. 역시 아는 만큼 보이는 것은 영화도 예외가 아니었던 것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콜럼버스 이후 서양 제국주의의 침탈사를 거시적으로 살펴보려 했다고 한다. 아시아, 아메리카, 아프리카가 서양의 식민지나 반식민지로 전락하는 과정은 어떠했으며 그것이 현재에 미치는 영향으로는 무엇이 있는가, 에 대한 성찰을 하게 하는 영화읽기, 우리의 무의식속에 각인된 서양 중심적 사고의 핵심은 무엇인지, 그 기원은 어디로부터 비롯된 것이지에 대한 것을 저자의 영화읽기를 통해서 우리는 다각적인 역사인식을 하게 된다.

 

우선 영화의 소재로서 작용하는 시대적 배경과 역사를 광범위하고 세세하게 소개한 이후에 영화에 대해서 본격적으로 풀어놓는다. 영화를 얘기하는 도중에도 역사를 교차시켜 설명해주고 있다.

이 책은 그러니까 '영화속의 역사임과 동시에 역사속의 영화'를 작가의 시각으로 얘기해주고 있는 것이다. 위에서 언급한 대로 정보의 양보다는 느낌에 호소하는 글을 말이다.

1. 격동의 아시아 부문에서는 홍콩, 차이나<차이니즈 박스>,<화양연화>,상하이, 동방명주<태양의 제국>,<색,계>,타이완해협의 거친파도<쓰리 타임즈>,칼의 나라 일본<라스트 사무라이>,<바람의 검, 신선조>,비운의 대한제국<한반도>등

2. 혼혈의 땅, 라틴아메리카 부문에서는 1492년 제국의 습격<1492 제국의 습격>, 열리는 섬, 쿠바<부에나 비스타 소셜 클럽>, 고독한 대륙<모터싸이클 다이어리>, 혼혈의 대륙<중앙역>, 뉴스페인의 명암<마스크 오브 조로><레전드 오브 조로>등

3. 북아메리카 쟁탈전 부분에서는 퀘벡, 미아가 되다<대단한 유혹>, 슬픈 루이지애나<데자뷰>, 제독과 해독<마스트 앤드 커맨더>, 새로운 제국<패트리어트-늪 속의 여우>, 제국의 그늘<크래쉬>등

4. 아프리카의 꿈 부문에서는 기니만의 비극, <블러드 다이아몬드>, 동아프리카의 유럽인<러브 인 아프리카>, 추방의 역사<추방된 사람들>, 분쟁을 넘어<호텔 르완다> 등

 

저자는 네 장으로 나누어  작은 소제목을 통해 미루어 짐작되는 영화영상이 주는 화려함 뒤에 숨어있는 역사의 진지함에 주목하라고 말한다. 격동의 시기에 역사와 함께 흘러가는 인간들의 삶을 그려낸 영화들은 영화적 상상력이 비록 그 안에 존재하지만, 그 상상력이 오히려 새로운 역사인식을 하게 하는 계기가 되어주는 역할을 훌륭히 수행하기도 하는 것이다. 영화적 상상력은 역사적 상상력을 우리에게 불러일으켜 과거를 돌아보고 현재 서있는 위치를 제대로 파악함으로써 인류가 제대로 가야 할  미래를 꿈꾸게도 하는 것이다.

 

책의 구성은 마치 한 편의 논문을 읽는 듯, 영화에 접급하는 방식이 매우 탐구적이고 분석적일 뿐 만 아니라 전문지식이 요구됨을 알 수 있다. 대학에서 사학을 전공하고 영화담당 기자를 지낸 평론가인 저자의 이력에서도 충분히 엿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영화가 주는 친숙함 때문인지는 몰라도 안목높은 내용에도 읽어나가기가 부담스럽지 않은 점이 이 책의 첫번째 장점이요, 제목만 훑어보아도 결코 가벼워보이지 않는 참고문헌과 영화자료, 그리고 칼라사진이 첨부된 내용의 알찬 구성이 이 책의 두번째 장점이라고 말하고 싶다.

