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자여서 괜찮은 하루
곽정은 지음 / 해의시간 / 2019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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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판절판


방송에서 본 그녀의 여유로운 표정과 적확한 표현으로 촌철살인의 냉정하지만 현명한 조언을 해주는 말투에 호감이 갔고, 그래서 그녀가 글로 표현해 들려주는 삶에 대한 생각들이 궁금해 책을 구입했다.
책을 읽고 난 첫 감상은 글보다 말로 표현하는 것이 더 잘 어울리는, 글재주보단 말재주가 더 많은 사람이구나 라는 것.
어쩌면 혼자 사는 여자로서 늘 수없이 했던 생각들이라 딱히 감동적으로 다가오지 않았을 지도
모르지만, 어쨌거나 나에겐 너무 평이하고 다를 것
없는 이야기들이어서 아쉬웠다.
효과적인 팁을 기대했으나 이미 알고있던 원론적 이론 뿐이어서 허탈해진 기분이랄까..?
그래도, 몇개 챕터에선 다 알고있는 생각들이기에 더 깊이 공감되는 생각들이 있어 반갑게 끄덕이게 된다.
여권의 위상이 전세계에서 3위인 나라가 되었다지만
아직도 여자로서 체감되는 성평등 지수는 여전히 과도기에 머물러있다고 느껴져서인지 그녀처럼 페미니스트임을 당당히 드러내는 여자가 있다는 건
그 자체만으로 큰 위안이 된다.
그래. 다른 이들의 시선이나 사회적 잣대의 눈치를
보지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혼자서 꿋꿋이 살아가고 있는 나를 스스로 더 사랑하고 자랑스러워하며 살아갈 용기가 필요해.
혼자선 힘들다면 그녀처럼 앞에 서서 커다란 목소리로 외치는 사람 옆에 서서 그녀처럼 걸어가보는 것도 괜찮겠지.
눈이 확 뜨일만큼 빛나는 문장이나 가슴에 꽂히는 표현을 만나는 즐거움은 없었지만 그녀가 생각하고 꿈꾸는 자신의 모습이 내가 그리는 모습과 다르지 않아 반가웠다.
그래서 그녀의 다음 책과 앞으로의 활동도 응원하며 지켜봐주고 싶다.
그녀가 얘기했듯 여자라서 무조건이 아니라 남녀를 떠나 당당하게 혼자 설 수 있는 성숙한 한사람으로서,
나를 포함해 매일 자신을 조금 더 사랑하려고 노력하는 모든 싱글들을 진심으로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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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두 발자국 - 생각의 모험으로 지성의 숲으로 지도 밖의 세계로 이끄는 열두 번의 강의
정재승 지음 / 어크로스 / 2018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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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을 두려워하고 싫어하는 사람들도 재밌고 쉽게 읽을 수 있는 뇌과학 입문서.
흥미로운 실험들과 적절한 예시들을 통해 우리의 뇌가 하는 일(습관, 계획, 미래 비전, 징크스 등..)에 대해 이해하고, 호모 사피엔스로서 뇌의 지배를 받는 나를 다시 바라볼 수 있게 해준다.
행복은 예측할 수 없을때 기쁨이 더 크고, 불행은 예측할 수 있을때 고통이 훨씬 더 크다는 것도 신기하면서 공감 되었고,
장대 위의 바나나를 집으러 올라가는 원숭이에게 고통을 주면 그 원숭이는 다음에 올라가려는 원숭이를 필사적으로 막는다는(이미 위험은 없앴음에도) 실험결과를 통해 후손들을 위한다는 명목으로 미리 차단하는 선의 때문에 얼마나 많은 후손들이 기회를 가져보지도 못했을까도 생각하게 되었다.
놀이의 중요성, 실패의 가치, 창의성 개발 등에 대해서도 이전과 다른 깨달음을 얻게 되었고,
나다움을 잃지않고 행복하게 살기위해 어떤 마음으로
살아야 하는 것인지 고민 해보고싶어졌다.
메멘토 모리, 죽음을 기억하라!
이 말은 오래 오래 마음에 남을것 같다.
