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책] 아무튼, 외국어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 모든 나라에는 철수와 영희가 있다 아무튼 시리즈 12
조지영 지음 / 위고 / 2018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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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이 얼마나 중요한 독서의 조건인지를 다시 한번 깨닫게 된 책.
읽는 내내 외국어에 대한 나의 아이러니한 짝사랑의 경험을 쓴 것처럼 너무나 비슷한 저자의 이야기에 ‘아니,이럴수가‘ 라는 심정으로 감탄과 놀라움을 오가며 순식간에 읽어버렸다.
책의 두께는 얇지만, 결코 얕지않은 주인공의 문학적
감수성으로 만들어진 문장들에 감탄하고, 중간 중간 지뢰처럼 등장하는 유머에 웃음이 터지고, 지난 옛 기억이 저절로 소환되는 너무나 비슷한 경험들에 추억을 떠올리며 그리움에 잠기게 된다.
어떻게 이렇게 똑같지? 진짜 신기하네.. 라는 말을
여러번 되풀이 하면서..

고백 하자면 나 역시 외국어를 향한 오랜 짝사랑과 열패감을 아직까지도 떨치지 못한 채 마음 한쪽에
숨겨두고 때때로 혼자 꺼내어 만지작거리며 살고있다.
중학교부터 시작해 수십년동안 도전과 포기를 되풀이 하면서도 여전히 먼 외국어일 뿐인 영어,
대학시절 전공 서적의 빈약함을 극복하겠다는 거창한 목표로(사실은 허세와 겉멋을 충족하고픈 욕심으로)
시작해 겨우 1년 정도(그나마 집중해 제대로 공부한 건 고작해야 5~6개월 정도) 배워놓고는 그 언어를 1도 모르는 동행들에게서 원어민 같다는 칭찬도 가끔 들으며 실력이 들통날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여행을 다닐 수 있는 어설픈 실력이 전부인 일본어,
저자처럼 제2 외국어로 불어와 독어 중 하나를 의무적으로 택해야 하는 고교시절을 지나온 덕분에(여고인 우리 학교에선 이과는 독어, 문과는
불어가 불문율처럼 되어있어 선택의 자유는 없었지만) 말 그대로 수박 겉핥기 식으로 배운 독일어.
영어는 물론이고 중국어, 불어, 스페인어, 독어, 일어,
포르투칼어 등 수많은 외국어를 오간 저자와 달리
나의 외국어는 저 세가지 뿐이고 딱히 다른 외국어에
대한 열망은 없다.
하지만, 먼지가 켜켜이 앉은채 책장 구석을 차지하고 있는 사전들과 초급 회화책들, 문법과 단어 교재들을 이사 때마다 고민하면서도 결국 버리지 못한 채 주기적으로 다시 도전하고 또 포기하는 과정을 계속하고 있는(아마 죽을 때까지 이럴듯) 나이기에,
외국어에 대한 저자의 애증과 열망, 자괴감을 오가는
그 복잡다난한 감정들이 너무나 익숙하고 내 것처럼
공감 될 수밖에.

‘외국어 하나를 알게되는 건 또 하나의 다른 세계를 갖게되는거다‘
몇년 전 번역 앱이 있는 시대에 굳이 힘들게 외국어를
배울 필요가 있냐는 화제가 나왔을 때 한 선배가 했던
말이다.
중학교 때부터 수십년간 배운 영어로 여행이나 외국인과의 가벼운 대화는 가능하지만 주기적으로
영어를 배우겠다고 돈을 쓰고 시간을 들이는 나와 주변 지인들을 생각하면 그 선배의 말이 맞는 거 같다.
우리가 외국어를 배우며 원하는 최종 결과물은 단지 며칠간의 여행에서 누릴 편리함이나 잠깐의 얕은 소통이 아니라 같은 언어를 사용하는 이들과의 관계에서 얻을 수 있는 공감과 깊은 이해가 아닐까?
번역앱으로 내 의사를 전달하고 그의 답을 이해하는 과정이 아무리 빨리 진행된다 해도 그건 결국 번역된 기계음을 통한 의도 전달에 불과하니까.
문명의 발달로 도시의 편리함이 모든 것을 누릴 수 있게 해줌에도 퇴직 후 전원생활, 귀농 귀촌을 꿈꾸는 이들이 더 많아지는 것처럼 외국어 앱 기술이 아무리
발달해도 결국 인간의 대화는 눈으로 서로를 마주 보면서 상대의 목소리와 표정을 통해 주고 받아야
오해 없는 완벽한 이해가 가능하고, 그런 대화의 작은 순간들이 쌓여 친밀함과 애정의 상호관계가 형성 된다는 건 절대 변할 수 없는 삶의 진리 중
하나이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무리 발전된 외국어 앱이나 학습 수단이 등장한다 해도 외국어를 향한 우리의 짝사랑과 애증은 결코 없어지지 않을 것임을 감히 자신한다.

