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린생활자
배지영 지음 / 한겨레출판 / 2019년 7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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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편해도 직시해야 하는 현실이 있고,
알아야만 하는 진실이 있다.
이 책 속의 이야기에는 그런 삶의 모습들이 있다.
나역시 이 책을 읽기 전까진 ‘근린생활시설‘이란 말을 들어본 적은 있지만 정확히 어떤 시설을 말하는 건지 몰랐다.
근린생활자라는 책 제목처럼 이 책속의 이야기들에는
내 집 마련의 꿈을 이루기 위해 근린시설을 구입한 주인공 상욱이 처한 불행한 현실처럼 그저 평범한 일상을 꿈꾸지만 점점 더 불행으로 내몰리고 있는 우리 이웃들이 있다.
읽고나면 마음이 무거워지는 이야기들을 담고 있지만 문장은 술술 읽히고 무겁지 않으며, 서평처럼 오히려 어떤 부분은 코믹스럽기까지 하다.
하지만, 쉽게 넘어가는 페이지 속에서 난생 처음 알게된 소위 사회 밑바닥 일을 하는 주인공들을 만나다 보면 마음이 답답해지고 시려오는 것을 느끼게 된다.
엘리베이터 수리공인 상욱처럼 OECD 10위권 위상의 이 나라에서 젊은이들은 제대로 훈련도 받지 못한채 매일 사고사의 위험이 도사리고 있는 열악한 일에 내몰리고, 도수관을 청소하는 길씨처럼 하루 열시간
이상 쉴 틈도 없이 숨이 막히는 도수관 속에서 일하면서도 생명줄인 산소통까지 팔아야 하루 하루를 버틸수 있는 최악의 환경에서 살고있다.
자신이 하는 일이 무엇인지도 모른채 평생 위험물 매립을 하며 살다가 자신과 가족을 죽음으로 몰고서야 뒤늦게 절규하는 노동자들,
자신의 삶을 불행의 나락으로 이끈 실수를 생계연명의 수단으로 삼아 살아갈 수밖에 없게된 황혼기의 여자들..
이들의 서글프다 못해 헛웃음이 나는 애처로운 삶이
그저 소설 속 지어낸 이야기가 아님을 잘 알기에 그
여운이 오래도록 머리에, 가슴에 남는다.
그나마 북한의 호텔 개발에 투자하게 된 열혈 태극기 부대원 할아버지가 수익금을 배분받기 위해 하루 빨리 통일이 되길 염원하게 되면서 우익 정치인들의 잘못된 선동의 실체를 자각하게 되어 통일을 목놓아 외치며 이전의 동지들과 싸우는 이야기에선 통쾌한 느낌을
받지만, 전쟁과 가난을 겪고 살아온 트라우마로 인해
정치 선동에 쉽게 휘둘려 젊은이들에게 경멸과 비난의 대상이 되어버린 우리의 부모님들이 떠올라 이또한
마냥 가벼운 마음으로 읽을 수만은 없다.

어떤 사람들은 굳이 내 돈으로 사서 읽는 책에서까지 이렇게 마음을 무겁게 하는 이야기들을 읽고싶지는
않다고 생각할 지 모른다.
하지만, 소설이라는 가상의 이야기를 빌어 우리가 알면서도 모른척 외면하고 있는 우리 이웃들의 힘겨운 삶에 한번 더 눈길과 마음을 주게하는 이런 작가가 있음에 감사한 마음이 든다.
독자들의 마음을 어루만지고 힘겨운 삶에 청량한
휴식을 주는 쉼표같은 책도 필요하겠지만, 우리가 절대 잊어서는 안될 현실의 부조리와 잘못에 대해 다시 자각하고 깨어있게 해주는 이런 소설들도 계속 나와줬으면 하는 바람.
무거운 얘기를 무겁지 않게 풀어낼 수 있는 작가적 재능에도 박수를 보낸다.
특이한 제목에 호기심이 느껴져 가벼운 마음으로 집었다가 나만 생각하며 살고있는 오늘을 반성하고
사회 저변의 약자들을 위해 어떤 삶을 살아야 할 지
다시 한번 고민하게 만든 책.
이 마음이 오래 갈 수 있길 바라면서 작가의 다음 작품을 응원하며 기다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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