매일 오늘이 죽는 날이라고 생각하면 두려울 것도 망설일 것도 없다는 것을 항상 기억하고, 그런 마음으로 더 많이 사랑하고 더 열심히 살아야겠다.
다른 과학서적도 읽어보고싶다는 생각이 들만큼
즐거운 독서의 기회를 준 책.
재미와 의미를 함께 느낄 수 있어 정말 좋았던 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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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스테라
박민규 지음 / 문학동네 / 2005년 6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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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포츠를 좋아하진 않지만 ‘삼미 수퍼스타즈의 마지막 펜클럽‘을 너무나 재미있게 읽었기에 작가의 이름을 기억 해두고 차기작이 나오면 읽으려고 했었다.
개인적인 감상이지만 나에겐 첫작품만큼의 재미와 감동을 주는 작품이 나오지 않는듯해 아쉽다.
단편집인 카스테라 역시 그래, 이거야! 하는 반가움은
없었지만 작가의 기발하고 독특한 상상은 여전하다.
모든 귀찮은 것들을 냉장고에 넣고,
지하철 푸시맨을 하다 기린이 된 아버지와 마주치고,
펠리컨을 타고 철새처럼 이동하는 등
시치미 뚝 떼고 현실처럼 늘어놓는 그의 이야기는
낯설지만 신선하고, 가끔은 찡한 울림도 준다.
그렇지만 첫작품처럼 두고 두고 마음에 남아서 언제라도 다시 꺼내보고싶은 작품들은 아니다.
기대가 커서인지 아쉬움도 그만큼 컸지만,
독특한 시선과 예측하기 어려운 전개만큼은 인정.
다음 작품을 다시 기대해보고싶은 마음은 들었으니
독자인 나도 박민규 작가도 절반의 성공은 한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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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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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 있고,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 있다.
이 책 속의 이야기에는 그런 삶의 모습들이 있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근린생활시설‘이란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시설을 말하는 건지 몰랐다.
근린생활자라는 책 제목처럼 이 책속의 이야기들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근린시설을 구입한 주인공 상욱이 처한 불행한 현실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점점 더 불행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
읽고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문장은 술술 읽히고 무겁지 않으며, 서평처럼 오히려 어떤 부분은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난생 처음 알게된 소위 사회 밑바닥 일을 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시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엘리베이터 수리공인 상욱처럼 OECD 10위권 위상의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채 매일 사고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열악한 일에 내몰리고, 도수관을 청소하는 길씨처럼 하루 열시간
이상 쉴 틈도 없이 숨이 막히는 도수관 속에서 일하면서도 생명줄인 산소통까지 팔아야 하루 하루를 버틸수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살고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평생 위험물 매립을 하며 살다가 자신과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서야 뒤늦게 절규하는 노동자들,
자신의 삶을 불행의 나락으로 이끈 실수를 생계연명의 수단으로 삼아 살아갈 수밖에 없게된 황혼기의 여자들..
이들의 서글프다 못해 헛웃음이 나는 애처로운 삶이
그저 소설 속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기에 그
여운이 오래도록 머리에, 가슴에 남는다.
그나마 북한의 호텔 개발에 투자하게 된 열혈 태극기 부대원 할아버지가 수익금을 배분받기 위해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길 염원하게 되면서 우익 정치인들의 잘못된 선동의 실체를 자각하게 되어 통일을 목놓아 외치며 이전의 동지들과 싸우는 이야기에선 통쾌한 느낌을
받지만, 전쟁과 가난을 겪고 살아온 트라우마로 인해
정치 선동에 쉽게 휘둘려 젊은이들에게 경멸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부모님들이 떠올라 이또한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내 돈으로 사서 읽는 책에서까지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들을 읽고싶지는
않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척 외면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힘겨운 삶에 한번 더 눈길과 마음을 주게하는 이런 작가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힘겨운 삶에 청량한
휴식을 주는 쉼표같은 책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될 현실의 부조리와 잘못에 대해 다시 자각하고 깨어있게 해주는 이런 소설들도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적 재능에도 박수를 보낸다.
