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년과 작은 새
다니엘 문두루쿠 글, 세실리아 레보라 그림, 문세원 옮김 / 푸른길 / 2008년 11월
평점 :
절판



너무 예쁜 동화다.

단순화된 그림의 선도 예쁘고, 알록달록한 색감도 예쁘다. 부분 부분 강조된 캐릭터의 모습도 눈이 즐겁다.

어린시절, 소년처럼 나도 나무위의 근사한 나만의 공간을 소망했었다. 어쩌면 톰소여나, 정글북, 또는 15소년 표류기에서 얻은 모험의 간접경험에서 나온 꿈이었을지도.

이렇게 동화는 어린아이에게 놀라운 상상력과 환상의 세계를 가져다주는 보물상자이기도 한 것이다.

시골에서 자란 나는 들판 한 가운데서 풀벌레의 교향악을 자장가 삼아 밤하늘의 별이 가득 쏟아지는 원두막에서 달콤한 잠을 청하는 유년이 있었다.

이런 경험이 나의 나무위의 공간꿈을 작게나마 체험하는 순간이기도 했다.

 

이제 8살이 되어 초등학교에 입학하는 딸아이를 두고 있다.

큰애에 비해서 뭐든지 잘 챙기고, 영특하고 야무진 딸이이에 대한 기대는 내심 큰아이를 뛰어넘는 그 어떤 것을 기대하고 있었나 부다.

막상 직장맘의 고민에서 오는 딸아이의 새로운 생활에 대한 계획은 지금부터 머리를 조여오고 있다.

하나씩 유의사항과 직접 본인이 해야 할 내용을 가르치다 보니, 그토록이나 똘똘했던 아이가 엄마에게서 떨어지질 않으려고 한다.

아이가 분리불안증을 느끼니 덩달아 나까지 아이를 떼어놓기가 영 불안하다.

큰애때는 좀 어리버리해도 결과만을 놓고 보면, 참 으젓했었는데..그때는 초보엄마라 뭣모르고 무조건 해야한다고 밀어붙인 탓인지도 모르겠지만 말이다.

의지할 오빠가 있고, 막내이다 보니 쥐면 꺼질새라, 불면 날아갈새라 이뻐한 아빠탓인지는 모르겠으나, 집 밖을 내놓기가 여간 미덥지가 않다.

[소년과 작은새]가 우리 공주님에게 생각거리를 던져주길 기대해보며, 줄거리를 따라가 보자.

엄마와 함께 공원산책길에 나선 소년은 둥지 밖으로 떨어진 새 한마리를 발견하고는 보살펴주기위해 집으로 데리고 돌아온다. 친구라는 약속과 함께 온갖 정성을 다해 새를 돌보아주는 소년. 식빵을 잘게 부수어 부리에 넣어주고, 주사기로 물도 먹여주고, 나뭇잎으로 만든 상자집에 새를 재우기도 한다. 소년은 유치원에 가고 친구들과 놀면서도 새를 잊지 않고 있었으나, 언젠부터 새는 소년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고, 뭐든지 혼자 하려 한다.자신의 도움을 필요로 하지 않는 새를 보며 시무룩해하는 소년에게 엄마는 자라면서  다 엄마를 떠날 때가 오는 거라며 위로하지만, 소년은 자신의 고집을 굽히지 않는다..묵묵히 소년을 지켜보던 새는 어느날 유치원에서 돌아온 소년앞에 나타나지 않고.....작별인사도 없이 떠난 작은새를 원망하며 슬퍼하는 소년..

바로 그때, 천장 샹들리에에 앉아 있다가 슬퍼는 소년의 마음을 위로하러 날아와서 슬픈 노래를 들려주는 작은새는 또 얼마나 앙증맞고 똘똘해 보이는지..작은새를 잡으려 손을 뻗는 소년의 손길을 재빨리 피해버리는 작은새는 또 얼마나 귀엽고 현명해보이던지...

 

"언젠가는 내 날개도 자라서 둥지를 떠날 때가 오겠지.

날개는 커졌는데 여전히 새장에 갖혀 있다면 새로운 것들을 볼 수 없고,

내 노래도 즐거울 수 없을 거야.

하지만 하늘을 맘껏 날아다닌다면 내 노래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노래가 될 거고,

그러면 나는 정말 행복할 거야"

 

자유롭게 날아다니며 노래하는 새를 보며 인생의 진리를 깨닫는 소년의 모습이 딸아이의 모습과 겹쳐진다.

소유가 아닌 진정한 친구로서의 관계를 이어가는 작은새와 소년은 아침마다 창가에 와서 아름다운 노랫소리로 소년을 깨우는 그들만의 우정을 지켜간다.

동화를 읽으면서 정확한 내용은 아니지만, 대략 다음과 같은 의미를 지니는

'사랑하기에 새의 날개를 꺾어 옆에 두는 것은 진정한 사랑이 아니라, 진정한 사랑은 새장속의 새를 푸르른 창공속으로 날려보내 그 새가 자유로운 노래를 부르게 하는 것이다.'라는 싯구가 생각난다. 소년은 새를 소유하지 않고, 자유를 줌으로써 더 큰 세상을 얻은 것이다.

 

[소년과 작은새]는 딸아이에게 들려줄 동화이기도 하지만, 읽다 보니 이건 뭐, 엄마인 나에게 주는 교훈이기도 했다. 소년은 딸아이이자 곧 엄마인 나였던 것이다.

소년이 작은새를 떠나보내듯이, 언젠가는 우리아이들도 엄마품을 떠난다는 사실을 잊지 않고 늘 염두해두어야겠다.

맑은 창공에서 아름다운 노래를 지저귀는 작은새를 보며 소년이 행복해하듯이, 세상속에서 제 몫을 다해내는 우리 아이들을 지켜보며 행복해 할 노년을 그려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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