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레시피 - 논리와 감성을 버무린 칼럼 쓰기의 모든 것
최진우 지음 / 한겨레출판 / 2023년 8월
평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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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에 하니포터 6기 서평단 활동을 마치고 무거운 여름을 보낸 뒤 다시 하니포터 7기 활동을 시작하게 되었다. 한겨레출판에 읽고 싶은 새 책들이 많이 출간되어서 내 욕심대로 신청을 했다가 나중에는 마감 아님 마감에 쫓겼던 적도 있었다. 즐거움으로 시작된 독서가 의무감으로 치닫게 될 위기에 처했던 날들을 무사히 이겨내고 하니포터6기 활동을 잘 마치고, 우수서평자로 뽑혀서 상품권 선물까지 받게 되었을 때 어찌나 뿌듯하던지..!

이제 다시 하니포터7기로 서평단 활동 시작한다. 성긴 독서의 끈을 조이면서 좀더 숨차게 달려가보려 한다.

첫번째로 받은 책은 《칼럼 레시피》

처음에는 여느 글쓰기 책처럼 보편적으로 알려진 내용을 버무린 것이겠지 하면서 무심히 읽기 시작했는데, 읽을수록 저자의 칼럼 쓰는 기법 뿐 아니라 책의 구조를 짜내는 기술에도 빠져들었다. 물론 출판사 편집을 통해서 정리가 되었겠지만 칼럼을 요리 레시피에 빗대어 쉽고 재미있게 설명하면서 폭넓은 사례까지 깊은 통찰을 통해 보여주는 글은 진정성있게 다가왔다.

내가 존경하는 정희진 작가님의 추천사가 있다는 점도 독서의 몰입도를 높이는데 도움을 주었다, 는 점도 인정해야 할 것 같다.

요리는 재료의 변환과 통섭, 도약의 과정이다. 훌륭한 요리사는 예술가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글쓰기 레시피의 모범이라 할 만하다. 필자의 유려하고 쉬운 문체와 좋은 사례, 관점이 매력적으로 발효되었기 때문이다. 진부한 주장들 그리고 사유 부재의 '사연 팔이'가 솔직한 글쓰기의 특징으로 오해되는 당대 한국 사회에서, 모처럼 담백하고 정직한 책을 만나 기쁘다.

정희진/ 칼럼레시피 추천사

저자는 오랫동안 칼럼의 매력에 빠져 지내는 글쓰기 전문 강사로 강의 현장에서 경험하고 정립한 글쓰기의 기본기와 고급 기술의 정수를 이 책에 담았다고 한다. 그런만큼 실제적으로 도움이 될 뿐만 아니라 사고와 사유의 깊이를 돋아볼 수 있는 내용으로 알찬 책이다. 요리에 빗대자면 유튜브 숏츠로 간략하게 보이는 레시피가 아니라 재료 선정과 손질 방식, 조리 과정을 지나 플레이팅에 이르기는 모든 것을 차근차근 보여주는 내공 깊은 셰프의 레시피라고 할까.

칼럼이라는 글의 장르는 어쩐지 진입 장벽이 높게 여겨져서 나는 그동안 한번도 도전해볼 생각을 해본 적이 없었다. (그렇다고 다른 장르를 쉽게 보는 것은 결코 아니다. 내게 모든 글쓰기는 왜 이토록 어렵고 막다른 골목에서 헤매고 있다는 기분만 느끼게 하는 것인지 모르겠다. 서평을 쓸 때도 한번도 입구를 찾지 못하고 엄청나게 헤맨다..)

그런 생각을 하고 있던 내게 저자는 이렇게 말한다.

"사안의 돌기를 짚어 내고 나름의 의견을 제기하고 싶어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칼럼을 잘 쓸 수 있어요." 라고.

인터넷과 SNS에서 하루에도 수없이 많은 이슈가 터지고 우리가 살아가는 일상에서도 쉽기기 어려움 돌기들이 솟아있는데 그런 돌기들에 대한 자신의 의견을 쓰고 싶은 마음만 있다면 방법를 익혀서 누구나 칼럼을 쓸 수 있다는 것이다.

경험만으로 요리를 하지 않습니다. 조리를 해보지 않았기에 라면을 끓이고 배달 음식을 시키는 게 더 마음이 편할 뿐이에요. 칼럼 역시 경험으로만 쓰지 않습니다. 사안의 돌기를 발견하고 불편람을 넘어 분노가 끓어도 막상 글로 표현하려니 두려워 뒷걸음질할 뿐이죠. 레시피가 주어지면 누구나 요리를 할 수 있듯이 방법을 알면 누구나 칼럼을 쓸 수 있습니다. 중요한 건 쓰고자 하는 마음이니까요.

칼럼 레시피

초보자들도 큰 부담없이 쓸 수 있는 1단계 레시피는 '이야기서술+의미부여'로 시작한다. 2단계는 '개인 경험을 사회 문제로 확장하기', 3단계는 "주제를 정해 주장하기'이다. 레시피를 따라하듯 직접 쓰면서 "체화"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저자는 강조한다.

모두 11장으로 구성된 레시피에는 좋은 글감을 찾는 법, 칼럼 여정 그리기, 흡입력 있은 첫 문단 쓰는 법, 전개 방식, 글의 격을 높이는 고급 기법들, 글력 향상을 위한 필수 루틴 등등으로 초보자가 백지에 첫글자를 쓸 수 있도록 세심하게 손을 잡아준다.

책의 내용을 요약해서 이 지면에 소개하는 것은 의미가 없을 것 같으니 직접 읽어보시기를 권한다. 자주 꺼내 읽으면서 글감을 찾고 문장을 쓰고 구조를 다듬고 마무리를 하는 것까지 꾸준한 매일의 훈련이 필요할 것 같기 때문이다. 곁에 두고 반복해서 따라하다 보면 나도 모르는 사이 체화된 칼럼을 쓸 수 있지 않을까.

오랫동안 글쓰기를 놓아버렸던 나도 그렇게 되기를 바라면서, 내 앞에 놓인 백지가 체화된 글로 채워지기를 바라면서 첫 문장의 획을 그어보아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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