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터 후회남
둥시 지음, 홍순도 옮김 / 은행나무 / 2008년 12월
평점 :
품절


중국소설은 노신의 소설과 다우 허우잉의 소설 몇 편을 접해 본 것이 다이다.

최근에 읽은 책으로는 선 관련 기행문이 '뜰 앞의 잣나무'를 읽었을 뿐이다.

표지 사진속의 분명 후회하고 있음이 분명한 남자의 모습이 안쓰러우면서도 한편으로는 해학적인 모습이 호기심을 당긴다. 중국소설에서 느꼈던 우리와의 문화적 유사성과 또한 체제의 다름에서 오는 새로움, 그리고 대륙적 기상에서 오는 호방함이 주는 매력을 기억하는 나는 [미스터 후회남]을 기대를 갖고 펼쳤다.

이 책을 읽으면서 문득 떠오른 국내작가의 소설이 있었으니, 바로 [혀]라는 조경란의 소설이다.

소설 [혀]가 표절시비에 휘말렸다는 사실이, 아무 관련이 없는 [미스터 후회남]의 주인공 광셴이 혀를 잘못 놀림으로써 늘 각종사건의 실마리를 제공하는 상황에서 묘하게 머리속을 스친다.

혀, 라는 소재가 요즘 국내외를 막론하고 문학계에서 각광받는 소재임에는 분명한가 부다.ㅎㅎ

[혀]에서는 말하는 혀, 맛보는 혀, 사랑하는 혀가...[미스터 후회남]에서는 오로지 말을 하기는 하되, 그 말로 사고만 치는 혀로만 그려지고 있다. 설익은 의협심과 순간의 말실수로 끊임없이 사고를 치는 광셴은 철들 때부터 시종일관 성을 갈망하는 인물로 그려지고 있다. 그러나, 무고죄인 강간죄로 감옥에서 8년씩이나 허송세월하기도 하고, 그를 감옥에까지 가게 한 장나오와 결혼을 하기도 하지만, 그는 진정한 성을 경험하지 못하고 만다. 경험할 수 있는 기회가 광셴에게 없었던 것은 아니다. 그에게도 세명의 여성이 있었으나, 늘 그는 자타의에 의해 그 기회를 놓치고 만다. 그리고는 이내 후회라는 감정에 휘말리게 되고 말이다.

인생을 살아가면서 우리는 언제나 선택의 기로에 서게 되고, 그러한 상황속에서 늘 현명한 선택만을 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선택의 옳고 그름에 관계없이 그에 대한 책임은 온전히 선택한 자의 몫이라는 사실이다.

나 또한 살아오면서 얼마나 많은 선택을 해왔던가. 그 선택은 일말의 양심과 약간의 불안과 때로는 어쩔수없음으로 인한 것으로 현재 삶의 모습을 만들어왔다. 누가 내게 살아오면서 가장 후회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질문한다면, 두 가지 정도의 선택이 떠오르다 이내 머리를 흔들며 지워낸다.

그 선택에 굳이 후회의 방점을 찍을 만큼 현재의 내 삶에 불만스럽지는 않기 때문이다. 만족스럽지 않았던 선택이라 하더라도 우리는 살아가면서 최선을 다함으로써 어느 정도 삶의 방향을 원하는 곳으로 궤도수정할 수 있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보통의 사람들은 후회할 정도로 자신의 선택에 대해서 회의한다면, 그 후회하는 감정은 분명코 그 다음에 이어지는 행동에 일정한 영향을 미친다. 자신의 인생을 실패하지 않고 완성할려고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미스터 후회남]의 주인공 광셴은 이런 면에서 볼 때 참 특이한 캐릭터다. 그는 맨처음 하게 되는 후회로 인해 더 나아지는 삶이 되기보다는 오히려 자신의 삶을 더 엉클어버리고 방향을 어뚱한 곳으로 이끌고 말기 때문이다.

신기한 것은 소설 전편에 흐르는 광셴의 삶이 너무 억울하고도 때로는 기가 막힌 상황인데도 불구하고 그다지 가슴이 아플 정도로 동정스럽거나 책을 덮을 정도로 외면해지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저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읽혀지는 것을 신기해 하면서 문득 느낀것은 광센 또한 자신의 인생을 어쩌면 강건너 불구경하듯이 산 것이 아닌가 하는 깨달음이다.

그나마 다행스러웠던 것은 평생을 후회속에서 살아온 광셴이 본인의 인생을 뼈저리게 불행하다고는 느끼는 않는다는 점이다.

책의 두께는 만만치 않았으나, 시종일관 어이없음과 황당함속에서 전개되는 주인공의 삶이 웃음을 짓게 하기도 하지만, 그 안에서 중국인의 생활상과 의식, 변화하는 중국의 모습등을 만나볼 수 있어서 재미있고도 의미있는 책읽기였다.

'웅변은 은이고 침묵은 금이다'라는 금언을 굳이 빌리지 않더라도 때때로 하지 말아야 할 말을 함으로써 일을 그르치는 경우는 얼마든지 있다..세치 혀를 숨기고 있는 나도 가슴이 뜨끔한 순간이 여러번이다. 솔직히 고백하자면, 광셴 만큼 후회할 정도로 혀를 잘못 놀린 기억은 없지만, 누군가의 마음을 아프게 한 적은 많았다. 비록 고의는 아니었다는 말로 스스로를 위로하지만 말이다. 이 책은 음울한 분위기속에서도 익살과 해학을 통해 승화시킨 스토리전개가 주는 즐거움을 굳이 논하지 않더라도, 개인적으로 나를 돌아보고 남은 인생의 작은 다짐을 하게 하는 소중한 기회를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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