한때 식음을 전폐하고 밤을 새워가며 일드에 빠진 채 밤마다 그의 연인 혹은 지인이 된 꿈을 꾸게 만들었고 그의 대사를 자막 없이 이해 하겠다는 열망으로 다시 일본어 책을 뒤적이게 만들었던 배우 기무라 타쿠야를 향한 뜨거운 동경,
‘데어 데스 뎀 덴 디 데어 데어 디 다스 데스 뎀 다스..‘
지금도 툭 치면 저절로 입에서 흘러나오는 독어의 첫 관문이자 가장 큰 봉우리인 관사에 대한 좌절감,
번역된 문장 만으로는 충분치 않아 좋아하는 작가의
원문을 그의 언어로 읽겠다는 포부를 안고 낯선
외국어에 기꺼이 도전하게 만드는 한때의 문학열,
차갑고 불친절하지만 매번 다시 가게되는 프랑스처럼
듣기좋은 샹송과 노래와 시에서 느껴지는 아름다운 프랑스어에 대한 기묘한 연정은 마치 내가 쓴 것같은
착각이 들 정도로 내 마음과 똑같아 소름이 돋았고, 반복되는 도전과 포기로 자책하는 저자를 보며 나만 그런게 아니었구나 라는 동질감으로 꽤 여러번 안도했으며, 외국어와 낯선 세상을 향한 그녀의 열정에 지나간 어느 시절의 뜨거웠던 내 마음이 떠올라 가슴이 조금 저리기도 했다.
뜨겁고 친절하고 정 많은 스페인 사람들을 닮은 스페인어와 어떤 속박의 문법 규칙도 없다는 체코어 이야기에선 이제껏 단 한번도 관심 가져본 적 없는
그 두 언어에 지대한 호기심과 애정이 생기면서 한번
배워볼까? 하는 어이 없는 의욕까지 생겨버렸다.

휴가가 주어지거나 일과 일 사이에 여유있는 기간이 생길 때마다 혼자 외국여행을 다니는 게 당연한 일정이었기에 저자 만큼이나 내게도 외국어는 늘
미처 다 풀지 못해 마음을 짓누르는 오랜 숙제같은
존재였다.
특히 말을 기본으로 하는 글쓰기를 직업으로 삼아 살고있는 내게 말을 통해 낯선 타인을 이해하고
친밀해지는 단계를 거쳐 그를 마음에 받아들이는 과정은 살면서 느낄 수 있는 가장 큰 축복 중의 하나라고 생각한다.
그런만큼 이 유한한 삶에서 조금 더 많은 세상과 사람들을 만나고 그들을 더 깊이 이해하기 위해서 외국어는 절대 외면할 수 없다고 생각하지만, 나이와 예전처럼 영민하지 못한 뇌활동과 약해진 체력,
바쁜 일상 등을 핑계 삼아 그 숙제를 깊숙이 숨겨두고 외면한 채 살고 있었다.
이 책을 읽는동안 여러번 느꼈던 깊은 공감과 오랜 옛추억의 향수와 기억들이 다시 내 마음에 반짝 하고 불을 켠 기분.
저자처럼 수많은 외국어를 다 섭렵하기엔 내공도
용기도 열정도 턱없이 부족하지만, 적어도 초급 이상의 문턱까진 가본(거라고 믿는) 영어와 일어 정도는 제대로 공부해서 목표하는 수준까지 도달하고싶은 욕심과 의욕이 마구 타오른다.
(적어도 지금은 그렇다. 저자도 나도 알듯이 이건
늘 되풀이 되는 과정이다. 좌절의 단계로 가느냐 뿌듯함의 단계로 가느냐는 결국 나의 몫)
일본 식당에서 일본어로 편하게 주문하고 싶어 일본어 공부를 시작해서 일급 자격을 땄다는 이적같은 넘사벽 성과까진 아니라도 이미 오래 전에 빼둔 칼로 하다못해 무라도 잘라봐야겠단 의지, 일단 거기서부터 시작해야겠단 조심스런 각오.^^

