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무도 미워하지 않는 자의 죽음
잉게 숄 지음, 송용구 옮김 / 평단(평단문화사) / 2012년 4월
평점 :
구판절판


나치 치하의 악몽같은 시기에 ‘백장미단‘이란 단체를 결성해 히틀러의 만행을 시민들에게 알리고, 나치의 독재에 항거하다 체포되어 사형 당한 뮌헨대 학생 한스와 조피 숄 남매.
이 책은 그들의 누나이자 언니인 잉게 숄이 동생들의 고귀한 행동과 정신을 알리기 위해 직접 쓴 책이다.
당시 20대 초반에 불과했던 대학생들이(그중엔 아이 셋의 아버지이자 가장도 있었다) 서슬 퍼런 나치의 독재 치하에서 국가와 민족을 위해 목숨 바쳐 항거하는 모습은 놀랍고 감동적이다.
갓 스무살을 넘긴, 어찌 보면 아직 어리다고도 할 수 있는 나이에 목숨과 바꿔도 좋을 신념과 가치를 확신하고 모든것을 건 투쟁을 한다는 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
그러고 보니 일제치하에서 목숨을 걸고 독립운동을 했던 유관순(사망 당시 19세),윤봉길(사망 당시 25세) 등 우리나라의 열사들도 모두 그들과 비슷한 어린 나이였다.
대체 무엇이 이들의 가슴에 뜨거운 애국의 불을 지피고, 자유를 위해 자신들의 목숨까지도 망설이지
않고 기꺼이 바치게 만들었을까?

책의 내용이나 문체는 마치 역사책을 읽는듯 감정을
배제한 사실 위주의 서술식 전개로 되어있다.
책의 저자가 한스와 조피 남매의 누나이자 언니인 잉게 숄임을 생각하면 가족으로서 개인적인 감정을
앞세우지 않고 그들의 삶을 있는 그대로 서술한 것은
놀라운 일이다.
그런데, 바로 이런 저자의 태도, 격앙되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사실만을 충실히 묘사한 점 때문에 이 책 속의 내용들은 실제로 존재했던 ‘역사적 사실‘로서
독자들에게 더 묵직한 감동과 깨달음을 준다.
정작 올바른 국가를 만드는데 선봉의 역할을 해야할 언론이나 정치인들, 사회 지도층들이 나치에 대한 두려움으로 혹은 나치에 현혹되어 침묵을 지키며
비겁하기 짝이 없는 ‘암묵적 동의‘를 하고 있던 암흑의 시기에, 불과 스무살 남짓의 대학생들이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히틀러를 비판하며 정상적인 독일을 만들기 위해 분연히 일어나자고 국민들에게
호소했다.
아마 그들 모두 일제 강점기에 독립을 외치며 목숨을 바쳤던 우리의 열사들과 같은 마음이었을 것이다.
국민들의 자유와 평화의지, 인간성을 말살하는 국가라면 존재 이유가 없다.
악마같은 권력 아래에서 삶을 구걸하며 구차하게 살아가느니 당당하게 자유를 외치다 죽는 것이 훨씬
더 가치있는 삶이라는 것을 놀랍게도 그들은 그 어린 나이에 너무나 확실하게 알고있었다.
나이가 삶의 성숙도와 비례하진 않는다는 것은 알고 있지만, 단 하나뿐인 목숨까지도 기꺼이 걸게 만드는 고귀한 가치에 대해 다시 생각 해보게 되는 책이었다.
누구도 비겁하게 구차한 삶을 이어가고 싶어하진 않지만, 생존을 위협하는 폭력 앞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지 우리는 경험하지 않아도 잘 알고있다.
그래서 단순히 숭고하다는 말 정도로는 설명할 수
없는 이런 삶들을 대할때면 어쩔수 없이 숙연해지고
스스로를 다시 돌아보게 되는 것일거다.

역사는 결국 선한 자들의 올바른 의지가 승리하며 더 나은 방향으로 진보하게 되어있다고 믿어왔다.
하지만, 백장미 단원들이나 일제시대 우리나라의 독립 열사들처럼 국가가 악한 세력에 의해 지배 받던 시대에 자신들의 목숨까지 걸고 싸워온 값진 이들의 피와 눈물이 없었다면 역사는 다른 방향으로 흘러갔을 지 모른다는 사실을 절대 잊어선 안된다.
스스로 올바르게 진보하는 역사는 결코 없음을,
자유와 평화에 대한 믿음으로 타협하지 않고 끝까지
싸우는 용기만이 역사를 바른 방향으로 이끌어가는
원동력임을 잊지말고 살아야겠다.
백장미단의 전단 글 중 가장 인상 깊었던, 오늘의 대한민국과 여러 나라에도 여전히 해당된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마음에 다시 새기며, 자유와 평화의 가치를 지키기 위해 목숨 바친 모든 이들의 명복을 빈다.

‘평범하게 살아가는 수백만 시민들의 작은 행복보다
더 중요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이 나라는 언제쯤 깨닫게 될까요? 언제쯤이면 이 나라가 모든 사람의 소박한 일상을 망각해버리는 이념들로부터 해방될 수 있을까요? 눈에 띄진 않는다고 해도 개인을 위하고 국민을 위하여 평화를 수호하려는 노력의 발걸음이 무력으로 전쟁에서 승리를 거두는 것보다 더 위대한 일임을 이 나라는 언제쯤 알게될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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