특이한 제목에 호기심이 느껴져 가벼운 마음으로 집었다가 나만 생각하며 살고있는 오늘을 반성하고
사회 저변의 약자들을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 책.
이 마음이 오래 갈 수 있길 바라면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응원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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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생일대의 거래
프레드릭 배크만 지음, 이은선 옮김 / 다산책방 / 2019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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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읽을수록 독서는 쉽지않다는 걸 깨닫는다.
책의 페이지 수가 독서의 가치를 의미하진 않으며,
문장의 많고 적음이 소설의 가치를 좌우 하지 않는것임도 잘 알지만, 너무 얇은 책은 뭔가를 느끼고 독서의 감상을 마음에 남기기 어렵다.
문장도 어렵지 않고 내용도 (너무 쉽게 흐름이나 결말이 짐작되긴 하지만) 흥미로운 편이었지만,
깊은 공감이나 감동을 받고 뭔가 오래 생각하기엔
너무 짧아서 아쉬웠다.
아내와 아들보다 자신의 인생이 더 소중했고, 업적만을 위해 냉정하게 모든 가치를 외면하고 살아온 주인공은 어느날 희귀암 판정을 받게된다.
병원에서 평생동안 그와 가까운 이들이 죽음을 맞을
때마다 보았던 여자를 다시 보게 되면서 그는 그여자가 망자를 데려가는 사신임을 직감한다.
암치료 중인 밝은 여자아이를 알게 된 후 자신이 앞만 보고 사는동안 잊고 살았던 아들과의 추억을 되새기며 후회하게 된 그는 매일 아들을 몰래 보고 오는데, 그러다 결국 사신이 아이를 데려가는 날이 오자 명부를 훔쳐 달아나던 그는 트럭을 향해 차를 몰아 스스로를 다치게 하고 아이 대신 자신을 데려가라고 부탁한다.
그러자 사신은 목숨을 바꾸는 걸로는 충분하지 않다며 지금껏 그가 존재 해왔던 사실 자체가 없어지는, 존재의 완벽한 삭제가 필요하다면서 선택 하라고 한다.
사랑하는 아들의 아버지였다는 사실까지 삭제 되어야 한다는 사실 앞에 남자는 망설인다.
어차피 말기암이니 죽음은 두렵지 않지만, 자신이 존재했던 사실까지 사라져버린다니..
이 소설이 다른 익숙한 우화들과 다른 점은 바로 그 질문이다.
뒤늦게 삶의 가치와 의미를 깨닫고 아들에 대한 사랑과 그리움을 느끼게 된 그가 선택할 수 있는 것이
고귀한 희생이 아니라 아예 없던 존재가 되는 거라니.
먼저 떠난 이들에게 그나마 위로가 될 수 있는건 남겨진 사랑하는 이들에게 기억되는 것일텐데, 그런
추억조차 없이 완벽하게 삭제되어 존재 한 적도 없는
상태가 된다면?
상상만 해도 무서운 일이다.
주인공은 자신이 사랑하는 아들의 삶에서 존재조차 없던 것이 된 채로 다른 아이를 구하는 선택을 하지만, 그 선택은 정말 옳은 거였을까?
어차피 모든 인간은 소멸되고 기록조차 사라지겠지만
내가 사랑했던 이들의 기억 속에 남을수도 없다면
그 삶엔 어떤 의미가 있는걸까?
싱거울 정도로 빨리 읽어버린 얇은 책을 통해 삶의 가치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하게 된 걸 보면 역시 별 것 아닌 것으로 치부하긴 쉽지않은 책.
그래도 몇시간동안 몰입해서 푹 빠져 읽는 공감의 독서를 좋아하는 나로선 조금 아쉬운 길이였다.
새해가 시작되면서 1일 1독서라는 목표를 달성하느라 매일 적지않은 시간을 내야했던 일과에 쉼표를 준 보너스같은 독서라고 생각 하련다.
어제 읽은 책이 조금 힘겨웠는지 술술 쉽게 읽히는 것만으로도 숨통이 트이는 기분이었음은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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