저자가 선정한 영화들은 모두 DVD로 출시가 되어 있다고 하니, 시간을 내어 필히 소개한 영화를 봐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미 본 영화도 영화 새로보기가 가능할 거 같고, 미처 못본 채 놓친 영화는 이 책을 통해서 아는만큼 더 넓고 깊이있는 영화이해가 될 것으로 믿어 본다. 영상언어로 풀어낸 입체적인 새로운 시각은 기존의 알고 있던 지식만이 전부가 아닌 세상을 다양한 시각으로 볼 수 있는 기회를 이 책은 내게 주었다. 세상에 대한 인식의 폭을 넓히고 깊이를 더 다진다면 앞으로의 나의 삶도 그만큼의 깊이와 넓은 품을 가질 수 있지 않을까 가슴설레는 기대를 가져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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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인물상식 교실밖 상식 시리즈 4
김동섭 지음 / 하늘아래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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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취업준비를 해 본 사람은 누구나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상식'이라고 일컬어지는 분야의 범위가 얼마나 넓고 깊은지를..

대학졸업반때 영어공부와 함께 자연스럽게 잡았던 상식책은 평소에 잡학다식,하다는 주변의 평에 으쓱해있던 나의 코를 납작하게 눌러주기에 부족함이 없었다.

아니, 이게 무슨 상식이야? 완전히 전문지식이구만...친구들과 이구동성으로 떠들어대며 귀가길에 그날 외운 내용을 서로 복습하기에 바빴던 시간들...

무의식속에 상식이 그냥 상식이 아니라는 생각은 일종의 컴플렉스로 자리잡고 있었다.

그래서 '상식으로 만나는 세계사'라든가, '상식시리즈'의 내용정도는 당연히 알고 있어야 된다는 부담감은 은근히 나의 지적허영심을 조여오곤 했었다.

이번에 만난 [청소년을 위한 유쾌한 인물상식]은 중.고생들의 필독서로서 과학상식, 시사상식, 한자상식 등 <교실 밖 상식시리즈>의 일환으로서 하늘아래 출판사에서 기획한 수능.논술.교양을 넓혀주는 인물상식에 관한 책이다.

아들애에게 읽히면 좋겠다는 생각을 표면에 내세우고는 있었지만, 사실은 청소년이 읽을만한 책이라면 이번 기회에 상식에 관한 한 인물분야는 한번 정복해 보리라, 하는 속내가 숨겨져 있었다.

과연 이 책은 청소년을 주 대상으로 하여서인지 시대별로, 동서양별로 정리되어 있는 품새가 일목요연하여 그 흐름을 이해하기에 아주 적합해 보였다.

그 순서에 따른 내용을 살펴 보면 다음과 같다.

첫째, 문학, 철학, 예술(미술과 음악)의 세 분야로 나누어 각 해당분야에 필요한 보편적인 개념정리를 서두에 풀어놓고 있다.

둘째, 시대의 흐름을 따라서 각 시대적 배경과 그 배경이 인물들에게 미친 영향과 그 영향으로 인해 도출된 인물들의 업적들을 설명해 놓았다.

셋째, 인물들의 생애를 살펴보며, 그들에게 주어진 환경을 어떻게 이용하고 극복해 냈는지를 정리해놓고 있다.

넷째, 우리가 되새겨야 할 인물의 주요업적을 자세하게 살펴봄으로써, 그들의 업적이 우리에게 무엇을 전하고 있는지를 정리해 놓았다.

마지막으로 그 끝부분에는 핵심용어정리, 라는 항목으로 묶어내어 친절하게 다시한번 요점정리해준다.

상식시리즈에 해당하기에 이 책에서 거론되는 인물들은 누구나 알 만한 인물들이다. 다만, 이 책을 통해서 시대별로 사조의 흐름별로 더 상세하게 한자리에서 만나보는 즐거움을 맛볼 수 있다는 것. 읽다가 관심이 가는 인물은 따로 더 관련서적을 찾아봐도 좋겠고, 그것이 귀찮다면 이 책으로만 접해도 이미 상식수준이라고 하니 중.고등학생들에게는 이 또한 나쁘지 않다. 바로 이 책의 장점이다. 덧붙여 이 정도는 상식에 해당된다고 하니 필히 내것으로 만들어야 할 것이다. 제목에서도 이미 알 수 있듯이 유쾌하게 읽어갈 수 있는,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머리에 정리가 되어 주는 참 고마운 책이다.

