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 분야의 베테랑을 인터뷰하는 것이 어떤 의미가 있는 노동인지 생각해본 다음 저자는 그들에게서 어떤 '가짐'들을 보았다고 한다. "자신만의 원칙이 무엇이건, 모두 견디고 버티고 인내하며 꼴을 갖춘 몸가짐과 마음가짐" 이었다는 것이다. 저자는 베테랑의 손과 발을 보다가 그의 손에 쥐어진 것, 그의 발이 딛고 있는 자리가 보였다고 했다. 그리고 그들이 관계 맺어야 하는 대상과 어떻게 눈을 맞추는지도 보았다고.
그렇게 노동현장에서 성실하게 열심히 버티고 살아온 그들의 시간을, 저자는 알고 싶어서 인터뷰를 했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자 오랜 시간 집중해온 분야가 다른 만큼 노동으로 인해 만들어진 몸과 기억의 기록이 다른 까닭이다. 1부 ‘균형 잡는 몸’에서는 세공사, 조리사, 로프공, 어부 등 혼자 하는 일에 집중을 하면서도 힘을 주고 풀어내며 일하는 베테랑의 몸에 집중하고 있고, 2부 ‘관계 맺는 몸’에서는 조산사, 안마사, 마필관리사, 세신사처럼 몸담고 있는 노동현장에서 마주하는 대상을 살피는 감각을 살핀다. 그리고 3부 ‘말하는 몸’에서는 수어통역사, 일러스트레이터. 전시기획자, 배우, 식자공처럼 표현하는 몸으로 수어·감정·연기·활자에 대한 이야기를 풀어낸다.
담담하면서도 날카로운 듯한 저자의 질문에 베테랑들은 자신의 몸에 새겨진 노동처럼 붙이거나 빼는 것 없이 이야기를 이어간다. 지금보다 힘들게 일했던 시절에 대한 회상과 그 시간을 버티고 난 지금에 대해서 별 거 아닌 것처럼 무심하게 털어놓고 있지만 노동으로 익숙해진 몸은 말이 들려주지 못한 것을 보여준다. 열악한 노동환경을 견디고 지나온 그들도 시대가 변한 지금 옛날처럼 똑같은 방식으로 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시대는 변했고 노동환경도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인터뷰 중 자연주의출산센터의 센터장으로 일하고 있는 조산사의 이야기가 마음에 와닿았다. 산모는 환자가 아니라 출산의 주체라는 말. 병원에서 출산을 해본 경험이 있는 산모라면 모두 공감할 내용이다. 나 역시 마찬가지. 병원에 들어서자마자 금식하고 침대에 누워만 있어야 하는데, 그건 선진국에서는 고위험군 산모에게만 쓰는 방식이라고 했다. 책에 나온 것이 전부가 아니라 여성의 몸을 존중하고 잘 읽어야 한다는 말을 하는 조산사 김수진 씨는 경험과 숙련이 쌓이는 만큼 과도한 노동을 하기에 체력이 아슬아슬해서 균형을 맞추기 위해 힘쓰고 있다고 한다. 그러한 균형은 베테랑 뿐 아니라 노동을 하는 모든 사람이 노력해야 할 부분이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