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예측 - 세계 석학 8인에게 인류의 미래를 묻다
유발 하라리 외 지음, 오노 가즈모토 엮음, 정현옥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19년 2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여덟명의 세계적인 석학들과의 인터뷰를 통해 인공지능을 비롯해 급속도로 진행되는 과학발전, 저출산과 고령화, 부의 불균형과 인종 대립, 환경파괴 등의 문제로 문명의 종말이 도래하고 있다는 불안한 미래에 관한 전망과 대안에 대해 그들의 의견을 들어보는 책.
세계적인 석학들답게 미래에 대한 (불확실성의 시대임에도) 선견지명과, 국경이 의미 없는 글로벌 시대에 자신들의 국가만 생각하는 선진국의 이기적인 태도가 초래할 수 있는 세계의 멸망이나 지난 미국 대선에서 힐러리의 패인이 백인 노동자층의 분노를 간과했기 때문이라는 사실 등에 대한 통찰력이 놀랍다.
각자 자신의 전공을 초월한 방대한 지식과 거시적인 안목에는 그저 감탄스럽단 말밖에.
그들의 주장처럼 너무나 빠른 과학의 발전으로 인해 앞으로 우리에게 다가올 미래는 지금까지의 진행속도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것이기에 누구도 장담할 수 없고, 짐작조차 쉽지 않으니 그만큼 더 두려울 수밖에.
인공지능에 의해 수십 수백만명의 일자리가 없어지고,
몇대에 걸친 유전자의 조합으로 탄생될 뛰어난 능력의 후손은 가계도의 개념마저 없앨 것이며,
불공평한 부의 불균형으로 테러와 펜데믹이 전세계를
또다시 위협하며 인류를 종말로 이끌지도 모른다.
가정이 아닌 지극히 현실적이고 짐작 가능한 이런 암울한 미래의 모습은 우리 인간 스스로가 만들어낸 결과물임 또한 부정할 수 없다.
결국 우리의 선택지는 다함께 자멸의 길로 가거나 현명한 공생의 방법을 찾거나 둘 중 하나일텐데..
트럼프와 푸틴, 아베와 같은 한숨이 절로 나는 지도자들이 동시대에 리더가 된 것은 우리에게 기회일까 위기일까. ㅜㅜ
가벼운 마음으로 집었다가 생각이 복잡해지긴 했지만,
미래를 위해 지금 우리가 반드시 고민해야 할 것들에
관한 이야기들이니 함께 읽고 조금이나마 더 바람직한 미래의 방향은 어느 길일지 다같이 깊이 생각해 볼 수 있었으면 하는 마음이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매우 초록 - 어쩌면 나의 40대에 대한 이야기
노석미 지음 / 난다 / 2019년 1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산과 풀, 나무의 초록이 가득한 자연에서 새들과 고양이를 비롯한 동물들, 심지어 벌레들과도 불화 없이 공생하며 살아가는 화가의 소박한 생활 이야기.
제목 그대로 ‘매우 초록‘한 글들을 읽다보면 자연 속에서 풍경을 거스르지 않는 나만의 집을 짓고 욕심 없이 살고싶다는 마음이 저절로 드는 책이다.
소탈하고 욕심 없는 그녀의 마음도, 계절의 흐름 속에 자연의 모든 것과 어울려 살아가는 부지런한 일상도 온통 싱그러운 초록빛.
마치 초록을 주제로 펼쳐진 전시회를 보는듯 이야기들 곳곳에 펼쳐져 있는 그녀의 정겨운 그림들을 볼 수 있는 즐거움은 덤이다.
이제껏 한번도 도시를 떠난 삶을 꿈 꿔본 적 없었던 내게 자연과 벗삼아 살아가는 새로운 선택지 하나를 추가하게 만든 책으로 꽤 오래 기억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유원 (양장)
백온유 지음 / 창비 / 2020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위기의 순간 소중한 이를 지키고 떠난 지극한 사랑,
본능적으로 타인을 구하고 불구가 된 영웅적인 의인,
죽은 친구의 가족들에게 변함 없는 애정과 관심을 기울이는 선함,
기적과 희망과 그러므로 살만한 세상에 대한 믿음..
떠올리면 마음 따뜻해지는 그런 것들의 보이지 않는 이면에 얼마나 처절한 인내와 분노와 무책임, 무지와 고통이 가득할 수 있는지를 생각하게 해주는 소설.