 

어린 시절 읽었던 워싱턴, 링컨, 에디슨, 헬렌켈러, 라이트형제, 노벨, 이순신, 강감찬, 유관순, 김유신, 장영실 등의 위인전은 오랜 시간 내 머리 속에 머물러 있다가 삶속에서 부딪히는 문제를 풀어갈 때 작고도 큰 영향을 미치곤 했다.

내게는 위인들의 삶이 오르지 못할 나무,로 느껴지기 보다는 내 자신이 비록 웅대한 포부를 갖진 않았어도 누구나 살면서 만나게 되는 인생의 고비에 그들의 삶이 끼쳤던 영향은 이루 말할 수 없이 컸었다. 최소한 열악한 환경에 굴하지 않고 자신의 삶을 개척해낸 그들의 모습을 보며 내게 닥친 어려움을 긍정적으로 소화하고자 노력할 수 있었던 것이다.

많은 부모들이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면서부터 본격적으로 아이의 미래와 공부에 신경을 쓰게 된다. 독서가 아이의 성장과 공부에 많은 도움이 된다는 것은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다만, 어떤 책을 읽게 해야 하는지, 좋은 책은 무엇인지,에 대한 의견은 분분하다. 특히나 위인전에 대한 자모들의 의견이 엇갈리는 것을 많이 보았다. 일테면 이런 것이다. 위인전을 읽힘으로써 아이에게 더 큰 꿈과 미래의 청사진을 그리게 하는 것이 옳다는 측과 위인전을 보면 흔히 위인들은 보통의 아이들과는 매우 다르게 그려지는 것을 볼 수 있는데, 바로 이 점이 아이들로 하여금 위인은 태어날 때부터 뭔가 다르지 않냐는 생각을 하게 함으로 자신을 초라하게 여기게 된다는 부정적인 측면이 바로 그것이다.

중요한 것은 위인전을 그저 천재성과 업적에만 촛점을 두어 피상적으로 읽게 하는 것이 문제이지, 인물들이 어떻게 해서 위기나 자신의 열악한 환경을 극복하며 미래를 향해 나아가는지를 엄마와 함께 읽는 위인전이라면 좀 더 아이에게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는 위인전 읽기가 아닐까 생각해본다.

우리가 위인전을 읽는 것은, 누구나 발명가 에디슨이 되자고 하는 것도 아니고, 정상적인 아이인데도 헬렌켈러에게서 오히려 열등감을 배우자는 것도 아닌, 그들이 주변의 평가에도 아랑곳하지 않고 자신의 신념을 절대 포기하지 않고 자신이 옳다고 여기는 것을 끝까지 밀고 나가는, 그래서 자기만의 인생을 완성하는 것을 배우는데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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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은 철따라 열매를 맺나니 - 마더 테레사 일일 묵상집
도로시 헌트 엮음, 문학숙 옮김 / 황금가지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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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마더 테레사...

그 이름만으로도 우리는 성인에 버금가는 거룩한 느낌을 받는다. 사실 이미 '살아있는 성녀'라고 칭송받았던 삶이었으니 우리가 그녀의 삶을 통해서 거룩함을 느끼는 것은 무리가 아니다.

그러나  테레사 수녀님은 일일 묵상집 [사랑은 철따라 열매를 맺나니]에서 그 성스러움과 거룩함이 소수의 사람만이 누리는 사치가 아니라 우리에게 주어진 단순한 의무일 뿐이라고 아주 평화롭고 사랑가득하게 말씀해 주신다.

 

이 책을 읽는 기간 내내, TV와 신문에서는 '용산참사'로 연일 시끄러웠다. 화면을 통해서 보는 처참한 사건의 현장은 이 땅이 과연 사람사는 세상인가,에 대한 절망스러운 회의와 함께 신의 존재에 대한 깊은 물음을 던지는 시간이 되었다. 이 땅의 위정자는 아이러니하게도 거룩한 테레사 수녀가 섬기는 그 하나님을 섬기는 자라고 했다..정녕 묻고 싶어진다..같은 신을 섬김에도 테레사님은 용산참사의 그 가엾은 영혼들을 우리에게 온전히 섬김받아야 할 거룩하신 예수님이라고 말씀하시는데..이 땅의 가진자들은 그저 떼거리, 혹은 철거민이라고 일컬을 뿐, 우리가 더불어 호흡하며 살아가는 시민, 국민이라고 부르지를 않는다..그 기막힌 간극이 참으로 추운 날씨만큼이나  뼈를 저리게 한다.

