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책의 1부에서는 본정에 위치했던 식당 네 곳을 소개한다.
조선 최초의 서양요리점 청목당, 가족의 나들이 명소 미쓰코시백화점 식당, 경성 제일의 일본요리옥 화월, 모던보이와 모던걸을 유혹했던 이국적인 과일 디저트 카페 가네보 프루츠팔러. 본정은 지도를 보면 알 수 있듯이 지금의 명동거리를 가리킨다. 식민지 시대에도 화려하게 피어났던 거리에 위치한 맛집들의 메뉴와 가격, 건물과 내부 묘사, 음식들의 맛 묘사와 소설에 등장하는 그곳의 장면들. 무엇보다 그런 맛집들이 생겨날 수밖에 없었던 식민지 상황까지. 지루할 틈 없이 맛집 산책이 이어진다. 런치가 가장 인기 있었던 미쓰코시 백화점에서 등장하는 소설은 김말봉의 《찔레꽃》, 장혁주의 《삼곡선》 등이다. 작가는 화려한 미쓰코시 백화점 소개 뒤에 일본인들을 위한 출장소였다는 식민지 현실을 내비치며 역사의 그늘에서 자유로울 수 없음을 알려준다.
2부에서는 종로에 위치한 세 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경성 유일의 정갈한 조선음식점 화신백화점, 김두한이 단골로 다녔으며 지금도 정상 영업을 하고 있는 이문식당, 평양냉면에 필적하는 경성냉면 동양루.
당시 백화점들은 모두 서양 요리만 팔았는데 유일하게 조선인이 경영한 화신백화점에서는 조선음식을 팔았다. 박완서 작가의 《그 많던 싱아는 누가 다 먹었을까》에도 등장하는 백화점은 온종일 줄을 서서 먹은 '조선 런치'로 유명했다고 한다. 그리고 지금도 정상 영업 중인 이문식당이 나오는데, 나도 이곳을 방문한 적이 있지만 내 비위에는 입구부터 맞지 않아서 설렁탕을 포장해왔지만 한 입도 먹지 못했던 기억이 있다. 당시에도 누린내가 강하게 풍겼다니 하는 기록을 보면 내 비위가 약해서 그런 것만은 아닌 것 같다. 식민지 시대의 가난한 조선인들에게 저렴한 가격으로 소고기를 먹을 수 있다는 점에서 누린내조차 매력적이었다고 한다. 설렁탕에 이어 또 다른 소울푸드인 냉면은 배달음식으로 유명했다. 경성 곳곳에 식판을 메고 배달을 달리던 자전거들이 많았다고 한다.
3부에서는 장곡천정과 황금정에 위치한 세 곳의 식당을 소개한다. 장곡천정은 지금의 웨스턴조선호텔, 롯데백화점, 더 플라자가 위치해 있는 곳이다. 지금의 중구 소공로 부근을 가리키는 지명인 장곡천정은 조선 태종이 둘째 딸인 경정공주의 집이 있는 곳을 한자로 표기한 소공동에서 유래했는데, 일본이 조선을 강점한 이후 조선의 2대 총독을 역임했던 하세가와 요시미치라는 인명에서 따온 것이다. 또한 조선호텔의 원래 이름은 '조선처도호텔'로 조선을 강점한 일본이 철도를 이용하는 손님들의 편의를 위해 건림한 철도호텔이었다.
조선의 식민지화를 발판으로 대륙으로 진출하기 위해서 지은 조선호텔에 등장하는 소설은 심훈의 《불사조》이다. 천재 바이올리니스트로 칭송받는 계훈이 독일 유학 당시 '주리아'라는 독일 여성과 결혼을 한 다음 연주회를 하기 위해 조선에 왔는데, 문제는 계훈은 이미 조선에서 정희와 결혼해 아들까지 두고 있는 유부남이었다는 사실이다. 주리아는 이런 사실을 모르고 계훈은 연주회에서 전처 정희를 보고 주리아를 데리고 숙소인 조선호텔로 돌아간다. 한 달 동안이나 투숙하고 있는데, 호텔 하루 방값이 12원이라고 적혀있다. 지금 돈으로 환산하면 60만원이라고 한다. 그곳에서 한 달 동안 투숙하고 양식밖에 못 먹는 주리아를 위해 하루 세 끼를 호텔에서 먹어야 했는데 그 가격도 하루에 14원이다. 그럼 하루 방값과 식사값을 합치면 150만원 정도 되는 것!