매순간 내가 원한 적 없었던 헌신과 희생으로 얻어진 삶의 가치를 증명하며 살아야 한다면, 그 시간들은
얼마나 버겁고 끔찍할까..
동전에 앞뒷면이 있듯 우리가 쉽게 판단하고 믿는 이야기들 속에 상상도 하지 못했던 수많은 고통과 아픔이 있을 수 있다는 것,
누군가의 어깨에 그가 원치않는 희망이니 기대니 하는 짐을 함부로 올려놓는 것은 선의도 관심도 아닌 또다른 폭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이야기 하는 작가의 깊은 시선이 놀랍다.
섣부르게 응원을 가장한 부담을 주지 말것,
타인의 기적과 희망을 쉽게 단정하지 말것,
누군가의 삶의 가치를 함부로 매기지 말것.
그저 변치않는 마음으로 조용히 지켜봐주는 것만 하자고 다짐하게 만들어준 소설의 잔잔하지만 강한 울림이 진심으로 반가웠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 김언수 소설
김언수 지음 / 문학동네 / 2013년 6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깨와 주먹에 힘을 빼고, 툭 툭, 주먹으로 치는게 아니라 냉장고에서 방울토마토를 재빨리 꺼내 온다는
느낌으로 팔을 뻗는거야. 툭 툭, 스탭을 밟으면서 기계적이고 반복적으로, 툭 툭, 발의 움직임을 따라 목에 리듬을 타면서 툭 툭, 상대가 짜증이 나도록, 상대가 초조해지도록, 상대의 얼굴에서 서서히 분노가 차오르도록 툭 툭, 계속해서 날리는거야. 그럼 알아서 무너져. 잽으로 다 무너뜨린 다음 한방에 보내는 거지.
이게 잽이라는 거다.‘
소설 ‘설계자들‘로 암살자와 설계자들의 이야기를 흥미롭게 풀어냈던 김언수 작가의 단편집.
권투의 공격 기술인 잽의 설명에서 짐작 되듯이 자신의 뜻대로 되지않는 세상을 향해 끊임없이 잽을 날리는 이들의 평범하면서도 예사롭지 않은 이야기들이 담겨있다.