 

이 책은 도로시 헌트가 마더 테레사의 말씀을 기도문의 형식으로 엮은 것으로서  주제는 사랑이다.

가톨릭 달력 순서대로 대림절부터 일년동안 유기적으로 연결되면서 날마다 계절에 따른 주제가 제시되고 성서구절이 인용되어 묵상과 기도를 이끌어가는 가운데 마더 테레사의 실천적 삶을 하나씩 소개하고 있다.

 

- 사랑이 진실하기 위해서 필요한 것은 각별함이 아니라, 우리가 계속해서 사랑하는 것입니다.

- 사랑은 아프도록 사랑해야 합니다.

- 우리의 존재 이유는 온 세상에 평화와 사랑과 동정을 가져오는 것입니다.

- 우리는 사랑하기 위해서 용서해야 합니다

- 사랑하는 사람에게 순명하는 것은 의무 행위 이상입니다. 그것은 은총입니다.

- 고통은 함께 받고 함께 참으면 기쁨입니다.

- 우리 주위의 불쌍한 사람들이 굶주림으로 죽어야 했다면 하느님이 그들을 돌보지 않으셨기 때문이 아니고 우리가 주지 않았기 때문이며, 하느님 안에서 우리가 사랑의 도구로 쓰임받지 못했기 때문입니다.

 

"어떤 사람은 절대자를 '이슈바라'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알라'라 부르고, 어떤 사람은 '하느님'이라 부릅니다. 그러나 우리로 하여금 좀더 위대한 일을 하도록, 즉 사랑하고 사랑받도록 우리를 창조하신 분은 절대자이심을 우리 모두는 인정해야 합니다. 문제는 사랑을 실천하는 것입니다. 기도하지 않고서는 우리는 사랑할 수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의 종교가 무엇이든지 간에 우리는 함께 기도해야 합니다."(137p)

 

테레사 수녀님의 숭고한 실천적인 삶 가운데서 우리에게 주시는 말씀은 위에 인용한 말씀처럼 종교를 갖지 않은 나에게도 절대자를 향한 기도의 손모음은 가지런했기에  한마디, 한말씀이 너무도 가슴에 와 닿았다.  더불어 책 갈피 갈피에서  얼굴 한가득 주름으로 채운 채 환한 웃음을 주시는 수녀님의 얼굴이 불안하고 날카로운 내 마음을 다독인다.

나는 세속적인 욕심이 그다지 많지 않은 사람이라고 생각해왔다. 어쩌면 애써 욕심을 부리지 않아도 이미 주어졌기 때문에 그런 지적 허영을 부렸는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한다.

결혼을 해서 아이를 낳고,,그 아이를 기르면서 내 욕심이 자꾸만 커지는 것을 느낀다. 아이가 필요한 것은 엄마의 따스한 사랑과 정성일 것일진대,  그런 아이를 앞세워서 나의 욕심은 뒤에 숨긴 채 큰것은 당연하고 작은 부분에까지 욕심을 부리는 나를 자주 본다. 사실은 내 욕심을 아이뒤에 숨겼다는 사실도 이 책을 읽으면서 깨달은 사실이다. 돈에 대한 갈망은 돈으로 살 수 있는 물건에 대한 갈망을 동반하고, 그것은 불필요한 여분의 물건들, 즉 호화로운 침실, 여러벌의 옷들, 넘치는 음식등 우리가 필요로 하는 물건들의 증가로 이어지고 그 결과는 끝없는 불만을 야기하게 되리라는 것..우리가 소유한 여분의 물질을 보살펴야 할 시간으로 인해 이웃과 가난한 사람들을 돌보아야 할 시간을 우리는 갖지 못한 채 욕망의 물질의 노예가 되고 마는 것이다.. 감히 마더 테레사의 삶을 닮진 못할지라도 참된 가난이 우리를 자유롭게 하다는 말의 의미를 가슴이 되새기면서 살아가리라 굳게 다짐해본다.