분명 외국어를 소재로 쓴 책이지만, 어떤 산문보다
재미있고 재치있고, 훌륭한 문장을 읽는 즐거움까지
주는 보석같은 책.
이제 자막 있는 영화라도 중국어와 스페인어, 독일어, 프랑스어, 포르투칼어, 체코어가 나오는 작품을 볼 때면 그들의 대사를 좀 더 주의 깊게 마음 열고 몰입해 들으며 보게 될 것같다.
아뭏든 외국어, 정말 오묘하고 매력적인 세계임은 두 말 할 필요없이 분명하다.
그점을 다시 느끼게 해준 이 책을 그래서 좋아하지
않을 수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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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해빙 - 부와 행운을 끌어당기는 힘
이서윤.홍주연 지음 / 수오서재 / 2020년 3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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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판


최근 뇌과학에 관심과 흥미가 생겨서 정보를 찾다보니 초능력이라고 해도 좋을만큼 엄청난 에너지와 잠재적 힘을 가진 신비한 뇌를 우리 인간들은 평생동안 아주
일부밖에 쓰지 못한다는 주장이 흥미로웠다.
‘부자가 되는 비밀‘을 알려준다는 이 책을 읽고나니
구루라는 서윤이 깨달았다는 삶의 비밀도 결국 뇌과학과 심리학을 바탕으로 한 긍정과 자기확신의
힘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몇년전 열풍을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시크릿‘과 비슷하다는 독자들의 평도 결국 자기최면에 가까운
긍정과 자기확신, 미래에 대한 믿음이란 그 논리 때문인것 같다.
누구나 아는 얘기를 늘어놓았을 뿐이란 악평도 결국
요즘 긍정의 힘에 대해 우리가 많이 들어서 익히 알고있기 때문일듯 하고.
10대 때부터 부자들의 구루로 유명했고, 재벌들과 정치인, 부자들이 줄을 서서 기다리며 애타게 찾고 의지한다는 서윤이란 인물에 대한 저자의 신뢰와 동경이 너무 대단해서(신격화라는 어느 독자의 평에 동의하고싶을 정도), 오히려 부자가 되는 비결이라는 ‘해빙‘의 객관성과 합리적인 효과에 대한 믿음을 반감 시킨다는 것도 사실이긴 하다.
책을 써서 공개 했으니 사실이긴 하겠지만, 정말 이렇게 젊고 아름답고 성숙한 의식을 지닌 현자(?)가 있다는 게 사실일까? 하는 의문과 의심이 책을 읽는동안 계속 드니까.

책의 제목이기도 한, 부자가 되는 비밀이자 수단인 ‘해빙‘은 사실 쉽고 평범하다.
해빙(having) 이란 단어의 뜻 그대로 지금 내가 가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돈을 소비하는 순간 불안과 긴장, 자책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갖지말고 소비의 진짜 기쁨과 만족을 위해 돈을 사용하라는 것.
그리고 무엇보다 돈이 없을지도 모르는 불안한 미래가 아니라 항상 소유하고 부족함이 없는 미래를 진심으로 믿으며 편안한 마음 상태를 유지하라고 조언한다.
내가 한치의 의심이나 불안 없이 믿는 사실은 엄청난 에너지가 되어 미래까지도 자신이 원하는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
해빙의 핵심은 바로 이것이며, 해빙을 제대로 잘 하기위한 여러가지 실행 요소들을 구루 서윤과 저자의 대화를 통해 챕터별로 소개하고 있다.
결국 해빙은 내가 지금 가진 것에 집중하고 감사하며 즐기고, 앞으로 더 많이 가지게 될 나의 미래를 조금의 의심도 없이 믿으며 기다리라는 것.

신비스럽게 느껴지는 구루 서윤과 저자의 운명같은 인연의 스토리와 함께 예지자같은 서윤이 들려주는 해빙의 방법과 그 가르침(?)대로 행하며 행운을 얻게되는 저자의 기적같은 경험들이 수기처럼 펼쳐지니 책은 술술 읽히고 책장은 금방 넘어간다.
중간중간 서윤의 도움으로 성공한 부자들의 이야기도
사례로 등장하지만 사업가, 정치인 식의 익명으로만 등장하는 그들의 이야기도, 서윤과의 인연을 통해 온갖 행운을 다 경험했다는 저자의 이야기도 솔직히
너무 영화나 소설같아서 어쩐지 신뢰가 가진 않는다.
하지만, 익숙한 얘기임에도 현재 내가 가진 것에 감사하고 내 마음에 집중하며 나를 오롯이 들여다보는 노력이 행운을 부르는 가장 중요한 열쇠라는 것,
절망과 긴장,불안 등의 부정적인 감정을 떨치고 곧 다가올 행운과 성공의 미래를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으라는 이야기는 언제나 최악을 대비하는 자세로 살려고 했던 내 삶의 태도를 돌아보게 해주었다.