무작정 권투를 배우는 반항기의 고교생, 머리 나쁜 여자와 금고를 털다 갇혀버린 금고털이범들, 단란주점 아가씨와 웨이터, 깡패들의 기싸움, 첫 섹스를 꿈꾸는
32살의 동정남, 아버지를 부양하느라 빈털터리가 된 동생과 아내의 눈칫밥을 먹고 사는 실업자 형의 갈등..
그렇고 그런 삶을 살아가는 인물들의 이야기는 공감과 안타까움, 연민을 오가며 나름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데, 개인적으로 특히 좋았던 작품은 ‘잽‘과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이었다.
‘잽‘은 교사라는, 어른이라는 이름으로 가해지는 일종의 폭력적 행동에 권투 기술인 잽으로 대응하는 고교생의 이야기다.
교사에게 순응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처벌을 받게 된 고교생이 반성문 쓰기를 거부하고 매일 화장실을 청소하는 체벌을 선택한다.
하교길에 우연히 본 권투 전단지에 혹해 체육관을 찾아간 주인공은 관장에게 권투의 기술 중 하나인 잽을 배우며 일년동안 말없이 화장실 청소를 수행 해내고, 결국 졸업 직전 벌을 준 교사에게서 사과를 받아낸다.
잘못이 없으니 반성문은 못쓰겠다, 교사라는 지위를
앞세워 벌을 주겠다면 받겠다. 하지만, 당신이 옳아서
벌을 받는게 아니다..
반성문 대신 화장실 청소를 하는 주인공의 침묵은 끊임 없이 날리는 잽이 되어 결국 자신의 부당함을 알면서도 권위를 지키기 위해 체벌을 한 교사를 쓰러뜨린 것이다.
무조건 어른의 뜻대로 따르라는 권위에 맞서
힘없는 위치의 미성년이 할 수 있는 저항은 일년이란
시간동안 자신의 부당함을 매일 목격하게 만드는
잽의 연속일 뿐이라는 것.
권위를 행사하기보다 부당하게 당하는 입장이 될 확률이 더 높은 평범한 우리들에겐 일면 통쾌하면서도 조금은 씁쓸한 이야기다.
‘참 쉽게 배우는 글짓기 교실‘은 어느날 밤 귀가길에 누군가에게 납치되어 사방이 막힌 방에 감금된 주인공이 간첩이라는 사실을 털어놓고 그간의 활동을 고백하는 자술서를 쓰라는 그들의 어이 없는 요구를
받으며 시작된다.
처음엔 뭔가 착오가 있을거라는 믿음으로 강하게 자신의 혐의를 부정하던 주인공은 시간이 지나면서 이 상황에 개선의 여지가 없음을 깨닫게 되고, 정신을 혼미하게 만드는 고문을 받으며 조금씩 그들의 요구에 맞춰 자술서를 쓰기 시작한다.
그들의 수정 요구대로 순순히 수정을 시작한 주인공은 자신의 요청대로 기꺼이 물적 지원을 해주고 수정한
진술서를 칭찬하는 그들에게 동화되며 점점 더 적극적으로 자신의 간첩활동 진술서를 작성하게 된다는 이야기.
어이 없고 유머러스한 상황과 대사들이 이어지며 웃음도 터지고, 흥미로운 몰입으로 순식간에 읽게 되지만 뒷맛은 잽보다 훨씬 쓰다.
자신의 정체성마저 누군가의 의도대로 기꺼이 바꾸게 되는 이야기는, 자본주의 사회가 요구하는대로 자신의 꿈과 소망마저 자발적으로 각색 해가며 맞춰가는 오늘날 우리들의 모습에 대한 조롱이 아닐까..
나의 꿈이라고 믿어왔던 미래의 소망은 정말 오롯이 내가 키워온 나만의 꿈이었을까?

이야기들은 쉽게 술술 읽히고 재미있다.
그렇지만, 모든 단편들은 가볍기만 하지 않고 각기 다른 여운을 남기며 생각의 단초를 던져준다.
‘설계자들‘이 빼곡히 채워진 퍼즐 같았다면, 이 단편집은 적당히 여백이 있는 그림같은 느낌이랄까?
장편과 단편은 호흡이 달라 모두 잘 쓰기란 쉽지 않다던데, 그 말이 맞다면 김언수 작가의 필력은 그 어려운 걸 해내는 경지에 도달해 있음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다음에도 단편을 낸다면 기꺼이 읽을 생각.
그러니 장르 구분 말고 부디 열심히 작업 해주시길 바란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
 
 
 
마음사전
김소연 지음 / 마음산책 / 2008년 1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당신을 착시하기 때문에 나는 당신이 아름답다.
노을이 아름답게 타오르는 것이 우리 눈의 착시이듯이.
내가 보고있는 당신이 허상인 줄 알면서도 나는 당신을 믿는다. 노을을 믿듯이.˝
‘착시‘라는 단어에 대한 마음 사전의 정의다.
이 책은 제목 그대로 우리 마음 속 여러 감정들을
단어로 표현 해놓은 사전이다.
마음 자체가 지극히 주관적이고 개인적일 수밖에 없는만큼, 시인인 저자의 정의에 공감되는 마음도 있고 고개를 갸웃하게 만드는 표현도 있지만, 단어 하나를 모래밭에서 찾아내듯 고통스럽게 고르고 골라 시를 쓰는 그녀의 신중하고 깊은 사고 덕에 대부분의 정의에 공감하고 감탄하게 된다.