"우리 자신과 우리의 이기적인 욕망을 자주 죽임으로써만 우리가 좀더 완전하게 살 수 있음을 우리로 하여금 깨닫게 하소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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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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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소설은 노신의 소설과 다우 허우잉의 소설 몇 편을 접해 본 것이 다이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선 관련 기행문이 '뜰 앞의 잣나무'를 읽었을 뿐이다.

표지 사진속의 분명 후회하고 있음이 분명한 남자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해학적인 모습이 호기심을 당긴다. 중국소설에서 느꼈던 우리와의 문화적 유사성과 또한 체제의 다름에서 오는 새로움, 그리고 대륙적 기상에서 오는 호방함이 주는 매력을 기억하는 나는 [미스터 후회남]을 기대를 갖고 펼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국내작가의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혀]라는 조경란의 소설이다.

소설 [혀]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아무 관련이 없는 [미스터 후회남]의 주인공 광셴이 혀를 잘못 놀림으로써 늘 각종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묘하게 머리속을 스친다.

혀, 라는 소재가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학계에서 각광받는 소재임에는 분명한가 부다.ㅎㅎ

[혀]에서는 말하는 혀, 맛보는 혀, 사랑하는 혀가...[미스터 후회남]에서는 오로지 말을 하기는 하되, 그 말로 사고만 치는 혀로만 그려지고 있다. 설익은 의협심과 순간의 말실수로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광셴은 철들 때부터 시종일관 성을 갈망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무고죄인 강간죄로 감옥에서 8년씩이나 허송세월하기도 하고, 그를 감옥에까지 가게 한 장나오와 결혼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진정한 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만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광셴에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세명의 여성이 있었으나, 늘 그는 자타의에 의해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이내 후회라는 감정에 휘말리게 되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러한 상황속에서 늘 현명한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왔던가. 그 선택은 일말의 양심과 약간의 불안과 때로는 어쩔수없음으로 인한 것으로 현재 삶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누가 내게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두 가지 정도의 선택이 떠오르다 이내 머리를 흔들며 지워낸다.

그 선택에 굳이 후회의 방점을 찍을 만큼 현재의 내 삶에 불만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았던 선택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어느 정도 삶의 방향을 원하는 곳으로 궤도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후회할 정도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회의한다면, 그 후회하는 감정은 분명코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인생을 실패하지 않고 완성할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터 후회남]의 주인공 광셴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참 특이한 캐릭터다. 그는 맨처음 하게 되는 후회로 인해 더 나아지는 삶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엉클어버리고 방향을 어뚱한 곳으로 이끌고 말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소설 전편에 흐르는 광셴의 삶이 너무 억울하고도 때로는 기가 막힌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가슴이 아플 정도로 동정스럽거나 책을 덮을 정도로 외면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읽혀지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 문득 느낀것은 광센 또한 자신의 인생을 어쩌면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산 것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평생을 후회속에서 살아온 광셴이 본인의 인생을 뼈저리게 불행하다고는 느끼는 않는다는 점이다.

책의 두께는 만만치 않았으나, 시종일관 어이없음과 황당함속에서 전개되는 주인공의 삶이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중국인의 생활상과 의식,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등을 만나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때때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함으로써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세치 혀를 숨기고 있는 나도 가슴이 뜨끔한 순간이 여러번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광셴 만큼 후회할 정도로 혀를 잘못 놀린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많았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음울한 분위기속에서도 익살과 해학을 통해 승화시킨 스토리전개가 주는 즐거움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남은 인생의 작은 다짐을 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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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년과 작은 새
다니엘 문두루쿠 글, 세실리아 레보라 그림, 문세원 옮김 / 푸른길 / 2008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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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너무 예쁜 동화다.

단순화된 그림의 선도 예쁘고, 알록달록한 색감도 예쁘다. 부분 부분 강조된 캐릭터의 모습도 눈이 즐겁다.

어린시절, 소년처럼 나도 나무위의 근사한 나만의 공간을 소망했었다. 어쩌면 톰소여나, 정글북, 또는 15소년 표류기에서 얻은 모험의 간접경험에서 나온 꿈이었을지도.