무엇보다 가장 인상적이었던 부분은, 우리 뇌는 원래 짧은 단어로만 인식하고 각인하니 짜증 난다, 불안하다 등의 부정적 단어(짜증, 불안)는 가능한 한 쓰지말고 편안하지 않다 라는 식의 표현으로 바꾸어 긍정적 단어(편안)를 뇌에 각인시켜 나의 에너지를 긍정형으로 바꿈으로써 행운을 끌어 당기라는 것과,
행운은 노력과 덧셈이 아닌 곱셈 관계이기에 아무리 큰 행운이 와도 노력이 0이면 결과는 0일 수밖에 없으므로 나의 노력이 무엇보다도 우선되어야 한다는 것이었다.
결국 해빙의 비밀은, 지금 내가 가진 것과 나의 내면에 집중하며 감사하고, 끊임없는 노력을 바탕으로 다가올 미래에 대해 조금의 의심이나 불안, 긴장 없이 평온한
마음으로 성공을 확신하고 추호의 의심 없이 믿으라는 것이다.
(그런데 솔직히 이렇게 실천한다면 성공하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ㅎㅎ)
솔직히 몇몇 독자들의 서평처럼 누구나 다 아는 얘기 같기도 하고, 딱히 이 책에서만 발견한 남다른 비법이 있는 것 같지는 않다.
그래도 막연하게 알고는 있었지만 실천을 위해 딱히 노력하진 않았던 긍정적 마음가짐과 자기확신 등에 대한 행동 욕구를 갖게 된것은 분명 수확이긴 하다.
(읽은 뒤에 바로 해빙 일지를 썼다는 건 안비밀.^^)
삶의 큰 전환기인 토성의 리턴 주기에서 첫번째 전환점이라는 30세는 이미 지났지만, 두번째 주기인 58~60세까진 아직 여유가 있으니 그동안 부정적인 생각을 뇌에서 완전히 내보내고 긍정적이고 희망적인 단어들로만 가득 채워야겠다.
저자인 홍기자님처럼 돈이 계속 들어오고 행운이 찾아와 진짜 부자가 된다면 더없이 좋겠지만,
긍정적인 사고로 평온하고 감사할 수 있는 일상을 살게 된다면 그것도 행복한 삶 아닐까?
그 얘기가 그 얘기인 계발서 중 한권으로 치부 할수도 있겠지만, 이 책의 효과를 증명하는 건 결국 나의
의지와 실천에 달린거겠지.
그러니 진짜 성공을 향해 어디 한번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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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든 슬럼버 - 영화 <골든슬럼버> 원작 소설 Isaka Kotaro Collection
이사카 고타로 지음, 김소영 옮김 / 웅진지식하우스 / 2008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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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폰 하나로 개인의 일상부터 취향, 가치관, 정치성향 등 거의 모든 정보를 알아낼 수 있는 빅브라더의 시대.
정보도 지식도 기술도 없는 그저 선하기만 한 사람이 권력자들의 음모로 인해 범죄자로 조작되는 누명을 쓰게 된다면, 그는 과연 어떻게 그 위기를 벗어날 수
있을 것인가?
평범한 택배 기사인 청년 아오야기는 어느날 총리 암살범이라는 누명을 쓰고 쫒기는 처지가 된다.
누가 봐도 아오야기의 얼굴인 남자가 총리를 암살하는 모습이 전국에 방송되고, 졸지에 수배범이 되어 도망치는 그의 처지는 당연히 체포되는 것으로 귀결이 되는 길밖엔 없어보이는데..
이때부터 이 소설은 헐리웃 추격 영화에 익숙해져 있는 우리의 예상과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처음엔 그저 순진하고 어리버리 해보이지만 쫒기는 동안 사태를 파악하고, 숨겨져 있던 영웅의 본능을 깨워 내재 되어있던(혹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던) 능력을 드러내며 멋지게 대항해 누명을 벗겠지.. 라는
헐리웃식 스토리와는 1도 접점이 없는 전개가 펼쳐지는 것.
누가 봐도 공개된 범인의 얼굴이 아오야기이니 시작부터 그에겐 승산이 없는 싸움이지만, 그의 유일한 장점인 선함이 그를 돕는 가장 큰 무기가 된다.
오래된 그의 친구들은 범인으로 찍힌 얼굴을 보면서도 절대 그런 짓 할 리 없는 그의 선함을 믿고 진실을 의심하게 되고, 아오야기가 도망치다 만난 사람들 역시 직접 마주쳐 상대한 그의 선함을 겪은 후 뉴스나 정부보다 그를 믿고 도주를 도와준다.
어쩌면 판타지라 치부될 수도 있겠지만, 한사람의 선한 인성과 그를 믿는 힘없는 개인들의 선의가 모여
결국 거대한 권력을 이기는 기적을 만드는 이야기.

