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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로이트의 의자 - 숨겨진 나와 마주하는 정신분석 이야기
정도언 지음 / 웅진지식하우스 / 2009년 10월
평점 :
구판절판
나란 사람으로 살아온 세월이 전 생의 거의 반을 차지해 왔어도 아직도 나자신에 대해서 다 알지 못한 채 새로운 상황에서 새로운 모습의 나를 맞닥뜨리곤 깜짝 놀래곤 한다.
겪어온 경험과 상황이 살아온 세월만큼 많아지면 어떤 경우에도 놀라지 않고, 혹은 감정적인 대응을 하지 않고 가장 합리적이라 여겨지는 이성적인 판단을 할 법도 하련만, 결과적으로 결론을 낸 것을 돌이켜보면 여전히 감정적인 처리에 의존했음을 깨닫곤 한다.
프로이트라고 하면 정신분석학이라는 마음의 깊은 속을 들여다볼 수 있는 방법이자 학문을 만들어낸 학자라는 사실은 누구나 잘 알 것이다. 그가 인류에게 끼친 영향은 <타임>지에서 2000년에 그를 아인슈타인과 함께 '20세기의 위대한 인물'로 선정한 것만 봐도 알 수 있다.
인간의 마음을 논하는 것이 철학이나 종교의 대상이었던 시대에 프로이트는 과학적으로 분석해내는 정신분석학이라는 틀을 만들어냈고, 현대에 이르러서는 많은 분야에 걸쳐서 지대한 영향을 끼치고 있다. 일상생활에서도 쉽게 프로이트의 학설은 인용되곤 하는데, 정작 그의 학문을 본격적으로 접해 본 기억이 없다.
프로이트의 의자,로 명명되는 편안한 카우치에 누워 정신분석가에게 이야기하는 것처럼, 나의 내면 깊숙히 숨어 있던 다양한 상처를 밖으로 끌어내어 들여다보는 시간은 혼란스러웠거나 때로는 납득하기 어려웠던 나의 모습을 따뜻하게 마주할 수 있는 용기를 발휘할 수 있게 해준 시간이었다.
시종일관 눈앞의 대담자와 대화하는 것처럼 전개되는 내용은 1장에서는 우리의 마음을 읽어내는 정신분석 렌즈(무의식, 전의식, 초자아, 자아, 이드, 의식 등)의 소개, 2장, 3장에서는 정신분석 렌즈를 통해서 들여다 본 우리 인간이 안고 살아가는 감정의 신호(불안, 우울, 분노, 공포, 좌절, 망설임, 열등감, 시기심, 질투 등)와 상처, 관계를 찾아 헤매는 인간의 특성에 대해서 이야기해주고 있으며, 마지막 장에서는 본격적으로 상처의 치유에 대한 몇 가지 방법을 소개해주고 있다.
치유의 방법 중에서 현재에 집중해서 마음의 주인이 되는 것을 '마음 기울이기'라고 하는데, 이는 현재에 머물지 못하고 과거에 집착하거나 미래를 걱정하는 순간 우울과 불안이 자라나는 것을 방어하기 위한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현재를 현재로 경험하고 즐기면 우울과 불안이라는 부정적인 감정의 성장을 멈추게 할 수 있다고 한다. 다들 알고 있는 사실이긴 하지만, 실천하기 쉽지 않는 방법이기도 하다. 그러나, 자주 연습을 통해서 노력하다 보면 현재를 충실히 살아 그 현재가 미래로 이어지는 행복하고 건강한 삶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무지개와 같은 행복에 너무 집착하는 것은 오히려 나를 행복하지 못하게 합니다. 행복은 상대적 감정일 뿐입니다. '행복 추구 문화'는 슬픔이라는 정상적 감정을 제대로 체험하지 못하게 우리를 억압합니다. 슬픔과 고통을 느낄 줄 알아야 행복도 진정으로 느낄 수 있습니다. 그와 헤어진 후 슬프고 울적한 기분은 자연스럽게 풀어야 합니다. 늘 행복해야만 한다는 강박관념에서 벗어나야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세상은 역설로 가득 차 있습니다. -86p- |
우리는 흔히, 나에게 혹은 가까운 지인에게 자주 질문한다.너, 지금 행복하니?라고.
선뜻 '나, 행복해', 라고 답하지 못하면 곧 불행한 것이라는 결론으로 쉽게 전이되어 우울함에 빠지게 되는데, 사실은 그것 또한, 일상속에서 가만히 지켜보고 견뎌내고 즐겨야 할 감정이라는 것을 확인한다. 반짝반짝거리는 순간만이 행복이 아니고, 희노애락을 적절히 버무려낸 일상을 기꺼이 향유하는 것, 그것이 바로 행복이라는 다른 이름이라는 것을 명심해야겠다.
정신분석학,이라는 학문을 통해서 자신의 내면을 좀 더 자세히 알아보고 싶다면, 먼저 이 책을 읽어보라고 권하고 싶다. 매우 이해하기 쉽고 편안해서 내게 먼저 손내밀고 다가와주는 친구와도 같은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