이렇게 동화는 어린아이에게 놀라운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를 가져다주는 보물상자이기도 한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들판 한 가운데서 풀벌레의 교향악을 자장가 삼아 밤하늘의 별이 가득 쏟아지는 원두막에서 달콤한 잠을 청하는 유년이 있었다.

이런 경험이 나의 나무위의 공간꿈을 작게나마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를 두고 있다.

큰애에 비해서 뭐든지 잘 챙기고, 영특하고 야무진 딸이이에 대한 기대는 내심 큰아이를 뛰어넘는 그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었나 부다.

막상 직장맘의 고민에서 오는 딸아이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계획은 지금부터 머리를 조여오고 있다.

하나씩 유의사항과 직접 본인이 해야 할 내용을 가르치다 보니, 그토록이나 똘똘했던 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지질 않으려고 한다.

아이가 분리불안증을 느끼니 덩달아 나까지 아이를 떼어놓기가 영 불안하다.

큰애때는 좀 어리버리해도 결과만을 놓고 보면, 참 으젓했었는데..그때는 초보엄마라 뭣모르고 무조건 해야한다고 밀어붙인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의지할 오빠가 있고, 막내이다 보니 쥐면 꺼질새라, 불면 날아갈새라 이뻐한 아빠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집 밖을 내놓기가 여간 미덥지가 않다.

[소년과 작은새]가 우리 공주님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길 기대해보며,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엄마와 함께 공원산책길에 나선 소년은 둥지 밖으로 떨어진 새 한마리를 발견하고는 보살펴주기위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친구라는 약속과 함께 온갖 정성을 다해 새를 돌보아주는 소년. 식빵을 잘게 부수어 부리에 넣어주고, 주사기로 물도 먹여주고, 나뭇잎으로 만든 상자집에 새를 재우기도 한다. 소년은 유치원에 가고 친구들과 놀면서도 새를 잊지 않고 있었으나, 언젠부터 새는 소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뭐든지 혼자 하려 한다.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를 보며 시무룩해하는 소년에게 엄마는 자라면서  다 엄마를 떠날 때가 오는 거라며 위로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묵묵히 소년을 지켜보던 새는 어느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소년앞에 나타나지 않고.....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작은새를 원망하며 슬퍼하는 소년..

바로 그때, 천장 샹들리에에 앉아 있다가 슬퍼는 소년의 마음을 위로하러 날아와서 슬픈 노래를 들려주는 작은새는 또 얼마나 앙증맞고 똘똘해 보이는지..작은새를 잡으려 손을 뻗는 소년의 손길을 재빨리 피해버리는 작은새는 또 얼마나 귀엽고 현명해보이던지...

 

"언젠가는 내 날개도 자라서 둥지를 떠날 때가 오겠지.

날개는 커졌는데 여전히 새장에 갖혀 있다면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없고,

내 노래도 즐거울 수 없을 거야.

하지만 하늘을 맘껏 날아다닌다면 내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될 거고,

그러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를 보며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소년의 모습이 딸아이의 모습과 겹쳐진다.

소유가 아닌 진정한 친구로서의 관계를 이어가는 작은새와 소년은 아침마다 창가에 와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소년을 깨우는 그들만의 우정을 지켜간다.

동화를 읽으면서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사랑하기에 새의 날개를 꺾어 옆에 두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은 새장속의 새를 푸르른 창공속으로 날려보내 그 새가 자유로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다.'라는 싯구가 생각난다. 소년은 새를 소유하지 않고, 자유를 줌으로써 더 큰 세상을 얻은 것이다.

 

[소년과 작은새]는 딸아이에게 들려줄 동화이기도 하지만, 읽다 보니 이건 뭐, 엄마인 나에게 주는 교훈이기도 했다. 소년은 딸아이이자 곧 엄마인 나였던 것이다.

소년이 작은새를 떠나보내듯이, 언젠가는 우리아이들도 엄마품을 떠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늘 염두해두어야겠다.

맑은 창공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는 작은새를 보며 소년이 행복해하듯이, 세상속에서 제 몫을 다해내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며 행복해 할 노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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