출구도 해법도 보이지 않는 절망적인 누명을 쓰고
도망치기 시작하는 아오야기를 응원하며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정신 없이 따라가게 되는 고타로 특유의 스토리적 긴장감과 빠른 전개는 소설을 읽는 즐거움을 제대로 느끼게 해주고,
오랜 친구의 사소한 습관으로 가짜를 구별하고 무한 신뢰로 위험을 무릅쓰며 아오야기를 돕기위해 애쓰는
친구들과, 도망자인 아오야기의 선함을 믿고 기꺼이 그를 도와주는 각양각색의 사람들 이야기는 소설적 재미를 넘어 뭉클하기까지 하다.
순진한 환상이라 할 지라도 힘없는 개인들이 거대 권력과 맞서 통쾌한 한방을 날리는 장면을 보는건 언제나 너무나 즐겁다.
물론 현실과의 싱크로를 완전히 무시하진 못했기 때문인지 결론은 완벽한 승리와 조금 거리가 있긴 하고, 그 결말에 독자들의 호불호가 갈라질 수도 있을테지만..
나 역시 개인적으로 아오야기의 마지막 선택이 서글프긴 했음에도 그것이 최선이라고 인정 할 수밖에 없는 공감 가는 결말이라고 생각한다.

음모론이란 단어가 더이상은 지나친 망상만은 아니란 사실이 곳곳에서(특히 정치판이라는 곳) 증명되고 있는 시대.
아오야기가 겪은 비극적 상황이 우리들에게도 언제든 일어날 수 있을법한 일이라는 자각에 무섭고 끔찍하단 생각도 들었다.
지나치게 빠른 과학문명의 발달과 소수 권력자들과 부자들에게 집중된 힘의 불균형이 언제든 평범한 개인을 잔인하게 짓밟을 수 있다는 것.
단순히 재미난 소설의 소재를 넘어 반드시 힘을 모아 해결해야 할 과제임을 잊지말고 해법을 찾기위해 노력해야한다고 생각한다.
소설 하나 읽고선 비약이 너무 심하다고?
한때 비약이 심하다고 평가 받았던 과거 공상과학 영화들 속 세상 모습이 지금 우리의 일상임을 잊지말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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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벽 세시, 바람이 부나요?
다니엘 글라타우어 지음, 김라합 옮김 / 문학동네 / 2008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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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펠링 하나를 잘못 쓰는 바람에 엉뚱한 이에게 보내진 메일.
두번이나 메일을 잘못 보낸 여자와 그 메일을 받은
남자가 사과를 주고 받으며 대화를 시작하게 되고,
메일을 통해 서로 마음을 털어놓으며 친해지다가
결국 사랑의 감정까지 느끼게 된다.
처음부터 끝까지 두사람이 주고 받는 메일로만 진행되는 소설의 독특한 전개가 신선하고,
농담과 진심을 오가는 센스 가득한 대화 속에 조금씩 설레며 서로에게 호감을 느끼는 남녀의 감정 변화는
잊고있던 지나간 사랑의 과정을 떠올리게 만든다.
남편과 자식이 있는 유부녀임에도 대책 없는 열정으로 레오를 그리워하게 된 에미의 설레임은 부적절한 감정이지만, 어쩔수 없이 당연히 그렇게 될수밖에 없겠구나 라는 공감과 함께 이미 사랑이 식은 사람과의 의무적인 관계를 유지하느니 운명처럼 만나(잘못 보낸 이메일로 사랑에 빠지게 되다니!) 사랑하게 된 사람과 새로운 인생을 시작하는 게 낫지않을까, 그런 생각까지 하게 만든다.
서로를 향한 에미와 레오의 뜨거운 열정이 최고에 달한 시점에 예상치 못했던 방향으로 진행되는 전개와 갑작스런 결말은 허무함을 넘어 배신감마저 느끼게 하지만..
서로의 머리와 마음에 각자 바라는대로 그려진 상대의 모습을 사랑했던 그들에겐 어쩌면 이런 결말이 가장 좋은 것일 수도 있겠구나 하고 인정하게 된다.