가끔 국어사전에 정의된 단어들을 읽어보면 뭔가 부족하다는 느낌과 함께 아쉬움이 들 때가 있다.
명료하게 표현될 수 있는 명사나 사물, 현상 등에 대한 설명도 이럴진데 하물며 당사자조차 확신하기 힘들만큼 변화무쌍하고 오묘한 감정의 빛깔을 지닌
우리들의 마음을 어떻게 정의할 수 있을까?
그런 면에서 보자면, 이 책에서 시인이 정의한 마음들은 그 섬세함과 고개를 끄덕이게 만드는 공감,
깊이 생각하게 만드는 의미의 무게 만으로도 놀랍다.
특히 감탄스러운 부분은 얼핏 그 차이를 명확하게 구분하기 힘들 것 같은 단어들에 대한 정의다.
처참과 처연과 처절, 은은하다와 은근하다, 자존심과 자존감, 솔직함과 정직함 등..
비슷한 듯 다른 이 단어들에 대한 그녀의 정의를 읽다보면 저절로 내 마음이 그런 감정들과 마주했던 순간이 떠오르며 나도 모르게 탄식과 함께 공감을 하게된다.
십대부터 사십대까지 자신의 삶을 통해 깨달은 그 나이들의 의미와 그즈음의 고통과 가치에 대한 고찰,
인간의 영원한 과제이자 열망인 사랑에 관한 단상,
미묘하고 때론 치사하고 구차하고 부끄럽지만 어쩔 수 없이 느끼게 되는 수많은 감정들의 빛과 어둠, 어딘가의 중간 자리에 서있는 복잡한 마음들의 익숙치 않은 생김새까지..
마치 돋보기를 대고 몇날 며칠을 들여다 본듯한
섬세하고 치밀한 사고를 통해 그녀는 이런 마음들에 자신만의 이름표를 붙이고 설명을 덧붙였다.
그렇게 그녀가 씨실 날실을 엮어 옷을 짓듯 꺼내어 표현해 놓은 이 모든 마음들에 우리는 공감하지 않을 수가 없다.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것은 소중하다와 중요하다의 정의였다.
˝소중한 존재는 그 자체가 궁극이지만, 중요한 존재는 궁극에 도달하기 위한 방편이다.
돈은 전혀 소중하지 않은 채 가장 중요한 자리에 놓여있다. 너무 중요한 나머지 소중하다는 착각을 일으키게 한다.
어느샌가 소중했던 당신이 중요한 당신으로 변해가고 있다. 조금씩 덜 소중해지면서 아주 많이 중요해지고
있다.
반드시 필요하기 때문에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
소중하기 때문에 중요한 존재가 되는 게 당신과 나의 소망이었다.
이세상 애인들은 서로에게 소중하지만 아직은 중요하지 않다. 이세상 부부들은 서로를 중요하게 생각하지만 이미 소중하게 여기는 마음은 어디론가 스며들고 있다.
우리는 중요한 것들의 하중 때문에 소중한 것들을
잃는 경우가 많다. 중요한 약속과 소중한 약속 사이에서 끊임없이 갈등하며 중요한 약속에 몸을
기울이고 만다.˝

어린 나이에 이 글을 읽었다면 이정도로 공감할 수 있었을지 확신 할 순 없지만, 지금 나에겐 아플 정도로 공감 되는 문장이었다.
나는 소중한 것과 중요한 것을 명확하게 구분하고
소중한 것을 지키며 살고 있는가?
한참동안 이 질문이 내 삶의 중요한 화두가 될 것 같다.
삶을 잘 경영하는 것이 인생의 목표라는 김소연 시인.
섬세하고 따뜻한 그녀의 마음이 빚어내는 놀라운 문장들의 힘을 다음 책에서도(시든 수필이든 또다른
사전이든) 느낄 수 있게 되기를 바라며 그녀의 건필을
응원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공유하기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