가끔 가족이나 친한 지인들이 아닌 얄팍한 관계의
사람들에게 내 마음을 털어놓는 게 더 쉽게 느껴질 때가 있다.
내 우울에 어떠한 영향도 받지않고 깊이 고민 하지도 않을 사람이기에 무거운 마음의 짐도 편하게 내보일 수 있는 것이겠지.
외롭지만 씩씩한 척 살아야 하는 우리이기에 낯선 이와의 대화에서 자신을 모두 드러내는 에미와 레오의 연애에 공감 하게되는 게 아닐까..
유부녀인 에마의 현실에 대한 불편함을 외면 할 수만
있다면, 더없이 설레고 간질간질한 연애소설.
두사람의 대화는 너무나 재치 넘치고 말랑말랑 달콤하며, 서로에게 빠져드는 감정은 읽는 사람까지
설레게 하기에 충분하다.
좋게 말하면 열린 결말, 나쁘게 봐선 어이 없는 황당 결말이란 걸 작가도 알았는지 그 뒷얘기가 후속 소설로 나왔다는데 전혀 읽고싶진 않다.
기대와 다른 전개이긴 했지만 두사람의 열정은 딱
여기까지가 정답인 듯해서.
그래도 읽는 내내 한때 누군가를 향해 더없이 뜨거웠던 내 마음과 그시간들이 떠올라 말랑말랑
설렐 수 있어 충분히 즐거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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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유행열반인 2020-07-19 11:22   좋아요 0 | 댓글달기 | URL
저는 이 책 읽고 괜히(부러워서)심통냈던 기억이 납니다. ㅎㅎㅎㅎ

바다그리기 2020-07-19 11:24   좋아요 1 | URL
저도 사실 좀 그랬는데.. (뜨끔^^)
 
2019 김승옥문학상 수상작품집
윤성희 외 지음 / 문학동네 / 2019년 9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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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고나면 쓸쓸해지고 인간의 민낯에 대해 생각 해보게 되는 이야기들로 이루어진 소설집.
(수상작들이라니 이때 심사위원들 취향이 대체로 이런 쪽이었나보다)
아파트 단지 안의 놀이터에서 누군가의 보드를 훔쳐(주워) 밤마다 그 보드를 타고 다니며 남편에 대한 미움과 삶의 공허함을 위로받는 중년의 여자,
자신의 선함과 성숙한 인격을 믿으며 살던 베르타가 외롭지만 의연하게 혼자만의 죽음을 맞은 성당 신자 마리아와의 지난 추억을 떠올리며 여전히 미성숙하고 이기적인 자신의 실체를 깨닫게 되는 아픈 자각,
가문에서 존중 받지 못한 삶을 살아온 엄마와 함께 조상들의 파묘를 하게 된 딸이 그 시간동안 되돌아 보게 되는 가족의 의미와 여자로서 엄마의 삶,
암으로 죽어가는 친구를 간병하다 그녀가 남긴 아파트에 살게 됐지만 언젠가 돌아올 친구의 아들에게 돌려주기로 한 약속과 아무도 모르는 아파트에서 살고싶은 욕심 사이에서 겪게되는 갈등,
차별과 무시로 기억되는 일본유학 시절 유일한 위로였던 옛연인 유키코와의 재회를 기대하며 찾아간 자신과 달리 만남을 피하는 그녀의 태도에서 되돌릴 수 없는 시간과 변화의 간극을 느끼는 남자의 쓸쓸함..

책 속 모든 이야기들 속 주인공들은 모두 허약하고
쓸쓸하다.
그래서 평범한 우리 모두에게도 있었던 어느 시절 그 마음들은 이해되고,
언젠가 다가올 미래의 공허함은 담담히 짐작하게 된다.
우리 안의 여러 얼굴들을 깊이 들여다보게 만드는 좋은 소설들이지만 개인적으로 지금은 좀 더 희망적이고 밝은 이야기들을 읽고싶은 욕심 때문인지
많이 아쉬웠던 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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